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월요일 밤 : 나쁘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니라 생각하며 fragments2024. 2. 26. 19:34
역시나 잠이 모자란 채 새벽 출근했다. 아침에는 일을 하면서도 너무나 걱정이 되고 불안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홉시 반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의 조직검사 결과는 걱정했던 대로 암이라고 했다. 그래도 다행히 1기라 수술을 받으면 괜찮을 거라고 한다.
엄마에게 몇기냐고 물어보는데 너무 가슴이 떨렸다. 엄마도 의사 보러 들어가는데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다고 하신다. 내가 그냥 휴가를 내고 같이 갔어야 했다. 지난번에 첨 그 큰 용종 발견했을 때 부모님이 너무 경황없어 하셔서 내가 의사에게 이것저것 얘기했었는데... 나라도 같이 갔으면 엄마도 덜 떠셨을텐데 싶다. 엄마는 지난번 의사의 말에 80% 정도는 나쁜 경우를 예상하고 가셨다고 했지만 그래도 역시 몸에 힘이 빠지고 가슴이 떨렸다고 한다. 당사자인 아버지도 내색은 안 하셨어도 걱정이 많았고 또 놀라셨을 것이다.
전화를 마친 후엔 잠시 그간의 불안과 걱정에 눈물을 좀 흘렸다가 그래도 최악의 경우는 아니다 싶어서 오히려 좀 안정이 되었다. 뭐든 결과를 모를 때 걱정이 불어나고 더욱 불안한 법이니... 제발 내시경 검사받으라고 종용해도 고집부리며 안 받으셨던 아버지가 담석 때문에 아프게 되었을 때 내가 혹시 위나 장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내시경도 받으라고 다시금 말해서 아픈 와중에 검사를 했다가 이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만일 그 일이 없었다면 검사도 안 받고 계속 그냥 계시며 암을 키웠을 거고ㅠㅠ 좋게 생각하자...
일을 하다가 수술과 예후에 대해 검색을 하다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는 수요일에 새로운 담당의사와 면담을 하고 수술 날짜를 잡게 된다. 그런데 의료 파업 때문에 수술이 늦어질까봐 걱정이다. 제발 빨리 수술을 받고 나아지셨으면 좋겠다. 1기이긴 하지만 개복 수술을 해야 하고 회복에도 시간이 걸리고 아프게 되니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선 별도 항암치료는 안 해도 될 거라 하니 그거나마 다행이다. 나도 올해 회사 건강검진이 시작되면 빨리 받아야겠다. 재작년 12월에 받았고 작년엔 너무 바빠서 놓쳤다ㅠㅠ 내 몸도 그닥 좋은 컨디션은 아니니...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귀가 지하철에선 뒤늦게야 잡은 자리에 앉아 몇 정거장 동안 정신없이 졸았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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