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루 closed gates/japan2023. 3. 2. 21:08
며칠 전 영원한 휴가님의 블로그에서 댓글로 이야기 나누다가 문득 떠오른 오랜 옛날의 추억. 도토루. 아주 오랜 옛날, 대학 신입생 시절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거나 잠깐 수다를 떨려고 가벼운 주머니로 드나들곤 했던 곳이다. 다른 곳들보다 저렴했기 때문에 자주 갔다. 당시 내 활동 영역은 주로 종로나 명동 쪽이었다. 그 시절엔 금연 카페라는 게 없었고(카페라는 단어도 거의 쓰지 않았다. 보통은 '커피숖'이라고 했다) 도토루는 언제나 뿌연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일본 체인이라는 건 한참 나중에야 알았다.
그 당시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도 않았고 핸드폰이라면 더더욱 없었으므로 남겨놓은 사진은 전혀 없다. 내게 남아 있는 건 이 네 장 뿐인데 이것들은 국내에서 이 체인이 철수한지도 한참 후, 2011년 초에 오사카의 도톤보리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동생과 간사이 여행을 갔었다. 아마 동생이 잡지 같은 것을 사러 갔을 때 저기 앉아 기다렸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차 한잔 시켜놓고 앉아서 여행 메모를 적고 있었다. 사진 속에 희미하게 나와 있는 수첩을 보니 1월 30일은 토요일이었고 이날 아침 가이유칸의 수족관에 갔고, 거기서 나와서 홋코쿠셰라는 유명한(...으로 추정) 가게에서 오므라이스를 먹었다고 적혀 있다. 수족관 가서 즐겁게 대왕가오리를 구경했던 건 지금도 생생하고, 오므라이스 먹었던 건 아주 흐릿하게 기억난다. 그 식당가를 두어바퀴 뺑뺑이 돌았던 것 같다.
사진은 당시 쓰던 아이폰4로 찍었고, 폰카를 처음 써보는터라 이상한 필터가 마구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도토루 사진은 이렇게 색채와 구도가 일그러지고 왜곡된 딱 네 장 뿐이다. 그런데 지금도 저 도토루가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