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토요일 밤 : 유칼립투스 빼주세요, 연포탕과 우하 중간 어딘가, 가뜩이나 힘든데 피봤음, 그래도 쉬었다 fragments2022. 2. 26. 22:09
과로와 스트레스가 쌓였던 일주일을 보낸 터라 오늘은 완전히 뻗어서 쉬었다. 날씨마저 뿌옇고 어둡고 나중엔 비까지 와서 더더욱 몸이 무거웠다. 그렇게까지 늦게 깬 건 아니었지만 중간에 꽃 손질하려고 한동안 일어났던 거 빼고는 도로 침대에 들어가 뒹굴고 게으름 피우느라 한시 넘어서야 침대에서 기어나왔다.
핑크 톤 온 톤 라넌큘러스. 빨간색 하데스도 이쁘긴 하지만 역시 버터플라이는 이 광택나는 페일 핑크의 아리아드네가 더 이쁜 것 같다. 그거랑 하노이 라넌큘러스, 루스커스가 섞인 조합. 사실 유칼립투스도 몇대 있었지만 빼버렸음. 꽃 주문할때 '유칼립투스 빼주세요' 라고 추가조항을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ㅠㅠ
일주일 동안 너무 지친 나머지 너무너무 우하(러시아식 맑은 생선수프)나 복국, 연포탕 같은 것이 먹고 싶었다. 그나마 가장 쉬운 연포탕을 끓였다. 예전엔 재료도 다 직접 사고 손질하고, 조개도 미리 해감 다 해놓고 다시마로 육수 내고 그랬는데 다 귀찮아서 재료 세트가 들어있는 밀키트를 샀다. 근데 정말 정직하게 재료만 들어있어서 결국 손은 꽤 갔다. 연포탕은 본시 좀 심심한 음식이고 육수가 잘 나와야 되는데 1인 가구에서는 깊은 맛 낼만큼 많이 끓이지 못하니 먹을 때 좀 치트키를 발휘, 레몬을 짜서 넣었다. 이러면 우하 먹는 것 같은 자기 기만을 할 수 있음 ㅎㅎ 냉동 아귀 큐브를 좀 넣고 레몬즙을 가미하니 반쯤은 우하 같고 반쯤은 연포탕 같아서 만족했다.
그런데 남은 레몬을 랩으로 싸놓으려다 랩 상자에 붙어 있는 커터에 손가락을 베어서 피봤음 ㅠㅠ 오른손 중지 손톱 바로 아래라 되게 애매하고 아픈 자리... 급하게 분말 지혈제를 뿌리고 밴드를 칭칭 감았다. 엉엉, 힘들어서 간만에 요리를 했는데 손 베고 피봤어...
하여튼 이러느라 아점을 두시 넘어서 먹고 오후의 티타임도 세시 넘어서. 그랬더니 이미 집은 어둑어둑해서 불을 켜야 했다. 흑흑, 밝은 집안에서 불 안 켜고 차 마시는 게 좋은데, 그러려면 일찍 일어나야 했음.
뻗어서 쉬고 심심풀이 스케치를 하며 기분 전환을 했다. 그리고 늦게 저녁 먹고... 그러느라 오늘은 글을 한 줄도 못썼는데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 이번주는 너무 바빠서 글을 한 단어도 못 썼고 생각조차 못했다. 자기 전에 조금 써봐야겠다.
오늘 도착한 새 꽃들이랑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이쁘긴 한데 이번 꽃은 너무 피어서 도착한 게 아쉽다.
빨간 하데스 라넌큘러스도 아직 남아 있다. 3분의 1쯤은 시들어서 꽃잎이 펄럭펄럭 우수수 떨어졌다만...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는 그게 약점임. 시들면 너무 우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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