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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트로메리아는 원래 상당히 오래 가는 꽃인데 더위와 습기 때문인지 이번에 온 건 열흘만에 마지막 남은 꽃마저 모두 시들어버렸다. 이것이 그 마지막 모습. 그래서 지지난 토요일에 받은 꽃들 중 살아남은 건 카네이션 몇 송이와 골든 볼 세 송이뿐이다. 

 

 

매우 잠이 모자란 상태로 출근했다. 주말에 힘드니까 늦잠 자고 그러면 결국 늦게 잠이 드니 월요일엔 항상 수면 부족 상태가 된다. 출근하니 사무실이 사우나 같이 덥고 답답하고 끈적해서 환기를 하고 냉방을 좀 해서 습기를 몰아냈다. 그리고 바쁘게 일하던 참이었는데 윗분이 또 급발진 모드에 들어가서 그거 응대해주다 나도 너무 짜증이 났다. 나 때문에 화나신 건 물론 아니고, 실무 직원 하나의 업무 처리가 좀 미숙한 상황이었는데 그것을 좀 이상하게 확대해석해서 쓸데없이 파르르 화를 내며 짜증내고 발발 떠시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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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정말 어린애같아서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확대해석, 과잉반응, 부르르, 짜증폭발 급발진 온갖 콤보를 시전하시는데 나도 하나하나 받아주기가 너무 싫고 피곤해서 오늘은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시고 짜증을 내시면 제가 뭘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라고 냉정하게 딱 잘랐다. 이런 경우 이분은 그즉시 삐침 모드가 발동되어 '아 그래 내가 유치해서 그래. 내 수양이 부족해서 그런거니 양해부탁해요' 라고 대꾸하는데 물론 이것은 아주아주 유치한 말투와 태도로 누가 봐도 '나 열받음!' + 자격지심 모드를 발산하는 것이다. 

 

 

여기서 선택지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그냥 잘 달래드리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더 냉정하게 구는 것이다. 오늘은 후자를 택했다. 내가 무슨 베이비 시터도 아니고, 그것도 나보다 나이 많은 윗사람을 어르고달래고 급발진하는 걸 언제까지 받아주란 말인가, 가뜩이나 온갖 할 일이 넘쳐나는 월요일에. 그래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대화가 안됩니다. 문제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뭘 어떻게 할 수 있어요?' 라고 다시 한번 잘랐다. 이분은 풀이 좀 죽었고 이후엔 조금 이성이 돌아왔음. 아주 약간. 

 

 

철없음 + 급발진 +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림 + 자기 관심 아니면 안 들음 + 아무리 중요한 얘기도 즉시 리셋되어 수십번 같은 말 되풀이해드려야 함, 이 모든 것이 다 합쳐져 있는 분과 일하는 건 좀 많이 피곤한 일이다. 뭐 장점도 있으니(인간성이 나쁘지는 않음 + 그래도 나에게 의지하심 + 본인의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있음) 그것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만 하여튼 이렇게 유치하게 굴면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은 기분이 슬며시 든다. 일하면서 왜 이렇게 머릿속에서 온갖 망상과 소설을 쓰시는지 모르겠음. 나도 상상력이라면 어디 가서 뒤지지는 않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이성적 대응을 해야 하는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이 이러면 안되지 않나 ㅠㅠ 막상 당사자는 본인이 얼마나 철없고 유치한 분인지를 모르시니 이것은 다행이라 해야 할지... 

 

 

 

 

 

하여튼 오전엔 이분 때문에 피곤했고 월요일의 기분을 상당 부분 망친 느낌이었다. 가뜩이나 월요일 아침 기분이란 별로 좋을 수가 없는 것인데 -_- 그나마도 점심 같이 먹으며 좀 나아졌고 오후에는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차라리 나아졌음. 근데 이분은 눈치도 별로 없어서 내가 자기 때문에 답답해한다는 것을 모르고 계심. 이렇게 말하니 절친한 동료가 '그건 당신이 너무 촉이 좋아서 상대방 생각을 잘 읽어내니 그런거지. 대부분은 몰라' 라고 한다. 뭐 그럴지도 모르지ㅜㅜ 나는 원래 촉이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하긴 하지만(모든 경우에 그런 건 아님), 이것은 타고 난 것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그간 온갖 사람들을 겪어오면서 경험으로 쌓인 것 같다. 그래서 촉이란 일종의 빅 데이터라는 얘길 언젠가 읽었을 때 끄덕끄덕했다. 나같은 경우는 6~70%의 타고난 직관과 3~40%의 빅 데이터인 듯. 

 

 

윗분 때문에 감정 소모한 건 사실 오전 20여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기분에 너무 손상을 입어서 말이 길어졌음. 사실 여러가지 업무 때문에 피곤한 일들이 계속 터지고 있는데 어찌어찌 수습을 해나가고 있다. 다른 부서들과도 많이 엮여 있어 더 피곤함. 그래도 본사의 다른 부서들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그럭저럭 버텼다. 

 

 

비가 와서 운동화와 가죽단화 대신 간만에 샌들을 신고 출근했는데, 이 신발이 좀 무겁기도 하고, 애용하는 캠퍼 브랜드이긴 하지만 발등 스트랩이 두껍고 좀 조여대는 편이라 오늘 다리가 상당히 불편하고 발등이 아팠다. 내일은 못 신을 것 같다. 종아리까지 다 뭉쳐서 오늘은 운동도 생략했다. 비가 많이 올 때를 대비해 크록스 슬리퍼 샌들이라도 살까 싶은데(엑스자 스트랩의 굽 있는 크록스 샌들 말고-몇년 전까지만 해도 잘 신고 다녔는데 이제 힘이 들 것 같음. 하긴 이 샌들이 아직 나오는지조차도 모르겠다), 그 짚신벌레같이 생긴 넓적한 크록스 슬리퍼가 물은 엄청 잘 빠지겠지만 볼이 좁은 내 발에는 너무 크고 헐떡거릴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일은 ABC마트라도 들러서 한번 신어보기라도 해야겠다. 그 신발도 엄청 흉물스럽긴 한데.. 그래도 무거운 신발 때문에 발 아픈 것보단 나으니... 소위 발 편한 신발이란 발볼 넓게 나온 신발로 통하다 보니 대부분의 슬리퍼식 샌들은 다 그런 식이라 나처럼 앙상한 발을 가진 자는 도대체 편안한 샌들을 신을 수 없는 것인가 슬퍼진다.. (하이힐에 어울리는 발 모양이라 하는데 다리 아파서 도저히 못 신겠으므로 이것도 안됨 ㅠㅠ) 

 

 

졸음이 쏟아진다. 퇴근 지하철에서 뒤늦게 구파발 즈음부터 졸기 시작해 정말 피곤하게 암흑같은 잠에 빠졌다. 수면 부족 상태이기도 하지만 그날이 임박해오고 있다는 증거인 듯. 오늘은 부디 늦지 않게 잠들수 있기를. 내일은 우리 윗분보다도 더 정신없고 온갖 거시론만 늘어놓으시는 구름 밟고 사는 다른 부서의 부서장이 업무협의 회의를 요청한 상태라 생각만 해도 피곤해진다. 헛소리를 늘어놓으면 중간에 딱 잘라야지. 흑흑, 나도 상상력 풍부한 예술가의 영혼인데 정말 왜 이렇게 냉정해져야 하는 것인가, 이번주엔 이런 일 비롯 너무 피곤하고 바쁜 일들이 많으니 우렁이가 나로 변신해 대신 출근 좀 해주면 좋겠다. 스라이게즈단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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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