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1

« 2024/11 »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어제 이상하게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방에 와서는 그냥 누워 잤다. 폰의 대시보드를 보니 매일 약 4-5킬로쯤 걸어다니고 있는데 이게 별로 긴 거리가 아니지만 원체 저질체력인데다 여기는 돌길이라 발과 다리와 허리가 더 금방 지치는 건 있다.


본래 집에 있을땐 방에서 쿠마와 뒹구는 게으른 집토끼이기 때문에 매일 나돌아다니니 피곤할만도.. 그렇다고 막 돌아다니는것도 아니고 주변 좀 걷고 주로 카페들을 전전하고 있다만.


프라하에 온 큰 이유 중 하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이기도 한데 실상 아이디어와 구조 노트는 정리했으나 진득하게 앉아 글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 아마 3주는 그냥 돌아다니기에 맞는 기간인것 같다. 생각해보니 3년전에도 첫 한달은 돌아다녔고 4주째에야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땐 겨울이기도 했고 아예 집을 빌렸으니 안정감도 더 있었고 지금만큼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도 아니긴 하다.



간밤 꿈엔 회사 인사부서 쪽 간부들이 나왔고 대학 친구도 나왔다. 간부는 돌아올 때가 됐냐고 물었고 난 아직 기간이 남았다고 말했고 꿈속에서도 괴로웠다. 그리고 약에 대해, 울타리에 대해, 콘크리트에 대해 꿨다. 꿈 노트 적었는데 날라감 ㅠㅠ




...






새벽엔 춥지만 낮 날씨는 찬란한 완연한 가을 날씨다. 7도에서 20도. 내가 좋아하는 날씨긴 하다. 그래서 오늘은 며칠 안 남았으니 로레타 가서 종소리 다시 듣고 그때 닫았던 샵에 가기로 했다.


일찍 일어났다가도 자다깨다 하곤 결국 조식 포기. 사다놓은 빵과 조식테이블에서 며칠전 가져온 미니사과, 무려 한국에서 좀 싸온 견과와 디카페인티로 아점을 먹은 후 나갔다. 어제 와퍼 먹어서 그런지 얼굴 부음 ㅠㅠ



..




나로드니 트르지다까지 걸어서 트램 22 타고 포호젤레츠에서 내려 로레타 갔다. 샵만 아니면 사실 사원 밖에 앉아 종소리 들어도 되는데 다시 입장권 삼 ㅠㅠ


나는 바로크 미술을 좋아하지만 내게 있어 바로크는 온전하게 예술적 영역인 것 같다. 어떤 경건함이나 종교적 감동을 느끼기엔 너무 아름답고 화려하고 피상적이고 기괴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바로크 교회인 화려번쩍한 로레타는 내게 아름답게 치장한 귀족부인 같지만 성당으로서의 성스러움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인위적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이곳의 종소리는 내게 기독교적 감동이라기보단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껏 들은 종소리 중 가장 아름답고 내 마음을 울리는 소리이다. 아마 내가 '진짜로' 아름답다고 느꼈던 '첫' 종소리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헌금을 하고 초를 켰다. 4개. 나, 가족, 친구, 그리고 가족분이 편찮으신 블로그 이웃분이 계셔서 각각 1개씩 켰다.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그리고 평온함을 주세요. 그리고 글과 사람을 주세요.



..



샵이 열었지만 전보다 물건이 없었다. 팔에 차는 묵주는 하나도 없었어 쥬인아 ㅠㅠ 팔에 차는 건줄 알았던 건 목걸이였는데 나는 카톨릭 신자가 아니다만 붉은색이 예뻐서 하나 샀다. 근데 이거 전에 쥬인에게 사다줬던 그거 같아...



..



로레타에서 나와 스트라호프 수도원에 갔다. 오늘은 어쩐지 내키지 않아 도서관 등 내부를 보지 않고 경내와 주젼의 프라하 전망만 봤다. 보통 이 코스는 흐라드차니 언덕길 따라 산책해 말라 스트라나로 내려가고 덜 힘들면 캄파까지 가는 내가 좋아하는 코스인데 오늘은 배도 고프고 다리아프고 힘들어서(그리고 초장 2-3일째에 그렇게 걸어서) 그냥 도로 포호젤레츠 와서 트램 타고 우예즈드 전 정거장인 헬리초바에서 내림. 여기서 내리면 말테세 광장, 즉 카피치코와 가깝다



배가 고파서 전에 오믈렛 아침 먹었던 비스트로 드 프랑스에 갔다. 거기서 올린대로 리크 감자 수프와 까망배르 크랜베리 바게트 먹음. 고기류는 전부 햄이 들어 있어 포기, 오리 콩피는 피본 적이 있어 포기했더니 메인으로 먹을게 의외로 없었다. 비프 부르기뇽이라도 ㅠ



..




먹고 나와서 카피치코에 갔다. 오늘은 짧은 금발머리 우아한 여자분 점원 혼자였다. 얘길 나누었다. 접때 그 아저씨가 주인 맞다고 한다. 이름은 로만(어머 우연의 일치.. 내가 쓰는 글에 나오는 바이올리니스트 아저씨 이름이 로만인데 ㅋㅋ). 매우 좋은 보스이며 절대 화를 내지 않고 친절하다고..


카피치코가 특별한 곳이었는데 없어진줄 알고 슬펐다가 다시 찾아서 좋다는 얘기, 이곳이 집을 생각나게 할만큼 아늑하다는 얘기, 최고의 차와 메도브닉이 있고 맘이 편한 곳, 프라하에 무수히 아름다운 명소가 있지만 돌아가서 가장 자주 생각나는곳은 여기와 카페 에벨이란 얘기 등을 나눴다.



그분도 동조했고 여기가 자신에겐 제2의 집이라 했다. 자기도 여행가면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곳에서 아늑함을 느끼는게 매우 소중하다고, 프랑스에 그런 곳이 있다고도 했다.


여러 얘기를 나눴다. 내가 글을 쓰기도 하며 카피치코에서도 썼었고 지금도 노트를 적는다는 얘기, 언젠가 이곳에 대한 글을 쓸지도 몰라요 란 얘기. 내 소개로 여기 와본 사람들도 있고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 등등...


그리고 로만이 내게 그려준 그림과 일본어 아리가또 써준 명함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수첩에 붙여놓은걸 보고 무척 좋아했고 이 그림이 뭘까요 하자 그녀는 아마 sun 같다 하고 나는 동그란 새 bird 같다고 하다 그럼 썬버드에요 :) 라고 웃었다.


계산을 할때 그녀도 내게 그림을 그려주었다. 나는 이거밖에 못그려요 ㅎㅎ 하면서 별과 귀여운 소녀 얼굴을 그려줘서 나도 '저도 이것만 그려요 ㅋ'하면서 토끼 얼굴 그려줌. 떠나기 전에 또 오기로 하고 포옹하고 헤어짐.


작은 카페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고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하나의 공간으로 안해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웃고 포옹하고 키스하고 헤어질수 있다는건 그래도 세상에 축복할만한 일들이 남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



나와서 트램 타고 내린 후 걸어서 방에 옴. 5시잔이었고 아직 밝은데다 날씨가 아까워서 원래는 노트북이나 폰 들고 와이파이 되는데 나가려 했으나 너무 피곤해서 이건 정말 오늘 더 나가면 안되겠다 싶어서 씻고 노트북을 켰더니 잠깐 와이파이가 잡히고 로그인이 돼서 사진몇장 올림. 지금은 또 끊어짐. 폰으로는 사진 안올리면 글은 올라가서 불편하지만 폰으로 오늘 메모 남기고 있음. 그래서 이 메모엔 아마 사진이 없을 거다 ㅠㅠ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