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수요일 밤. 마린스키 돈키호테, 슈클랴로프는 역시 근사한 남자, 보고 싶었던 분과 조우, 자고 먹고 해야 살아난다.. 2016 petersburg2016. 6. 10. 08:04
오늘의 주된 사건
1.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가 주역을 춘 돈키호테를 보았고 (그의 아름다움에 다시금 감탄하고 치유받음)
사진은 마린스키 좌석 앉아서 기다릴때, 프로그램과. 슈클랴로프 이름 찍어놓음. 이제 곧 떠날 사람이니 ㅠ
급하게 나가느라 내 오페라글라스 챙긴다는 걸 잊고 트렁크에 두고 왔다. 그래서 그냥 150루블 주고 빌림... 꽥 ㅠㅠ
근데 난 세월의 흔적 역력한 여기 오페라글라스 빌리면 옛 생각들 나서 또 좋다.. (메이드 인 소련 제품임!)
2. 그전 오후 늦게는 bravebird님과 아스토리야 호텔 앞에서 조우해 고스찌에서 저녁 먹고 시간이 모자라 정신없이 뛰듯 걸어 극장에 갔었다.
그런데!! bravebird님은 하나도 안 독수리같고! 수프 비노의 알렉세이 얘기처럼 아차로바쩰나야한 이쁜 분이었다 :) 난 별명대로 토끼의 화신인데!! 뭔가 이거 아니잖아요 ㅎㅎ
..
어제 너무 힘들어서 끙끙대며 앓고 잤는데 역시 세시간만에 깼다. 시차 때문이 아니고 요즘 계속 수면부족에 중간 깸 현상으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한시간마다깼는데 그럴때마다 회사꿈을 꿨고 그간 맺혔던 부분들과 화났던 부분들을 여과없이 분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침 언제는 꿈속에서 너무 큰 전화벨을 들었는데 그때 진짜로 문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 옆방 문 닫히는 소리였을 거다. 근데 이 호텔은 급하게 잡아서 그냥 비즈니스호텔 같고 방음이 너무 안되다보니 잠결에 난 내 방문을 누가 확 열고 들어오는 거라 착각, 너무 놀라 얼어붙는 듯한 비명으로 '크또!!'하고 소리쳤고 헉헉거리며 깼다. 잠결에도 노어로 누구냐고 소리친 걸 보니 깊은 잠을 못 자고 있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서 조식도 거르고 잤다.
나중에 나갔는데 아무것도 안먹어서 엄청 어지러웠다. 그리고.. 너무 추웠다. 오후 늦게부터는 10도~13도 정도였는데 차고 습한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10월 을씨년스런 날씨같았고 체감온도도 낮았다.. 얇은 블라우스에 트렌치코트 걸치고 나왔다가 얼어죽을 뻔 했다. 체면불구 스카프로 머리 싸고 걸어감. 좀 웃기지만 어차피 러시안데 뭐 어때. 그리고 아줌마 할머니들 머리 많이 스카프로 싸고 다니심.
bravebird님 만나서 엄청 반가웠는데 고스찌에서 수프랑 메인 시켰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음식도 남기고 둘이 엄청 빠르게 걸음.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가며ㅠ
bravebird님과 나는 서로 다른 공연이라 극장 앞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고대하던 슈클랴로프의 바질을 보러 마린스키 구관에 갔다. 딱 한장 남은 표를 득템해서..
그의 바질은 표현력이 풍부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점프로 유명한 무용수이지만 사실 내가 보기에 결혼식 코다의 반응은 전에 김기민씨 췄을때가 좀더 열광적이었는데 아무래도 30대로 접어든 슈클랴로프는 (얼굴이야 그렇게 안보이지만) 이제 원숙미가 더 두드러지고 점프나 피루엣의 파워는 기민씨가 더 화려해뵌다(키가 더 커서 그럴지도 몰라)
그러나 슈클랴로프에겐 뛰어난 연기력과 사랑스러움이 있었으니.. 사실 요즘 제일 핫한 기민씨랑 비교해서 화려함이 좀 덜했다는 거고 이 남자의 연기력과 표현력은 역시 마린스키 톱이고 테크닉과 동작의 깨끗한 우아함도 톱에 든다. 아, 저런 아리땁고 귀여운 바질에게 딸을 안주려 하다니 키트리 아빠 돌았소?
결혼식 코다는 첫번째 솔로가 제일 좋았고 역시 이사람의 점프, 특히 스플릿 점프는 명불허전임을 다시금 증명.
근데 코다 전 아다지오에서 삐끗한건지 인사할때 왼쪽 늑골 부위를 자꾸 누르고 있어 엄청 걱정됐다. 코다는 잘췄지만 제일 화려하고 박수 많이 나오는 두번째 솔로애선 그랑주테가 전보다 좀 약했고 나중에 인사할때도 자꾸 늑골을 누르는 거였다.. 아아, 도쿄에서도 사랑의 전설 때 다치는 걸 봐서 트라우마 생기겠다. 꽃돌아 아프지 마
아무래도 좀 삐끗했나 싶은데 프로답게 끝까지 잘췄고 커튼콜에도 계속 나와서 눈웃음과 미소와 우아한 인사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역시 그는 아름다움의 결정체..
키트리는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주테가 뛰어나고 좀 운동선수 같은데 항상 그녀의 무대를 볼때마다 우아함이 모자라고 점프 외엔 다리 동작이 좀 어색하다 생각했다. 굉장한 미인이지만 의외로 근육질이라 난 이 사람이 슈클랴로프 파트너가 되면 조마조마하다.
작년에 본 슈클랴로프 주역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야로 나왔는데 그때도 그렇고 돈키호테도 남자가 한손으로 드는 동작도 여러번에 달려오는거 확 잡아안는 리프팅도 두번이나 있어 둘다 까다로운 리프팅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바야데르고 돈키호테고 이둘 무대 볼때마다 근육질의 마트비옌코 들어주다 슈클랴로프 허리 나가겠다고 걱정이 막 됨. 애가 무용수치고 별로 큰 키도 아니고 우람하자도 않으니 ㅠㅠ 하여튼 키트리의 간드러지는 느낌이 부족했고 엄청 열심히 추지만 음악과 동작을 하나하나 수행한다는 느낌이 강해 좀 아쉬웠다. 다른 무대도 거의 그랬었다. 여러 모로 테료쉬키나가 그리웠다.
하지만 돈키호텐 바질과 투우사만 잘추면 되니까! 투우사 춤 역시나 다시 봐도 두근두근.. 망토춤 최고~
바질 자살쇼의 슈클랴로프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코믹해서 전에 기민씨 바질에서 아쉬웠던 딱 그 부분을 채워주었다. 그러니까.. 난 기민씨 춤이 너무 좋은데 무대 위에서 아직 '진짜 연인'처럼 보이진 않는 거랑 좀 비슷한 얘기다. 슈클랴로프는 '진짜 왕자', '진짜 연인'이 되는데. 하지만 기민씨도 연기력 일취월장 중이니 더 멋져지겠지.
일년만에 온 마린스키..
다음 공연들은 다 신관이다..
지난 봄 발레축제 프로그램북, 돈키호테 프로그램(게르기예프 얼굴 박힌 것), 그리고 루지마토프 엽서 한장.
..
끝나고 버스 기다리는데 한대는 사람 많아 놓침. 엄청 추워서 덜덜 떨며 돌아와 업무관련 정리 조금 하고 이제 누우려는 중.
내일은 조식을 먹어야겠다. 너무 뭘 안먹어서 그런가 어지럽고, 부대낄까봐 약도 못먹겠다. 오늘은 고스찌에서 딱 한끼 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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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클랴로프 커튼콜 사진은 나중에 따로.. 그건 dslr로 찍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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