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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추워서 이불을 포개서 겹쳐덮고 잤다. 아침 기온이 영하 1도였다! 방 온도는 내내 22~23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내 방이 5층 건물의 5층이라 그런가, 온도와 관계없이 밤과 아침엔 싸늘한 기운이 좀 느껴진다. 오늘까지가 붉은 군대로 아프고 힘든 날이라 아침에도 끙끙대며 괴로워하며 알람에 깨어났다. 머리 감기도 너무 귀찮았지만 힘을 내어 씻고 머리도 감고 말리고 조식도 먹고 왔다. 조식도 먹기 귀찮았지만 빈 속에 진통제를 먹으면 속이 쓰리고 힘들기 때문에 이럴 때면 더욱 챙겨먹어야 함.

 

 

아침엔 매우 추웠지만 이후 해가 나면서 따스해졌다. 그늘은 춥지만 햇살 아래로 가면 좀 땃땃한 느낌.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추운 날씨다. 그래도 습기와 바람이 없고 해가 나고 하늘이 파란 것이 딱 내가 좋아하는 가을 날씨였다. 흑흑 그래도 이번 여행은 날씨 좋은 날이 많아서 정말 행운이다. 10월이라 이런 날씨 며칠 안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려다 계속 못간 커피 스펠에 가볼까 했는데 여기는 필리모 거리를 끼고 한참 걸어올라가야 했다. 오전까진 컨디션이 안 좋았기 때문에 볼트 택시를 타고 갈까 했는데 구글맵에 올라온 카페 사진들을 보니 의자가 별로 안 편해 보였고 이런 오전 시간대에는 빛이 잘 안 들 것만 같아서 역시나 가깝고 언제 가도 볕이 잘 드는 엘스카가 승리했다. 엘스카는 350미터밖에 안되고 길도 한 번만 건너면 되는 터라 두어군데 체인 카페를 빼면 제일 가깝다. 게다가 예쁘고 아늑하고. 그래서 오늘은 빌니우스 지도로 표지를 해 넣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 책 한 권과 쿠야를 모시고 엘스카로 하루를 시작했다. 엘스카 얘긴 따로 올렸으니 생략. 입구 쪽 테이블에 앉아 <미운 백조들>을 좀 읽고 라떼를 마신 후 나왔다.

 

 

영원한 휴가님과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좀 남을 것 같아서 며칠 전 MO미술관 앞에서 발견한 카페인 로스터리 지점에 가볼까 하고 그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가는 길에 버스가 서길래 다리아프고 쌀쌀한데 저거 탈까 어차피 직선으로 가겠지하며 그것을 타고 한정거장 가서 미술관 앞에서 내렸다. 마침 영원한 휴가님도 일찍 나오셔서 미술관 숍에서 만났다. 숍에 좀 재밌는 머그들이 있어 구경하다가 나왔고 힌칼리와 티카 마살라 중 뭘 먹을까 하다가 후자를 먹으러 다시 아까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인도/네팔 식당에 갔다(여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 리가에서 갔던 히말라야같은 곳이었다. 직원이 매우 친절했고 한국말도 몇마디 알고 있어서 계속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며칠 전 티카 마살라 커리인 줄 알았으나 그냥 탄두리 치킨을 먹었기에 이번엔 메뉴판을 고심해 정독 후 치킨 티카 마살라, , 난을 시켰다. 티카 마살라는 맵지는 않았고 토마토 맛이 많이 났는데 내 입맛에는 잘 맞고 맛있었다. 그러나 역시 우리에게 궁극의 티카 마살라는 바르샤바에서 고생하다 먹었던 그 푸드코트의 매운 티카 마살라였음. 그것에 비해 2% 부족하다고 하심 ㅎㅎ 우리 회사 사무실 근처에 그것보다 더 매운 치킨 티카 마살라가 있어서 나도 바르샤바 생각나면 거기 가서 먹는데...

 

 

다 먹고 나서야 쿠야를 꺼내 사진을 찍어줬다. 빈 그릇 앞에서 이게 뭐냐고 투정 중. 

 

 

 

 

 

 

맛있게 밥을 먹고 나와서 어디로 갈까 하다가 트라쿠 거리에 있는 컵룸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자리가 있으면 거기 가고 없으면 보키에치우 후라칸으로 가자고 했는데 컵룸에 자리가 있어서 좋았다. 컵룸 카페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컵룸에서 나왔는데 아직 오후 3시 무렵이었고 햇살이 아까워서 우리는 보키에치우의 이딸랄라 카페로 갔다. 사실 나는 처음 갔던 후 여기에 두세번 더 가보았는데 그때마다 자리가 없어 실패했다. 오늘은 야외 테이블 중 빈 곳이 있어 거기 앉았다. 나는 밥을 먹고 음료도 두가지나 마셔서 배가 불러서 아무것도 못마시고 영원한 휴가님만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시키심. 여기는 커피가 연해서 엘스카보다도 연하니 내가 마실 수 있을거라고 하셨다. 전에는 차를 마셨었다. 좋아, 조만간 여기서도 플랫화이트나 카푸치노 도전을!

 

 

이딸랄라는 사진을 별로 안 찍어서 그냥 여기 올린다. 오늘의 세 번째 카페. 쿠야의 카페 투어. 여기는 러브라믹스 잔과 킨토 잔을 섞어서 내주었는데 나는 사실 킨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만 확실히 에스프레소 잔처럼 작은 잔은 예쁘다. 그리고 러브라믹스 받침접시들이 은근히 포용력이 있어서 킨토랑 섞어서 올려놓자 또 이게 귀여웠다. 하지만 커피잔이란 용량이 커질수록 안 예뻐진단 말이지...

 

 

 

 

 

일광욕하며 좋아하는 쿠야. 오늘 데리고 나와 찍은 사진들 중 제일 만족한 것처럼 보임.

 

 

 

 

 

마끼아또 앞에 아주 떡하니 편하게 앉아 햇볕 쬐고 계심. (이런 나를 기내 캐리어와 호텔 방에만 처박아두다니! 토끼 너만 햇볕 쬘 줄 아냐?)

 

 

 

 

 

 

이후 영원한 휴가님은 귀가하시고 나는 기념품을 사러 디조이를 지나 스티클리우 거리의 리넨 가게로 갔다. 여태 기념품을 사지 않으려고 버텼다. 왜냐하면 돌아갈 날이 다가온다는 것이 상기되는 게 싫어서 흐흑... 내거 말고 남들 거를 사기 시작한다는 건 여행이 끝나간다는 뜻이니까. 근데 하여튼 사긴 해야 할 것 같고, 이번엔 한달이나 비웠으니 윗분, 나 대신 업무대행을 해주고 있는 선임직원 등 평소보다 챙겨야 할 사람들이 더 많았다. 여자 몇 명에겐 리넨을 주고 선임에겐 공항 면세에서 술을 사다주고 부서원들에겐 맘편하게 초콜릿을 사주기로 했음. 가족과 쥬인 등을 위해선 좀더 생각 필요.

 

 

 

 

 

 

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유칼립투스 그려진 리넨 타월을 선물해주셨는데 그게 너무 이뻐서 아까워서 타월이 아니라 서재 방의 끄라스느이 우골에 장식해두었다. 그래서 그것을 파는 가게에 갔고 구경하다가 조그만 리넨 냅킨 세트를 사고는 내가 갖고 싶은 걸 냉큼 샀다. 무늬와 컬러도 이쁘고 큼직해서 티 매트로 좋을 것 같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큼 ㅎㅎ 여기는 지점이 몇개 있는데 내가 간 곳은 영원한 휴가님이 가신 곳과는 다른 지점인 것 같다. 여기가 더 가까워서 눈에 보이는대로 들어갔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했다. 

 

 

 

 

 

리넨을 산 후 포뉴 라이메에 가봤는데 배가 불러서 그런지 케익들이 다 커보였고 쿠키는 너무 달아보여서 아무것도 안먹고 그냥 나왔다. 아무래도 포뉴 라이메는 내 운명이 아닌가보다. 빌니우스 대학교 쪽으로 좀 돌아서 걸어갔다. 지난번 들렀다가 사람이 많아 허탕친 유레카 서점에 가보려고. 중간에 학교 교정에도 들어갔는데 추워졌기 때문인지 이제 분수가 나오지 않았다. 서점은 영업일인데 문이 닫혀 있었음. 정말 스노브들의 서점인가봐 ㅜㅜ (사진은 그 서점 아님)

 

 

 

 

 

 

하여튼 그래서 대성당 광장을 좀 산책하고 게디미나스 대로로 건너갔다. 여기로 들어오면 이제 귀가하는 길인데 하늘과 해가 너무 아까워서 얼쩡거리다가 후라칸에도 들러보고(자리 없었음), 리미에서 물과 주스를 사고(어제 발견했던 딸기사과복숭아 팀바크 미니주스를 샀는데 이것은 딸기 쭈쭈바 녹인 맛이라 별로였음), 무거운 짐을 안고 빨리 들어가려다 또 빌니아우스 거리로 가서 피나비야에서 버섯치즈 키비나이를 샀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카페인(1호점으로 판명)에 들어가 좀 쉬다가 드디어 카페 4개 투어를 마치고 방에 돌아왔다.

 

 

오늘은 엄청 알찬 하루였다. 이번 여행은 정말 성향에 맞게 카페들만 열심히 다니고 있음. 흑흑, 돌아가면 어떻게 다시 그렇게 빡세게 일한다지?

 

 

오늘은 8,932. 5.1킬로. 중간중간 카페에 많이 앉아 있었음. 오늘까진 붉은 군대 때문에 몸이 아파서 약을 먹었는데 내일은 좀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나아지기를 바라며. 오늘이 꼭 두번째 날 같았음 ㅠㅠ

 

 

내일도 날씨가 좋다고 예보가 나온다. 내일은 우리 회사와 관계된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계속 업무단톡과 인터넷 중계를 좀 주시해야 한다만 다행히 아직까진 내 업무와 직결되는 문제는 안 나왔다고 한다. 부디 내일을 무사히! 그래서 내일도 햇살을 받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 간밤에 부모님이 전화를 안 받으셔서 많이 걱정되어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깼을 때 보니 엄마가 어제 아빠는 비행기 모드로 잘못 눌러서 꺼져 있었고 엄마는 운동가면서 핸드폰 놓고 갔었다라고 톡을 보내오셔서 좀 안심했다. 오늘은 두분 모두 통화를 했다. 그런데 엄마도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아빠한테 옮으셨나봄. 병원은 다녀오셨다고 하는데... 친구들과 놀고 계시는 걸 보니 아주 많이 아프신 것 같진 않다. 두분 다 빨리 나으시기를.

 

 

 

 

 

 

바깥 구경 실컷 하고 카페도 4곳이나 가봐서 만족한 쿠야. 방에 돌아와서도 편안하게. 지난주 비오는 금요일에 샀던 프리지아는 다 시들어서 한 대만 남았다. 저 유리병은 며칠 전 갔었던 문방구 카페 라슈티네에서 시켰던 생강 레모네이드 병이다. 이렇게 꽃을 꽂아둘 수 있을 것 같아서 챙겨왔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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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