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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귀여워서 갈무리 해 놓은 쿠마 그림이지만 결국 오늘 하루를 한장으로 요약하면 딱 맞게 되었다. 앞뒤 위아래 양옆 모두 훨씬 두들겨 맞은 듯한 하루였다 완전히 넉아웃되었다



5월 중순에 떠맡은 업무 때문에 그 일들을 하던 직원들과 계속해서 면담을 하고 있었다. 그 업무를 담당했던 전임 팀장이 저질러 놓은 온갖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기를쓰고 있는 와중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그 문제로 꼬일대로 꼬여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좋은 방향으로 풀어보고자 온갖 노력을 다 했다. 골치아픈 문제들이 뒤섞여 있는 선임 직원 과도 면담을 해서 모든 것을 느리지만 하나하나 풀어 가려고 하던 차였는데 오후에 예기치않은 힘든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것은 이 선임 직원을 다른 부서로 보낸다는 얘기였다.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그 다른부서에서 원래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많은 문제를 일으켜서 그 자리에 우리팀 의 이 사람을 보내고 대신 나에게는 그 문제의 직원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인사 담당 본부장은(이자 나의 절친한 친구)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아무리 해봐도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것은 말도 안 된다며 나는 계속해서 항의를 했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안 그래도 우리 부서는 너무나 일이 많고 과제는 계속 쏟아지고 몇 년 동안 사람이 모자라서 허덕였고 그럴 때마다 제대로 충원이 된 적도 없었다. 거기다 이번에 떠 맡은 이 일이 너무나 과다하고 심지어수습을 해야 되는 일들이 산더미같고 아직도 나는 이 일의 극히 일부만 파악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일을 그나마도 가장 잘 알고 또 수습을 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 선임 직원을 갑자기 다른 부서로 보내고 심지어 우리 부서 업무에 대해서는 1% 도 모르는 문제의 직원을 보낸다고 하니 정말 막막하고 또 막막하다.




당장이라도 최고 임원께 가서 이러면 안 된다고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오늘 매우 중요한 이사회의가 있었고 최고 임원은 회의가 끝나자 마자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그래서 이야기를 못하고 괴로워하다. 월요일 아침 일찍 가서 얘기를 하자고 윗분과 함께 뜻을 모았다. 망연자실한 상태로 자리에 돌아와 밀린 결재를 하고 있는데 웬만하면 이러지 않는 내가 이토록 막막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자 윗분도 걱정이 되어 최고 임원께 전화를 해서 이 선임직원을 지금 빼면 안 된다고 부탁을 드렸다. 최고 임원은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별로 이해하는 것 같지 않았고 다시 인사 담당 본부장과 얘기를 해 보겠다고 했다지만 솔직히 말해서 기대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여러번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결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리는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평직원이던 시절에도 항상 나는 뭔가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메꾸기 위한 소방수로 투입 되는 조커 역할로 굴려졌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어떤 건지도 너무 잘 안다. 그리고 그 자리로 끌려가는 직원도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날지 너무나 공감이 된다.




그런데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이건 정말 전쟁터에 내보내면서 장수에게 무기도 안주고 군인도 없고 갈기갈기 찢어진 군복차림의 팔다리 부러진 부상병 몇 명만 딸려 준 꼴이다 총도 없고 총알도 없고 군인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지를 탈환하고 깃발을 가져 오라는 것이다. 어찌어찌 해 내면 더 높은 고지를 가리키고 더 많은 깃발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장수가 혼자 아무리 해 봤자 소용이 없다. 이제껏 그렇게 버텨왔지만 이건 정말 끝장이다. 일단 월요일 아침에 일찍 다시 최고 임원을 찾아가 하소연 해보기로 했다.




잔뜩 두들겨 맞은 기분으로 퇴근했다. 아직도 붉은군대의 올가미에 걸려 있어(이번에 너무 늦었고 또 그나마도 잘 안나오고 정말 역대급으로 힘들다) 몸도 너무 아프고 힘이 들었다.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아서 동네에 있는 유니클로에 들러 옷을 여러 벌 샀다. 옷이 워낙 없어서 사기도 해야 했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옷을 이래저래 다섯 번이나 샀다. 그나마도 저렴한 옷들이라 다 합쳐봤자 제대로 된 옷 한두 벌 가격이긴 했지만 어쨌든 생각지 않게과다구입을 했다. 마리메꼬와 콜라보 해서 귀여운 옷들이 있었다. 티셔츠 한장, 블라우스와 치마 세트 한 벌, 그리고 할인 하고 있는 연노랑 바람막이 한장, 거기에 편하게 입는 검정 원피스까지 샀다. 옷을 잔뜩 들고 집으로 돌아와 대충 저녁을 먹고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심지어 과자까지 먹었다.




몸도 너무 안 좋고 꿀꿀하다, 주말에 좀 쉬고 마음을 다다듬어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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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