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7 화요일 밤(2) : 늦은 점심, 에벨애서, 한국어가 듣기 싫을때ㅠ, 짐 싸기 싫어라 2016 praha2016. 9. 28. 02:49
믈레니체에서 허브로 마리네이드한 닭가슴살 구이를 먹었다. 익힌 브로콜리와 콜라비, 당근을 잔뜩 곁들여주었는데 오랜만에 야채 잔뜩 먹어 좋았고 전체적으로 맛도 괜찮았다.
나와서 방에 갔다. 4시즈음. 다행히 청소가 되어 있었다. 오늘 산 찻잔과 앞접시를 꺼냈고 전에 샀던 잔들도 꺼내 뽁뽁이로 쌌다.
이번엔 정말 안 사려고 했는데, 그래서 일부러 도자기 아울렛인 둠 포르첼라누에도 안 갔는데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며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하나두개 산 것들이 또 왕창.
4시반쯤 에벨에 가려고 나왔다. 그냥 지름길 대신 광장이랑 카를로바 골목 지나서 옴.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좋아하며 앉음. 이번 프라하 체류 동안 2-3일에 한번 에벨에 왔는데 이전처럼 글을 쓴 시간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창가 자리가 비어 있으면 거기 앉고 행복해했다. 에벨에서 유일한 창가, 빛이 스며드는 아늑한 자리, 맞은편 걸상에 사파이어 블루 방석이 깔려 있고 창문엔 노란색으로 카페 에벨이라 씌어 있는 코발트블루의 두루마리 간판이 걸린 곳.
가기 전 궁금하던거 해보고 있으므로 그냥 차 대신 레드 에스프레소 주문. 차를 에스프레소식으로 추출해 만드는 특별음료라 되어 있었는데 루이보스와 우유, 꿀이 들어간다고 함. 루이보스는 스트레이트도 별로 안 좋아하고 밀크티도 안좋아하지만 신기해서 가기 전에 도전. 맛은 나쁘지 않다.
유일하게 짜증나는 건 옆 테이블에 한국 가족이 앉아 있었다. 여행가서 한국어를 들을때 반가울때도 있고 괴로울때도 있는데 완전 후자임.. 여행온 가족은 첨엔 사진도 보고 재밌게 이야기하는척 했으나 알고보면 다들 서로의 말을 안듣고 있고 결국은 쌓였던 걸 터뜨리며 성질내고 언성높이고 싸우고 있음 ㅠㅠ
정말 시끄럽다.. 여기 온건 아늑하고 평온한 공간이라 오는건데 여기까지 와서 옆테이블에서 계속 언성 높이고 떽떽거리는 한국어 다툼을 들어야 하다니ㅠㅠ 내가 다른나라 사람이어서 저 말을 좀 못 알아들었음 좋겠다 ㅠㅠ 아 괴로워..
플리즈 비 콰이엇!
혹은
자몰치, 빠좔루스따!!!!
하고 외치고프다. 소심하니 한국말론 못하고..
뭐 우리집도 나오면 비슷할거고 우리나라 가정이 많이들 그런 면이 있으니 아마 더 피곤한듯.. 나와서까지 남의 가족이 다투는 소리 듣기 싫어... 안 듣고픈데 목소리 너무 커... 꼭 일일극 틀어놓는거 같다. 난 시끄럽게 떠들고 싸우는 소리가 너무 싫어서 텔레비전 드라마도 안보는데 ㅠㅠ
케익이랑 차 거의 다 먹었는데 먼저 나가야겠다. 저 테이블 빨리 안 일어날듯.
여행이니 뭐 어쩔수 없지만 시간 잘못 골라 와서 괜히 내겐 소중한 시간과 장소를 조금 침해당한 기분이다. 엄청 이기적인 기분이지, 여긴 론리플래닛에도 나온 여행자들의 카페이기도 하고 내가 로컬도 아니고 여기가 내 개인 공간도 아닌데.
하여튼 쫌!!!
..
나와서 방에 와 씻고 가방 꾸리고 있음. 꽥 ㅠㅠ 가방 꾸려주는 우렁이 급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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