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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트로메리아 꽃잎의 발그레한 색채를 보니 예전에 한참 색조화장품에 빠져 있었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지방 본사에서 서울을 오가며 너무 바쁘게 일했고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색조화장품들을 샀는데 이 꽃잎 색깔은 당시 샀던 블러셔 하나의 색이랑 비슷하다. 프라하의 세포라에서 샀던 거였는데 이름도 이제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 그 블러셔는 몇년 전 이사하면서 화장대를 싹 들어엎었을 때 버린 것 같다. 수많은 립스틱과 블러셔들이 쏟아져나왔었다. 지금도 블러셔 몇개는 남겨두었지만 내 피부톤에 블러셔는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하이라이터는 가끔씩 한다만 그것도 요즘은 잘 안 한다), 그리고 블러셔를 예쁘게 바르려면 아이섀도나 립스틱보다 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나는 게으르고 손재주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일년에 한번 바르면 많이 바르는 것이 되어버림. 그런데 요즘 인스타 알고리즘에 자꾸만 샤넬의 예쁜 블러셔가 뜬다. 그것도 저 꽃잎 색이랑 좀 비슷하다. 그 블러셔 광고가 뜨면 예뻐서 자꾸만 보게 되고 '아 좀 탐나는데' 하는 맘이 든다. 그러나! 분명 모델이 예뻐서일 거야!!! 
 
 
연휴가 끝났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하고 노동해야 한다. 
 
 
회사와 관련된 꿈을 꿨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동생을 업고 회사의 어느 시설까지 걸어가야 하는 꿈도 뒤섞였다. 도합 8~9시간 가까이 잤지만 얕은 수면과 꿈 때문에 오늘도 그리 개운하지는 않았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새벽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 
 

 

아점 챙겨먹으려고 밥 차리다가 반찬통 하나를 떨어뜨려서 깨뜨리고 말았다. 엄마가 싸준 도토리묵이 들어 있는 유리 밀폐용기였는데 남은 묵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통째로 놓고 먹을까 하다가 그냥 조금 남겨놓고 접시에 덜었는데, 그 용기를 놓쳐서 바닥에 제대로 떨어뜨렸다. 유리 재질이 좋지 않았는지 그야말로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났다 ㅠㅠ 바닥이 엉망이 되었고 여기저기 유리 파편과 가루가 난리난리였다. 목장갑을 끼고 파편들을 1차로 줍고, 물걸레 청소포로 두번 닦아내고 진공청소기를 꼼꼼하게 돌렸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에 다행이다. 흑흑... 난 실내에서 웬만하면 수면양말 + 슬리퍼를 착용하는지라 발바닥을 벨 것 같진 않다만 눈에 안 보이는 어딘가에 유리가루들이 남아 있을 것만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냥 통째로 놓고 다 먹을 걸... 그릇이든 컵이든 접시든 뭐든 일년에 하나 정도는 이렇게 깨먹는 편인데(ㅜㅜ) 기분이 좀 찝찝해짐. 

 
 

연휴 때 뭐든 글을 시작해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직 구상도 못 했다. 전에 쓰다 말았던 가브릴로프 본편을 열어서 마지막 중단되었던 파트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 부분이 또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들어내고 새 파트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기도 했는데. 조금만 마음을 더 비워봐야겠다. 
 
 
아아 다시 출근해서 일해야 한다. 이제 뒤늦게 월요병 용솟음치는 중. 흑흑... 이번주는 금요일에 피곤한 프리젠테이션까지 해야 한다. 기운을 내자. 그러고보니 아까 엄마랑 통화하던 중 엄마가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 되네. 화이팅!' 하고 말씀하셨음. 우리 엄마는 정말 웬만하면 이런 말 안하시는 타입이라 뭔가 좀 우스웠지만 어쩐지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
 
 

블러셔 색깔의 꽃 사진 몇 장 아래 접어두고 마무리. 
 



... 자기 전에 추가



침실로 와서 무심코 화장대를 뒤적이며 남아 있는 블러셔를 확인해봤는데 그 프라하에서 샀던 녀석이 그대로 있었다. 안 버렸구나... 별로 안 써서 여전히 새것 같다. 그런데 기억과는 달리 색이 좀더 쿨한 핑크톤이고 반짝이도 들어 있다. 저 꽃잎과는 다른 색인데 왜 그렇게 각인됐나 모르겠다. 손등에 문질러보니 발색은 좀 더 웜하다. 그래서 그랬나... 하여튼 블러셔가 남아 있어서 뭔가 기분이 좋다. 여전히 거의 안 바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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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나는 비행공포증이 있어서 공항이나 비행기에 설레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여러 이유로 비행기는 많이 탔지만 이런 비행이 즐거웠던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비행기 사진도 별로 올리지 않는 편인데, 이 사진들은 문득 저 당시의 좋았던 여행이 떠올라서 올려본다. 이 경로로 날아가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으므로. 
 
 
2017년 12월 말이었다. 나는 혼자 날아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았다. 블라디보스톡에는 공연을 보러도 가고 그냥 놀러 가기도 하고 이렇게 새해맞이를 하기도 해서 짧은 기간 동안 다섯번이나 갔었다. 원체 가까워서 그런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20년 초였다. 이후 코로나와 전쟁으로 블라디보스톡 가는 길이 막혔다 ㅠㅠ 비행기도 심지어 세 종류를 타봤다. 대한항공, 티웨이, 그리고 이 아브로라 항공(영어식으로는 오로라 항공이지만 러시아어로는 아브로라라고 읽는다) 당시 한참 여행 프로그램에 블라디보스톡이 나와서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질 무렵이었고 비행 후기도 많았는데 이구동성 '으악 오로라 항공 너무 후졌어요! 러시아 비행기 최악이에요!' 였다.
 
 
그런데 나는 막상 이 비행기를 타보니 별로 실망스럽지가 않았다. 일단 비행기 자체는 예전에 아에로플롯을 워낙 여러번 타본 탓에 '뭐 비슷하구만' 하는 느낌이었고, 최악의 기내식이라고 난리였던 소박한 칠면조 샌드위치조차도 '어 의외로 맛있어' 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항공은 3시간이 걸리지만 아브로라는 2시간 좀 넘으면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이게 러시아 항공이라 북한을 통과해 지름길로 가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거 타고 가니 정말 빨리 도착해서 좋았고 '아 지금 북한 통과하나?' 하는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하여튼 그래서 나의 오로라 항공, 아브로라 탑승은 나쁘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기류는 무지막지했는데 이건 대한항공이든 티웨이든 아브로라든 다 똑같았다)
 
 
이미 6년도 전의 기억이다만, 이때 여행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겨울의 블라디보스톡은 살이 엘 정도로 추웠고 호텔도 까마득한 언덕에 있어서 무지 힘들었지만 여행 자체는 정말 즐거웠다. 그래서 나중에 새해맞이하러 또 갔었다. 다시 이럴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2017년 12월 29일. 블라디보스톡으로 날아가는 아브로라. 사진 여러 장. 
 

 
 

 
 
 
 

 
 
 
 

 
 
 
이 샌드위치와 비행기에 대한 메모도 스케치로 그려놓았던 적이 있다. 아래에. 그림을 보니 저때는 머리가 뽀골뽀골이었나보다. 그리고 저때 옷차림을 보니 지금처럼 둥실둥실해지기 전이다 ㅠㅠ (못입게 된 파란색 금패딩 코트 착용...) 
 
 
moonage daydream :: 와글바글, 악명높은 샌드위치라며, 그냥 철퍽 (tistory.com)

와글바글, 악명높은 샌드위치라며, 그냥 철퍽

​​ 위의 두 스케치는 비행기 안에서 그렸음 ​ 저녁 6시에 도착했고 먹은것도 별로 없어서 근처 레스토랑에나 갈까 했지만 춥고 언덕 오르막이라 포기.. 근데 벌써 배가 꺼졌어ㅠㅠ 빨리 자야

tveye.tistory.com

 
 
 
 

 
 
 
 

 
 
 
 

 
 
 
 

 
 
 
 

 
 
 
한겨울이었고 블라디보스톡의 바다는 얼어붙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아직도 이 오로라 항공, 즉 아브로라가 살아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네...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기저기 원체 변화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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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2. 16:54

월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2. 12. 16:54

 
 
 

 

연휴 마지막 날의 오후 티타임. 이번 연휴는 너무 짧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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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