창가의 운동화 두 켤레 closed gates/praha2022. 10. 9. 21:07
오늘 쥬인이랑 만나 수다 떨다가, 옛날에 같이 다녔던 여행 얘기가 나왔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갔던 곳은 10년 전 여름의 프라하였다. (그 다음해에 쥬인이 결혼을 하여 나는 룸메이트이자 여행메이트가 없어짐 ㅠㅠ) 다른 곳들도 같이 갔지만 쥬인은 특히 프라하가 기억에 남는다,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쥬인 : 나 지금 노트북 배경화면 그 사진 해놨어, 우리 묵었던 그 호텔 창가 사진.
나 : 오, 나 어떤 사진인지 알 거 같아! 그 아스토리아 창가에 우리 운동화 말려놓고 있는 거! 창 너머로 코트바 보이고. 나도 그 사진 몇 장 찍었어.
쥬인 : 맞아 맞아.
나 : 근데 우리는 왜 운동화를 말린 거지? 햇볕 나오니까 운동화 쬐자고 한 건가?
쥬인 : 그때 비와서 운동화가 젖었던 거 같아, 그래서 해가 나는 김에 창가에 놓고 말렸나봐.
나 : 맞아, 그때 내가 가져갔던 까만 반팔 티셔츠도 빨아서 옆에 걸어놓고 말렸어~
그리고는 그 여행 때 툭하면 비가 와서 대피하곤 했던 말라 스트라나의 스타벅스와 젤레즈나 거리의 어느 아이스크림 가게 등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돌아와서는 그때 사진을 뒤져봄. 이거 말고 대화에서 언급된 내 블랙 반소매 티셔츠 말리는 사진도 있는데, 운동화 두 켤레가 나란히 딱 주인공처럼 나온 이 사진으로 골라봄. 이 호텔 이름도 아스토리아인데 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운 아스토리야 호텔과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관광지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조금 허름한 4성(..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3성 정도) 호텔이었다. 그러나 쥬인과 나는 이 호텔을 매우 좋아했고 집처럼 아늑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호텔은 우리의 기억에 매우 좋게 남았다. 아마 그땐 둘이 여행을 하고 있었고 지금보다는 10년 젊었으므로 일신의 아늑함을 지금만큼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시기였다.
사진에서 왼쪽이 내 운동화, 오른쪽이 쥬인 운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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