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목요일 밤 : 아침의 짧은 내적 투쟁, 이번 주 내내 바쁘고 피곤, 이동권, 역겨운 작자 fragments2022. 3. 31. 21:51
정말 곤하게 꿈꾸며 자다가 알람이 울렸다. 깨긴 깼는데 정말 너무 계속 자고 싶었다. 2분 가량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아, 휴가를 낼까' 하는 내면의 엄청난 욕구와 투쟁... 그러다 친한 동료와 점심 약속이 있다는 사실, 윗분도 출장 중이라 내가 자리를 비우면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억지로 끙끙대며 일어나서 뜨거운 물로 간단히 샤워를 하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후 출근했다.
바쁘게 일했다. 그리고 점심 약속 있었던 동료는 가족이 확진되어 재택격리가 되어서 결국 '휴가 내도 됐었잖아ㅠㅠ' 모드가 잠깐 되었다. 하여튼 일하느라 바빴다. 이번주는 지하철 놓칠까봐 좀 빨리 걸어서 그런 건지, 계단 오르내릴 때 근육을 잘못 쓴 건지, 계속 서서 오가서 그런지, 단순히 운동부족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리가 너무 아프다. 화정역에서 내가 항상 이용하는 출입구가 갑자기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공사에 들어가서 반대편 출입구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1~2분 가량 시간이 더 소요된다. 아침 출근 시간의 1~2분 간격으로 지하철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또 이 반대편 출입구는 그냥 경사 높은 계단이라 심히 피곤하다.
오늘은 퇴근하고 돌아오는데 너무 다리가 아파서 견디기가 어려워서 길 건너편 출구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올라와 신호 한참 기다려 횡단보도를 건너 삥 돌아서 왔다. 사지 멀쩡한(그저 운동부족인) 나 같은 인간도 에스컬레이터에 익숙해진 나머지 높은 계단 한번에 오르내리면 피곤한데, 장애인들은 이것이 그저 피곤하고 몸이 쑤시는 문제가 아니라 정말 그런 것과는 당연히 비교도 되지 않는, 정말로 이동권의 문제인데... 어떻게 공당의 대표라는 인간이 저토록 뻔뻔하고 파렴치한 발언들을 이어가는지 정말이지 견딜 수가 없다.
내가 바로 그 지하철 노선들을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이고 시위를 하는 역들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사람, 충무로역에서 환승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단 한번도 장애인 시위를 비난해본 적 없다. 이따금 '아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내 몸이 좀 피곤하다' 하고 나도 모르게 푸념이 나올 때는 있지만 그건 그저 만원 지하철이 멈춰서 있어 겪는 불편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푸념일 뿐 그분들을 원망하거나 '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시위를 한다는 기사를 미리 접하면 그 시기에는 아침에 10~20분 가량 더 일찍 일어나 더 빨리 출근한다. 아침잠을 좀 아끼면 나도 늦지 않을테니까. 물론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나는 아침에 챙겨야 할 가족도 없고 나 혼자 좀 노력하면 일찍 나올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어쨌든 나 개인이 겪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뉴스를 미리 보지 못한 날 아침에 시위 때문에 지하철이 지연될 때는 부서 직원들에게 단톡으로 이동권 시위 때문에 지하철이 지연되니 조금 늦더라도 괜찮으니 천천히 오라고 안내를 해준다(내가 제일 일찍 출근하는 편이어서) 그런데 공당의 대표라는 인간이 이토록 추잡하고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으며 스스로를 잘났다고 으스대는 꼬라지가 너무 끔찍하고 역겨워서 정말이지 소름이 돋고 몸서리가 쳐진다. 뉴스나 포털 기사에서 이 작자의 얼굴이라도 잠깐 비치면 정말 토하고 싶을 정도다. 정치인 사진은 좀 안 올리거나, 이미지 차단으로 안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도대체 이 사회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다행히 내일은 재택근무일이다. 그건 참 다행인데 내일 스케줄이 장난이 아니다. 줌회의만 연속으로 세개가 잡혀있다. 그리고 윗분이 좀 저기압 모드인데다 내일 회의 안건들을 가지고 들어오는 실무자들이 모두 시원찮거나 최근 윗분에게 책잡힌 적이 있는 친구들이라 이미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파지고 있다. 부디 내일 하루를 잘 보내고 푹 쉴 수 있는 주말이 왔으면 좋겠다. 이번 주는 많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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