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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31. 22:23

새해 전야 07. 알리사 2020. 10. 3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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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31. 15:49

토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0. 10. 31. 15:49

 

 

 

토요일 오후 티타임.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디카페인 홍차 우려 마심. 역시 디카페인은 맛이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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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0. 10. 29. 20:54

새해 전야 06. 트로이 2020. 10. 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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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4. 17:12

새해 전야 05. 유리 아스케로프 2020. 10. 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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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4. 16:42

토요일 오후 티타임 tasty and happy2020. 10. 24. 16:42

 

 

 

날씨가 매우 쌀쌀했지만 창문으로 스며들어오는 낮의 햇살은 따스했다. 아직은 해가 지기 전이라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연한 푸른빛이고 조금씩 노랑 빨강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들도 멀리 보인다. 계절 중 이맘때를 원래 가장 좋아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좀 아쉽다. 가을 오후의 티타임.

 

 

 

 

 

헤밍웨이의 파리 회상록인 a moveable feast(안정효 씨 번역으로 '호주머니 속의 축제' 란 제목이 붙었는데 이 번역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의 빨강 파랑 책표지 색깔에 맞춰 빨간색 수탉 찻잔 꺼냄(이것도 찻잔은 앞쪽에 있어서 금세 꺼냈는데 받침접시 찾느라 고생함 ㅠㅠ 흐흑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는 찻잔 수납장 정리 엉엉)

 

 

 

 

 

 

 

 

 

 

 

 

 

차 마시면서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좀 아쉽다.

 

 

 

 

본 줄기에서 갈래로 돋아나서 너무 짧은 놈 세 송이는 잘라내어 엄청 조그만 컵에 따로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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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0. 10. 24. 16:29

격렬한 고뇌의 조삼모사 sketch fragments 2020. 10. 24. 16:29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자주 이러한 상태에 빠지고 아주 격렬한 내적 투쟁을 벌이게 된다.

 

 

 

 

 

흐아아앙.... 머리 감겨주는 기계 있으면 좋겠어 엉엉...

 

 

보통은 그래도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해 case 1로 마무리되는데. 극도로 피곤하여 case 2를 선택한 경우 정말이지 아침에 전날 밤의 나 자신을 저주하며(ㅜㅜ) 엄청 괴롭게 일어나 머리를 감고 드라이어로 말리면서 '아아아 시러시러'를 반복.... 때로는 case 3도 있음. 머리 안 감고 드라이 샴푸 뿌린 후 틀어올리고 가는 꼼수를 실제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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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되게 오랜만에 그려봄. 요즘 바쁘기도 했고 한참 글을 쓰느라 굳이 스케치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패드를 오래 썼더니 액정에 문제가 있는지 펜슬이 잘 안 먹어서 선을 긋거나 칠하는 것도 자꾸 중간에 잘리고 지워져서 대충 쓱쓱 막 휘갈기며 스트레스 푸는 용도인 그림을 그리며 오히려 '우씨 왜 안 먹어' 하며 짜증을 내게 되어 잘 안 그리게 되었음.

 

 

그러나 오늘은 새로 쓸 글도 정해지지 않았고 아이디어도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럼 색칠이라도 하자' 하고 대충 쓱쓱 그려봄. 그리하여 간만에 등장한 지나랑 미샤.

 

 

 

 

 

 

 

이 그림은 몇달 전에 그렸는데 엄청 쓱쓱 휘갈겨서 색칠도 한두번 입히고 말았다. 새해 전야 이야기들 쓸 때 원래는 각 에피소드마다 조그만 드로잉을 하나씩 넣어볼까 했는데(코스챠의 이야기에는 장바구니, 스비제르스키의 이야기에는 나이트 램프 등등) 장바구니랑 램프 그린 후 '에잉 별로 안 이뻐' 하고는 그만두었다. 성질이 급해서 뭔가 아기자기 이쁘고 분위기 있는 소품 같은 건 못 그린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됨(그렇다고 딴 건 잘 그리냐면 그것도 아니고, 페르소나인 노동노예 옥토끼만 대충 그릴 수 있는 것으로 결론 ㅋ)

 

 

하여튼 글 쓸 때 머리 식히려고 그렸던 스케치. 새해 전야 세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베라는 아마 이런 스타일에 가깝지 않을까 하며 그려보았다. 까만 머리지만 미샤도 아니고 율리야도 아님(흐흑 똥손) 그려놓고 나니 옛날에 떠올렸던 이미지랑은 좀 안 닮은 것 같지만 크흑...

:
Posted by liontamer
2020. 10. 17. 23:45

새해 전야 04. 지나 2020. 10. 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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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7. 15:33

토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0. 10. 17. 15:33

 

 

 

오늘은 하늘이 맑고 햇볕이 잘 들어오는 날이라 좋다. 어제보다 더 밝고.

 

 

아침에 세스코 정기점검이 있었기 때문에 늦잠을 못 잤다. 계속 졸려온다. 낮잠을 좀 자야 하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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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0. 10. 16. 16:35

오후 티타임, 엄청 많은 장미 tasty and happy2020. 10. 16. 16:35

 

 

 

몸이 너무 힘들어서 오늘 하루는 휴가를 내고 쉬는 중이다. 날씨가 흐린 게 아쉽다. 볕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회사 친구가 이사와 얼마 안 남은 생일 미리 선물이라며 꽃을 보내주었다. 마침 오늘 쉬는 날이라 꽃이 도착하자마자 받았다. 장미가 엄청 많이 들어 있었다! 잎사귀와 무시무시하게 크고 뾰족한 가시들이 굉장히 많이 달려 있어서 그것들을 다 잘라내는데 근 30분 소요... 장갑을 꼈는데도 손가락을 세방쯤 찔리고 피도 찔끔 났다. 그래도 장미는 이쁘니까~

 

 

 

 

 

 

 

 

두툼한 장미가 열 대나 들어 있었다. 대를 짧게 자르고 아주 무성한 잎사귀들을 모두 쳐낸 후 나누어 꽂았다.

 

 

 

 

 

 

 

 

 

 

 

 

 

 

 

 

옹기종기 세 개 화병에 나눠 들어간 장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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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0. 10. 15. 16:40

새해 전야 03. 베라 2020. 10. 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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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3. 21:13

새해 전야 02. 게르만 스비제르스키 2020. 10. 1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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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1. 21:10

일요일 오후, 돌아온 귀한 책 tasty and happy2020. 10. 11. 21:10

 

 

 

일요일 오후 티타임은 이렇게.

 

 

하얀 벽지에 얼룩이 생길까봐 임시방편으로 액자 두개를 세워놓음. 아직 가구 배치가 완료된 게 아니어서 벽에 고정시키지는 않고 그냥 세워두었다.

 

 

 

 

 

 

 

 

 

 

이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에 챈들러의 에세이집이 두권 번역되어 들어갔고 물론 나는 그 두권을 다 가지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아무리 찾아도 이 책이 보이지 않았다. 워낙 작고 얇은 책이라 가지고 다니다 잃어버린 걸까 하며 틈날때마다 책장을 뒤지고 또 뒤졌었는데... 결국 잃어버린 줄 알고 새로 사려니 절판. 이사할때 나타나지 않을까 했지만 못찾았는데 오늘 문간방에 쌓아둔 책들을 한쪽으로 옮기다가 발견!!! 아아아 돌아온 탕자, 아니 돌아온 책아 흑흑 너무너무 반갑도다!!!

 

 

 

 

 

이 에세이에는 챈들러의 명문 중 명문이 나온다. 비열한 거리를 걸어가는 한 남자에 대한 문장! 이 책에는 에세이 한편과 블랙 마스크 시절의 단편인 '스페인 혈통'이 수록되어 있는데 후자는 나중에 번역되어 나온 챈들러 단편집에도 들어 있긴 하다만 나는 이 책자에 수록된 번역 버전이 조금 더 마음에 든다.

 

 

 

 

 

원래는 빨간 찻잔을 꺼냈었는데 이 책을 찾아 감격에 겨워... 책의 색깔에 맞춰 노란 찻잔을 고르고 받침접시를 뒤져서 찾아냈음(그렇다 아직 찻잔 정리는 시작하지 못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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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0. 23:24

새해 전야 01. 코스챠 about writing2020. 10. 10. 23:24

 

 

 

 

 

 

 

 

 

이 글은 작년 12월 30일에 블라디보스톡의 kafema 카페에서 처음으로 구상했고, 5월부터 쓰기 시작해 지난 9월에 마친 옴니버스 단편이다. 연말과 새해 시즌에 구상한 새해 이야기였다. 하지만 12월말에 블라디보스톡의 그 카페에서 호텔에 돌아와서는 유명한 소련 시절 새해 영화인 '운명의 아이러니'를 보느라 글을 제대로 구상하지 못했고 훌쩍 새해를 맞아버렸다. 시기가 지나자 김이 좀 샜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전혀 다른 글을 아주 집중해서 쓰느라(그건 4월에 마쳤다) 이 글은 미뤄두었다. 그러다 5월의 어느 바쁜 날 낮에 혼자 점심을 간단히 먹은 후 한적한 티룸에서 쉬며 수첩에 글쓰기 메모를 하다가 다시 이 글을 되살려냈고 곧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새해 시즌을 한참 지나 5월부터 써서 추석이 다 되어갈 때쯤 글을 마치게 되었다.

 

 

배경은 1974년 12월 31일, 소련의 레닌그라드이다. 에피소드 중 알리사가 등장하는 이야기만 런던에서 전개된다. 내가 쓰고 있는 미샤와 레닌그라드 우주에 속해 있는 얘기들이다. 소설은 총 일곱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물들은 서로 이어져 있기도 하고 모르는 사이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가볍고 짧은 장면과 대화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등장인물에 따라 무게나 분위기가 좀 달라지는 면도 있다.

 

 

제목은 한참 고민했지만 그냥 처음에 붙였던 가제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멋없는 제목이다만 뭔가 오글거릴 정도로 예쁜 제목을 붙이는 것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 사실 '귤과 샴페인'이란 제목을 붙일까 하기도 했었다만 ㅋㅋ

 

 

일곱개의 에피소드 제목과 주인공은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에피소드들 역시 새해 전날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 순서대로 전개된다. 이 중 몇몇 이름들은 전에 이 글쓰기 폴더에 발췌한 글들에 등장한 적이 여러번 있다. 발췌하진 않았지만 거의 모두는 트로이의 레닌그라드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이 단편의 배경이 그 소설과 시간/공간적으로 겹치기 때문이다.

 

 

1. 코스챠 (미샤와 트로이의 문학 서클 친구)

 

2. 게르만 스비제르스키 (정치인)

 

3. 베라 (시립병원 의사)

 

4. 지나 (키로프 극장 무용수, 미샤의 파트너)

 

5. 유리 아스케로프 (시립병원 의사)

 

6. 트로이 (레닌그라드 대학교 강사)

 

7. 알리사 (미샤와 트로이의 문학 서클 친구. 트로이의 절친)

 

 

 

원래는 이 글의 후기를 따로 적어보려 했지만 퇴고를 마친지도 한달 가까이 흘렀고, 또 글의 성격상 굳이 후기 노트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오늘은 가장 가볍게 썼던 첫번째 에피소드 전문을 올려본다. 12월 31일 아침, 절친한 문학 서클 동료들인 코스챠와 갈랴, 타냐가 새해맞이 파티를 위해 시장을 보러 가는 이야기이다.

 

 

에피소드에 언급되는 료카는 갈랴의 남편이다. 료카, 스베타, 이고리, 트로이, 미샤, 알리사 등 언급되는 이름들은 모두 이 문학 서클 멤버들. 릴렌카는 갈랴와 료카의 어린 딸. 알랴는 알리사의 애칭. 갈린카는 갈랴의 애칭(갈랴도 갈리나의 애칭이다)

 

 

 

글은 아래 접어두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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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새해 전야

(1974.12.31 ~ 1975.1.1)

 

 

 

 

 

 

 

 

- 1 -

코스챠

 

 

 

 

 

오전 10 30, 안드레예프스키 시장

 

 

 

며칠 동안 갈랴는 코스챠에게 제발 30일 밤에는 술 마시지 말라고 귀가 닳도록 신신당부를 했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그래그래 하고 웃으며 그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리고 문제의 밤이 되었다. 코스챠가 기분 좋게 보드카를 꿀꺽 들이키려는 순간 갈랴가 잔을 뺏으며 초를 쳤다.

 

 

 오늘 밤엔 마시지 말랬잖아! 내일 아침 일찍 시장에 가야 한다니까! ”

 

 료카는 마시고 있잖아! 왜 나만... ”

 

 네가 운전을 해 줘야 되니까! 차는 너한테만 있잖아. ”

 

 차 안 가져왔단 말이야. ”

 

 너 약속했잖아, 같이 장 보러 가기로. 파티에 아무것도 안 가져오는 대신 운전해 주기로 했잖아. ”

 

 취했을 때 무슨 약속을 못 해. 사람이 어떻게 그러냐, 코앞에서 잔을 뺏고. 이게 날강도지 뭐야. ”

 

 알았어, 그럼 딱 한 잔만 마셔. 그리고 집에 가는 거야. 내일 아침에 차 가지고 시장으로 와. 내일은 사람 많을 테니까 빨리 와야 돼.”

 

 겨우 한 잔. 병에 저렇게 많이 남아 있는데. 어차피 자고 나면 술은 다 깨는데. ”

 

 

 

 

하지만 갈랴는 양보하지 않았다. 료카도 모르는 척하며 난 릴렌카 기저귀 갈아줘야 돼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코스챠는 억울함에 북받친 눈으로 료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재는 게 편이라는 둥 결혼 안 한 사람 서러워서 어디 살겠냐는 둥 투덜거렸지만 결국 자기 몫의 보드카 딱 한 잔만 마시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침에 그는 근처에 사는 타냐를 태우고 시장으로 갔다.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주차도 한참 걸렸다. 솜씨 좋게 새치기를 해서 차를 세워놓고 나오니 갈랴가 장바구니를 들고 하염없이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코스챠는 전날 밤의 슬픔이 새삼 떠오르며 부아가 치밀었다.

 

 

 , 열 시까지 오라면서 넌 삼십 분이나 늦게 오냐! 나보고는 차 가지고 일찍 와야 되니까 술도 마시지 말라고 해놓고. ”

 

 다 계산한 거야. 어차피 주차하는데 그 정도 걸릴 거니까 시간 맞춰서 온 거지. ”

 

 

 

 

코스챠는 뭐라고 항의를 해보려 했지만 갈랴를 말로 이길 자신도 없었고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틀린 얘기도 아니어서 그냥 납득했다. 그저 보드카 딱 한 잔밖에 못 마시고 쫓겨난 것만이 서러울 뿐이었다. 트로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자기 역성을 들어 주었을 텐데 싶었지만, 그 녀석은 장 보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해서 지난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새해 파티 준비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트로이에게는 다른 면에서 장점이 많았으므로 코스챠는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게 벌써 몇 년째인가, 이제 이렇게 짐꾼과 운전기사 노릇을 하는 것은 막내인 미샤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그 꼬맹이는 술도 안 마시니 더욱 안성맞춤일 텐데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그런 말을 했다가는 발레 광팬인 타냐가 어디 감히 왕자님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려고 하느냐며 두들겨 패려고 할 것 같아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들은 함께 가게와 좌판들을 돌며 새해 파티용 먹거리들을 샀다. 엄밀히 말하자면 갈랴와 타냐가 장을 보았고 코스챠는 짐을 들어주고 길을 뚫어주었다. 중간중간 훈수도 두었다.

 

 

 갈린카, 비네그레트 샐러드 만들어줄 거지? 난 올리비에보다 그게 더 좋은데. ”

 

 그건 스베타가 만들어 온다 했어. ”

 

 귤 좀 더 사면 안 돼? ”

 

 또 귤 던지고 뭉개려고! ”

 

 누가 귤을 던져! 소중하게 쌓아놓고 한알 한알 까먹을 건데! ”

 

 

 

 

코스챠가 제2의 억울함에 사로잡힐 찰나 타냐가 끼어들어 작년에 취해서 귤 던지기 서커스를 했던 것은 이고리였다고 정정해 주었다. 올리비에 샐러드용 감자와 달걀, 오이에 구이용 거위 한 마리와 사과, 연어알 통조림, 빵과 치즈, 칼바사 햄까지 사고 나자 코스챠는 허리가 휘고 어깨가 부서질 것 같았다. 거위를 구울 생각이었으면 전날 미리 사 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미리 구워 놓은 닭을 사서 그냥 데워먹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어차피 닭이나 거위나 맛은 비슷비슷할 텐데 하고 코스챠가 투덜거리자 갈랴가 자꾸 불평하면 거위를 한 마리 더 살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그나마 술은 손님들이 가져오기로 했으니 다행이었다.

 

 

 

코스챠가 짐보따리를 차에 내려놓고 돌아왔을 때 갈랴와 타냐는 이미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차를 마시며 설탕을 잔뜩 뿌린 푹신푹신한 도넛을 먹고 있었다. 장을 다 봤기 때문에 관대해진 갈랴가 코스챠에게 먹고 싶은 걸 다 골라오라고 했다. 그래서 코스챠는 갓 튀겨내 뜨끈뜨끈한 양고기 체부렉과 버찌잼이 가득 든 피로슈카 파이를 담아와서 눈 깜짝할 사이에 몽땅 먹어치웠다. 갈랴가 혀를 찼다.

 

 

 차 한 모금씩은 마시면서 먹어야지. 체하려고. ”

 

 체부렉은 뜨거울 때 먹어야 한단 말이야. 타냐, 그 도넛 안 먹을 거면 나 줘. , 메도빅도 샀구나. 나 그것도 먹을래. ”

 

 안돼. 딱 하나밖에 안 남은 거 간신히 낚아챈 거야. 이건 트로이 줘야 돼. 넌 그냥 도넛 먹어. ”

 

 나도 메도빅 좋아하는데! 너무하잖아. ”

 

 넌 도넛이랑 버찌잼 파이를 더 좋아하잖아. 걔는 메도빅을 제일 좋아한단 말이야. ”

 

 하긴 그렇지. 에이, 까탈스러운 놈. 그럼 카르토슈카는 먹어도 돼? ”

 

 . 많이 샀어. 미샤도 이 집 카르토슈카는 먹더라고. 별로 안 달다고. ”

 

 , 그럼 난 안 먹어. 걔가 안 달다고 할 정도면 진짜로 안 단 거잖아. ”

 

 두 종류야. 거기 노란 크림 얹힌 건 달아. 안에 잼도 들어 있고. 그거 먹어. 근데 다 먹으면 안 돼. 잼 들어 있는 건 스베타가 좋아하니까. 아니면 있다가 집에 가서 모코 케이크 먹어. 이고리가 저번에 그거 노래를 불러서 료카가 어제 사다 놨거든. ”

 

 

 

 

잔소리는 많아도 친구들이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기억하는 갈랴가 놀랍다고 생각하며 코스챠는 도넛 한 개와 노란 크림 얹은 카르토슈카를 추가로 해치웠다. 그러다가 퍼뜩 생각나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근데 양귀비씨 빵은 없네. ”

 

 그거 먹는 사람이 없잖아. ”

 

 알랴가 좋아하는 건데... 알랴가 없다고 안 사면 너무 매정하잖아. ”

 

 

 

 

언제나처럼 알랴는 떠났잖아. 이제 그만 잊어, 코스칙이란 대사가 뒤따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갈랴는 손을 뻗어 코스챠의 목도리에 묻은 가루 설탕을 털어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진짜 그렇네. 나가면서 양귀비씨 빵도 사자. 많이는 말고. 딱딱해지면 맛없으니까. ”

 

 갈린카, 알랴는 우리보다 더 늦게 새해를 맞겠지? ”

 

 그렇겠지. 여기 시간이 더 빠르니까. ”

 

 알랴는 쓸쓸하겠다. 우리도 없고. 거기, 그렇게 멀리. 혼자서 새해라니. ”

 

 혼자는 무슨. 대사관에서 새해 파티하겠지. 그쪽 친구들도 많이 생겼을 거야. ”

 

 다르잖아, 거기는 여기랑. 친구들도. 우리가 아니잖아. ”

 

 전화라도 해볼래? ”

 

 일요일에 했었어. 겨우 30. 그나마도 연결이 안 좋아서 끊어졌는데 교환수가 하도 딱딱거려서 다시 걸지도 못했어. ”

 

 무슨 얘기 했어? ”

 

 그냥, 딱 두 마디. 잘 지내 알랴? , 잘 지내. 거기서 끊겼어. ”

 

 그럼 다 괜찮은 거야. ”

 

 안 괜찮아. 알랴 목소리가 너무 달랐는걸. 팍 가라앉아서... 끊기고. ”

 

 국제전화니까 그렇지. 있다가 나랑 전화국에 가보자. 거기서 걸면 좀 낫더라. ”

 

 

 

 

코스챠는 알리사가 오늘은 집이 아니라 대사관에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런 대단한 곳으로는 전화 연결을 해 주지 않을 것이고, 해 준다 해도 분명 도청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느니 차라리 새해 카드를 쓰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도넛을 한 개 더 먹는 동안 전화도 도청하는 마당에 카드라고 뜯어보지 않겠느냐는 지극히 정상적인 논리회로가 머릿속에서 작동되었고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코스챠가 목에 걸린 마지막 도넛 한 조각을 넘기기 위해 식은 차를 꿀꺽꿀꺽 마시는 동안 갈랴와 타냐는 카운터로 가서 양귀비씨 빵을 다섯 개나 샀다.

 

 

 

 

 

 

 

...

 

 

 

글에서 언급되는 먹거리들에 대한 짧은 메모

 

 

 

체부렉 чебурек  : 양고기를 넣고 기름에 튀긴 파이.

맨 위 사진이 바로 체부렉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소련 시절이니 좀더 촌스러운 사진이 필요했지만 구글에서 너무 화사한 사진을 찾아버렸다 ㅋㅋ

코스챠는 제일 먼저 이것을 집어 덥석 해치우고 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기많은 간식이지만 내 입맛엔 너무 기름져서 난 거의 안 먹는다. 내 친구 료샤는 이걸 매우 좋아한다.

 

 

 

 

 

도넛 пышки : 일반적인 미국식 도넛도, 우리나라 도나스도 아닌 '쁘이슈끼'.

 

 

 

 

 

 

 

단수는 쁘이슈까 라고 하여 a 로 끝나지만 이것을 한개만 먹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 보통 복수로 쓴다.

 

소련 통틀어 가장 유명한 쁘이슈끼 가게는 레닌그라드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에 있는데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서깊은 곳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코스챠와 친구들은 시장에 있는 작은 간이 빵집에서 쁘이슈끼를 사먹고 있지만 평소에는 그 유명한 가게에도 종종 갔을 것이다.

 

쁘이슈끼는 일반적 도넛보다 훨씬 부들부들하고 푹신푹신하고 기름지고 가루설탕이 잔뜩 묻어있다. 보통 타르처럼 진한 커피와 같이 먹는다. 레닌그라드/페테르부르크 로컬들의 소울 푸드 중 하나인데 역시 이것도 내 입맛에는 너무 기름져서 나는 한개 이상 먹기 어렵다. (료샤는 이것도 매우 좋아해서 나에게 '넌 역시 관광객일 뿐이야! 쁘이슈끼가 기름져서 못먹겠다니 정말 모욕적이다!' 라고 했었다)

 

 

 


카르토슈카 картошка : 이것은 내가 여러번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 사진 없이 넘어간다.

초콜릿과 코코아 가루, 밀가루 등으로 반죽해 만드는 쫀득한 경단 같은 것인데 매우 아주 맛있다 :)

 

 

피로슈카 파이 : 안에 잼이나 각종 소를 넣어 구워낸 조그만 파이. 커다란 파이는 피로그(пирог)라 하고 조그만 것들은 지소체를 써서 피로죡(пирожок)이나 피로슈카(пирожка)라고 한다. 나는 사과파이를 좋아한다. 

 

 

 
메도빅 медовик  : 이것도 내가 아주 여러번 언급했으므로 넘어간다. 체코에서는 메도브닉, 영어식으로는 허니 케익.

 

 

 

 


비네그레트 샐러드 винегрет : 스뵤클라(비트), 완두콩, 감자 등 야채들에 식초 드레싱을 쳐서 만드는 새콤한 샐러드.

이 사진도 너무 쫌 화사하게 나왔다 ㅎㅎ 법랑 냄비에 가득 쌓아놓은 사진 찾고 싶었는데...

 

 

 

 


올리비에 샐러드 оливье : 이것도 여러번 언급한 적 있다. 러시아 새해 음식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 감자, 달걀과 마요네즈가 주재료이고 여기에 완두콩이나 햄, 오이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제대로 만든 올리비에 샐러드는 무척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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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서의 두번째 날 티타임. 어제는 쥬인과 같이 마셨고 오늘은 혼자.

 

 

식탁 대용으로 거실 벽에 입식 원목 테이블을 붙여놔서 하얀 벽을 보며 밥 먹고 차 마셔야 함. 그런데 이러다 저 벽에 얼룩이 튈까봐 좀 걱정. 저기다 뭔가를 걸어놓든지, 아니면 자리를 좀 조정하든지 해야 할 듯. 베란다 창가에 작은 티테이블을 놓고 싶은데 공간이 좀 애매하다.

 

 

 

 

 

 

아직 수납장과 찬장에서 찻잔들을 꺼내는 대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미용실 다녀와서 녹초가 되어 정신없이 차 우려 마셨음. 찬장에서 간신히 찾아낸 짝 맞는 찻잔과 접시 ㅋ 아아 우렁이가 나 없는 동안 얘들을 다 꺼내서 짝을 다 맞춰서 착착 크기별로 겹쳐 잘 집어넣어주면 참 좋겠다 엉엉.... (너무너무 귀찮아 으앙... 그런데 그 작업은 우렁이가 없으면 나밖에 할수 있는 자가 없어 으아앙.... 찻잔이 너무 많아서 무슨 접시랑 짝이 맞는지 알아낼 수 있는 건 마력의 우렁이랑 나 뿐이야 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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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사진첩 폴더들 뒤적이다가, 2014년 7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 몇 장. 빛이 가득한 여름 낮에 여기저기 쏘다니면 참 좋다. 사진은 중심가와 운하, 그리고 바실리예프스키 섬 등 여기저기서 찍었다.

 

 

 

 

 

 

왼편은 카잔 성당의 기둥. 기둥과 가로등 램프 사이 저 너머로 보이는 녹색 돔은 예카테리나 카톨릭 성당. 저 성당은 내가 항상 들러 초를 켜는 곳이다. 오랜 옛날 처음 러시아에 가서 지낼 때, 쥬인이 저 성당에서 초 켜는 것을 알려주었다. 쥬인은 아직 세례를 받기 전이었지만 어머니가 카톨릭 신자라서 이따금 성당에 가 초를 켜면 마음의 정화가 된다고 했다. 그 이후 이 도시에 갈때마다 나는 저 성당에 들르곤 했다. 지금은 정교 사원에도 들어가고 개신교 교회에도 들어간다만 그래도 저 성당이 가장 처음이었다. 초를 켜고 기도하는 곳.

 

 

 

 

 

궁전광장에서 나와 운하를 따라 걸어가는 길. 자주 걷던 곳이라 이곳 사진들도 많이 올렸었다.  

 

 

 

 

그리고 여기는 관광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 바실리예프스키 섬의 가반스카야 거리. 두번째로 갔을 때 살았던 기숙사가 이 거리 근처에 있어서 종종 지나다니곤 했던 곳이다. 몇년 후 나는 다시 글을 쓰면서 주인공의 친구 부부(갈랴와 료카)가 사는 아파트를 이쪽 동네에 자리잡게 했다. 이 사진은 그 글을 쓰고 나서 일년 쯤 후에 돌아와 동네 산책하면서 찍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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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 21:54

코냑과 카르토슈카 + 우정의 증거 + about writing2020. 10. 1. 21:54

 

 

 

 

추석이 다 지나가기 전에, 명절 기분과 함께 얼마 전 끝낸 글에서 몇 문단 발췌해봄. 비록 추석은 아니지만 새해를 다루고 있는 글이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즐겁고 알콩달콩한 명절 파티 분위기인 여섯번째 에피소드에서 조금 가져와봤다. 우리와는 달리 가족친지가 모이는 명절이 아니고 절친들끼리 모여 술 마시고 노는 분위기의 얘기긴 하지만 :)

 

 

여섯번째 이야기에서는 트로이와 그의 문학 서클 친구들이 아지트인 갈랴와 료카 부부의 아파트에 모여 새해 파티를 하고 있다. 미샤가 뒤늦게 합류한다. 아래는 미샤가 갈랴에게 가져다 준 코냑에 대한 묘사로부터 이어진다.

 

 

카르토슈카는 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며 즐겨 먹는 디저트이다. 쫀득한 초콜릿 경단 같은 맛이다.

 

 

발췌문은 접어두었음.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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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코냑은 아무런 설명 없이도 훌륭했다. 보드카와 싸구려 샴페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몸이 금세 따뜻하게 달아올랐고 달콤하고 강렬한 향이 코와 목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갔다. 미샤는 코냑 대신 갈랴가 가져다준 나무열매 모르스를 마시고 올리비에 샐러드를 먹었다. 트로이는 이고리의 손에서 병을 빼앗아 마지막 남은 코냑을 따랐다. 반 잔 정도 나왔다. 그는 코스챠와 이고리의 애절한 시선을 무시하면서 잔을 미샤에게 건네주었다.

 

 

 

 자기가 가져온 건데 한 방울도 입에 안 대면 섭섭하잖아. ”

 

 

 

미샤는 고개를 저었다. 극장에서 이미 한도 초과로 마셨기 때문에 자신의 알콜 저항력은 열두 시 종 칠 때 마실 샴페인 딱 한 잔만큼만 남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이고리가 뒤에서 손을 쭉 뻗어서 잔을 낚아채더니 코스챠에게 뺏길세라 훌쩍 마셔버렸다. 코스챠는 누가 코냑을 그렇게 교양 없게 꿀꺽꿀꺽 들이키냐!’하고 투덜대면서도 미샤에게 크림과 잼이 없는 카르토슈카를 가져다주었다. 미샤는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갈린카가 너 먹으라고 고른 거란 말이야. 이건 안 달아서 너 말고는 먹을 사람도 없어라는 코스챠의 말에 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포크로 초콜릿 카르토슈카의 귀퉁이를 잘라서 먹었다. 그리고는 친구들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을 때 트로이의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남은 카르토슈카를 빨리 먹어치워 달라고 했다.

 

 

 

 네 거잖아. 난 아까 메도빅 먹었어. 갈랴에게 성의를 보여 봐라. ”

 

 그래서 반이나 먹었잖아. 너도 우정의 증거를 대봐. ”

 

 반은 무슨. 병아리 눈물만큼 잘라 먹었네. ”

 

 

 

어쨌든 트로이는 미샤가 떠맡긴 카르토슈카를 두 입 만에 먹어치웠다. 쫀득하고 맛있었다. 코스챠와 갈랴의 말대로 별로 달지도 않았다. 코냑을 마신 직후라 더 그런지도 몰랐다.

 

 

 

..

 

 

 

사진의 카르토슈카는 페테르부르크의 오래된 명소인 '세베르' 카페의 역시 유명한 그 카르토슈카. 위에 얹혀 있는 노란 크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물론 모양도 맛도 북극곰 그려진 저 파란색 종이 포장지도 그대로. 나랑 쥬인은 저것을 매우매우 좋아했다. 몇년 전 세베르에서 테이크아웃해 와 호텔 방에 앉아 티백 차 우려 마시며 같이 먹을 때 찍어놓은 사진이다. 사진 속 방은 그랜드 호텔 유럽.

 

 

갈랴가 미샤를 위해 골라온 카르토슈카는 세베르의 저 녀석이 아니고 진한 다크 초콜릿 맛의 당도가 낮은 카르토슈카였지만... 미샤는 그것도 달다고 트로이에게 떠넘기고... 정통 카르토슈카에는 잼이 안 들어가는데 이 소설의 에피소드 중 하나에서 갈랴가 두 종류의 카르토슈카를 사면서 '노란 크림 올라가 있고 잼 든 거는 너네들 거, 이쪽 건 달지 않으니까 미샤 거' 하고 고르는 장면을 넣었다. 그래서 코스챠가 '이건 안 달아서 너 말고는 먹을 사람도 없어' 라고 하는 것임.

 

 

이거 쓰면서 무지무지 카르토슈카 먹고 싶었음 크흑... 옛날에 저 레시피까지 구해서 집에서 도전해보았으나 보기좋게 실패했던 아픈 기억도 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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