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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년만에 러시아 박물관에 다녀왔다. 이제는 페테르부르크에 오면 에르미타주보다도 러시아 박물관에 더 자주 들르게 된다. 내겐 더 편안한 곳이다.

 

이곳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12세기 이콘인 금발의 가브리엘, 레프 박스트의 'SUPPER', 그리고 미하일 브루벨의 날아가는 악마이다. 물론 크람스코이나 세로프, 게, 쿠스토디예프와 바스네초프 등도 좋아하지만 저 세 작품을 제일 좋아한다.

 

아쉽게도 박스트는 올해가 백몇십주년이라 전시 투어를 하고 있어 러시아 박물관에 있던 그림들이 통째로 없었다. 작년에 왔을때도 SUPPER가 없어 아쉬웠는데... 집에 있는 사본 액자로 만족해야 하나... 여기서 SUPPER 본 게 어느새 2년이 다 됐네...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을 주는 금발의 가브리엘 이콘. 항상 맨 마지막에 본다. 너무나 사랑하는 그림이라 예전에 쓴 소설 에필로그에도 등장시켰다. 저 그림과 저 전시실을,

 

옆 창문의 커튼이 액자에 반사되어서 잔뜩 흰 주름이 졌네... 안녕, 천사. 사랑해요.

 

 

그 전시실. 내 소설 에필로그는 2월의 해지는 저녁 무렵, 텅 빈 이 전시실에서 러시아 박물관 앞뜰, 그리고 예술광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또다른 대천사 가브리엘 그림들.

 

 

 

 

그리고 성자. 용을 무찌르는 성 게오르기.

성 세바스찬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자이다. 좀 불경스럽긴 하군...

 

bravebird님이 좋아하셔서 꼭 엽서를 사고 싶어하셨던 그림. 근데 오늘도 샵에는 이 엽서는 없었어요 ㅠㅠ 다시 열심히 보니 역시 성 게오르기는 멋있구나...

 

 

 

그리고 미하일 브루벨. 날아가는 악마.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러시아 박물관,

 

안녕, 악마. 안녕, 브루벨. 사랑해요.

 

나는 글을 쓰면서 내 주인공의 외적 혹은 시적 이미지를 상상할때 브루벨의 이 악마를 조금 빌려왔었다. 물론 백조공주도 조금 있긴 하지만...

 

안녕, 악마.

 

:
Posted by liontamer

 

 

 

위의 그림은 미하일 브루벨의 '날아가는 악마'. 전에도 두세 번 올린 적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이다. 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박물관(루스키 무제이)에 가면 볼 수 있다. 이 그림 앞에 가면 긴 의자에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몇시간이고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시간에 쫓기니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본편의 미샤는 무엇보다도 내 머리와 마음 속에서 온 인물이지만 무용수로서의 특성을 잡아내기 위해 실재하는 여러 무용수들의 일부를 모델로 차용해 왔듯 그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위해서는 브루벨 그림들을 많이 떠올렸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완벽하게 브루벨의 악마처럼 생긴 것은 아니지만(이전에 jewels와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브루벨의 악마보다는 그의 백조공주를 더 닮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난 미샤를 불러내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브루벨 그림에 서려 있는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이고 어딘가 매우 어둡고 쓸쓸하고 고통스러운 분위기를 종종 떠올렸다.

 

 

그래서 본편 우주의 트로이는 브루벨 그림 사본을 오려서 몰래 간직하기도 한다. 미안해, 트로이... 뭔가 찌질해보이는구나 ㅠㅠ

 

 

발췌한 글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그 장편의 1부에서 가져왔다. 이 이야기는 시간적 순서로 보면 예전에 발췌해 올렸던 1부 제4장, 썰매를 타러 갔던 미샤와 트로이, 그들의 친구들 에피소드 이후이다. 그때는 겨울이었고 이번 에피소드는 여름이다.

 

 

배경은 1973년 여름. 미샤는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키로프 발레단에 입단했으며 아직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러 흑해에 놀러간다. 여기서는 흑해 전체 에피소드가 아니라 제일 앞부분인 흑해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있었던 짧은 이야기만 발췌했다. 미샤는 18세를 앞두고 있고 트로이는 석사 학위를 준비중인 대학원생이다. 둘은 문학 서클에서 만났고 금세 친구가 되었지만 트로이는 마음 속에 또다른 감정을 품고 있다. 아직은 그렇다.

 

 

여기 등장하는 트로이와 미샤의 친구들은 모두 전에 올렸던 썰매 에피소드에 나왔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http://tveye.tistory.com/4050 를 먼저 읽어보시길.

 

 

이 친구들은 표절과 푸쉬킨에 대한 이야기와 릴렌카와 메밀죽 얘기에도 등장했다. 이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나 트로이가 나오는 이야기들의 링크는 지난주에 올렸던 '산짐승 같은 '레닌그라드 아이' 에피소드 아래에 나열해놓았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로 : http://tveye.tistory.com/4647

 

 

중반에 트로이와 미샤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알렉세이 파블로비치'는 미샤의 발레학교 은사인 알렉세이 클리모프를 가리킨다(물론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알리사는 전에도 몇번 등장한 적이 있다. 런던 대사관에서 kgb로 근무하게 되는 트로이의 친구인데 발췌한 이야기는 초반부라 아직 런던에 가기 전이다. 레나는 썰매 에피소드에 등장한 인물로 미샤의 팬이자 그를 사모하는 소녀이다.

 

레노츠카는 레나의 애칭이다. 미슈카는 미샤의 또다른 애칭이다. 파블릭은 파벨의 애칭이다. '로미오'라는 미샤의 별명은 그의 무대 때문에 붙었다. 썰매 에피소드에서 잠깐 나왔다.

 

흑해는 옛날부터 저 동네 사람들에겐 최고의 휴양지 중 하나였다. 러시아 제국 때도 그랬고 소련 때도 그랬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여름에 그들은 함께 흑해에 갔다. 갈랴와 료카 부부, 논문을 마무리한 트로이와 알리사, 타냐와 이고리, 코스챠와 레나였다. 호수에 썰매를 타러 갔던 멤버들과 비슷했다. 졸업 후 키로프 정식 입단까지 여름 휴가를 받은 미샤도 같이 갔다. 다들 3주 동안 신나게 놀 생각이었다. 열흘 후 무슨 연수 때문에 비엔나에 가야 하는 미샤만 빼고. 그건 키로프에서 보내는 연수나 투어가 아니었지만 언제나처럼 미샤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친구들에 비해 해외로 나가기 쉬운 자기 위치를 특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을 아낀 것인지도 몰랐다.

 

 

 료카가 이틀 늦게 도착할 예정이라 모두 여덟 명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4인실 침대칸을 두 개 차지했다. 애초에는 남녀 객실로 나눴지만 타냐와 갈랴가 합심해 알리사를 트로이가 있는 칸으로 내쫓고 미샤를 자기들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쫓겨 온 알리사가 가방을 털썩 내려놓으며 트로이에게 2층 침대로 올라가라고 손짓했다.

 

 

“ 난 2층이 무서워, 떨어질 것 같아. ”

 

“ 내가 비켜줄게, 쟤는 굼떠서 올라가려면 한나절은 걸릴 거야. ”

 

 

코스챠가 대신 2층으로 올라가면서 알리사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알리사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딱딱하고 좁은 매트리스 위에 몸을 던지고 꺅 소리를 질렀다. 논문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데다 최근 결혼 얘기가 오가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것 같았다.

 

 

“ 왜 그래, 여자들한테서 쫓겨난 게 서러워? 우리가 잘해줄게. 저 방에선 어차피 레나 때문에 안 되지만 우리랑 있으면 공주님이 될 수 있잖아. ”

 

“ 너희들 사이에서 공주가 된다고 무슨 좋은 일이 있겠어. 기껏해야 커피나 타주고 샌드위치나 날라주겠지. 그리곤 내 속옷이나 들춰보겠지. ”

 

“ 그러고 싶지만 파벨 안토노비치가 무서워서 엄두를 못 내겠어. ”

 

 

그들 대부분은 알리사의 약혼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이도 많고 너무 근엄한 척하는데다 열렬한 당원이었기 때문이다.

 

 

“ 파블릭 너무 미워하지 마. 때론 나도 미워서 견딜 수가 없으니까. ”

 

“ 그럼 왜 결혼하려는 거야? ”

 

“ 결혼은 해야만 하는 거니까 그렇지. ”

 

“ 약혼녀를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침대칸에 태워서 흑해에 보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남자와 꼭 결혼을 해야 해?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거라면 트로이랑 해, 아니면 나랑 하든가. 이고리도 해줄 거야. 료카는 임자가 있으니 안되고 미슈카는 레나 때문에 안되지만 나머지는 다 자원할 수 있어. ”

 

“ 아, 헛소리 좀 하지 마. ”

 

 

 알리사는 신음하며 과히 깨끗해 보이지 않는 베개로 얼굴을 가렸다.

 

 

“ 너희랑은 절대 안돼. 친구랑 어떻게 잠을 자. ”

 

“ 왜 못 자? 갈랴랑 료카도 우리처럼 친구였는데. ”

 

“ 료카는 얼굴이 예세닌을 닮은 데다 몸매가 좋으니까 갈랴가 넘어간 거야. 근데 너네는 다 못난이에 료카보다도 몸매가 후져. ”

 

“ 그럼 로미오를 줄게. 미남에 몸매가 좋고 어리기까지 하잖아. 널 위해서라면 레나를 희생시키지 뭐. ”

 

“ 농담하지 마. 걘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

 

 

 베갯잇에 붙어 있는 지푸라기를 떼어내며 알리사가 갑자기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노츠카가 좀 안됐어. 완전히 푹 빠져서는... 언니들이 저렇게 멍석을 깔아준다고 넘어올 애가 아닌데. ”

 

레나한텐 안됐지만 로미오는 그 여자애랑 사귀는 것 같던데? 그때 같이 췄던 애 있잖아. 빨간 머리 엄청 예쁜 애. ”

 

“ 지나이다. ”

 

“ 맞아, 지나이다. 생각 좀 해봐, 옆에 그렇게 예쁜 애들만 있는데 레나가 눈에 들어오겠어? 극장에 있는 애들은 자기들끼리 사귀고 결혼하는 게 보통이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마 감당하기 힘들 거야. ”

 

“ 내 말은 그게 아니야. 걔는 뭔가 문제가 있어. ”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잠을 청하려고 애쓰던 트로이가 처음으로 알리사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 문제라니? 미샤가? 무슨 문제 말야? ”

 

“ 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하여튼 문제가 있어. 걘 힘든 애야. 어쩌면 모스크바로 가는 게 나았을지도 몰라. ”

 

 

 썰매 사건 이후 알리사는 미샤에 대한 친구들의 열광과 애정에 전처럼 동참하지 않았다. 졸업 무대를 보러 가지도 않았고 어쩌다 만나도 외면하고 지나칠 뿐이었다. 그녀는 그 사고의 책임이 미샤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알리사는 똑똑하고 까다로운 성격의 공주님으로 통했지만 트로이는 그녀가 실은 속마음이 여린데다 소꿉친구인 자신을 친남매처럼 소중하게 여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누구든 트로이를 폄하하거나 괴롭히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트로이는 그녀가 부당하게 미샤를 탓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불편했다.

 

 

 이고리가 배낭에 쑤셔 넣어 온 보드카를 한 병 꺼내자 불편한 대화가 중단되었고 모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알리사는 머리가 아프다며 음주에 끼어들지 않고 돌아누워 잠을 청했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안주도 거의 없이 술을 마시고 나자 트로이는 취기로 멀미가 나서 객실 밖으로 잠깐 나갔다.

 

 

 

 객차 연결 통로로 나가자 미샤가 계단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기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붙잡지 않고도 전혀 비틀거리지 않았다. 트로이는 출입문에 한쪽 어깨를 기대고 앉았다. 열차 바퀴와 레일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올라와 이마와 얼굴을 식혀주자 멀미가 좀 가라앉는 것 같았다.

 

 

담배 피우는 건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가 펄펄 뛸 일에 속하지 않는 거야? ”

 

“ 글쎄, 아마 펄펄 뛸 일이겠지. ”

 

“ 넌 술도 거의 안 마시잖아, 담배는 왜 피워? ”

 

“ 많이 피우지 않아. 보드카도 세 잔, 담배도 세 개비야. ”

 

 

 미샤는 반쯤 피운 담배를 창틀에 비벼 끄더니 레일 너머로 버렸다. 바람 때문에 빗질하지 않은 머리가 검은 커튼처럼 부드럽게 나부꼈다. 그의 육체 모든 곳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런 요소가 있었다. 멈춰 있지 않는 그 무엇, 끊임없는 움직임, 어디론가 떠오르고 날아가려는 힘. 종종 트로이는 미샤가 어떻게 자신의 몸을 땅에 붙들어 놓을 수 있는지 경이로움을 느꼈다. 정교 사원에서는 하느님이 흙으로 인간을 빚었다고들 하지만 아마 그 하느님 뒤에는 악마가 있었을 것이다. 선행자를 흉내내 공기와 바람, 불꽃과 빛으로 새로운 인간을 빚었을 것이다. 우리들 뒤에 온 인간. 진화한 인간. 하지만 레닌과 소비에트가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새로운 인간형과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존재.

 

 

미샤가 그의 곁에 와 앉았다.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담배 대신 과일 사탕을 꺼내서 트로이에게 주었다.

 

 

“ 먹어, 멀미에 좋을 테니까. ”

 

“ 넌 이런 거 안 먹잖아. 레나가 줬지? ”

 

“ 갈랴가. ”

 

 

미샤가 하품을 하더니 트로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 좀 잘게. ”

 

“ 왜 안 들어가고 여기서? ”

 

“ 객실이 더워. ”

 

 

 트로이는 사랑에 빠진 레나와 극성스럽게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두 여자를 떠올리며 웃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는 레나가 조금도 가엾지 않았다. 미샤가 여자를 사귄다면 타냐의 말대로 극장의 발레리나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의 눈에 띄지 않을 테니까. 미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가 이름을 알 필요도 없는 여자들과 사귀고 키스를 하고 사랑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그래온 게 분명하듯이.

 

 

 미샤가 어깨에 기대어 자는 동안 트로이는 불꽃과 자갈을 튀기며 철로를 달려가는 기차 바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취기와 미샤의 온기 때문에 졸음이 밀려왔다. 꾸벅꾸벅 졸기 직전에 그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강물 위로 원들이 불타고 있어

새로 온 인간, 새로 온 짐승

날아가는 악마, 앉아 있는 악마.

브루벨의 악마.

그건 악마가 아니었어, 브루벨은 취했고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야.

그건 악마가 아니라 새로 온 천사였어.

 

 

 

 그는 자기가 무슨 헛소리를 적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머리가 아팠다. 미샤가 기대고 있는 어깨가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수첩을 닫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앞에 알리사가 서 있었다.

 

 

“ 여기서 그렇게 웅크리고 자면 근육이 다 뭉칠 거야. 객실로 들어가. ”

 

“ 응, 조금만 있다가 들어갈게. ”

 

 

 알리사는 그에게 기대어 자고 있는 미샤를 굳어진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 깨우지 마. 잠이 모자란 것 같아. ”

 

“ 갈랴한테서 도망쳐 나왔겠지. ”

 

“ 레나가 아니고? ”

 

얜 레나한테는 관심도 없어. 누나들이 못살게 구는 게 귀찮을 뿐이지. ”

 

“ 그럼 객실 다시 바꿔줘. ”

 

“ 그러려고 나온 거야. ”

 

 

알리사가 반쯤 무릎을 꿇더니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했다. 한 손을 뻗어 미샤의 이마와 뺨을 엄마처럼 부드럽게 쓸었던 것이다. 갈색 눈에 우울하고 슬픈 표정이 떠올랐다.

 

 

“ 얜 고아야. 우리한테 안 왔으면 좋았을 걸. ”

 

“ 무슨 뜻이야? ”

 

“ 볼쇼이로 갔어야 했다구. ”

 

“ 미샤는 모스크바를 좋아하지 않았어. 원래 여기 남으려고 했었어. ”

 

“ 그건 상관없어. ”

 

 

 그녀는 전형적인 알리사다운 말투로 얘기했다. 아무런 논리도 이유도 없이, 이해할 수 없는 확신에 차서 상대를 얼간이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하며 우울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쨌든 다행이야. 여름 지나고 시즌이 시작되면 바빠질 테니까. 우리 같은 건 잊겠지. 모임에도 오지 않을 거야. 잘됐어. ”

 

“ 그래도 친구잖아. ”

 

“ 친구는 너처럼 행동하지 않아. ”

 

 

알리사의 시선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그는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 그게 무슨 소리야? ”

 

“ 무슨 소리긴. 너처럼 그렇게 응석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얘기야. ”

 

 

 그 말과 함께 알리사가 미샤를 세차게 흔들어 깨웠다.

 

 

“ 그만 일어나, 객실에 가서 자. 차장이 오고 있어. 이고리네로 가라구. ”

 

 

 미샤는 잠시 후 눈을 뜨더니 짜증을 내지도 않고 일어났다. 졸린 얼굴로 갈랴와 레나가 있는 객실 방향을 힐끗 쳐다봤다가 알리사를 보더니 고마운 듯 뺨에 키스를 하고 남자들이 있는 객실로 갔다.

 

 

 알리사가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며 트로이의 등을 떠밀었다.

 

 

“ 가서 이고리랑 코스챠 좀 말려. 계속 퍼마시고 있으니까. 술 냄새가 얼마나 진동하는지 숨을 쉴 수가 없었어. ”

 

“ 파벨은 왜 안 오는 거야? 휴가 아니었어? ”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 이제 내 결혼 얘기 하지 말자. 파블릭 얘기도 절대 하지 마. 우리 놀러 가는 거니까. ”

 

 

 트로이는 소꿉친구를 쳐다보았다. 그는 처음으로 알리사가 결혼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벨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혼할 필요 없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겐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리고 알리사가 파벨과 결혼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

 

 

 

알리사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http://tveye.tistory.com/2390)를 발췌했을 때 언급한 적이 있다. 조역이긴 했지만 내게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인물이었고 언젠가는 그녀에 대해 따로 글을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긴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대체 언제 ㅠㅠ)

 

 

..

 

 

그냥 마무리하자니 좀 섭섭해서. 브루벨 그림 하나 더. 트로이가 쓴 시에도 잠깐 등장하는 '앉아있는 악마'

이 그림은 모스크바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에 있다.

 

 

 

 

 

 

 

 

이건 러시아 박물관의 브루벨 전시실에서 내가 직접 찍은 사진. 실내에서 플래쉬 없이 찍어서 색은 좀 노르스름하게 나왔다.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이 전시실. 그런 장소가 러시아 박물관에는 여기 말고 한군데가 더 있다. 그 전시실은 트로이의 이야기에도 잠깐 등장한 적이 있다.

 

 

 

 

 

브루벨, 악마의 두상.

 

 

 

 

 

그리고... 친구들하고 어떻게 자느냐고 투덜대던 알리사가 료카와 갈랴 부부 얘기에 '료카는 예세닌을 닮았잖아'라고 하는 이유는.. 예세닌이 이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사도라 던컨과 결혼한 적이 있고... 비극적인 최후를 마친 시인이다. 트로이와 알리사, 친구들 모두 비밀문학 서클이고 예세닌을 좋아하기 때문에 '예세닌을 닮았다!'라는 것은 료카에게는 크나큰 칭찬임 :)

 

예세닌의 최후와 그의 시에 대해 예전에 몇번 포스팅한 적이 있다. 블로그에서 예세닌으로 검색하면 몇개 나온다. 마로조프와 미샤가 등장하는 단편을 쓸때 당초에는 예세닌의 시를 에피그라프로 차용할 생각이었고 쓰는 내내 그의 시에 등장하는 눈의 이미지를 상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예세닌의 시는 그 단편에 비해 너무 부드럽고 순수하고 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예세닌 대신 아흐마토바의 시로 대체했다.

 

예세닌의 그 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524

 

 

 

예세닌 사진 한 장 더 .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시인이라 러시아인들이 매우 사랑하는 시인이다.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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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원래 이번 주말에는 지난번에 써놓은 서무의 슬픔 38편을 올려볼까 했는데 딱히 내키지가 않았다. 써놓은지 꽤 된 그 38편은 하염없이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의 에피소드인데 아마 요즘 내가 그런 마음이 아니라서 그런가보다. 사실 39편도 하나 구상해놨는데(회사의 부조리한 방침 때문에 짜증나서) 이것도 별로 쓰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것을 보니 요즘 내가 많이 지쳐 있긴 한가보다.

 

그래서 지난번에 발췌해 올렸던 가브릴로프 본편의 프리퀄인 수용소 이야기에서 조금 더 올려본다. 일전에 농담에 약한 미샤에 대해 그의 친구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충고를 하는 장면을 발췌한 적이 있다. 이것은 일린이 모스크바 비밀 클리닉의 면회실에서 미샤를 만나는 장면이다.

 

스타니슬라프 일린에 대한 설명과 예전 글들의 링크는 얼마전 올린 농담과 조셴코, 하름스 등에 대한 발췌문인http://tveye.tistory.com/4468 에 나와 있다. 이 수용소 프리퀄에서 일린은 미샤의 후원자 중 하나인 정치국 의원 게오르기 벨스키의 도움으로 친구를 면회하러 오게 된다.

 

.. 위의 그림은 미하일 브루벨의 '날아가는 악마'. 전에 두어번 올린 적이 있다. 이 그림은 브루벨 그림 중 내가 '백조 공주'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 두 그림은 미샤라는 인물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자기 발로 걸어서 들어왔다. 수갑은 차고 있지 않았다. 수의를 입고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환자복을 걸친 것도 아니었다. 암청색의 얇은 스웨터와 느슨한 진을 입고 있었고 목에는 자주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놀랄 만큼 평소와 비슷한 차림새였지만 점차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모든 것이 어긋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옷들의 색깔과 모양새, 재질과 전체적인 조화, 그 모든 것들이 잘못 되어 있었다. 미샤라면 절대 저런 톤의 색깔을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 어깨와 팔과 허리를 타고 볼품없이 늘어지는 옷이라면 더욱 더. 소매 끝의 라벨을 보니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간 수입품이 분명했지만 미샤는 단 한 번도 브랜드 라벨이 적나라하게 붙은 옷을 입은 적이 없었다. 해외 팬들이 선물한 옷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 스카프. 내가 아는 미샤는 그런 우중충하고 끔찍한 색깔의 천 조각을, 그것도 그 조잡한 암청색 스웨터 위로 두르느니 엄동설한에도 목덜미를 그대로 노출하고 눈보라 속으로 나가버릴 인물이었다. 그 값비싸 보이지만 미묘하게 촌스럽고 마감 상태가 엉망인 옷과 지나치게 광택이 도는 구두, 이상한 모양으로 매듭을 지어 놓은 스카프의 부조화가 너무나 충격적이라 한동안 내 눈에는 다른 것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모든 것이 미적으로 완벽하게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미샤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꺼렸던 모습들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무대 뒤에서의 모습도, 부상 때문에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있던 모습도, 드물게 분노를 터뜨리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던 모습도, 그리고 또 다른 몇 가지, 아주 개인적이고 부드러운 모습들. 그러나 단 한 번도 미샤가 그런 식으로 잘못된 미감을 전시하듯 드러낸 것을 본 적은 없었다. 마치 일부러 그런 의상을 걸쳐 입고 무대에 올라온 배우 같았다.

 

 

마침내 옷차림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났을 때 나는 그가 왼쪽 다리를 눈에 띄게 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나의 놀라움, 그 낯선 느낌은 그의 자세 때문일지도 몰랐다. 난 각오가 되어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미샤, 가장 끔찍한 경우에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온 몸에 튜브를 달고 있는 미샤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똑바로 걷지 못하는 미샤 야스민, 무겁게 다리를 끌고 한쪽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앉은 미샤를 마주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몇 발짝 걸어 들어왔을 때 미샤가 멈춰 섰다. 등 뒤로 문이 닫혔을 때 그가 고개를 들었고 한동안 눈을 깜박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가 바로 앞에 있는 나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방에는 창문도 없었고 천정에 달린 조명은 그렇게 밝지도, 어둡지도 않았다. 하지만 미샤는 갑자기 컴컴한 어둠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혹은 눈부신 일광이 쏟아지는 백사장에 내던져진 것처럼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검은 눈을 깜박이며 천천히 사방으로 탐색하는 시선을 던졌다. 그 시선은 몇 번이나 내 쪽을 향했지만 공기를 통과하듯 그대로 길게 지나쳐버렸다.

 

 

나는 깊은 숨을 들이쉰 후 부드럽게 말했다.

 

 

“ 나 여기 있어, 미셴카. ”

 

 

미샤가 곧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여전히 그 검은 눈에는 제대로 된 초점이 잡혀 있지 않았다.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을 때 미샤는 몸을 움찔했지만 내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그 손은 내가 알던 미샤의 손보다 훨씬 차가웠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작게 느껴졌다. 손가락의 길이나 손등의 크기가 줄어들 리는 없으니 내 심리 상태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미샤는 내 손을 곧 놓았다. 두어 발짝 더 앞으로 다가섰다. 그에게서 스프레이와 화장품과 새 옷, 그리고 소독약과 아주 인위적이고 거의 금속 냄새에 가까운 화학 약품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두 팔을 벌려 그를 포옹하고 싶었지만 악수를 했을 때의 반응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포옹을 해 온 것은 미샤였다. 암청색 니트 스웨터에 휘감긴 두 팔이 내 목을 느슨하게 감싸 안았을 때 갑작스럽게 목구멍까지 뜨거운 덩어리가 울컥 치솟았다. 이상한 색깔과 조잡한 재질, 불균형한 디자인, 그 모든 것은 여전히 유효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맞는 치수의 옷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치밀어 올랐다. 내 목에 감긴 두 팔과 가슴팍에 맞닿은 그 몸이 너무나 야위어 있어서 현기증이 났다.

 

 

그의 뺨은 손보다 더 차가웠다. 뺨이라기보다는 광대뼈와 그 위에 팽팽하게 씌워진 피부에 가까웠다. 포옹을 풀었을 때 미샤가 입을 열었다.

 

 

“ 너무 비웃지 마, 공금으로 입혀준 거니까. ”

 

 

그는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적어도 그 말투는 내가 알던 미샤와 아주 비슷했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비록 그 목소리는 훨씬 미약하고 공기를 스치는 것처럼 들렸지만.

 

 

“ 거의 국영 의류공장 카탈로그 찍었을 때와 맞먹는 수준인데. ”

 

“ 그거 봤어? 레닌그라드에만 풀었다고 했는데... ”

 

“ 라라 스크랩북에서. ”

 

“ 태워버려. ”

 

 

이런 상황에서도 그 애가 그 촌스러웠던 국영 의류공장 신제품 모델로 끌려갔던 옛 기억을 되살리며 치를 떨 수 있다는 사실에 웃어야 할지 혀를 차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미샤는 별로 고민하는 것 같지 않았다. 웃었기 때문이다.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눈을 살짝 내리뜨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분명 미소였다. 희미하게 웃자 얼굴이 한결 나아보였다. 아니,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안색은 창백했지만 그래도 병색이 완연할 정도로 하얗지는 않았고 짧게 잘린 머리도 제법 잘 다듬어진 상태였다. 뺨과 입술에는 희미하게나마 핏기가 돌고 있었다. 그 사진에 비하면 거의 정상인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심하게 야위었을 뿐이었다.

 

 

미샤가 다시 한 팔을 내 목에 감았다. 평소보다 훨씬 다정하게 군다고 생각했을 때 미샤가 낮고 깔깔한 음성으로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스탄카, 좀 잡아줘. 넘어지기 싫어. ”

 

 

마지막 문장에는 두 개의 단어가 생략되어 있었다.

 

 넘어지기 싫어, 저자들 앞에서.

 

6년 가까이 친하게 지낸 사이라면 그 문장과 단어를 잘라먹는 버릇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한 팔로 그의 팔을 꽉 잡고 다른 한 팔로 허리를 감았다. 어깨를 부축해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키가 맞지 않았다. 미샤가 몸을 숙이더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몇 잔 안 되는 술에 취했을 때조차 나나 친구들이 부축해 주려고 하면 화를 내던 애였다. 아주 잠깐 동안 나는 레닌그라드에 있는 미샤의 친구 중 하나를 떠올렸다. 키가 껑충하게 큰 영문학자. 취한 자신을 부축해줘도 미샤가 화를 내지 않는 유일한 친구. 지금 그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순전히 미샤를 붙잡아 이끌기에는 내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천히 소파 쪽으로 발을 옮기면서 나는 우울하고 기분 나쁜 사실을 깨달았다. 그를 잡아주는 것, 체중을 지탱하며 소파까지 데려가는 것이 더 이상 힘에 부치지 않았다. 내 어깨와 팔에 그가 자기 몸무게의 대부분을 실은 채 완전히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작스럽게 소름이 끼쳤다. 그가, 미샤 야스민이 누군가에게 몸을 완전히 내맡기다니, 붙잡아 달라고 부탁하다니. 그건 색깔과 모양이 엉망인 옷보다도, 짧게 잘린 머리칼보다도 더 끔찍하게 잘못된 일이었다.

 

 

 

..

 

 

 

일린과 미샤의 대화에 언급되는 국영 의류공장 카탈로그 얘기는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그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83

 

라라는 일린의 딸이다. 라라가 화자로 나오는 부활절 단편 jewels를 이 about writing 폴더에 전문 게재한 적이 있다. 이 소설은 그 부활절 이야기로부터 4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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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1. 22. 15:46

미하일 브루벨의 악마들과 백조 공주 arts2013. 1. 22. 15:46

 

앉아 있는 악마, 미하일 브루벨

 전에 브루벨의 악마 그림 두어점과 백조 공주 그림을 올린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 쓴 글에 잠깐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다른 그림들과 함께 올려본다.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건 역시 브루벨의 그림들이었다. 그리고 이바노프의 민중 앞에 나타나신 그리스도 정도..

그림 파일은 원작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터치와 질감들이 살아나지 않아 무척 아쉽지만..

브루벨의 악마는 레르몬토프의 시에 등장하는 사랑에 빠진 젊고 불행한 악마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의 그림 속의 악마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존재다. 그 그림들은 아름답고 무척 슬프다.

 

 미하일 브루벨, 의기소침한 악마

 

 미하일 브루벨, 날아가는 악마

브루벨의 악마 시리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실지로 이 그림 앞에 서면 숨이 막힌다.

 

 미하일 브루벨, 백조 공주

정말이지 아름다운 그림이다. 이 그림 하나 때문에 다시 모스크바에 가고 싶다.

 

이건 백조 공주 스케치

* 브루벨의 다른 그림들은 아래를~

http://tveye.tistory.com/895
http://tveye.tistory.com/428
http://tveye.tistory.com/410
http://tveye.tistory.com/187
http://tveye.tistory.com/80
http://tveye.tistory.com/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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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