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8. 15:05
오랜만에 꺼낸 찻잔, 조셴코, 토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19. 6. 8. 15:05
이 찻잔은 근 십년 전쯤 쥬인과 도쿄에 놀러갔을 때 기치조지 시장의 어느 그릇가게에서 산 것이다. 자잘한 일본풍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푸른색 찻잔인데 우리 집에 있는 몇개 안되는 커플 찻잔이다.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 찻잔을 살때도 하나씩 사는 편이고 그외에도 뭔가 짝 맞춰 늘어놓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도 해서. 그런데 이때는 쥬인이랑 같이 살 때라서 당연하게 한쌍으로 샀었다.
찻잔이 작고 무늬나 색깔, 도자기 두께도 홍차보다는 녹차에 어울리는 편이다. 그리고 사실 내 취향은 좀더 화려하고 선명한 쪽에 가까워서 이 찻잔은 진짜 오랜만에 꺼냈다. 오늘은 무슨 잔으로 마실까 하고 장 안을 훑어보다 안쪽에 겹쳐져 있는 이녀석을 발견, 맞아 이거 그때 쥬인이랑 쥬인 친구랑 셋이 기치조지 갔다가 그 그릇가게에서 샀었지 하며 꺼내보았다. 마침 오늘의 티푸드도 오설록에서 사온 녹차 롤이라서 어울릴 것 같았음.
며칠 전부터 다시 읽고 있는 미하일 조셴코의 되찾은 젊음. 이 작품은 그의 일반적인 풍자 유머 미니단편들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른데,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작품의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그 시대에 인텔리겐치야 작가로서, 그것도 웃음을 다루는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최고의 유머와 풍자작가이지만 동시에 그는 가장 우울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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