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행복하게 해줬던 사람 dance2024. 11. 20. 21:42
사진은 2016년 6월에 마린스키 구관에서 찍은 것이다. 이날 그는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와 함께 돈키호테를 췄다. 나는 이때 너무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러운 상태로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었다. 3주 정도 머물렀다. 그때 나는 발로쟈의 공연을 여럿 봤다. 그가 바이에른으로 떠나기 몇달 전이었다. 물론 그전에도 페테르부르크에 갈 때마다 그의 공연을 보았지만 이 시기에는 짧은 기간 동안 돈키호테, 청동기사상, 지젤, 나를 버리지 마 등 무대에 여러번 올라왔었다. 이 시기는 내가 가장 괴롭고 힘든 때였다. 나는 그의 무대들을 보며 어떤 식으로든 많은 위안을 받았다. 페테르부르크, 운하, 춤, 발로쟈. 이 시기는 마치 안개에 휩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고 특히 이 돈키호테는 도착한 바로 다음날 봤던 거라서(딱 한 장 나온 취소표를 간신히 구했다) 그런지 무대 하나하나가 전부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생생하다. 그의 바질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화사했고 고통을 잊게 해줬다는 것.
'그는 우리에게 사랑받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줬어요. 좋은 사람이에요.' 오늘 역시 그를 사랑하고 아꼈던, 그래서 함께 슬퍼하고 있는 이웃님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마음으로 내일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 그렇게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극장에서의 송별과 니콜스키 사원에서의 추도 예배, 그리고 스몰렌스크 안장이 내일이다. 그의 영혼이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 사랑받았던 사람, 행복하게 해준 사람.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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