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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군 끝에 오늘은 좀 느슨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주를 돌이켜보니 월요일에 설명회 행사를 치르고 밤에 2집으로 기차 타고 내려가고, 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까지는 본사에서 죽어라 일하고, 목요일 오후에 다시 기차 타고 화정에 올라왔다. 그리고 금요일에 비행기 타고 프라하에 왔고. 토요일에 돌아댕기고 일요일인 어제는 버스 타고 외국(!) 독일의 드레스덴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저질체력의 토끼에게 이것은 대단한 일~!! 그런데 신기한게 여행을 가면 이런게 평소만큼 힘들진 않단 말이지. 역시 좋아서 하는 것과 돈벌려고 하는 것은 달라!!!



..



오늘은 근 여덟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쭉 잤음 좋았겠지만 역시나 자다깨다 ㅠㅠ 하여튼 아침에 깬 후에도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조식 시간을 흘려보냈다. 너무 귀찮기도 했고 에벨의 맛있는 모짜렐라 루꼴라 베이글도 먹고팠다.


어제 드레스덴에서 크루아상 한개, 점심으로 비엔나 슈니첼과 감자샐러드, 차랑 딸기케익을 먹은 후 프라하 돌아와서는 미니사과를 한개 먹고 잤는데 많이 걸었기 때문인지 아침에 깼을때부터 배가 무지 고팠다. 그러나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는 또 귀찮... 하긴 난 그 훌륭한 아스토리아 호텔(프라하 말고요 ㅠㅠ 페테르부르크) 조식도 반타작밖에 못했었어... 게으름!!






10시 즈음 낑낑대며 일어나서 씻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후 반소매의 얇은 원피스와 샌들 차림으로 나섰다. 어제 드레스덴에도 이러고 갔어야 덜 더웠을텐데!!!! 이 원피스 챙기면서도 프라하에서 5월말~6월초에 이걸 입게 될까 싶었으나... 오늘 프라하 32도까지 올라갔음!!!!!!!! 여름 원피스 한두장 더 챙겨올걸!!!!! 챙겨온 건 거의 다 긴 옷인데!!!!!! (그러면 이것을 빌미로 여기서 가벼운 옷을 사면... 아 안돼....)



..





에벨에 갔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좋아하며 앉았으나... 오늘 햇살이 너무 따가운 관계로 그 자리에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볕이 잘 드는 자리라 좋긴 한데 블라인드가 없고 오늘은 정말 너무 더웠다. 그래서 슬퍼하며 아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앉아서 잘 살펴보니 터키블루 쿠션만 사라진 게 아니고 그거 놓여있던 의자도 바뀌어 있었다. 흐흑.... 그래, 그 쿠션 놓여있던 의자는 팔걸이가 제대로 없어 불편하긴 했었지.. 그치만 예뻤는데... 전체적으로 빨간색 계열인 에벨의 내부에 근사한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내던 터키블루 쿠션.. 흑...(좀 때타긴 했지만... 빨아서 잘 말리면 되지 않았을까요? 흑....)






오랜만에 모짜렐라 루꼴라 토마토 바질페스토 베이글을 먹었다. 오늘은 전보다 루꼴라가 조금 적은 편이었지만 역시나 맛있었다. 프라하에서는 아예 요리를 직접 해서 가게에서 사오지 않는 한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기가 힘들다. 음식들은 대체로 간이 짜고 육류 위주이다. 그래서 에벨의 이 루꼴라 잔뜩 올라간 바질페스토 베이글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



..





베이글로 아점을 먹은 후 아이패드 꺼내서 어제 드레스덴 스케치를 좀 했다.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안경 낀 금발 남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더니 '어떻게 그렇게 그리나요?' 라고 물었다. 영어였는데 영국 억양인 것 같았다. 인상이 좋았고 목소리가 다정했다.


'기술의 힘으로요' 라고 대답하자 남자가 막 웃었다. 그러더니 머리색을 절반 정도 칠해놓은 그림을 가리키며 '이게 당신인가요?' 라고 물었다. '저 맞아요. 닮았나요?' 라고 묻자 남자가 '닮은 것 같아요. 근데 옷차림이 다르네요' 라고 대답했다.


'어제였거든요' 라고 대답한 후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 금발 여인이 화장실에 다녀왔는지 옆테이블로 돌아왔다. 안경낀 남자의 아내인지 여자친구인 것 같았다. 나에게 '저 토낀 뭐야 -_-' 하는 눈초리를 보내더니 남자에게 '그만 가자!!'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먼저 휙 나가버렸다. 남자는 '만나서 반가웠어요' 라고 인사를 한 후 급하게 따라나갔다.


흑... 원래 이런 식으로 뭔가 괜찮은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 좀 괜찮은 느낌의 남자는 이미 다른 누군가의 남자... 남자의 남자든 여자의 남자든 하여튼...



..





에벨에서 나와서 하벨 시장 쪽으로 갔다. 너무나 체리를 먹고팠는데 근처 가게에는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벨 시장에서는 체리를 팔았지만 비쌌다. 200그램에 100코루나(거의 5천원!)나 주고 샀다. 이 시장 원래 비싼 건 알지만 그래도 빈정상함...


작년에 왔을 때 두번째 숙소가 이 하벨 시장 근처에 있었다. 바로 근처에는 안젤라또 분점이 있다. 안젤라또에 가서 그립던 스트라치아텔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진짜 더웠다. 얼굴이 벌겋게 익으면서 뜨거웠다. 골목들을 누비며 숙소로 돌아왔는데 호텔 근처에 있는 야외 전광판을 보니 32도였다!!! 끄악 너무하잖아!!!!!






...



호텔에 두시 좀 넘어서 들어왔다. 좀 쉬다 오후에 나갈 생각으로 화장을 지우진 않았는데 너무 덥고 끈적해서 샤워만 했다. 그랬더니 얼굴만 후끈후끈 ㅠㅠ 토너 미스트로 얼굴을 좀 식힌 후 에어컨을 틀고는 잘 정돈된 침대 시트 위로 기어올라가 맨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었다. 열이 좀 식었다. 그러다 결국 정해진 길로...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가 낮잠 잤음. 피로가 쌓여 있었으니 낮잠 잘 만도 하다. 한시간 좀 넘게 잤다. 엄청 달고 무겁게 잤다. 계속 자고 싶은 걸 꾹꾹 참았다.


여섯시쯤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기어나갔다. 더워서 나가기도 싫고 그냥 컵라면이나 먹고 때울까 싶었지만 물도 거의 떨어져 있었다. 나간 김에 좀 걸어서 코지 거리의 베이크숍 프라하에 가서 티라미수를 테이크아웃했고 근처 식료품점에서 물을 샀다. 그리고 오래 전 처음 프라하 왔을때 발견했던 중국집인 명월관이 호텔 근처라 거기 가서 마파두부랑 치킨탕수, 밥을 테이크아웃했다. 3년 전에 여기 머무를때도 종종 이렇게 사서 집에 가서 데워먹곤 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일곱시 넘어서 돌아왔는데 아직도 29도였다. 식당은 요리사가 바뀌었는지 마파두부에서 역한 고기 냄새가 많이 났고 치킨탕수는 간이 너무 짰다. 그래서 많이 못 먹었다. 두부만 뒤적뒤적 좀 건져먹고 치킨탕수는 많이 남겼다. 아까비... 다시는 거기 안가. 하긴 3년 전에 마지막으로 갔을때 양을 너무 적게 줘서 빈정상해서 다시 안간다고도 했었지.


(음식은 맛이 없었으므로 사진 안 올린다!)



..






디카페인 홍차 티백 우려서 차 한 잔 마시며 오늘의 메모 쓰고 있다. 체리랑 티라미수 곁들여서... 근데 맛없는 중국음식 때문에 배불러서 티라미수는 두세 숟가락만 먹고 도로 냉장고에 집어넣었음.



내일 오후에 료샤가 오기로 했다. 낑낑거리며 들고 온 맥심 모카골드를 꺼낼 때가 되었구나 :)



..




오늘은 어제의 절반 정도 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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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5. 29. 22:42

오늘 발견한 쪼끔 엽기적인 낙서들 2017-18 praha2017. 5. 29. 22:42




얘는 그래도 귀엽고...




악, 꿈에 나올까 겁나는 비주얼!!







구시가지 골목들에서 발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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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너무 피곤해서 밤10시 좀 넘어 정신 잃고 자다 3-4시간 후 깼다.



그리고는 시차 때문에 잠이 안와서 한시간쯤 뒤척이다 안대 쓰고 도로 잤고 두어번 자다 깨며 계속 잤다. 회사 꿈도 꿨고 동료 친구의 등에 찰싹 붙어 매달려 하늘을 날아서 강을 건너가도 했다 (뭐지.. 기생하고 있다는 무의식인가ㅠㅠ)



8시 반쯤 결국 일어나 샤워만 하고 퀭한 얼굴로 조식 먹으러 내려갔다. 어차피 간밤에 너무 피곤해서 짐을 안 풀고 잤으므로 화장을 할수도 없었음.





조식은 그럭저럭. 역시나 프라하 아니랄까봐 샐러드 야채 없고 생토마토 오이 파프리카가 전부임. 그래도 따뜻한 음식은 비슷한 급 호텔보단 나았다. 비록 전부 마요네즈로 버무려놓긴 했지만 콜슬로, 감자샐러드 등도 세 종류 있었다.
(4성이라 돼 있지만 이 동네 4성은 그냥 3성이고 이 호텔은 건물도 내부도 특히 공산주의 시대 느낌 물씬)


그런데 커피와 과일차와 녹차는 있으나 홍차가 없다는 놀라운 사실!!!



..



먹고 방에 올라와서 드디어 가방을 대충 풀었다. 화장을 하고 열한시 쯤 호텔을 나섰다.

바로 옆에 스튜던트 에이전시 회사가 있어서 드레스덴행 버스표 끊으러 갔는데 토요일이라 노는 거였다!! 악, 그렇구나 오늘 토요일이구나!!!



일단 카페 에벨에 가기로 했다. 이번 숙소는 아녜슈카 수도원 근처인데 중심지에선 좀 떨어져 있고 에벨까지도 꽤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햇살이 매우 뜨거웠다. 신기한게 이 동네는 예전에 쥬인이랑 7월에 왔을때보다 작년 9월초와 지금 5월말이 더 더워!! 더워서 긴팔 카디건은 곧 벗어서 가방 속으로...



(걷다가... 딱 내 취향의 풍경이라 찍음. 해골이랑 꽃 ㅎㅎ)



...




구시가지 골목들 여기저기 쑤시고 걷다가 천천히 에벨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신기하게 사람이 없어서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다시 에벨에 앉아 차를 마시니 좋았다. 에벨 사진은 앞에 따로 올렸다.



..




차를 마신 후 무스텍 역까지 걸어갔다. 전에 인터넷으로 비엔나행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표를 끊었을때 출력을 안하고 아이패드에 담아 갔더니 확인할때 불편하기도 했고 인터넷 되는 숙소까지 가는것보다 무스텍에서 플로렌스까지 다녀오는게 동선이 나아서.



그런데 내일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드레스덴 아침 버스표는 다 매진이고 새벽 6:30 표만 있었다!! (두시간마다 있음) 본의아니게 일찍 일어나는 새, 아니 토끼가 될 예정! 뭐 드레스덴 안가봤으니 일찍 가서 구경 많이 하지 뭐.

내게 드레스덴은 <1. 도자기, 2.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 이 두 가지가 떠오르는 곳이다. 가서 찻잔 지름신 오면 큰일나는데 ㅠㅠ


당일치기 왕복표를 끊은 후 다시 지하철 타고 무스텍역으로 왔고 거기서 천천히 걸어서 숙소까지 오니 오후 두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좀 쉬었고 어제 입고 온 옷 빨래를 좀 했다.





* 대체 물이 몇병이냐~ 라고 하신다 해도... 이 물 이틀도 못갑니다 ㅠㅠ 숙소 근처 가게에는 2리터들이 물을 팔지 않는다. 1.5리터는 너무 금방 마시는데 -_-



..




세시 좀 넘어서 다시 기어나옴. 내일 새벽에 나가야 하니 오후 산책과 좀 이른 저녁 먹고 들어와 쉬려고.



하슈탈스카에서 시작해 요세포프 쪽으로 걸어나와서 좀 돌아다니자 결국 구시가지 광장에 도착. 사람들 바글바글. 오를로이 천문시계는 수리중.


프라하에 자주 온데다 몇달 살기도 해서 바글거리는 구시가지광장, 카를로바 골목, 카를교는 가급적 피하는 곳인데 지금 숙소는 어딜 가려면 이 광장을 통과하는게 빠른 길이네...









광장에서 트르들로 한개 사먹었다. 같은 가판대인데 전만큼 맛있지 않았다. 주인 바뀐듯. 먹다가 목이 메어서(물을 방에 두고 옴!) 비둘기들한테 좀 나눠주었다.



틴광장과 운겔트에 갔다. 예전에 좋아하던 곳인데 거기 있는 보타니쿠스가 이제 중국인들 필수관광코스가 돼버려서 엄청 바글거리고 시끄러웠다ㅠㅠ 작년에 중세 유리잔 샀던 가게도 보타니쿠스가 확장해 접수했다. 슬픈 눈으로 외국 자본에게 잠식당하고 장사 안된다고 중얼대던 그 가게의 키 큰 주인이 떠올랐다.



돌아 나와서 이른 저녁 먹기로 하고 광장 근처의 믈레니체에 옴. 네시 좀 넘어 왔더니 자리 많다. 근데 분명 작년에 난 여기서 치킨 슈니첼을 먹었는데 그 메뉴 없어졌어ㅠㅠ 그거 맛있었는데... 돼지 알레르기 발현 이후 믈레니체의 돼지립도 못 먹고 흑... 그래서 그냥 허브닭가슴살과 야채구이 시켰다. 덥고 목마르고 게다가 프라하니까 엄청 맥주 마시고팠지만 꾹 참고 탄산수 마셨다.





..




먹고 나서는 들로우하 거리와 하슈탈스카 거리를 쭉 따라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6.8킬로 걸었다. 그깟 6.8킬로라니 하실지도 모르지만 평소 책상물림 토끼에게는 어마어마한 거리!!!! 다리 욱신욱신!!!!!



씻고 나서 이제 사진 정리하고 있음. 오늘은 9시에 자는 게 목표!!!! 내일 새벽 버스 타러 나가야 한다. 햇볕 많이 받으며(한달 동안 받을 햇볕 오늘 하루에 다 쬔 듯) 많이 걸었으니 꿀잠이 올거라고 최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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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5. 27. 22:01

에벨, 다시 돌아온 프라하 2017-18 praha2017. 5. 27. 22:01





조식 먹고 나가서 제일 먼저 카페 에벨에 갔다. 이번 숙소는 아녜슈카 수도원 근처인데 에벨에서는 꽤 떨어져 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골목들 쑤시고 돌아다니며 걸어가서 한시간 정도 걸렸다. 빠른 길로 가면 2~30분이면 갈 것 같다.



정오 좀 안되어 도착했는데 딱 한 테이블 있던 손님들이 곧 일어섰기에 나 혼자였다. 토요일 정오에 에벨에 나 혼자라니!!! 이런 놀라운 일이!!!!



고적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정오가 되자 근처 사원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척 행복했다.







에벨은 여전했다.


하지만 메뉴판이 바뀌었고 전에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를 주문하면 하니 앤 손즈 티를 주었는데 이제 브랜드가 바뀌어 있었다. 바뀐 쪽이 더 좋다.






이곳의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채들을 그리워했었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색깔들이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좋아했으나 예약되어 있어 이 자리 못 앉음. 근데 왼편 저 좌석에 항상 깔려있던 터키블루 방석이 없어졌다 ㅠㅠ 때타서 버렸나? 나 그 방석 좋아했는데... 점원에게 그 터키블루 방석 어디 갔냐고 물어봤는데 새로 온 점원이라 잘 모른다고 하는 걸 보니 방석 이제 없나봐 앙앙... 다음주에는 주인이 온다고 했으니 주인 아주머니 오시면 방석 어디갔냐고 물어봐야지.



...



날씨는 하늘 파랗고 햇볕 쨍쨍. 27도라고 하는데 되게 뜨겁다. 좀 걷다가 카디건 벗어버리고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나다녔다. 에벨에서 나와 플로렌스 터미널에 가서 표를 끊은 후 잠깐 숙소로 돌아왔다. 조금만 쉬다 나가서 산책하고 이른 저녁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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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5. 27. 10:03

토끼, 왕관 + 2017-18 praha2017. 5. 27. 10:03







아악 자다가 시차때매 4시간만에 깨서 못자는중!! 안대를 쓰고 다시 자보겠다.. 꿀잠이여 오라!!!


아까 물 사고 들어오는 길에 발견한 창문의 토끼 무늬. 그리고 왕관과 임모탈! 낙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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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5. 27. 05:14

다시 프라하 옴 2017-18 praha2017. 5. 27. 05:14











작년 9월에 3주쯤 머물렀으니 근8개월만이다. 숙소는 그럭저럭 좀 소련 느낌 나지만 아녜슈카 수도원에서 가깝다. 물 사러 나가서 잠깐 산책하고 들어옴.


이제뻗어야겠다. 한국시간으로 치면 밤샜어 아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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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9. 21:08

여름에 다시 가서 걷고 싶다 2016 praha2017. 4. 19. 21:08




프라하. 작년 9월. 말라 스트라나.


요즘 부쩍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몇년 전에도 그렇고 작년에도 그렇고 프라하는 내가 무척 힘들때 가서 머물렀던 곳이고 있을 때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실은 알게모르게 무척 위안이 되었던 곳이라 그런가보다. 나에게 프라하는 언제나 머물 때는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치유의 공간이었다.


여름에 다시 가서 저 골목들을 걷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음. 워낙 바쁘기도 하고... 지금 회사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보니 과연 내가 원하는 시기(6월)에 자리를 비울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유리지갑은 뭐 포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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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4. 12. 21:23

석양 무렵의 프라하 2016 praha2017. 4. 12. 21:23




작년 9월.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에 머물 때였다. 캄파 공원 쪽으로 해서 석양 보러 갔었다. 잠깐 카를 교도 거닐고. 










엄청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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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0. 21:34

로레타 사원 앞에서 잠시 2016 praha2017. 4. 10. 21:34




작년 9월. 프라하.


작년에는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고 어떻게든 스스로를 주워모으고 일으키기 위해 거의 무의식적으로, 혹은 자력에 이끌리듯 바깥으로 나다녔다. 새로운 곳에 가지는 않았다. 이미 익숙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이방인으로 있을 수 있는 곳. 동시에 무척 사랑하는 곳.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에 가서 몇주씩 머물렀다.


여기는 프라하. 로레타 성당 앞 돌계단에 잠시 앉아 지친 발을 쉬는 중이었다. 햇살이 쨍했고 상당히 더운 날이었다. 비둘기 한 마리가 어정거리며 다가왔다. 빵조각이라도 먹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나는 목말라서 물만 마시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주자 '그럴 줄 알았다~' 하며 시크하게 지나쳐감






아픈 발을 좀 쉬고 물을 마신 후 이 문을 통과해서 티켓을 사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이다. 이 사원 자체보다는 이곳의 종소리를 좋아한다. 프라하에서 딱 한 곳만 가라고 하면 카페 에벨이고 두 곳을 가라고 하면 카페 에벨과 이곳이다. 여기서 종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가슴 벅찬 일이다. 이곳의 종소리를 듣고 있으면 상처가 치유되는 기분이다.




여기 종소리 cd도 사오긴 했는데 역시 파란 하늘 아래 울려퍼지는 라이브 종소리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그래도 아름답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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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3. 30. 22:34

2016 praha2017. 3. 30. 22:34

 

 

새는 멀리 떨어져 홀로 있었다. 마치 오래되고 유명한 시에서 나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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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3. 24. 21:24

파편 2016 praha2017. 3. 24. 21:24




프라하. 9월. 레기 교 따라 걷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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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3. 20. 22:15

모스크바 요양소, 재판 about writing2017. 3. 20. 22:15

 

 

아래 발췌한 글은 이전에 가끔 올렸던 미샤의 수용소 이야기 일부이다. 소설은 레닌그라드 수용소의 1부, 모스크바 요양소의 2,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수용소 간수 흘레브니코프, 2부는 미샤의 후원자인 정치가 게오르기 벨스키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고 3부는 미샤의 친구인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한다. 1~3부 모두 토막토막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아래 글은 2부의 거의 도입부이다. '거의'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이 앞에 벨스키와 요양소장이 나누는 대화가 몇장 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정치가이자 미샤의 예술적 후원자 중 하나인 게오르기 벨스키가 미샤의 병실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들이다.

 

게오르기 이바노비치는 벨스키의 이름과 부칭이다.

 

게르만 알렉세예비치는 스비제르스키의 이름과 부칭이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전에 여러번 발췌한 적이 있다. 역시 정치가로 미샤의 후원자이며 벨스키와는 달리 미샤와 끈끈하고 격렬한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 이름과 부칭을 함께 부르면 존칭의 의미가 된다.

 

 

..

 

 

내가 그를 수용소에 보내고 어둠 속으로 밀어넣고 고통을 겪게 한 것은 그때 그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내가 그때 써야 했던 것이 그런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접근방법은 무수하게 달라질 수 있다. 문체도, 시점도, 심지어 사건이나 플롯, 슈젯조차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직은.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햇살이 밝고 뜨거운 여름 오후였지만 병실은 서늘했고 어둑어둑했다. 창문은 커튼으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고 불도 꺼져 있었다. 모이세예프는 스위치를 올려 천정의 등을 켰다. 밝은 빛이 몰려들어오자 담당 의사인 올가 파나예바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지만 벨스키 쪽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이세예프는 곧 나갔지만 파나예바는 병실에 남아 있고 싶어 했다. 벨스키가 단독 면담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자 그녀의 표정이 조금 더 일그러졌다.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파나예바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 10분. 더는 안 됩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앉거나 피부 접촉을 하지 마세요. 심문이 아니라 순수한 면담이라고 하셨기 때문에 허가해 드리는 겁니다. 다그치거나 소리를 지르셔도 안 됩니다. 아직 정상이 아니에요. 저는 문 밖에 있을 테니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보이면 부르세요. ”

 

 

 게오르기 벨스키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파나예바를 응시했다. 그녀는 일반적인 의사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다, 마치 아픈 자기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처럼 굴었다. 하긴 이전에도 미샤는 많은 여자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으므로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벨스키의 아내도 미샤를 좋아했다. 미샤가 볼쇼이에서 춤췄던 77년에는 한 달에 두 번 가량은 그를 집으로 불렀고 직접 저녁을 만들어 먹이기까지 했다. 정작 친아들 두 명에게는 그렇게 살갑게 대한 적이 없었으므로 벨스키는 그녀가 뒤늦게 젊은 무용수를 향한 사랑에 빠졌다고 놀리곤 했었다.

 

 

 “ 당신은 이해 못해요. 걔에게는 엄마처럼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해요. 제대로 된 가족의 사랑도 못 받고 컸으니 안됐잖아요. ”

 

 “ 레닌그라드에 어머니가 있는데. ”

 

 “ 어릴 때부터 기숙학교에 있었잖아요. 형제도 없고. ”

 

 

 그는 아내가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는 크레믈린이나 정치국, 의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결코 집에서 말을 꺼내지 않았고 아내도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간섭하거나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아내가 분명히 한 마디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심지어 벨스키는 그녀가 낮게 숨을 몰아쉬며 ‘오, 이 가엾은 것. 어쩌면 좋아’ 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얼핏 들었던 것 같았지만 물론 모른 척하고 지나쳤다.

 

 

 파나예바는 거의 연극적 제스처에 가까울 정도로 두드러지게 손목을 들어 올려 시계를 보더니 병실을 나갔다. 그녀는 문을 닫지도 않았다. 아마도 고의적이었을 테지만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이세예프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문을 밀어 닫았다.

 

 

 미샤는 몸을 반쯤 일으킨 채 고개를 창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벨스키가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문가 쪽으로는 눈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침대 등받이가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는데다 가슴에 띠가 채워져 있는 것을 보니 스스로 몸을 일으킨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마비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자세를 바꿔주고 있는 것 같았다. 다리는 모포에 덮여 보이지 않았지만 윤곽을 보니 왼쪽 무릎을 세우고 있는 듯 했다.

 

 

 벨스키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이름을 불렀을 때에도 미샤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목소리를 조금 높여 이름과 성을 함께 부르자 미샤가 어깨를 희미하게 움찔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벨스키는 굳이 모이세예프나 파나예바의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미샤가 어떤 모습일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전에도 약물 쇼크를 일으켜 며칠 동안 사경을 헤맸던 환자를 본 적이 있었다. 게다가 사진. 그 문제의 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에서 그는 눈을 감고 있었고 전혀 의식이 없었다. 벨스키는 차라리 사진이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완전히 텅 비고 초점이 없는 눈을 마주하자 잠깐 욕지기가 일었다.

 

 

 “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군. 날 알아보겠나? ”

 

 “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

 

 

 미샤가 그의 이름을 천천히 발음했다. 말을 한다기보다는 음절을 조약돌처럼 내뱉었지만 그렇게 끔찍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여전히 나직하고 부드러운 저음으로 말했다. 다만 훨씬 작고 약하게 속삭였을 뿐이었다. 스카프를 입에 대고 말하는 것 같았다.

 

 

 “ 그래도 눈이 보이긴 하는 것 같군. 다행인데. ”

 

 

 “ 목소리를 아니까요. ”

 

 

 미샤가 벨스키 쪽으로 몸을 좀 더 돌렸다. 느리게 감기 버튼을 눌러놓은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세워 똑바로 앉으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벨스키는 어깨를 잡아주려다 파나예바의 경고를 떠올리고 한 발짝 물러나 의자에 앉았다.

 

 

 “ 아니, 그냥 기대 있는 게 좋겠는데. 의사가 억지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하더군. ”

 

 

 미샤는 그 말을 무시하고 결국 똑바로 일어나 앉았다. 무리한 움직임 때문에 창백했던 얼굴에 희미한 핏기가 돌았지만 곧 사라졌다. 벨스키는 침대에 고정된 띠가 가슴을 팽팽하게 압박할 것을 우려해 고리를 풀어주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너무 야위어서 마음만 먹는다면 띠에서 그대로 빠져나와 바닥에 내려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왜 오신 거죠? ”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도 미샤 야스민은 여전히 단도직입적이었다. 벨스키는 총살대나 전기의자에 끌려가도 그런 식으로 굴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최근 그가 받았던 약물 교화를 생각하며 말을 바꿨다.

 

 

 “ 모이세예프가 아무 말 안 해주던가? ”

 

 “ 그게 누구죠? ”

 

 “ 여기 소장. ”

 

 “ 소장 이름은 글루크인데. ”

 

 

 벨스키는 잠시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 여긴 레닌그라드가 아니야. 일주일 전에 모스크바로 옮겨왔잖아. 수용소가 아니라 요양소야. 기억 안 나나?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여자는 자네 담당 의사고. ”

 

 “ 올가예요. ”

 

 

 미샤가 잘못된 문법을 정정해 주듯 참을성 있고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 그래, 올가. 글루크의 수용소에 여의사가 있을 리가 없잖아. ”

 

 “ 왜 모스크바에 와 있지? ”

 

 

 미샤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오른손을 이마에 갖다 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는 무대 위에서 발레리나를 상대로 마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벨스키는 그의 왼팔이 아무런 힘도 없이 베개 위에 늘어져 있는 것을 보면서 모이세예프가 마비 증세에 대해 꽤 교묘하게 설명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른팔은 제대로 쓸 수 있다고 했지만 왼쪽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다리를 움직일 수는 있지만 일어서거나 걷지는 못한다고 했다. 아마 혼자서 몸을 완전히 뒤집을 수도 없는 상태인 것 같았다.

 

 

 “ 자네 아주 아팠었어. 며칠 의식이 없었지. 스비제르스키 의원이 센터에 들렀다가 그걸 보고 이쪽으로 옮긴 거고. 그 얘기는 못 들었나? ”

 

 

 그 이름을 듣자 미샤가 눈에 띄게 몸을 움츠렸다. 멍하게 눈을 깜박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꿈이었던 것 같은데. ”

 

 “ 혼수상태였으니까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 ”

 

 “ 함께 오셨어요? ”

 

 “ 아니. 게르만 알렉세예비치가 오는 편이 더 좋았을까? ”

 

 

 미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팽팽하게 당겨졌던 입술이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니 안도한 것 같았다. 벨스키는 그 건방진 젊은이가 누군가를 두려워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런 기색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는.

 

 

 “ 왜 오셨어요,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

 

 “ 파리 때문에. 그 외 다른 문제도. ”

 

 “ 파리? 모스크바라고 하셨잖아요. ”

 

 

 벨스키는 언제까지 미샤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엉망으로 뒤엉켜 있는 머릿속에 간단하게 정보들을 밀어 넣기로 했다.

 

 

 “ 여기 오기 전에. 글루크가 있는 수용소에 가기 전에. 파리에 갔었잖아. 그 니진스키 트리뷰트 때문에. 그 전에는 뉴욕에 갔었고. 자네 그 파리에서 도망쳤었잖아. 그래서 문제가 생겼지. 돌아와서 재판 받았잖아, 그래서 그 수용소로 보낸 거고.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두어 차례 휘저었다. 눈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흔들자 거무스름한 멍들로 뒤덮인 목덜미가 드러났다. 맞아서 생긴 상처 같지는 않았다. 그곳을 맞았다면 쇄골이 부러졌을 터였다.

 

 

 “ 도망치지 않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러 갔었을 뿐이에요. ”

 

 

 갑작스럽게 미샤가 아주 또렷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비공개 재판에서도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를 변호하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미샤는 직접 변론을 했다. 극장 동료들 몇몇이 유리한 증언을 해주려고 자원했지만 모두 자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석을 금지 당했다. 벨스키는 그 재판의 일지와 보고서를 훑어보았지만 중간 쯤 읽다가 그만두었다. 미샤의 변론 대부분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고 그나마 끝까지 이어지지도 않았다. 재판관이 그의 발언을 중단시킨 후 휴정을 선언했고 30분 만에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그런 종류의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도망친 거였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군. 자네 소환됐을 때 파리에서 시끌시끌했던 건 생각나나? 호텔 앞부터 공항까지 피켓 시위자들이 몰렸었지. 기자들도. 자네 가고 나서 그 시위가 좀 커졌거든. 게다가 이상한 오해가 생겼지. 헛소문이 퍼져서 상황이 좋지 않았어. ”

 

 “ 무슨 소문이요? ”

 

 “ 뻔하잖아. 자넬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처박았다는 얘기. 벌써 루뱐카에서 총살했다는 얘기.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들. ”

 

 “ 그게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예요? ”

 

 

 미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 듯 점점 어깨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볼품없이 들쭉날쭉 잘린 검은 머리칼이 한 움큼 이마 위로 흘러내려왔다.

 

 

..

 

 

 

 

 

 

이 면회 후반부의 대화를 약간 발췌한 적이 있다. 그건 여기 :

http://tveye.tistory.com/5589 (체제의 이름, 비행사, 천사 이름 붙은 도시)

 

 

..

 

 

맨 위 사진은 프라하 성 이르지 성당. (성 게오르기)

아래 사진은 프라하 아녜슈카 성당 사진. 둘다 작년에 내가 찍은 것.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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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15. 22:24

말라 스트라나, 프라하 2016 praha2017. 3. 15. 22:24

 

 

 

 

 

작년 9월.

 

아, 너무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사라지고 싶다. 골목 여기저기 쏘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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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3. 20:59

물과 빈 병 2016 praha2017. 2. 23. 20:59



작년 9월. 프라하 성. 황금 소로 쪽으로 걸어가다가.


한쪽에서는 오래된 파이프로부터 물이 흘러나와 꾸준히 조금씩 쏟아지고 있었는데 그 옆에는 텅 빈 콜라병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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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일과 사람 때문에 힘든 날이었기 때문인지 격렬하게 혼자 돌아다니는 여행의 순간이 그리워졌던 하루였다.

작년 9월. 프라하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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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8. 22:07

밝고 따스한 창가에 앉아 있고 싶다 2016 praha2017. 2. 8. 22:07

 

 

 

프라하. 9월. 

말라 스트라나, 우예즈드. 

카페 우 즐라테호 프스트로사.

 

..

 

지치는 날이다. 빛이 들어오는 따스한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고 뭔가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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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4. 18:12

멋진 빨강 2016 praha2017. 2. 4. 18:12

 

나는 기본적으로 강렬한 색상들에 끌리는 편이다. 물론 톤다운된 푸른색이나 녹색 계열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색은 언제나 붉은색과 검은색이었다. 그래서 (나혼자) 이 두 색깔을 나의 시그니처 칼라라고 우기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도 빨간색이 보이면 꼭 돌아보곤 한다.

 

사진은 작년 가을. 프라하 거리 산책하다가 발견한 멋있는 두개의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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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29. 22:51

2016 praha2017. 1. 29. 22:51

 

 

 

지난번 페테르부르크에서 날아가던 새 사진(http://tveye.tistory.com/5753)에 이어.

이건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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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25. 22:24

알록달록 동글동글 2016 praha2017. 1. 25. 22:24

 

 

 

프라하. 9월. 두번째 숙소 근처에는 사탕 가게가 하나 있었다. 지나갈때마다 창 너머로 알록달록 동글동글한 사탕들을 구경하곤 했다. 사탕을 즐겨 먹는 편이 아니어서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바깥에서 화려한 색깔들과 다채로운 모양들을 구경하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각종 사탕을 고르면서 웃고 있는 사람들을 힐끗 보는 것도 좋았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줄서 있는 사람들을 볼때처럼, (그리고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선 나도 종종 줄을 섰지. 사탕은 그냥 그렇지만 젤라또는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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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23. 22:17

부드럽고 진한 녹색 2016 praha2017. 1. 23. 22:17

 

 

프라하. 흐라드차니.

 

2016년 9월.

 

..

 

너무 바쁘고 정신없고 피곤하고 춥다. 빛도 많고 따뜻하고 밝았던 때를 떠올려보며 눈도 식히고 마음에도 작은 위안을... 이때 많이 걸어다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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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 나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지금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는 듯... 갑자기 이렇게 아무데나 막 낙서 스티커 수십수백장을 손에 잡히는대로 막 랜덤으로 덕지덕지 붙이며 쏘다니고 싶다...


사진은 9월,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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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프라하. 구시가지 산책하다가. 색깔 때문에 찍었음.


하루하루 아주 작고 작은 얼룩이나 점이라도 좋으니 일상 속의 자신을 흔들어놓는 강렬한 색채를 잠깐이라도 느끼고 싶다.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그게 정말 색채이든 말이든 글이든 스쳐가는 미소든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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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5. 16:15

프라하 전경, 흐라드차니에서 2016 praha2017. 1. 15. 16:15

 

 

9월. 로레타 사원에서 종소리 듣고 스트라호프 수도원 들렀다 내려가는 길. 흐라드차니 언덕길 따라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 세 장.

 

 

 

왼편에 삐쭉 솟아 있는 게 프라하 성과 성 비투스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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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블타바 강.

 

구시가지에서 카를교를 건너 캄파 쪽으로 가면 백조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는 곳이 있어 이따금 백조 구경하러 가곤 했다. 백조는 가까이서 보면 엄청 크고 엄청 꾸불텅거리고 생각보다 안 하얗다. (이건 양이랑 좀 비슷하네)

 

이렇게 사진만 보면 우아한 백조의 호수... 백조 보러 관광객들도 많이 오고 사진도 많이 찍는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우리 청둥오리들~~~ (사실 나는 청둥오리를 더 좋아한다. 더 예쁘고 귀엽고 친근해서)

 

오리들 : 백조고 뭐고~ 우린 오리들~~ 우리도 여기 있지롱~~

 

 

우리는 백조고 뭐고 신경 안쓰고 우리끼리 잘 놀고 잘 헤엄치고 잘 먹는다~~~

 

 

 

백조 저것들 모가지만 길고 꾸불텅한게 무슨 매력이야 자고로 우리 청둥오리들처럼 아담하고 귀엽고 머리도 초록색이고 몸도 알록달록해야 제맛이지~~~

 

지나가던 백조 : 오리들아 나도 좀 끼워줘...

 

** 건너편 강변에는 백조는 거의 안 오고 오리들 천지이다. 오리들은 어디에나 모여서 동동 떠다니는데 어느날 보니 길잃은 백조인지 아웃사이더인지 미운 오리새끼인지 백조 한마리가 자꾸 오리들 곁을 맴돌며 따라다녀서 웃은 적이 있었다.

그때 사진이랑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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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프라하.


요세포프. 베이크숍 프라하에서 차 마시며 케익 먹다가 창 밖을 보니 바로 앞 벤치에 이렇게 두 명의 금발 여인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외모 자체는 거의 닮지 않았지만 비슷한 색채의 곧은 금발 때문인지 둘은 꼭 자매처럼 보였다. 


돌아와서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금발의 두 여인은 자매처럼 보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단편을 써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첫 문장 외엔 아무런 것도 떠올리지 않았다.


사실 그 상태가 좋을 때도 있다. 묻어둔 문장들. 하나씩 간직한 문장들은 무수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문장들이기 때문이다. 그 문장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어떤 이야기로든 변화할 수 있다. 단 하나의 문장은 마치 하나의 알처럼 미지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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