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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27. 23:49

항상 떠나고 싶으니.. 2016 petersburg2017. 3. 27. 23:49




작년 12월.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사진들 몇장















몸이 아플 때도 안 아플 때도 항상 떠나고 싶으니 현실에 불만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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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




새벽에 깨서 뒤척이느라 대여섯시간 쯤 얕게 자고 조식을 먹고 나머지 가방을 꾸린 후 체크아웃을 했다. 며칠동안 숙소에 정이 들었는지 섭섭했다.


안녕, 아스토리아. 잘 쉬다 가요.


..


예약한 택시를 타고 풀코보 공항에 왔다. 료샤가 태워다 주려 했으나 오늘도 오전에 아빠가 미팅을 잡아서 거기 가야 한다고 툴툴댔다. 그래서 어젯밤 작별인사하고 오늘은 전화만 했다.


..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 가는 국내선 아에로플롯은 하나도 연착 안하고 잘 도착. 그런데 짐을 다시 찾아 도로 부쳐야 해서 피곤했다. 모스크바에 내리자 눈이 또 펑펑 내리고 있었다.


체크인과 짐부치기를 완료한 후 패스포트 컨트롤과 검색 마치고 게이트 부근에 왔다.


모스크바 공항은 올때마다 넘 피곤하다. 그리고 여기도 새로 증축한 터미널임에도 불구 면세도 약하고 먹을데도 별로 없다. 헤매다 파스타를 먹었으나 크림소스에 파르메산 치즈까지 범벅을 해줘서 엄청 느끼했다. 반만 먹고 남김.


초콜릿과 책이나 좀 살까 했으나 시내에서 팔던 가격의 두세배 붙어 있는거 보고 포기. 공항이라 해도 그렇지.. 행여 러시아 놀러 가실 분들, 기념품은 가능하면 시내에서 사세요. 공항은 비싸니까요.


이제 탑승한다.. 비행기 안 흔들리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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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페테르부르크 공항 카페에 좀 앉아 졸다가(정말 졸렸다) 국내선 타고 모스크바 도착. 모스크바가 지금 더 춥고.. 눈도 펄펄 내린다. 아 정말 모스크바랑 나랑 좀 안 맞아!!


대한항공 체크인 아직 시작 안해서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는 중. 빨리 짐 부치고프다. 전엔 돌아갈땐 페테르부르크에서 아에로플롯 타고 모스크바에서 갈아타도 짐은 인천에서 찾았는데 이번엔 짐 찾아 도로 부치라 함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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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 메모는 내가 6월 8일에 갑자기 페테르부르크로 떠나면서 모스크바 공항에서 환승을 기다릴 때 폰에 남긴 것이다. 그날 아침부터 공항에서 아에로플롯 모스크바행 탑승해 모스크바 쉐레메티예보 공항에 내렸을 때까지. 사진도 전부 폰으로 찍은 것이다. 경유를 해서 페테르부르크엔 밤중에 도착했고 한국 시각으론 다음날 새벽이었던 터라 완전히 녹초가 되어 쓰러졌기 때문에 그날 메모는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오늘 폰으로 찍었던 사진들 보다가 이 메모를 발견했다. 그때 기분이라든지 황망함 등이 여전히 느껴진다. 그때 메모와 사진들, 추가 메모 좀 올려본다.

 

위의 사진은 동네에서 인천공항 가는 버스 타고 그 안에서 찍은 것.

 

..

 

 

6.8 수요일

 



간밤에 가방 끌고 기차로 올라와 자정 다 되어 귀가. 빨래를 하고 가방을 꾸리고 자리에 눕자 새벽 두시 반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녹초가 되어 있었다.



1시 10분 비행기였지만 아에로플롯이라 사전좌석 지정이 안돼서 할수 없이 일찍 나섰다. 멀미와 비행공포가 있다보니 가급적 앞자리를 얻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7시 40분쯤 나왔는데 리무진 정류장까진 15분쯤 걸어야 한다. 가방이 무거워서 힘들다. 여름인데, 코트도 없고 먹을것도 거의 안챙겼는데 왜 이리 무겁나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여름이니 어차피 옷이 얇고 껴입으면 되지!' 하면서 옷을 여러벌 챙기고 기분전환을 위해 극장용 꽃무늬 원피스를 세벌이나 쑤셔넣고 올 6월 뻬쩨르 춥고 비온다 해서(작년 7월에도 고생했다) 트렌치코트도 넣었다..

 

그리고 급한 업무를 처리해주기 위해(나는 영원한 노예인가..) 노트북과 외장하드도 챙겨옴 ㅠㅠ




이와 관련해 매우 화나고 기분나쁜 일들도 있었고 어제까지 각종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건 마음이 좀 정리돼야 글로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도 현지 연락처와 주소까지 내놓으라는 톡이 왔다(더 웃긴 건 어제 이미 인수인계서에 넣어달라해서 넣어줬음)




책임감이나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결국 나에게는 전부 해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여튼 가방이 무거워서 그거 끌고 오다 횡단보도 앞에서 리무진 놓침. 가방 없었으면 뛰어서 탔겠지.. (나중에 짐 부칠때 재보니 20킬로나 나옴. 이건 대체 다 어디에서 온 무게냐ㅠㅠ 딱히 버리고 갈 것도 없는데 집에 갈때 어쩌지)



30분 기다려 리무진 버스 타고 공항 갔다. 내가 너무 멍하게 앉아 있느라 하마터면 두번째 온 버스도 놓칠 뻔 했다. 다행히 내 가방을 본 기사 아저씨가 버스를 세웠고 나에게 '그렇게 넋빼고 있으면 버스 놓치지!' 하고 한 마디 들었다. 세워줘서 고마워요... ㅠㅠ

 

 4시간쯤 자고 와서 너무 피곤했다. 돌이켜보면 일주일 이상 매일 3~4시간밖에 못 잤고 그나마도 자다깨다 했다. 휴일에도 내내 일했고 며칠마다 기차로 서울과 지방을 오갔고 무엇보다 심적으로 너무 큰 괴로움과 분노를 겪었다. 나도 사실 내가 무슨 힘으로 이렇게 가방을 꾸려서 삽시간에 떠나왔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건 '진짜로' 그만두고 떠날 용기는 없고 잠깐 그런 척 하는 치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혹은 도피. 그런데 정말 너무 괴로웠다.

공항 도착했는데 여태 항상 대한항공 타다 너무 급하게 끊어 표도 없고 해서 할수 없이 아에로플롯 끊었더니 카운터 열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심지어 모스크바 경유) 너무 배도 아프고 힘들었다. 기다렸다가 체크인을 했는데 이미 앞자리는 거의 없어서 중간에서 조금 앞줄, 중간열 통로를 받았다. 비행기가 흔들리지 않기만을 빌었다.




그리고는 배아파서 고생하고.. 대체 먹은 것도 별로 없고 항생제 때문에 배 아픈 거라 해서 약도 안 먹는데 왜 계속 아픈거야 ㅠㅠ

 

 

 

하여튼 수속을 마치고. 너무 속이 빈 상태라 어지러워서 푸드코트에 가서 새우완탕면이란 게 있길래 주문을 했다. 면에서 밀가루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새우만두만 건져먹고 국물만 좀 마셨다.

 

면세에서 그만 빨간 가죽 운동화를 지르고.. 어차피 가죽 해져서 버려야 하는 구두 가져왔으니 돌아올땐 그거 버리고 이거 신으면 된다고 정당화하며...

 

 

 

아에로플롯은 셔틀트레인을 타고 신탑승동으로 가야 했다. 인터넷 면세도 콩알만한거 세개 주문했는데 그거 찾으려고 면세품 인도장에 가니 너무너무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보따리보따리로 물건을 찾아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나중엔 토할 것 같았다. 어질어질...

 

 

 

힘든 상태로 비행기 탑승.




아에로플롯은 옛날에 탔을 때 너무 고생을 해서 경유 국내선 아니면 진짜 안 타려는 편인데 어쩔수 없이 처음으로 국제선 아에로플롯을 탔다. 국제선은 유럽인 사이즈인지 좌석이 대한항공보다 넓었다. 그러나 연착이 무려 1시간 30분이나 되었다... 모스크바에서 경유를 해야 하니 좀 걱정이었고 너무 피곤하니 차라리 빨리 좀 갔으면 싶었다.

 


 

 

 

나는 언제나 비행기를 탈때 생수 한병과 읽을 책 한권, 아이패드와 아이팟 겸용 폰을 꺼내놓고 나머지는 선반에 올려버린다.

 

 

 

 

아에로플롯 담요는 역시 보풀투성이...

 

하지만 슬리퍼와 안대는 의외로 쓸만했다. 슬리퍼는 대한항공 슬리퍼보다 조금 더 두꺼웠고 안대는 나중에 페테르부르크 숙소에서 백야 때문에 잠이 안 올때 유용하게 썼다. ktx 안대도 챙겨왔는데 이게 더 편했다.

 

 

 

 

늦게 이륙한 비행기 안에서 한시간쯤 음악 들으며 잤고 이후엔 깨서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를 다시 읽었다. 다시금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짐을 줄이기 위해 이 책 그냥 기내에 놓고 내렸다 ㅠㅠ 아, 이 책 다시 사야 하나...)

 

 

 

 

연착해서 한시간 반이나 늦게 출발한데다 기류 때문에 음료와 기내식 서비스도 늦게 시작되었다. 먹은 것도 별로 없고 피곤해서 너무 어지러웠다. 사과주스를 마셨는데 러시아인 스튜어디스에게 러시아어로 '사과주스 주세요'라고 하자 반가워하더니 나중에 따로 와서 내 이름을 부르며 아에로플롯을 이용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으음, 러시아가 변했나...

 

 

 

 

원래 기내식이라면 좋아해본 역사가 없고 아에로플롯이라 기대도 안했다. 게다가 저 끔찍한 비주얼이라니... 우웩.. 했으나, 의외로 맛있게 먹었다. 이제는 저게 고기였는지 생선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만... 하여튼 토마토 소스와 감자퓨레가 들어 있는 뭔가였는데 열심히 먹었다.

 

잘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몇주째 제대로 된 식생활을 한 적이 없었다. 회사에선 항상 급하게 옆회사 구내식당에서 식판밥으로 때웠고 늦게 들어가면서 집근처 한솥 도시락으로 때웠다. 주말에 화정 집에 와도 힘드니까 햇반이나 데워먹고 말았다. 그리고는 몸이 아파서 거의 못먹고 맛밤이니 뭐니 그런 거나 먹었고 바쁘거나 스트레스로 아예 먹지 못할때도 많았다. 그러니 저 끔찍한 기내식이 심지어 맛있게 느껴졌던 것이다.

 

고백하자면 저 기내식은 내가 몇주만에 먹은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다. 놀라운 일이다.

 

 

 

두번째 기내식으로는 더 끔찍해보이는 무슨 데리야키 치킨 누들 같은 것이 나왔다. 그런데 나는 심지어 이것도 맛있게 먹었다. 참 놀랍다... (내 식성이나 기내식 안좋아하는 거 아는 지인들이라면 깜짝 놀랄 듯)

 

아에로플롯 기내식으로 오예스가 나온다는 얘긴 들었는데 정말이었다. 저건 챙겨가서 다음날 너무 힘들때 먹었다.

 

 

 

 

아에로플롯에 기내 영화가 아주 많아서 좀 놀랐다. 여태 보고 싶었지만 못본것도 많았고(하긴 영화관과 담쌓고 지낸지 오래 됐으니...) 구비된 영화 숫자도 대한항공보다 많았다.



게다가 쥬랜더 2가 있었다! 이거 개봉했었구나 ㅠㅠ 우리 나라 왜 안들어왔니.. 보려고 했는데 영어 노어만 지원이 되었다. 너무 피곤해서 내용 모르는 영화를 외국어로 들으며 볼 여력이 없어 나중에 보기로 포기하고 대신 쥬랜더 1을 다시 봤다.




쥬랜더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우울할때 이 영화 보면 맘이 풀린다. 그 누가 데릭 쥬랜더의 블루스틸+좌회전+매그넘 콤보를 거부할수 있으리오.. 그리고 여기 명장면 중 하나에 데이빗 보위가 카메오로 나오셨다. 진짜 웃기고 재밌는 장면이다.

 

 

 

보위님...

 

 

 

그리고는 한시간 반 가량 졸았고 기내 잡지를 읽었다. 그러다 문화예술면에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기사 한 단을 발견하고 기뻐함. 인증샷. 그리스에 가서 마스터클래스 진행하고 공연했다는 기사와 함께 슈클랴로프가 바가노바 시절 사사했던 선생님 이야기, 당시의 힘들었던 수업이 지금 생각하니 다 필요했던 거라는 모범적인(ㅋㅋ) 인터뷰가 짤막하게 실려 있었다.

 

 

팬심을 발휘해 잡지를 찢지는... 못하고 인증샷만 찍어놓음

 

 

잡지 맨 뒷면에는 별자리 운세가 있었다. 이 달의 나의 운세를 읽었다. 나는 전갈자리이다. 운세를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와서 이것도 찍어놨다. 정확하네... 대충대충 번역하면 이렇다.

 

<전갈자리>

 

이번 달에 당신은 자주 말문이 막히고 대신 감정이 북받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충돌 상황으로 몰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타인이 끝까지 얘기하도록 놔두고 결론을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평온 유지를 위해 명상이 도움이 될 것이다.

 

... 흠, 하지만 난 이미 충돌을 일으켰고... 타인이 끝까지 얘기하게 놔두는 것은, 이건 완전히 반대 상황으로 그 상대방이 내 말을 아예 막았고 피했고... 결론이라기보단 행동을 급하게 해버렸지. 하지만 여기에 명상은 도움이 되지 않았지. 더이상 생각하거나 명상하거나 고민했다간 아마 안과 밖이 다 퍽 터져버렸을 테니까.

 

하여튼 전갈자리 얘긴 그랬다.

 

..

 

그리고 나는 예정 시각보다 한시간 늦게 모스크바 쉐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했다.

 

 

** 모스크바에서 페테르부르크 간 얘기는 내일이나 모레쯤 이어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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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