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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자꾸만 오늘이 목요일이란 착각이 들어서 '아 내일 하루만 잘 버티면 주말이다!' 하다가 '아, 아니구나 오늘 수요일이구나ㅜㅜ' 하고 급 시무룩해지곤 했다. 심지어 집에 와서도 두번이나 헷갈렸음. 지나친 갈망 때문인가보다 흑흑... 아니면 지지난주 월요일에 공항 도착해서 화요일부터 근무했고 지난주에도 월요일에 힘들어서 휴가를 쓴 결과 여행 이후 2주 동안 주 4일만 일한 탓에 노동 리듬이 그렇게 맞춰져 버린 건지도. 그런데 확실히 4일 일하면 아무리 빡세도 한결 수월하긴 하다. 결론은 이번주 너무 힘들다 흑흑... 굉장히 바쁜 건 아닌데 그래도 힘이 든다. 이거 쓰는 동안에도 순간 '내일 하루만 가면 되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사라짐. 진짜진짜 출근하기 싫은가봄!


비오고 날씨 궂고 붉은 군대 때문에 몸도 엄청 힘들고 총체적 난국의 하루였다. 아침 출근할때가 제일 힘든 것이, 빈속이라 약을 먹을 수가 없어서 점점 아파지는 상태로 만원 지하철로 출근(내가 타는 3호선은 냉방이 정말 시원찮아서 더 힘들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내가 제일 먼저 출근하는 사람이므로 밤새 모여든 습기와 나쁜 공기 속으로 들어가 환기를 시키고 냉방을 돌려놓고, 간단하게 뭐라도 먹은 후에야 약을 먹을 수 있으므로 이때가 정말 괴롭다. 약 먹어도 약기운이 돌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간신히 약기운이 돌 타이밍이면 이제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하고 윗분도 나타나서 온갖 일들을 가지고 오므로 피곤피곤피곤. 오늘도 아침부터 윗분이 비가 온다느니 곰팡이 냄새가 난다느니 하고 수선을 떨어서 그것 때문에 또 시설 담당자와 이것저것 체크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점심 먹은 후엔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의자에 기댄 채 30분 가량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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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며칠 전 윗분을 급발진 모드로 몰고간 직원(정작 당사자는 그 사실을 잘 모름)이 업무 진행현황을 보고하러 왔는데 윗분이 너무 쥐잡듯 잡아대며 성질을 부린 탓에 이 직원이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이 글썽글썽할 지경이 되었음. 나는 본래 옆사람 감정이나 상태를 잘 포착하는 편이라 중간에 회의를 잠깐 멈추고 이 친구에게 진정하고 올 시간을 좀 준 후에 윗분에게도 ㅇㅇ가 지금 힘든게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브레이크다운이 되었으니 지금은 잠시 느슨하게 얘기해달라고 했는데, 이분은 그 말을 듣고서도 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서 쥐잡듯 잡아대서 결국 자리에 돌아와 보고를 이어가던 이 친구가 눈물을 흘리며 연거푸 죄송하다고 한 후에 2차로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게 되었음. 이 직원이 실수도 좀 많이 했고 서툴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역량이 안되는 애에게 너무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긴 우리 탓도 있다고 생각되어 그 얘기를 윗분에게 했고 뒤늦게 당황한 윗분은 울었던 직원이 다시 자리에 돌아와 3차로 보고를 이어가는 동안은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 나는 잘 달래가며 좀 발전적인 방향을 그나마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업무 리듬과 스케줄로 볼 때 한번쯤 이렇게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이 올 타이밍이긴 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직원은 다들 사업 준비 절정기로 치닫는 순간이 되면 한번씩은 운다 ㅠㅠ 보통 한달에서 2주 전 사이가 그 타이밍이라, 나는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준비도 좀 더 당겨서 하도록 하고 중간중간 계속 체크도 해주는데 그래도 결국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순간이 오는데다 이쪽 분야 직원들은 그야말로 이성적 운영 역량은 별로 없고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성향이 너무 강한지라 하여튼 펑 터지는 때가 오는 것이다. 윗분은 이런 것을 답답해하시는데, 사실 솔직히 말해 내가 보기엔 비슷비슷한 성향의 같은 종족, 같은 부류들이다. 나도 실무자일 때 너무 힘들면 제어가 잘 안되고 눈물이 터질 때가 있었으므로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내가 데리고 있는 직원들을 아끼니까 안쓰러운 생각이 먼저 드는데, 이때 감정적으로만 이입해줄 게 아니라 다독이면서도 빨리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줘야 한다. 방치해놓거나 다그치는 것 둘다 아주 나쁘다. 이런 일에 있어 우리 윗분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인부터가 너무 어린애같기 때문이다. 막상 자기가 그렇다는 건 전혀 모르고 계시니 당사자는 행복한 일이고 옆에서 나만 힘든 격임 -_-

내일쯤 올해 정기 승진인사 발표가 날 텐데 우리 부서의 연차 오래된 직원 하나가 몇년째 승진심사에서 미끄러지고 있어 너무나도 내 마음이 불편하다. 이 사람이 승진 미끄러질 때마다 매년 너무 절망하고 거의 한달 이상 태업 상태에 빠져들기 때문에... 설마 이번엔 되겠지 하고 간절히 바라는데 만일 또 안되면 정말 앞이 다 캄캄해진다. 이 사람에게 맡겨놓은 일도 많고 지금 진행하는 큰 규모의 일도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이라면 올해는 돼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인사권자가 아니니 도대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아 심란해. 부디 내일 좋은 결과가 있기만 바랄 뿐이다. 이 사람의 실망과 징징거림과 괴로움을 감당해주기가 너무 어렵다. 나는 해줄만큼 해줬고 사실 그래도 같이 데리고 일하면서 상당부분 업무역량도 개선시켜 줬고 작년 성과도 괜찮게 나왔는데... 나머지는 이제 내 몫을 떠난 일이니 정말 모르겠다.





하여튼 바쁘고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귀가했다. 내일과 모레는 더 바쁘다. 내일 오전엔 다른 부서에서 요청한 용역심사에 들어가야 하고 오후엔 좀 골치아픈 직원의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 모레는 오전엔 직원 오리엔테이션, 그 이후 멀리멀리 심사를 하러 가는 강행군이다.


이제 곧 자러 가야겠다. 약을 먹었는데 좀처럼 아픈 게 가시지를 않네 ㅠㅠ 내일을 잘 버티기 위해 오늘은 늦지 않게 자야겠다. 이상하게 내내 잠이 모자란데도 매일 늦게 잠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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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