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Lucevan le Stelle, Placido Domingo arts2011. 12. 26. 21:13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는 푸치니의 토스카이다.
노래도 거의 하나같이 좋고, 뚜렷하고 매력적인 세명의 캐릭터인 토스카, 카바라도시, 스카르피아도 멋지다.
스토리는 그야말로 통속적이어서 숨쉴틈 없이 빵빵 터지는 것이 아마 그 당시엔 막장드라마 저리가라였을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스카르피아. 원래 바리톤을 좋아하는데다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카리스마 있는 비열한 캐릭터도 좋아하기 때문에 스카르피아에게 휙 넘어가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볼 때면 무조건 토스카에게 100% 이입되는 것이다. 최고의 디바에다 열정적이야, 아름다워, 게다가 용기도 있고 심지어 머리도 좋아! (..스카르피아에게 속은 걸 보면 머리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통행증 다 쓸때까지 기다렸다가 찔러 죽이는 걸 보면..)
특히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를 때쯤이면 400퍼센트 싱크로되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남을 해한 적 없고 성모님 제단에 꽃도 바치고 보석도 바쳤는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라고 애끊는 절규를 하는 토스카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카바라도시는..
그래, 고등학생 땐 좋아했었지. 레지스탕스 예술가, 멋지다!
그러나 해가 가고 나이를 먹을 수록 이 친구 볼 때마다 답답해 미치겠다. 어휴, 어휴, 어휴..
신념에 따라 친구를 숨겨주는 것까진 좋다. 멋지다. 근데.. 보나파르트가 승전했다는 뉴스를 듣자마자 이성을 상실하고 만세를 외치는 건 뭐냐고 ㅠㅠ 토스카가 사색이 되는 거 안보여? 스카르피아의 눈이 매처럼 번쩍이는 게 안보이냐고.. 아휴... 왜 제 무덤을 파니 흐흑.. 이 바보야.. 너 때문에 토스카가 얼마나 고생을 하니 심지어 사람까지 찔러 죽이잖아..
그래서 카바라도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의 정도는 관람하러 갈때마다 달라진다. 즉 노래를 잘하고 멋있는 테너가 나오면 몰입도가 올라가고 '저 멋있는 레지스탕스 예술가여!' 이렇게 되는 반면 반대일 경우 '카바라도시 찌질한 놈!' 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맨 처음 접한 카바라도시가 도밍고였고(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 틀어준 비디오로 처음 봤다. 맨 처음 접한 오페라였는데 그야말로 훅 갔다!) 그의 노래로 입문한 이상 내게 있어 최고의 카바라도시이자 스탠다드는 도밍고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ㅠㅠ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를 떠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아리아가 바로 카바라도시의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이다. 맨 처음 비디오 필름에서 도밍고가 초췌한 모습으로 흐릿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부르는데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금도 가끔 이 노래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갑자기 왜 이렇게 토스카와 이 노래에 대한 얘길 길게 늘어놓았느냐면..
주말에 토스카 dvd를 봐서^^ 룸메이트가 스스로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새 토스카 dvd를 사왔던 것이다. 요나스 카우프만 버전이었는데 이 사람은 꽤 훈남 카바라도시라서(노래도 괜찮고) 나의 애정도는 상승하여 보나파르트 승전 만세를 외치는 순간에도 '그래, 저 정도면 만세 불러도 돼' 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역시 나의 최고의 카바라도시는 도밍고 오빠.
옛날 버전을 유튜브에서 찾았다. 도밍고는 이 노래를 워낙 자주 불렀기 때문에 이게 최고 버전은 아닌데, 그나마 연결 상태가 좋은 거라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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