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의 행복 - 비단결 같은 맘씨의 꽃돌이님 ㅠㅠ dance2020. 3. 14. 17:43
새벽에 마린스키 티비에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님의 스페셜 이브닝 공연을 라이브로 방송해줘서 잠도 안 자고 열심히 보았다. 라이브 스트리밍은 세번째 작품인 다이아몬드를 잘라먹은 것 외엔 더할나위 없었고, 시작과 막간에 인터뷰와 리허설, 스메칼로프와의 토크 등 영상까지 보여줘서 팬은 너무나 행복했다.
그러다가 눈이 휘둥그레~!!!
우아앙, 꽃돌이님 연습 중에 내가 만들어드린 티셔츠 입었어 흐항!!!
이게 사실... 작년 11월에 갔을 때 티셔츠 디자인 사이트가 있는 걸 알고 거기에 그림과 문구를 넣어서 제작해본 거였는데 나는 직접 스케치하거나 편집한 이미지를 사용해서 달력이나 폰케이스, 엽서나 작은 포토북 등등은 쉽게 만들지만 옷에 시도해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때 너무 바쁘던 시기라서 그냥 어느날 밤에 순식간에 아이패드로 그려서 시험삼아 한장 디자인해 주문했었다. 처음 만드는 거라서 후디나 두꺼운 옷은 실패할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제일 편하게 입는 티셔츠를 골랐고, 원래는 검정색에 만들고 싶었지만 인쇄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어서 무난한 회색을 골랐다. 마침 발레 춘향 공연 마친지 얼마 안된 때라 이몽룡 티셔츠를 만들었다. 앞은 몽룡이 장원급제씬에서 쓰고 나오는 어사모, 뒤에는 갓을 그렸다. 인쇄해서 나오는 거니까 아주 단순하게 그렸다. 받아보고 별로면 다시 만들어야지 했는데 저때 정말 일이 너무너무 바빠서 결국은 시간도 안 났다.
근데 문제는... 이게 첨 만들어본 거고 사이트의 디자인 툴이 제한적이라(그냥 그림 넣고 글씨만 타이핑할 수 있음) 실제 인쇄 사이즈를 가늠할 수가 없었고, 막상 받아보니 티셔츠는 생각보다 얇았고 옷감 느낌도 별로였고 삽입된 이미지는 너무 아래로 내려가 있는데다 조그맣게 나왔다 ㅠㅠ 그리고 역시 회색은 너무 밋밋했다. 검정색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ㅠㅠ 그래서 이걸 과연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여행가방에 챙겨서 갔다.
그래서 첫 공연이었던 젊은이와 죽음 보러 갔을땐 고민하다가 '아아 후줄근해, 안 이뻐' 하고는 딴것들만 드리고 이건 그냥 안 드렸고.. 돌아가기 전날 백조의 호수 공연 보러 갈 때는 '그래도 그냥 갓이 그려져 있으니 기념으로 한번 보기라도 해주면 좋겠당' 하는 팬심으로 이것을 상자에 고이 넣어 꽃다발과 함께 안내원 할머니께 맡겼다. 요즘은 마린스키 보안이 강화돼서 꽃 외의 선물은 안 받아주는데 내가 너무 사슴눈으로 '제발요~' 하고 징징대서(ㅋ) 할머니가 받아주셨음. (이번 한번만이에요~ 다시는 안돼요! 하고 엄하게 꾸짖음 ㅠㅠ)
그날 공연 끝나고 기다렸다가 발로쟈랑 마샤를 만나 인사도 하고 사인도 받고 즐겁게 이야기도 좀 주고받은 후 돌아왔는데 저 티셔츠는 좀 창피해서 '한번만 입어주면 참 좋겠다옹~' 하는 말을 절대 할 수가 없었다 ㅋㅋ
사진을 봐도 드러나지만... 생각했던 모양대로 안 나와서 그렇게 이쁘지가 않다...
그런데~! Palimpsest 연습 영상에서 낯익은 후줄근한 회색 티셔츠가 눈에 얼핏 띄었다. 으잉? 하고 열심히 보니 어마나 이 천사같은 꽃돌이님이 저 티셔츠를 입고 계신 것이 아닌가! 으아아앙 감격의 물결.... 우아... 너무너무 고마워요 흑흑... 이쁘게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ㅠㅠ
뒤는 갓이랑 이름 :) 차라리 이걸 앞면으로 할 걸... 컬러 입힌 어사모는 너무 색이 연하게 나왔음 ㅜㅜ
영상에서는 빛이 들어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게 그냥 전사해서 만든 티셔츠라 빨면 색이 확 바래는 건지 모르겠지만 무늬와 색깔이 엄청 연하게 나왔다. 흑흑 원래 이런 건 내가 입을 걸로 한번 시험해 본 후 만들어야 하는데 무슨 배짱으로 처음 만들어본 걸 떡하니 꽃돌이님께 바칠 생각을 했는가...
게다가 사이즈도... L과 XL 중 골라야 했는데 각각의 사이즈들과 센티미터 등등을 아무리 재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분의 키나 사지의 길이를 생각하면 후자였지만 원체 엘프처럼 날씬하니(실제로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체격을 생각하면 L이 나을 거 같고... 하여튼 그것도 갈팡질팡하다가 그래도 키랑 어깨가 있으니... 하고 후자로 만들었다. 영상에서 입고 나온 걸 보니 역시나 생각대로... 소매나 길이는 맞는다만 옷이 좀 훌렁훌렁 ㅠㅠ (근데 L은 또 작았을 것 같긴 하다. 역시 엘프에게 우리 나라 사이트에 나오는 사이즈로 재단을 하면 안 맞을 수밖에 ㅠㅠ) 엉엉 후줄근... 이런 옷을 입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비단결 같은 맘씨의 꽃돌이님 ㅠㅠ
연습할때는 워낙 땀도 많이 흘리고 움직임이 많으니 옷을 자주 갈아입는 걸 알고 있으므로 그럴때 딱 한번이라도 입어주면 대영광이라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막상 생각보다 안 이쁘게 나왔기 때문에 이것은 식탁 닦는 용도나 냄비받침으로 쓰셔도 감지덕지라 생각했거늘...
내가 그렸소~ 하고 토끼도 그려서 넣었는데... 젤 인쇄가 잘 된 건 이 토끼 얼굴 뿐이었다 흑흑흑 ㅠㅠ
뭔말인지 알려주기 위해 요렇게 메모도 같이 넣어서 드리긴 했었다 ㅋㅋ 호텔 방 메모지에 대충대충 그려서...
캡처해서 화질은 엄청 안 좋지만 그래도 감격과 고마움에 북받쳐서... 그 옷 입어주신 발로쟈님 캡처 두 장 더. 아아 캡처해 놓으니 더 훌렁훌렁 ㅠㅠ 흑흑, 그래도 나름대로 회색 슬랙스에 맞춰 입으셨네 ㅋㅋ
봐도봐도 더 이쁘게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이불킥을 하게 된다만... 입어주셔서 고마워요 발로쟈!! 영광입니다~ 역시 당신은 재능과 미모와 비단결 같은 맘씨를 다 갖춘 사람~~ (심지어 며칠 전에도 무려 제냐 수트 협찬받아 입고 방송 나갔던 분)
화질 나쁜 캡처본과 회색 티셔츠 사진만으로는 아쉬우니... 젊은이와 죽음 화보 멋있는 사진 두 장으로 마무리. 사진은 Alex Gouliaev. 2013년에 10주년 기념공연 때도 이 작품이 들어갔는데 그때 찍은 화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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