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오늘은 차를 마시면서 아주 옛날에 마린스키 극장 샵에서 샀던 니나 알로베르트(Nina Alovert)의 발레 화보집을 다시 뒤적여 보았다.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21세기가 되기 전에 나온 얇은 사진집이다. 그래서 제목도 저렇게 되어 있고, 이 화보집에서 말하는 today는 90년대의 마린스키이다. 6~70년대 키로프에서부터 90년대 후반까지를 아우르는 흑백 화보집인데 지질도 얄팍하고 좋지 않지만(90년대에 나온 책이니...)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이 다 담겨 있다. 속표지의 저 우아한 여인은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여왕님' 율리야 마할리나. 

 

 

 

 

이건 미래의 발레리나들, 즉 당시 한창 떠오르던 신진들이다. 파 드 카트르를 추고 있는 네명의 젊은 발레리나들인데 순서대로 소피야 구메로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마야 둠첸코, 그리고 디아나 비슈뇨바이다. 이 당시엔 로파트키나랑 비슈뇨바는 유명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풋풋하던 시절이었다.

 

 

 

 

표지는 유일무이한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망명 전에 찍은 사진.

 

 

 

당시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파루흐 루지마토프.

 

 

 

 

이건 발레리나 찻잔이 아니고, 예브게니 오네긴의 타치야나가 그려진 찻잔. 근데 의상이 쫌 발레리나 같아서 오늘은 이 찻잔에 마심.

 

그리고 나의 첫사랑, 예브게니 이반첸코. 이 당시엔 아주 젊었던 데다 막 떠오르기 시작한 신성이라 무대 사진도 아니고 연습실 사진 :) 그런데 나는 이 사진을 보고는 '아아 해골 머리띠까지 정말 너무 멋있다.... 역시 멋있다...'하고 눈에 콩깍지가 끼어 어쩔 줄 몰라 했었다. 지금 봐도 멋있음. 쥬인은 '거봐 얘는 막내라서 무대 화보도 못 얻고 우아한 극장에서 해골이나 두르고 이러고 있다' 하고 나를 놀리곤 했음.

 

 

사실 이 당시에도 이 사람은 키 크고 체격도 근사하고 딱 왕자 스타일이라 맨날 아다지오만 추고 왕자님을 춰서 발레 관람 초짜이던 나는 '잉잉 바질은 왜 안 춰주는거야, 왜 넌 맨날 졸린 아다지오만 추는 거야 엉엉' 하고 슬퍼했었다. 이제는 나이가 꽤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린스키 무대에 올라와주고 있어 너무 좋다. 아무래도 첫사랑이니까! 그래서 마린스키 갔다가 이 사람과 발로쟈 슈클랴로프가 같은 무대에 올라오는 날이면 나는 그야말로 더블로 계 타는 날이다 :)

 

 

그건 그렇고.. 다시 봐도 저 해골 머리띠 완전 내 스타일임~

:
Posted by liontamer
2015. 10. 5. 22:09

안드리스 리에파 dance2015. 10. 5. 22:09

 

 

오늘 본 유일하게 아름답고 유일하게 내게 위안을 준 것.

해적의 알리를 춤추고 있는 안드리스 리에파의 사진.

Andris Liepa

사진 : Nina Alovert

 

안드리스 리에파는 키로프 시절 유명한 무용수였고(마리스 리에파의 아들이다) 사진사인 알로베르트 역시 발레계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내가 제일 처음 샀던 발레 화보집도 알로베르트가 찍은 것이었다. 아주 오래 전. 그 화보집에서 처음 안드리스 리에파의 화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던 기억도 난다.

 

..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하루를 보내고 멍하게 페이스북을 훑다가 팔로우하는 발레 사진작가가 공유해놓은 이 화보를 보았다. 오늘 처음으로 그냥 무조건적인 아름다움을 봤다. 처음으로 위안을 얻었다. 고마워요, 안드리스. 고마워요, 니나.

 

 

** 지금 보니 이 의상은 알리가 아니라 랑켄뎀 같네, 동작도 그렇고..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