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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매우 싸늘하고 습한 바람이 불고 나중엔 비까지 내리는 등 전형적인 10월의 괴로운 날씨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9시 좀 넘어 호텔 근방의 리가 중앙시장에 갔는데 강 근처라 더 추웠고 시장이 아주 크긴 했지만 막상 아침 먹을게 별로 없었다. 영원한 휴가님은 라그만을 드셨고 나는 수프를 먹고팠지만 없어서 뜨보록 든 블린과 감자버섯 블린을 먹었다. 전자는 너무 달았고 후자는 맛있었다. 수프 대용으로 불리온이 있어 그걸 시켰으나 노란 닭기름이 둥둥 뜨고 너무 잡내가 나서 못먹음.



시장은 한바퀴 돌기만 하고 어제 못간 아르누보 거리에 갔다. 중간중간 너무 추워서 눈에 보이는 가게마다 들어가보며 몸을 녹이고 나오기를 반복... 그리고 너무 추워서 아름다운 아르누보 양식 건물들의 건축양식을 즐기지 못했고 사진도 못찍고 그 거리의 유명하고 예쁜 아트 카페 시엔나로 들어갔다. 여기는 아르누보 인테리어의 아늑한 카페였고 금색과 흑갈색이 섞인 벨벳 드레스를 입은 금발 여인이 매우 친절했다. 그리고 임페리얼 포슬린(로모노소프)에 차를 내주었다. 여기서 몸을 녹이고 쉬었다. 맨 위와 아래 사진들.







망고무스 케익은 그럭저럭. 그래도 다즐링 마심.







카페에서 나와 근처 아르누보 건물 투어를 하려다 추워서 돌아나와 근처 거리들을 걷다가 성 거트루드 성당 쪽으로 갔다. 여기서 우리는 우연히 반지하에 있는 러시아 서점을 발견!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들을 몇권 샀다. 과연 근데 내가 이 원서들을 다 읽을 수 있을까ㅠㅠ






서점에서 나와 뭘 먹으러갈까 고민하다 눈앞에 중국식당이 있어 거기 가서 마파두부, 밥, 완당수프, 군만두를 시켰다. 추웠기 때문이다. 마파는 나쁘지 않았지만 수프는 맛없었고 완당과 군만두를 같은 종류 만두로 쓰는 만행을 저지름. 하지만 마파두부와 밥을 먹고 몸이 따뜻해져서 좋았다.



이후 길들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옴. 빗방울이 떨어졌다. mikla 라는 근처 베이커리에서 바닐라크림이 든 푹신한 도넛과 슈의 중간단계인 셈라 1개, 메도빅 1개를 사고 리미에서 물 등을 사서 방으로 돌아오니 4시 즈음이었다. 이렇게 쓰니 별로 한게 없어보이지만 시장-숙소-아르누보 거리-성당(서점/식당)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어 상당히 걸었다. 오늘은 13,456보, 7.4킬로.



방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쉬고 케익, 커피와 쌍화차, 컵라면(짜파구리컵누들, 진짬뽕), 칩과 체리리큐르+블랙발잠 음료, 랍상소총으로 잡다한걸 먹음. 나는 이번 여행을 ‘리가 타파스’ 라고 이름붙였다. 잡다한 여러가지를 조금씩 계속해 먹어서.



리가에는 러시아인이 참 많다. 도처에서 노어를 듣는다. 그래선지 도시 자체가 아주 매력적이진 않은데 어쩐지 친숙하다.



계속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하다. 시차는 얼추 적응했는데 새벽에 깨는 버릇이 반복되는 듯하다. 오늘은 잘 잤으면 좋겠다. 일단 오늘 메모는 이 정도. 사진은 거의 못찍었다. 추워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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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리가 구시가지 골목 사진 한 컷. 제일 화려하고 예쁘게 나와서 이걸로 골랐다.



어제 수다떨다가 자정 넘어 잤고 시차 적응이 아직 안돼서 네시에 깨버렸다. 약을 반알 더 먹고 조금 더 자서 여섯시 반쯤 깼다. 침대에서 뒤척이다 9시쯤 씻고 내가 챙겨온 햇반, 볶음김치, 간짬뽕, 진라면 소컵으로 여행자의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바깥 날씨가 흐려서 방에서 게으름피우며 놀다가 정오쯤 나갔다.



나오니 날씨가 좋아졌다. 그래서 엄청 돌아다녔고 리가의 관광명소들은 아르누보 거리 빼곤 거의 다 클리어했다. 성 피터성당, 브레멘의 음악대동상, 검은머리전당, 수탉 풍향계, 고양이집, 슬픔의 성모 성당, 그리스도 탄생 성당(정교), 자유의 여신상 등. 성당에선 들어가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중간에 다우가바 강변에 앉아 부모님께 전화를 했고 쉬기도 했다. 그늘은 싸늘했지만 해가 찬란하고 날씨가 매우 좋았다.



중간에 예쁜 카페를 발견, 배고파서 그 맞은편의 ‘히말라야’라는 네팔인도 음식점에 그냥 들어갔는데 외국 중국식당처럼 1-100번까지 메뉴가 있고 온갖 아시아 음식이 다 있어 의심하며 시켰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빈달루와 바스마티(긴쌀밥), 만추리안 치킨을 먹었는데 좋았다.



그 이후 그 예쁜 카페(파루나심 카페테카)에서 너무 맛있는 백차와 촉촉한 레드벨벳 조각케익으로 아주 아늑한 티타임과 이야기를 즐겼다.


구시가지를 걷고 중간중간 공원에 앉아 쉬고 돌아다녔다. 총 10,763보. 6.2킬로. 리가는 거의 평지라서 걷는게 별로 힘들지 않았다.




돌아와서는 근처 슈퍼에서 사온 멜론과 바베큐맛 감자칩, 수박시트러스향 사이더 (영원한 휴가님은 근처 티샵에서 산 랍상소총)로 불량하지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이제 소화시키는 중이다.



오늘은 날씨도 좋았고 모두 맛있었고 기분좋은 하루였다. 아마 일을 안해서 그런 것 같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하루였다.



메모를 자세히 길게 쓰기 피곤해서 사진 여러 장으로 마무리.






검은머리전당.







슬픔의 성모 성당. 초를 켰다.







강변. 좋았다. 햇볕이 따끈했다.







맛있었던 밥.












카페. 여기도 너무 좋았음.







운하.






분수.







그리스도 탄생 성당. 마침 사제가 예배 중이었음.








내가 좋아하는 대천사 미하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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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