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느지막하게 일어났고 간만에 제대로 브런치 만들어서 먹었다.
썬드라이드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를 넣은 오믈렛에 바질 페스토를 곁들였고, 오렌지와 견과, 체리와 모짜렐라 치즈 넣은 샐러드를 만들었다. 드레싱은 발사믹 아주 약간. 레몬이 없어서... (보통은 레몬즙만 끼얹어 먹는 편이다)
그리고 크랜베리 주스에 체리와 오렌지를 잘라 넣어 과일 주스 만들어 마셨다.
얼마 전 혹해 주문했던 예쁜 유리컵. 별과 행성 등등 우주 무늬가 있다. 지기 스타더스트 유리컵이라고 내 맘대로 부르고 있음. 그런데 막상 차가운 음료를 잘 마시지 않다 보니 유리컵 쓸 일이 별로 없어 오늘에야 개장. 이거 말고 다른 디자인 컵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나중에 :)
빨간 크랜베리 주스 부어놓으니 예쁘다~
시판 크랜베리 주스에 오렌지랑 체리 잘라서 넣었다. 스타벅스 그 레드티 샹그리아인가 뭔가보다 내가 제조한 이게 더 맛있음. 달지도 않고....
너무 작은 프라이팬을 샀더니(이 동네는 하여튼 다 비싸서ㅠㅠ) 속을 넣은 오믈렛을 예쁘게 부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납작 오믈렛으로 선회함 ㅠㅠ
시판용 바질 페스토를 샀는데 개중 약간 비싼 걸 샀더니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냥 토마토보다 확실히 썬드라이드 토마토를 넣으니 풍미가 배가된다. 하긴 올리브유가 들어가니 당연히 더 맛있겠지(칼로리 업 ㅠㅠ + 모짜렐라 생치즈도 넣었음)
오늘은 방울토마토가 없어서 오렌지로 대체. 주말에 큰맘먹고 스페인 오렌지 여러개 들어 있는 거 한봉지 샀었다. 내 위장으로는 오렌지 두어개씩만 사서 먹으면 일주일 동안 먹는데 여기는 낱개로 파는 곳도 없고 비싸다... 요즘 비타민 c 부족인지 또 입안에 염증이 나서 그냥 샀다. 오렌지를 귤보다 더 좋아하는 입맛이다.
피자 아니고 오믈렛입니다 흐흑...
오후에는 내내 제5도살장 다시 읽으며 차 우려 마셨다.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사왔던 타르트 중 남은 체리 타르트.
나는 이 찻잔을 꺼낼때마다 춥고 습하고 칼같은 바람이 불던 12월의 어두컴컴한 페테르부르크가 떠오른다. 복직 며칠 전이었고 나는 충동적으로 짐을 꾸려 다시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었다. 나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이 찻잔은 그때 로모노소프 도자기 박물관에 갔을 때 거기 숍에서 산 것이다. 복직 이틀 전 나는 한국에 돌아왔다. 녹초가 되어 화정에 도착했고, 가방을 풀었고 3분의 1쯤의 짐은 그대로 좀더 작은 여행가방으로 밀어넣었다. 그 안에 이 잔도 있었다. 에어캡에 싸인 채. 나는 짐가방을 끌며 2집으로 내려왔다. 가방보다 더 무거운 마음으로. 앞날이 어떻게 될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았다. 매우 불행했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회사 동료가 쓰다가 이사가면서 나에게 넘기고 간 2집에 와서 청소를 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복직 전날 이 잔을 꺼내 차를 우려 마셨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되뇌면서 차를 마셨지.
뭐 어떻게든 되긴 되고 있다. 버티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잔을 꺼낼 때마다 그때가 생각난다. 겨우 반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나는 이 잔을 무척 좋아한다. 정말 내 타입이라서 :)
이 찻잔의 이름은 비류자. 터키석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오늘 하루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