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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5. 15:28

딸기와 초콜릿 오후 tasty and happy2017. 2. 25. 15:28

 

 

 

딸기의 계절 :)

 

지난주에 2집에 내려갔을때 나도 모르게 주문했던 딸기 1킬로. 매일 조금씩 먹었고 남은 건 어제 싸들고 올라왔다. 어젯밤에 화정 도착해서 차랑 곁들일 걸 사오지 못해 오늘 오후 티타임은 딸기와 예전에 먹고 남은 초콜릿으로... 이것저것 사야 할 것들도 있어 오후에 밖에 나가서 물건도 사고 케익도 살까 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미룸.

 

 

딸기는 맛있는 동시에 너무 예쁘고 색깔도 곱단 말이야.

 

 

어제 나를 무척 괴롭히던 두통은 여덟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자 사라졌다. 일을 안 하고 있기도 하고...

근데 지금도 침대에 기어들어가면 그냥 자버릴 것 같다.

 

 

 

 

 

 

 

 

쿠마 계 탄 날~~

 

이 초콜릿은 작년 겨울에 페테르부르크 갔을때 호텔에서 준 컴플리멘트 초콜릿이다. 몇알 들어 있었는데 다 못 먹고 가져와서 아껴두고 먹다가... 오늘 마지막 두 알 먹음. 아까워... 흑...

 

 

뒤집으면 이렇게 생김.

하나는 커피초콜릿, 하나는 마지팬이 들어 있는 딸기 초콜릿.

근데 내 입맛엔 살짝 안 맞는 편이다. 러시아 초콜릿은 전반적으로 살짝 내 입맛과는 안 맞는다. 좀 씁쓸하고 진한 편인데 특유의 그 맛이 있다. 이 호텔도 쇼콜라티에가 유명한 곳인데 그래도 역시 살짝 안 맞아... 하지만 초콜릿은 이쁘다.

 

 

커피 초콜릿 베어먹었더니 커피시럽이 주르르...

(하긴 내가 커피를 안 마셔서 취향에 안 맞는지도... 근데 난 마지팬 들어 있는 초콜릿이나 시럽, 봉봉 들어 있는 초콜릿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취향이기도 하다)

 

하여튼 그냥 보고 있는 걸로 좋았는데 이제 아스토리아 호텔 초콜릿도 없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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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2. 4. 17:42

일 안하고 뒹구는 토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17. 2. 4. 17:42

 

피곤해서 자다깨다 하면서 엄청 늦게 일어났다. 하기 싫은 청소를 한 후 햇반과 지난주에 만들어둔 반찬을 곁들여 아주 늦은 아점(2시에..) 먹고 차를 마시며 '냉장고를 부탁해' 재방을 보았다.

 

회사고 집이고 내내 일만 하다가 오늘 일을 안 하니 뭔가 특별한 날 같은 기분이....(아이 이게 뭐야)

 

내일 기차로 다시 2집에 내려가야 함.

 

기분전환하려고 로모노소프 그젤닉 찻잔 꺼냄. 이거 꺼내면 작년 여름이 생각난다...

 

 

 

 

 

 

 

쿠마야 너를 위해 준비했어 딸기 생크림 롤~

 

쿠마 : 어흠 이 정도는 기본으로 갖다바쳐야지!!

 

토끼 : 고마움을 모르는 곰팅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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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설날은 어제였으니 어제 이렇게 차렸어야 하지만... 어젠 스타벅스에서 아점 먹으며 일한 관계로... 오늘 하루 늦게, 빨간 마가목 열매와 불새 그림 그려진 호흘라마 쟁반 꺼내고... 닭띠해 기념 티타임.

 

 

내가 좋아하는 산딸기 찻잔.

 

 

어제 스타벅스에 갔더니 새해 한정 케익으로 수탉 꽂혀 있는 케익이 나왔다. 맛은 블랙포레스트랑 비슷. 나쁘진 않은데 묵직하고 많아서 혼자 먹기엔 버겁다. 남겨놓음.

 

 

정유년 새해 복 많이.

 

 

 

 

 

쿠마야 새해 복 많이 받아~

쿠마 : 쳇, 2집엔 쿠나란 놈 들여놓고 너네 엄마네 집엔 강아지 데려다놨다며? 나 혼자 제일 이쁘고 귀여워야 되는데!!

토끼 : 쿠마야 네가 젤 귀여워 ㅠㅠ ㅇㅅㅇ

 

..

 

하여튼 나는 오랜만에 제대로 우린 차를 찻잔에 마시고... 다시 일하고 있음. 어흑흑... 일만 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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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1. 5. 22:45

그 여름의 체리와 서양 자두 2016 petersburg2016. 11. 5. 22:45

 

6월. 페테르부르크. 내가 세번째로 머물렀던 호텔 창가.

 

벌써 몇달이 흘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저때 내가 가장 많이 먹었던 건 체리였다. 그리고 모르스. 크랜베리 주스의 일종인 시원한 모르스와 달콤한 검은 체리. 러시아어로는 체레슈냐. 그리고 이따금 슬리바, 즉 서양 자두. 그리고 수퍼에서 사온 봉지에 들어 있던 혼합 견과. 저 당시 뭔가를 먹기가 힘들었다. 료샤 덕에 그래도 식사를 많이 거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 먹고 싶은 건 저것들 뿐이었다. 체리. 서양 자두. 모르스. 이따금 에스키모 아이스크림.

 

아마 내가 체리를 가장 많이 먹었던 때가 아닐까 싶다. 원래 체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페테르부르크에서 사먹는 체리는 가격이 더 쌌다. 나는 이틀에 한번씩 수퍼에서 체리를 사왔다. 그리고 매일 먹었다.

 

 

체리. 서양 자두 한 알.

 

아침에 먹기도 하고. 저녁에 먹을 게 없으면 또 체리를 먹었다.

 

 

레냐마저도 내가 돌아갈때 한국에 체리 없는데 어떡하냐고 징징댔다. (있긴 있어, 비싸서 그렇지 ㅠㅠ)

 

지금이야 저때보다는 훨씬 잘 먹고 있는데다 심신 양쪽 모두 훨씬 좋아졌다만... 추워서 체리 안 팔아 ㅠㅠ 체리 먹고 싶다 흐흑... 나는 체리 농장주와 결혼하고 싶다!

 

 

 

6월에 샀던 로모노소프 찻잔.

 

 

 

호텔 근처 빵집에서 사왔던 에클레어와 체리, 서양 자두와 차 한잔으로 점심 때웠던 듯하다. 료샤랑 레냐 만나러 나가기 전에.

 

흑, 체리랑 서양 자두 먹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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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마지막 날.

 

어제부터 비가 오더니 오전에도 내내 그치지 않고 내렸다. 비가 오니 행동반경에 제약이 온다. 1시쯤 숙소를 나섰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왔다. 남은 달러를 다 바꿔서 마지막 탕진을 하기로 했다. 네프스키 대로에 있는 로모노소프 가게에 가서 찻잔을 두개 더 샀다. 망했음.

 

그 로모노소프 가게 위에 블린 가게인 쩨레목이 있었기 때문에 아점을 거기서 스메타나 소스와 닭가슴살 든 블린인 '알료샤 뽀뽀비치'와 블랙베리 모르스로 해결했다.

 

 

 

 

비가 계속 왔다. 버스를 타고 이삭 성당 앞에서 내렸고 아스토리야 로툰다에서 차를 한잔 마셨다. 어차피 이제 돌아가야 하니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아했던 카페 중 하나에서 차 마시고 가려고. 여기는 bravebird님과 왔었고 나 혼자서도 두번 왔었다. 이 호텔에서 못 자니 차라도 실컷 마시고 가자 ㅠㅠ

 

여기 메도빅이 매우 맛있었다! 새로운 발견! 고스찌만큼 맛있다!!! (하지만 비싸 ㅠㅠ)

 

..

 

차 마시며 앉아 있다보니 늦은 오후가 되었고 비가 그쳤다. 여전히 흐리고 쌀쌀했다. 일단 버스를 타고 마린스키 앞에서 내린 후 숙소까지 걸어갔다. 찻잔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나갔다. 그래도 비가 안 오니 트로이츠키 사원에 가려고.

 

 

 

트로이츠키 사원은 내가 머무는 림스키 코르사코프 거리에서 좀더 올라가 보즈네셴스키 대로를 따라 쭉 내려가다가 판탄카 운하를 건너 이즈마일로프 대로로 내려가야 나온다. 원래 이름은 이즈마일로프 사원이지만 성삼위일체를 모셨다고 해서 트로이츠키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이한 사원 중 하나로, 내부보다는 외부의 금별 그려진 파란색 세개의 돔이 워낙 유명하다. 2006년인가 화재가 나서 재건축을 해서 그런지 금별이 옛날보다 훨씬 번쩍번쩍거린다.

 

이 사원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두번째 부인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했다.

 

몇년 전 쓴 본편 우주에 속한 소설에서 나는 심리적 화자에게 트로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의 본명은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이다. 바로 이 성당에서 따온 성이었다. 안드레이라는 이름도 어딘가에서 따왔지만 그건 나중에... 그래서 미샤는 항상 트로이를 '사원 같은 사람', '교회 종탑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바깥에서 구경만 했지 실제로 들어가본 건 이번이 놀랍게도 처음이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휑하고 넓었다. 루블료프 풍의 삼위일체 이콘들이 가장 많았다. 나는 성 게오르기 이콘 앞으로 갔다. 가족과 나를 위해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나는 정교 신자도 아니고 제대로 된 신앙을 가져본 적도 이미 오래전인 것 같지만,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어쩌면 용기일지도 모르기에.

 

..

 

사원에서 나왔는데 술에 취한 러시아 아저씨 한명이 와서 정교 신자냐 부터 시작해 사원의 역사와 건축가에 대해 줄줄이 설명을 했다. 아마 날 데리고 다니며 열심히 가르쳐주고 싶은 모양이었는데 난 약속도 있었고 또 좀 무섭기도 해서 '고마운데 난 약속이 있어요' 라고 한 열번은 말한 후 간신히 도망쳤다. 아저씨가 악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불편하긴 했어요 ㅠㅠ

 

..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사이 크류코바 운하변에 the repa라는 레스토랑이 새로 문을 열었다. 예전엔 '자 스쩨노이'란 이름(백스테이지란 뜻)의 유명한 식당이 있었는데 극장 사람들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이번에 긴자프로젝트 체인에서 새로 인수해 유명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겨서 새로 오픈했다고 한다. 가본 적이 없었고 트위터에서만 보며 궁금해했는데 료샤가 떠나기 전날이니 같이 가서 저녁먹자고 예약을 해주었다.

 

레스토랑은 근사하고 아름다웠다. 극장 느낌이 물씬 났다. 연지 얼마 안돼서 손님은 거의 없었고 막판엔 나와 료샤만 있었다. 가게 다 우리 거라고 농담하며 좋아했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이후 료샤가 숙소까지 태워다 주었다. 오늘은 짐을 싸야 해서 료샤에게 차를 못 우려줌.

 

내일 오후 2시에 공항으로 떠난다. 가기 전에 료샤랑 레냐랑 가능하면 꼭 보기로 했다. 근데 늦잠을 안 자야 할텐데...

 

..

 

돌아와서 괴로워하며 짐을 쌌다. 찻잔이랑 차가 왜 이렇게 많지 ㅠㅠ 엉엉... 뽁뽁이를 이번에 안 가져와서 면세에서 챙긴 뽁뽁이가 너무 적다... 종이랑 옷으로 잘 싸서 열심히 포장은 했다만.. 깨지면 안되는데... 내일 가방 패킹을 부탁해야겠다. 짐싸는 거 너무 힘들다.

 

..

 

나는 3주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글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많이 누워 있었다. 잤고 숨을 쉬었고 먹었다. 걸었고 공연을 봤다. 슈클랴로프 나오는 공연도 운좋게 4편이나 봤다. 좋은 사람 몇명을 만났다.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아름다운 도시,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 와서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게 일시적인 치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좀 슬프다.

몇달 더 남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일 돌아간다.

 

나에게 용기와 평온과 힘이 생기기를!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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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7. 18:56

방에서 늦은 아점 2016 petersburg2016. 6. 27. 18:56




비가 오고 흐려서 늦잠 자고 방에서 아점 먹는 중. 이틀 전 사와서 굳어버린 에클레어, 체리, 자두 한알, 디카페인 홍차.





며칠전 산 로모노소프 그젤 문양 찻잔. 신상품인데 할인중이라 급히 득템..




오늘은 비는 안온다 하고 낼은 내내 비온다는데.. 비 안오면 원래 요새나 수도원에 가야 하지만 오늘은 웬지 러시아 박물관에 가고 싶다. 이거 먹고 머리 말린 후 나가야겠다. 운동화 신고 가야겠다. 어제 샌들 신었더니 허리가 아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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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여기 와서도 새벽에 깨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좀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언제 그렇게 미친듯이 일을 했느냐는 듯, 일 안하고 매일같이 쏘다니고 늦잠자고 누워 있고 게으름피우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다... 도대체가 나라는 인간은 애초부터 일해먹고 살게 생겨먹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아둥바둥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힘들었나... 흐흑, 일 안하고 살고 싶다. 어디서 화수분이라도 하나 뚝 떨어지면 좋을텐데. 결국 이것도 아주 짧은 기간의 일탈이고 아마 나는 그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여전히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

 

늦게 일어났다. 머리가 좀 아팠다. 자다가 추워서 긴 옷으로 갈아입고 잤는데 기침도 했다. 어제는 공연보고 오느라 빵이든 뭐든 아침거리를 사오지 않았다. 근데 어제부터 비가 와서 오후까지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일어나기가 너무 싫어서 오래오래 누워 있었다... 결국 배가 고파서 억지로 일어나 씻은 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화장을 했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모든 계획(k갤러리에서 바리쉬니코프 전시 보기, 로모노소프 찻잔 가게 가기 등등)을 취소하고 이 호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아스토리아 호텔 카페에 가서 애프터눈 티로 한방에 밥과 디저트를 해결하기로 호기있게 결심했다.

 

이 카페에는 전에도 몇번 갔었다. 얼마전 bravebird님과도 함께 갔었다. 예전에 딱 한번 애프터눈 티 세트 먹어봤다. 여기는 디저트 부페 식으로 나오는 러시안 애프터눈 티 세트가 있고 예의 3단 트레이에 나오는 잉글리쉬 애프터눈 티 세트가 있는데 후자가 더 비싸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전자를 먹는다. 여긴 러시아잖아,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잉글리쉬 애프터눈 티 세트 먹어야겠나 싶은 거겠지.

 

 

 

 

빈속이라 일단 배를 채운 후 디저트를 먹기로 다짐. 오이샌드위치와 쇠고기로 속을 채운 피로슈카(파이), 양배추 파이, 딸기잼 얹은 블린을 먼저 먹었다. 다들 버터가 많이 들어 있고 맛있었다. 블린도 맛있었는데 부페 종류를 다 하나씩 먹어보고자 하는 원대한 야망 탓에 블린은 한장밖에 못 먹었다. 애초부터 부페를 많이 못먹어서 샐러드 바에서도 본전 못 건지는 나에게는 참으로 원대한 야망인 것이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디저트를 먹고자 하는 열망으로(ㅋㅋ) 딸기무스 케익과 바닐라 슈를 가져다 먹고... 초콜릿 트뤼플과 잼 얹은 초콜릿 무스, 견과쿠키를 가져왔는데 무스 외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안먹어본 게 아직도 남아 있었으나 역시 토끼의 위장은 작았고... 나의 원대한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엉엉) 더 이상 못먹고 초콜릿 트뤼플과 견과쿠키, 그리고 원래 곁들여준 견과얹은 비스코티 비슷한 쿠키는 살짝 티슈로 싸왔다. 아휴... 저걸 다 먹었어야 하는데 엉엉... 토끼도 위장이 4개면 얼마나 좋아!

 

(심지어 이 배터지는 와중에 산딸기에이드마저 서비스로 가져다줌... 근데 이거 맛있었다)

 

 

원래 비오니까 카페 창가에 앉아 애프터눈 티 마시며 우아하게 책이나 읽으려고 도블라토프 단문집과 하루키 책 두권이나 들고 갔는데(나름대로 빨간 립스틱도 칠해주고 조금 치장도 했다만) 결국 책은 하나도 안 읽고 창밖 구경하고 디저트 하나하나 클리어하고 카톡하고 폰으로 이것저것 확인하다 6시가 되었다. 이게 뭐야... 나 왜 책 두권 들고 내려왔니...

 

..

 

 

원래 좀 더 앉아서 책 읽어보려 했으나 창밖으로 하늘이 개는 게 보였다. 여기는 날씨 좋으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동네라서(언제 또 비가 올지 모른다 ㅠㅠ) 이미 전시 시간은 놓쳤으니 찻잔이랑 수분크림 사러 나가기로 했다. 내일 블로그 이웃님께서 페테르부르크에 오시기 때문에 같이 밥먹을 곳도 예약할 겸.

 

근데 bravebird님 때도 그랬지만 고골은 오늘도 역시나 며칠 동안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예약 실패. 여기 왜 이래... 예전엔 올때마다 자리 있었는데... 쯧, 너무 떠버렸어... 두셰브나야 꾸흐냐도 자리 없는데 ㅠㅠ 역시 겨울에 와야 편하게 밥먹는구나... 그나마 아직 고스찌는 자리가 있어서 예약에 성공했다. 고스찌, 너만은 제발... 어흑흑.. 고스찌는 이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인데 너마저 자리 잡기 힘들어지면 너무 슬플 거야...

 

..

 

처음엔 9일, 그다음엔 2주로 바꾸고, 그다음에 또 며칠을 연장한 거라서 화장품이 똑똑 떨어졌다. 스킨은 며칠 전에 싼 걸로 하나 샀는데 수분크림마저 떨어졌다. 크림은 스킨이랑 다르니 아무거나 막 사기도 그렇고... 근데 또 원래 쓰는 건 면세점 가격이랑 너무 다르니 덜컥 여기서 그냥 사기는 아깝고... 하여튼 네프스키로 나갔다. 리브 고셰에 갈까 했는데 렌에뚜왈이라는 다른 화장품스토어 체인이 있어 거길 갔다. 여기도 뭔가 브랜드들만 우글거리긴 하는데... 그나마 내가 쓰는 수분크림에 젤 가까운 건 비오템 아쿠아수르스인데 이건 사실 가성비가 안좋아서 굳이 여기서 면세도 아닌데 사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그때 친절한 점원 아가씨가 와서 도와주었다. 수분크림 찾아요 했더니 이것저것 권해주어서 '이것보다 좀 더 가벼운 거요, 비오템 수분 젤 비슷한 건데 비오템은 싫어요. 원래 ㅇㅇ 썼는데 여긴 없어서요' 라고 하자 점원은 자기네 체인은 프랑스 체인이라 그쪽 브랜드들과 수입품들을 취급한다고 했다. 하여튼 세상에서 주문하는 걸 제일 두려워하는 나이지만(ㅠㅠ) 점원 아가씨가 잘 도와줘서 이것저것 테스트도 해보고 다 발라보았다. 근데 50밀리짜리라서 더 작은 용량은 없느냐고 했고 다 50밀리라고 해서 '나는 여행왔는데 수분크림이 똑 떨어져서 조금만 있음 되는데요'라고 하자 '아항~' 하더니 여행용 키트를 가져다 주었다. 그래, 진작 그렇게 물어볼걸 ㅋㅋ

 

점원 아가씨가 가져다준 키트에는 아이크림 8.5밀리, 수분크림 25밀리, 메이크업리무버 50밀리 등 딱 나한테 필요한 용량과 필요한 물건들만 들어 있었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1+1 행사 중이라 같은 걸 하나 더 주었다. 첨엔 두개 사면 하나 더 준다는 줄 알고 나 혼자 쓸거라 필요없다 했더니 원 플러스 원이니 하나 더 가져가면 된다 해서 뭔가 조삼모사처럼 득템한 기분이 되었음. 내친김에 스타킹도 샀다. 스타킹 두개 가져왔는데 하나는 올이 나갔고 하나는 빵꾸나서 ㅠㅠ 스타킹도 원 플러스 원이라 원래 물건 가격이 좀 비싸긴 했지만 두개 산 꼴이 되어 또 그리 나쁘진 않다고 조삼모사 계산을 하였음...

 

 

(그리하여 두개씩 가져온 화장품과 스타킹. 조삼모사 토끼)

 

 

 

..

 

화장품 사는 미션을 성공한 후(헉헉, 물건 사는 건 왜 아직도 이렇게 힘들까... 난 초보 여행자도 아니고 노어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엉엉), 쭉 걸어서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에 있는 로모노소프 매장에 갔다. 원래 제일 많이 가던 곳은 판탄카 근방에 있는데 거긴 버스 타고 가야 해서. 친구가 부탁한 코발트넷 찻잔 세트를 사고 새로 나온 귀여운 그젤 문양 찻잔과 뚜껑 달린 붉은 수탉 찻잔(저번에 샀던 붉은 수탉 찻잔 깨먹은 회한으로 새로운 수탉 장만)을 샀다. 다른 것도 이쁜거 많았는데(새로 나온 것들이!!!) 진짜 파산할 지경이라 포기했다. 근데 이러다 마지막날 도로 와서 또 살지도 몰라... 가방에 들어갈 자리도 진짜 없는데 ㅠㅠ

 

찻잔 사진은 나중에.. 일단은 박스를 풀지 않았다. 숙소를 며칠 후 또 옮겨야 하니...

 

찻잔을 산 후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걸어서 돌아오다 부셰에 들러 내일 아침 먹을 빵을 샀다. 저녁 무렵이라 줄이 엄청 길어서 꽤 기다렸다. 그리고는 근처 가게에 가서 물과 컵라면을 샀다. 근데 요즘 왜 도시락 컵라면이 안보이지... 이상한 러시아 컵라면이 있어 닭고기맛을 일단 샀다.

 

물 2리터, 찻잔 4개, 화장품, 카메라 든 가방을 들고 호텔까지 걸어오는데 무거워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어깨랑 손목 다 나가는 줄 알았다. 으흑, 근력 부족... 게다가 더워서(뭐야, 오후까지 비오고 추웠는데) 땀을 삐질삐질 흘림. 생각해보니 돌아오는 길에 고스찌에 자리 예약도 했구나.

 

돌아와서 보니 내가 카페 가서 읽으려 했던 책 두권을 그대로 들고 다녔던 것을 발견. 으악, 그러니까 무거웠지... 어휴...

 

...

 

돌아와서는 씻은 후 빨래를 좀 하고 배고프고 느끼해서(단걸로 아점저를 먹었으니..) 문제의 컵라면을 끓여서 볶음김치와 먹어보았다. 이상하게 스프에서 카레 냄새가 나네 했는데 다 익고 나서 먹어보니 그것은 카레 냄새가 아니라 조미료 수프 냄새였음 -_- 우왝, 진짜 느끼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도시락이 히트를 친 거야!! 애액, 도시락 어데갔어... 도로 갖다놔요 엉엉...

 

 

하여튼 배고파서 볶음김치의 힘으로 맛없고 느끼한 러시아 컵라면을 꾸역꾸역 먹었다. 국물은 거의 안 먹고 버렸다 -_-

 

..

 

료샤와 레냐는 그저께 밤에 각각 다른 이유로 나에게 삐쳤다.

 

먼저 레냐는, 어제(월) 저녁에 나랑 다시 만나 놀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는 어제 마린스키 공연이 있었다.

 

나 : 레냐야, 나 마린스키에 공연 보러 가는데 다녀와서 이번주에 다시 보자.

레냐 : (정색)아뺘찌 슈끌랴로프!!! ('또' 슈클랴로프야!) 싫어 슈클랴로프! 진짜 싫어!

나 : (헉) 너 전에 그 사람 춤 잘추고 잘생겨서 좋다며... ㅠㅠ 나랑 곱사등이 망아지 볼때 좋아했잖아!  

레냐 : 싫어 싫어 슈클랴로프 싫어 힝힝... 쥬쥬가 좋아해 힝힝...

나 : (헉, 이 녀석이 이제 드디어 이성에 눈떴나, 질투라는 것을 하나!!!) 착하지 레냐야 양갱 줄게.

 

그리고 비장의 무기 양갱 10개들이를 주었다. 그러자 레냐는 금세 해해 웃었고 나보고 공연 잘보고 와서 또 놀자고 한다. 음, 약혼자가 너무 단순한 거 아냐... 양갱 주니까 금세 풀어져서 약혼녀가 멋있는 남자 무대 보러 간대도 웃고... 이거 기뻐해야 돼 슬퍼해야 돼...

 

그런데 이것이 료샤의 삐침을 유발했다. 그 이유는..

 

료샤 : 야, 너 레냐 양갱은 챙겨오고 나 줄거 안 챙겨오고..

나 : 미안해 친구야... 나 너무 급하게 날아오느라 네걸 못샀어 ㅠㅠ 미안해..

료샤 : 레냐만 챙기고 난 안중에도 없어 ㅠㅠ

 

... 료샤가 원하는 것은 맥심모카골드 믹스커피임... ㅠㅠ 그 노란색...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거... 접때 먹여줬더니 껌벅 죽고는 그렇게 맛있는 커피 첨 먹어본다 해서 이후에는 러시아 올때마다 레냐 양갱이랑 얘의 맥심모카골드 노란색을 사왔던 것이다. 근데 이번엔 너무 급하게 오는 바람에 그나마 양갱도 간신히 사왔다 ㅠㅠ

 

그래서 레냐는 양갱으로 무마해서 질투심이 풀렸는데 맥심모카골드를 못 먹게 된 료샤는 아직 조금살짝 삐쳐있는 것 같다. 어흑, 내가 너네 집 가서 인스턴트 커피에 프림이랑 설탕 잔뜩 타서 다방 커피 타주면 되겠냐... 나 다방커피 잘 탄다... 이게 참 미스터리인데 난 커피를 안 마시는데 이상하게 내가 타는 다방커피가 아주 맛있다며 아저씨들이 항상 좋아했었음.

 

결론 : 레냐는 아직 먹을 것 앞에선 질투가 뭔지 모르는 순진남이고 료샤는 노란 맥심을 좋아하는 아재 입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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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9. 14. 21:03

이삭 성당이 보이는 창가에서 차 한 잔 russia2015. 9. 14. 21:03

 

 

이건 몇 년 전 사진이다. 2012년 9월.

페테르부르크.

앙글레테르 호텔 창가.

이때 앙글레테르 호텔에 처음 묵었는데 빨간색 쿠션과 나무 바닥, 그리고 이삭 성당이 보이는 창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무료 와이파이도 안 되고 불편한 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삭 성당이 그대로 보이는 전망만큼은 정말 근사한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예세닌이 자살했던 곳이다. 지금이야 외국계 체인에서 인수해서 싹 리노베이션했지만...

 

찻잔이 눈에 익은 것 같다고 하신다면.. 맞습니다. 집에서 종종 차 마실 때 쓰는 로모노소프 찻잔이다. 이때 네프스키 대로의 가게에 가서 샀던 것이다. 호텔 근처의 맛있는 빵집 부셰에서 사온 삐로즈노예(조각케익)인 '률류 끌류끄벤노예'라는 나무열매 무스 케익 곁들여 차 우려마신다고 이때 처음 개봉... 그래서 받침접시엔 케익이 올라갔기에 찻잔은 방에 있던 종이 컵받침으로 받쳐놓음...

 

 

 

그래서 이삭 성당이 보이는 창가에서 차를 마셨었다.

 

 

 

이렇게... 왼편으로 보이는 것이 이삭 성당이다.

 

..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구나 ㅠㅠ

 

** 태그의 앙글레테르 호텔을 클릭하면 이 호텔 방과 창문 등에 대한 이전 포스팅과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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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일전에 러시아 수퍼마켓에서 사온 먹거리들 사진(http://tveye.tistory.com/3931)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외에 서점이나 다른 가게에서 샀던 것들 몇 개. 이번에는 머문 기간도 짧은데다 요즘은 일년에 두어번은 가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사오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번 여름에는 너무 정신도 없고 여유도 없어서 책도 두권밖에 안 샀음.

 

 

 

이건 사무실 동료들에게 나눠주려고 샀던 러시아 초콜릿 캔디. 사실 나는 러시아 초콜릿 캔디는 입맛에 잘 맞지 않아서... 러시아 초콜릿은 특유의 달고 씁쓸한 맛이 있는데 옛날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초콜릿이 들어가는 디저트인 까르또슈까는 매우 좋아한다) 사무실 사람들이 많아서 기념품을 하나하나 사다주는 것도 힘들고 가방 싸기도 귀찮아서 요즘은 그냥 이렇게 사탕 몇 봉지 사가서 나눠주고 끝낸다.

 

 

 

이건 전에 한번 얘기한 적 있는 피크닉 초코바. 예전에 러시아에서 지낼 때 좋아했던 초코바인데 요즘은 러시아 수퍼에서도 이거 구하기가 쉽지 않다... 크기가 다양해서 좋다. 극장에 공연 보러 갈때 한개씩 챙겨가서 막간에 먹으면 딱 좋은데..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가게에서 이 피크닉을 팔기 때문에 들러서 여러 개 샀음. 친구(쥬인)도 이걸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 것까지 사느라 좀 많다. 그런데 돌아와서 아직도 친구를 못 만나서 저 초코바들이 냉장고에 들어 있음.

 

옆에 있는 분홍색 초코바는 핀란드 브랜드인 파제르의 게이샤. 파제르 초콜릿은 맛있다 :)

 

 

 

 

예전엔 어디든 여행을 가면 냉장고 자석을 한두개씩 모았는데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귀찮아서 그런지 지금은 자석을 거의 사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갔을 때 어느 서점에서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재기넘치는 자석이 있어서 두개 골라서 사왔다.

 

왼편의 자석은 페테르부르크를 상징하는 것들을 알파벳에 따라 나열한 것인데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나는 알파벳 'Г'(게)에 해당되는 자석을 골랐다. 상징파 시인 지나이다 기피우스, 가스찌니 드보르, 그리고 고골!! 사실 고골이 너무 귀엽게 그려져 있어서 ㅎㅎ

 

오른편의 자석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쓰는 단어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이건 노어를 좀 알아야 재밌는 거라서.. 영어에서도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가 다르듯이, 모스크바 사람들이 쓰는 단어와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이 쓰는 단어가 좀 다른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저 자석의 왼쪽 맨 아래의 러시아식 도넛. 모스크바에서는 뽄치크라고 부르지만 페테르부르크에선 쁘이슈까라고 부른다 :) 그리고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자기들이 쓰는 단어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페테르부르크 시민처럼 말하기' 뭐 이런 광고 간판도 가끔 세우고... 책들 읽다보면 저런 얘기가 종종 나와서 나 같은 외국인으로서는 참 재밌다.

 

사족을 붙이자면,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의 도시 사랑은 유명해서 모스크바랑 비교하면 짜증내는 경우도 많다 :) 어쨌든 문화와 예술과 교양의 도시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돈 버는 데 눈이 멀어 예의없고 인정머리 없다고 여기기도 하고...

 

 

 

자석 샀던 서점에서 사온 에코백. 하나는 선물용, 하나는 내가 쓰려고 샀다. 이것도 페테르부르크의 상징물들을 그려놓은 것이다 :) 고양이도 있고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도 있고 네바 강물도 있고, 잘 보면 수면 위로 퐁당 하고 물방울이 두 방울 그려져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전에 얘기했던 네바 강의 물고기 코류슈카..(가 물 속으로 들어갔다고 씌어 있다 ㅠㅎㅎ), 그리고 비!! 워낙 비가 자주 오는 동네라서... 그리고 페테르부르크의 지붕들에 대한 얘기도 있고, 쁘이슈까 도넛도 있고... 책 두권이 보이시는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 너무 귀엽다 :)

 

이거 말고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문구가 씌어져 있는 에코백도 있었는데 그것도 갖고팠지만 그래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 이걸 택했다.

 

 

이번에 사온 책 두 권.

 

왼편은 '루스까야 꾸흐냐 버전 2.0', 우리 말로 번역하면 러시아 요리 버전 2.0 정도 되겠다. 이것은 긴자 프로젝트라는 유명한 러시아 레스토랑 브랜드의 젊은 셰프인 알렉산드르 벨코비치가 쓴 러시아 요리책이다. 소박하면서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러시아 가정식 레시피들이 담겨 있다. 심심할 때 넘겨보고 있음.

 

오른편은 '비정형화된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시리즈 중 하나. 이 시리즈 두 권을 먼저 샀는데 이번에 가니 이게 새로 나와서. 이 책들 참 재밌다. 이번에 사온 건 페테르부르크의 수많은 골목과 거리들에 붙어 있는 애칭과 특징들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이것도 심심할 때 조금씩 보고 있다.

 

 

 

요리책~

이것은 보드카를 넣고 끓인 우하 수프.

 

 

 

오늘 차를 마시면서..

 

 

위의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읽음

 

 

안은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이건 얼마 전 주말.

 

 

이건 보르쉬와 오크로슈카 수프.

 

오크로슈카는 약한 알콜 음료인 크바스에 오이 등 야채를 넣어 만드는 냉수프이다.

 

 

 

이건 러시아식 감자팬케익. 그때 이거 보면서 감자호박전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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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이틀 정도만 날씨 좋았고 그 후부터는 계속 진눈깨비, 그냥 눈, 이제는 비가 내리고 있음 ㅠㅠ 으앙...

 

하긴 한겨울도 아니고 2월에 왔으니 그러려니 해야지 ㅠㅠ 그나마 맨처음에 해가 쨍 난 게 어디야..

 

날씨가 너무 우중충하고 바람도 불고 습하고 계속 눈과 비가 내려서 못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도 친구가 부탁한 기념품 사러 가게에 갔다가 네프스키 중심가에 있는 로모노소프 가게(어제 간 곳과 다른 곳)에 가고, 이후 돔 끄니기에 갔다가 징게르 카페(singer cafe)에서 조금 늦은 점심 먹고 들어온 게 전부다.

 

오늘 저녁에는 마린스키 구관에서 단막발레인 '봄의 예감'과 '페트루슈카'를 보러 간다. 날씨 개면 좀 일찍 나가서 산책하다 가려고 했으나.. 여전히 하늘은 우중충... 그냥 시간 맞춰서 나가야겠다.

 

역시 백야 시즌이 좋긴 좋다. 날씨도 좋고 환하고 해도 안 지고 ㅠㅠ

 

짧은 기간동안 머무르며 공연을 6개나 보고 있으니 뭐 내가 무리하고 있는 거긴 한데, 돌아가면 또 언제 이 공연들을 보겠나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예매해놓고 보니... 날씨도 그렇고 체력도 별로라 매일 피곤하다. 낮에 잠깐 쉬었다가 밤에 공연 보고. 돌아와서 좀 정리하고 자고.. 벌써 일주일이 흘렀네 ㅠ 모레 아침에 공항으로 떠나니 휴가도 이제 다 갔구나. 너무너무 섭섭하고 슬프다.

 

위의 사진은 내 방 창 너머로 찍은 것. 하도 눈이 와서 ㅠㅠ

 

점심 먹고 들어와서는 사온 찻잔들을 하나하나 뽁뽁이로 싸고(안 깨져야 할텐데), 좀 쉬다가 징게르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해 온 사과파이를 곁들여 차 한 잔 우려 마셨다. 로모노소프 찻잔들은 이미 뽁뽁이로 꼭꼭 싸놔서... 찻잔은 그냥 호텔 방에 비치된 찻잔 :)

 

 

전에 writing 폴더에 발췌해 올렸던 코즐로프와 미샤의 사과파이 에피소드(http://tveye.tistory.com/3165)에 등장할법한 사과파이 :) 차 우려준 잔도 딱 저렇게 생겼을 것이다. 물론 코즐로프가 미샤에게 준 찻잔이야 소련 시골 동네에서 쓰는 공장제 찻잔이니 이 찻잔보다야 더 후졌겠지만..

 

서무 시리즈에서 단추남 베르닌이 쓰는 찻잔은 수완좋은 코즐로프가 쓰는 것보다 좀 더 낡은 버전. 잘 보면 어딘가 이도 나갔을지 모름. 그러니까 왕재수가 칭얼대지... (세상에서 제일 얇은 로모노소프 찻잔으로 우아하게 차 마시며 남들이 해다 바치는 것에 익숙했던 그 ㅠㅠ)

 

 

 

 

 

그런데 이 사과파이는 아이싱만 달고 사과필링은 전혀 설탕이 들어 있지 않아 엄청 시큼했다. 연유라도 끼얹어 먹어야 하나 ㅎㅎ 난 너무 달지 않은 사과파이를 좋아하긴 하는데 이건 사과가 많이 시었다.

 

 

새로 산 찻잔 중 하나만~ 뽁뽁이 싸기 전에 찍어봄. 눈과 자작나무를 형상화한 것 같다. 평소 로모노소프에서 나오는 섬세한 무늬와는 좀 다른 타입인데 볼수록 이것도 귀엽다. 근데 방이 어두워서 색감도 어둡게 나왔네 :)

 

그럼 이제 슬슬 이른 저녁을 챙겨먹고... 극장 갈 준비를 해야겠다.

 

아아, 한 달만 더 눌러 있었으면 좋겠구나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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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8. 13:56

박스트 불새 일러스트 찻잔 dance2014. 5. 8. 13:56

 

 

작년 가을에 페테르부르크 갔을때 마린스키 샵에서 발견한 후 고민하다 네프스키 로모노소프 도자기 가게에서 득템해 왔던 불새 찻잔.

 

이거 샀던 날 올렸던 포스팅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340

 

레프 박스트의 불새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 찻잔이라서 진짜 박스트 일러스트만큼 선명하고 화려한 건 아니고 훨씬 명도와 채도가 약하게 그려진 편이지만. 어쨌든 예쁘다. 찻잔에도 불새 깃털이 그려져 있고.

 

그러나 모양이 독특해서 차 마실 때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꺼내 마신다.

 

 

 

위에서 보면 이렇다.

 

 

 

이 찻잔은 러시아에서 사온 책 읽을 때 보통 꺼낸다. 저 책은 이번 4월에 갔을 때 돔 끄니기에서 사온 '레닌그라드 렉시콘'. 레닌그라드 시절의 각종 풍속이나 사회상에 대한 단어들이 사전처럼 나열되어 있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쭉 펼쳐진다. 사전이라는 특성에 맞게 나도 순서대로 읽지는 않고 맘에 들거나 궁금한 단어를 골라 그 파트를 읽곤 한다. 지금 저 파트는 레닌그라드 시절 자동차(압또모빌) 얘기. 볼가, 라다, 지굴리 등등이 나온다 :)

 

* 레프 박스트의 불새 그림과 포킨 발레 불새에 대한 최근 마린스키 공연 리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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