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목요일 밤 : 우크라이나, 유일하게 좋았던 건 새벽의 꿈, 바빴고 피곤했고 지쳤음 fragments2022. 2. 24. 21:04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푸틴과 긴밀한 인터뷰를 이어왔던 독일 기자가 2015년에 출간한 책인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에 전반적인 내용들을 망라해서 쓴 것으로 보인다. 나온지 이미 몇년이 흘렀지만 상황이 변한 건 별로 없고 진행 중이다. 그 사이에 돈바스를 기화로 급기야 오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났다. 너무 안타깝다. 부디 희생자와 고통받는 자가 없기를, 이 끔찍한 상황이 잘 수습되기를 바란다. 사실 러시아나 미국이나 도긴개긴이고... 돈바스는 계속해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던 지역이지만(그렇다고 끔찍하지 않은 게 당연히 아니다만), 설마 우크라이나 전역의 도시들에도 저렇게 공습을 퍼부을 줄은 몰랐다. 내가 당신을 과소평가했소. 블라지미르 블라지미로비치 ㅠㅠ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뉴스들은 사실 대부분 미국 중심으로 필터링된 경우가 많은데 러시아쪽 기사들과 뉴스를 보면 나름대로의 논리와 자기들의 시점이 있다. (양측을 다 읽어보는 편이 상황 이해가 더 잘되고, 결론은 미국도 못지 않게 나쁜넘이라는 것이고...) 하지만 전쟁은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오늘은 정말 바쁘고 지치는 하루였다. 힘들었던 하루에 대한 정리에 앞서 유일하게 좋았던 것으로 시작.
빵끗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님 사진. 얼마전 돈키호테에서 바질을 췄을 때 모습. 흑흑 이름도 같은데 한넘은 제국주의 러시아의 영광에 집착하는 독재자, 이분은 이리도 아름다우신 예술가 ㅠㅠ
새벽 꿈에 슈클랴로프님이 내한공연을 왔다. 무대에 올라가기 앞서 평상복 차림으로 공연장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얼른 따라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뭔가 꿈속에서도 이분이든 나든 시간에 쫓겨서 얘기를 얼마 못했다. 그러고는 내가 안타까워서 동동 구르며 어떻게든 공연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는 서점 같은 공간에서 또 만나기도 했고 뜬금없이 인적 드문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시간표와 노선을 몰라 헤매고 있는 이분에게 내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이 모든게 노어로 이루어졌는데 역시 꿈에서 노어 하는 게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고 버벅댔다. 엉엉 아무래도 전화 노어라도 신청할까 싶음, 점점 갈수록 못하게 되는 듯.
하여튼 꿈에서 미의 결정체인 발로쟈 슈클랴로프님을 간만에 봤기 때문에 그리워져서 사진 올려봄. 그리고 미의 화신이 꿈에 나왔으니 오늘 로또를 샀어야 했는데 너무 바빠서 결국 못 샀다.
이것 외엔 오늘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아침엔 시내 중심가에 업무 미팅을 하러 갔다. 요즘 핫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관련된 미팅이었다. 그런데 폐쇄된 회의실에 두시간 넘게 들어가 모니터와 노트북을 보며 생소한 기술 얘기도 듣고 뭔가 아직 버벅거리는 플랫폼 시연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자가발전 모드에 들어간 윗분의 흥분을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제어하면서 중간중간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다 보니 정말 너무 지쳤다. 오늘따라 머리가 다시 아팠고 배란통마저 와서(이건 보통 과로와 스트레스 상태일 때 발현됨) 더 힘들었다. 작은 공간에 갇혀서 마스크 쓰고 이렇게 회의를 집중해서 한 여파도 있었던 것 같다. 원체 폐소공포증 비슷한 게 좀 있는 터라.
미팅을 마치고 윗분과 실무자들과 밥을 먹었다. 윗분의 자가발전과 급발진 모드에 좀 피곤해져서 말을 섞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생겼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그런 것도 있다. 하여튼 그러고 나서 나는 진료를 받으러 또 먼 길을 갔다. 오늘은 바빠서 진료도 약식으로 받았다.
사무실로 복귀하기엔 노선과 시간이 애매하여 머나먼 횡단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다리가 아프고 힘들어서(다리 아픈 건 어제 행사의 여파도 있음)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목욕을 좀 했다. 그리고는 쉬었다면 좋았겠지만 일이 또 밀려와서 재택근무를 거의 8시 가까이까지 했다. 직원들이 만든 자료가 너무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엉망이라 너무 기가 막혀서 특히 문제가 되는 사람 두엇에겐 하나하나 지적을 해주고 뭐가 잘못된 건지, 앞으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갑님이 요청한 피곤한 자료들이 또 와서 그것도 늦게까지 만들었다. 그래서 저녁도 늦게 먹었다.
많이 피곤하다. 내일은 오전에 부서 줌회의를 해야 하는데 이게 어제 윗분이 마구 자가발전+히스테리 콤보를 부린 그 안건이라 회의 진행하기도 싫고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빨리 내일이 지나가고 주말이 되어 좀 쉬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 꿈에 꽃돌이님이 또 나와주시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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