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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anso. 1997년 나초 두아토 안무. ABT.

 

Vladimir Malakhov, Parrish Maynard, Keith Roberts가 춘다. 말라호프는 두번째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나초 두아토의 안무작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며칠 전 일어났는데 문득 이 작품이 생각났다. 나초 두아토 안무작들은 취향에 맞는 것도 있고 안 맞는 것도 있는데, 이 작품은 아주 좋아한다. 아마 이 작품에 딱 어울리는 블라지미르 말라호프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래 전, 맨처음 이 영상을 보았을 때 무척 감동을 받았었다.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또 어딘지 매우 가슴을 찌르는 작품이다. 90년대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안무가의 의도나 무용수들의 해석이 어떠했든, 내가 맨 처음 이 영상을 보았을 때 90년대와 에이즈 시대에 대한 감상에 깊게 젖어들기도 했다. 아마도 그 당시, 그리고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내가 관심을 가졌던 테마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안무가였다면 안무하고 싶은 종류의 작품이기도 했다. 아름답고 깊고 슬프다.

 

다른 두 무용수들도 매력적이지만 중심을 이루는 것은 역시 블라지미르 말라호프이다. 그의 육체와 움직임은 매혹적이고 이따금 경이롭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주인공을 다루게 되어 극장에도 더 자주 가고 영상들도 많이 돌려보곤 했는데 블라지미르 말라호프는 몇몇 다른 인물들과 함께 내 주인공의 '무용수'로서의 모델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내가 다루는 인물은 좀더 격렬하고 좀더 뒤틀려 있지만.

 

오랜만에 다시 보니 새로운 느낌도 들고...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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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래 전 루지마토프와 비슈네바가 췄던 젊은이와 죽음 영상 클립. 아쉽게도 이게 비슈네바 등장/퇴장 부분까지만 편집되어 있어 앞부분과 아주 중요한 뒷부분은 잘렸지만.. 그래도 둘의 춤은 아주 근사하다.

 

이 당시에는 아직 둘이 헤어지기 전이었던 것 같다. 90년대 후반에 페테르부르크에 있다가 돌아올 때가 되었을 때 몇 달 더 있다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루지마토프의 젊은이와 죽음 광고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못 보고 돌아와서 무척 슬펐었다. 그 당시 췄던 클립인 것 같다.

 

젊은이와 죽음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전에 바리쉬니코프, 누레예프, 슈클랴로프 버전 영상 링크도 올린 적 있는데 위의 루지마토프 버전과 비교해 보면 다들 느낌이 다르다.

 

루지마토프의 춤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이 사람은 정말 유일무이한 무용수라는 것이다. 물론 바리쉬니코프와 누레예프는 길이 남을 위대한 무용수이다. 하지만 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아주 유연하고 가볍고 채찍처럼 휘감겨든다. 이 작품 같은 경우도 다른 무용수들이 췄던 버전과 비교해보면 이 사람이 몸을 쓰는 방식은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중앙아시아 출신인데다 상당히 가부장적이며 남성적인 사고 방식을 지녔고 전성기 내내 자기본위적이라는 평을 들었던 나르시스트이지만, 무대 위에서 뒤틀리고 날아가고 뛰어오르는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일반적인 마초 남성 무용수와는 달리 매우 양성적이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가볍다. 저런 육체와 도약과 움직임 앞에서는 오직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무용수이자 안무가 주인공을 되살려 냈을 때 루지마토프의 움직임과 그 육체적 특성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디아나 비슈네바. 이 당시는 아직 한창 젊을 때라 성숙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둘의 케미스트리도 좋고...

 

관련 사진 몇 장.

 

 

 

 

 

** 이전에 올렸던 젊은이와 죽음 에 대한 포스팅들은 아래..

 

국립발레단 젊은이와 죽음(김용걸) : http://tveye.tistory.com/2403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얘기 + 누레예프, 바리쉬니코프, 슈클랴로프 영상 : http://tveye.tistory.com/2389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 짧은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87

젊은이와 죽음에 대해 삽입한 짧은 글 : http://tveye.tistory.com/2390

 

** 사족

 

이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간만에 극장 박물관에 갔을 때였다. 박물관 다 돌고 내려와 샵에 갔다가 점원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누레예프 책갈피랑 이런저런 책을 권해주시고 비슈네바 엽서를 권해주셔서 루지마토프 엽서 없나요? 했더니 할머니가 무지 반가워했다.

 

" 아, 그 사람 건 지금 없는데.. 루지마토프를 좋아해? "

" 네, 옛날에 여기 살때부터 좋아했어요. 그 사람 무대 너무 멋졌어요. "

" 훌륭한 무용수지. 좋은 사람이고. 정말 훌륭해. "

 

할머니는 계속해서 '훌륭한'이란 형용사를 반복했다.

 

" 여기 자주 왔는데.. 요즘은 조금 뜸하지만. 지금 어디 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매년 와. 좋은 사람이지. "

 

극장과 박물관에서 일하는 할머니들과 얘기하는 건 가끔 참 즐겁다 :)

 

** 태그의 파루흐 루지마토프 를 클릭하면 그간 이 사람에 대해 올린 글이나 영상,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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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