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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4. 23:56

그리고 비가 왔습니다 2017-19 petersburg2018. 9. 14. 23:56






그러다 또 멈췄다가 또 오다가 등등.. 역시 전형적인 뻬쩨르 가을 날씨 시작!



서점 들렀다가 차 한잔 마시고 잠깐 방에 돌아옴. 오늘 저녁은 료샤랑 레냐랑 미하일로프스키에 백조의 호수 보러 감. 나갈 준비 중이다.



사진은 숙소 돌아오는 길에 찍음. 이거 앞에 올린 사진이랑 같은 곳이고 방향만 쫌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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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4. 19:59

종잡을 수 없는 날씨 2017-19 petersburg2018. 9. 14. 19:59






어제 숙소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며 찍음. 이때 비오고 있었음!



오늘도 예보는 종일 비라고 해서 카메라 안들고 나왔는데 점심 먹으며 창 밖을 보니 하늘은 아직 파랗네.. 비야 오지 마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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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전에 쓴 대로 여권 생일 때문에 오늘 조식 테이블에서 서프라이즈 노래와 축하와 케익 받고... 오후에 들어왔더니 샴페인과 아이스버킷, 손으로 쓴 카드도 갖다주었다 :) 고마워요 아스토리야 엉엉..





료샤에게 자랑했더니 이넘이 ‘ 알았어! 생일이라는 거자나! 가짜 생일!’ 하고는 근처 꽃집에서 장미 세송이를 사서 주었다 ㅋㅋ 어머 고마워 친구야 근데 나 정말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뎅 ㅎㅎㅎ (그러나 꽃을 사랑하는 토끼는 거부하지 않고 덥석 받았씁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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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여행을 오면 날짜감각이 없어진다. 오늘이 수요일인가 싶었는데 목요일이다. 가만히 보니 어제 메모 제목을 또 화욜이라 달아놔서 헷갈렸음. 바꾸어놨다. 흑, 목욜인줄 알았으나 수욜이면 더 좋았을텐데 엉엉 계속 놀고 싶은데...



어제 공연 보느라 늦게 와서 새벽 두시에 잠들었다. 잠 모자란 상태로 조식 먹으러 내려갔는데 앞서 쓴것처럼 생일축하 받고 케익도 받아서 신남(다 쳐다봐서 쫌 창피하기도..) 음력에 윤달이라 주민등록 생일이 실제 태어난 날보다 근 두달 빠르게 되어 있어 항상 손해봤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벌충 :) 고마워요!!!



아스토리야의 서비스는 계속되어 오후에 들어왔을때 샴페인과 초콜릿을 갖다주었다. 꼬마워요... 생각해보니 예전에 그랜드 호텔 유럽에 첨 묵었을때도 이맘때라 샴페인 받았던 기억이 있다. 비싼 가격 지불한건 잊고 서비스에 감동하고 있는 조삼모사 나 ㅋㅋ ㅠㅠ



​하여튼 그래서​ 오늘 메모의 메인 사진은 아스토리야 호텔 :) 이삭 성당 절반도 같이~~



..




비온다 해서 이런날은 박물관~ 하며 버스 타고 판탄카에서 내려 파베르제 박물관에 갔다. 아아 휘황찬란하고 섬세하고 화려한 보석달걀들과 세공품들이여... 아아아아아아... 아으아아 이쁘다아아 ㅠㅠㅠ 폰으로 사진 많이 찍었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전시 다 보고 나오는데 의외로 박물관 카페가 상당히 모던하고 이뻐서(+ 빨간색이라서) 창가 테이블에 앉아 30분 정도 쉬며 이 카페 시그니처라는 무알콜 파베르제 칵테일 마심. 이름 때매 내심 이쁜 달걀 모양의 장식이라도? 하고 기대했는데 그냥 유리잔에 평범하게 나옴 흑... 망고가 메인인 벨리니 맛이었다. 맛있긴 한데 난 망고 별로 안 좋아해서.. 잉잉 쫌 싼거 마실걸.. 시그니처래서 딴거보다 비쌌는디...







그래도 카페가 이쁘니 용서함~~



..



오후 늦게 본치 카페에 갔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한적했다. 창가 자리 득템했다가 너무 빛이 많이 들어와서(비왔다가 오후에 갰다) 중간 자리로 옮김. 역시 내가 좋아하는 빨간 테이블 자리 :)



배고팠다. 긴쌀밥 곁들인 치킨커리가 오늘의 메뉴라 해서 시켰는데 고수이파리를 진짜 아낌없이 얹어줌 ㅠㅠ 우앙.. 고수 한쪽으로 밀어놓고 먹음. 글고 코코넛과 파인애플이 들어가 넘 달았음. 흑, 유럽이든 러샤든 인도음식점 아닌데서 카레 시키면 안되는데.. 하여튼 배고파서 다 먹음.



먹고서 오늘의 스케치를 하고 있자니 료샤가 일 마치고 왔다. 호텔에서 생일 챙겨준 얘기했더니 사나이의 경쟁심이 일었는지 장미 세송이 사줘서 매우 기쁨 ㅋ






같이 모이카 운하변 따라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얼음이 거의다 녹아 있어서 료샤가 아까워하며 이거 빨리 따야 한다고 했음. 그래서 생일 아닌데 생일 축하하며(ㅋ) 샴페인 따서 나눠 마셨당. 아침에 받은 케익이랑 조식 테이블에서 가져왔던 복숭아랑 같이~








흑, 휴가 안 끝나면 좋겠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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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3. 18:07

진짜 생일은 아니지만 ㅎㅎ 2017-19 petersburg2018. 9. 13. 18:07




아침부터 서프라이즈들 :)



주민등록과 여권 생일은 오늘인데 사실 난 음력 생일이라 매년 바뀌고(올해는 10월) 실제 태어난 날은 윤달이 껴서 11월이다. 그래서 오늘 날짜는 그냥 숫자일 뿐임.



근데 하여튼 회사 후배들로부터 막 기프티콘들이 오고 ㅋㅋ 조식 먹고 있는데 스태프들이 갑자기 불꽃 얹은 케익 들고 와 노래 불러줌 :)) 으악 고마워요 ㅎㅎ 차마 음력이라 말 못하겠네!



그래서 그 케익 싸준거 들고 방에 왔음. 피곤하고 온몸이 아프고 밖에 비도 오는데 그래도 아침부터 기분 좋당! 심지어 케익 싸준 박스마저 너무 뽀대난다.. 이뿌다..






결국 나가기 전에 한입 먹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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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발레 신데렐라 보고 옴. 마린스키의 라트만스키 버전과는 다르다. 소련 시절 자하로프 안무 오리지널을 바탕으로 했다고 함. 늦게 돌아와서 짧게 오늘 메모 남김.



최근 몇년 동안 이 극장에서 본 발레들 중 오늘 신데렐라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군무가 적게 나오고 20세기에 나온 작품이다보니 정통 클래식도 아니라서 미하일로프스키의 단점이 많이 커버됨. 오랜만에 보니 레베제프도 많이 좋아졌고 소볼레바도 그렇네. 부부라서 애틋한 케미가 좋았다. 그리고 이 발레는 희극적 요소도 많고 해피엔딩이다 보니 보고 나면 기분이 좋다.






멀리서 폰으로 찍은 거라 화질 매우 안 좋지만 커튼콜 사진 한장. 작은 극장인데다 팬심 불타는 무용수가 나오는게 아니어서 1야루스(3층) 사이드 1열 끊었다. 몇년 전부터 미하일로프스키 너무 비싸짐 -.-



..




아까 디아나 비슈뇨바 디저트 얘기에서 썼듯 오늘 숙소를 옮겼다. 방 업그레이드해줘서 매우 행복.



비 오기 시작.. 날도 싸늘해짐.. 여태 하늘 파랬던 게 기적이었지 ㅠㅠ



자야겠다. 신데렐라 짧은 리뷰라도 남겨보고픈데 과연 언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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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2. 23:08

디아나 비슈뇨바(디저트) 2017-19 petersburg2018. 9. 12. 23:08






이 아름다운 자태의 주인공은 보석함이 아니고 디저트이다. 이름은 디아나 비슈뇨바. 정말이다 :)



올초였던 것 같은데 아스토리야 호텔에서 비슈뇨바 이름을 붙인 이 디저트를 신메뉴로 내놓았다. 비슈뇨바를 뮤즈로 헌정한 디저트인데 실지로 첨 나왔을때 비슈뇨바랑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사진만 봐도 너무 예뻤다. 디아나도 너무 아름다운데 그녀 이름 단 디저트도 아름답다니 꼭 먹어봐야지 했었다.



(사실 더 레파에도 전에 나온 비슈뇨바 디저트가 있는데 그것도 먹어보고픔)





사실 난 여기서 머랭과 딸기, 크림으로 만든 안나 파블로바에 덴 적이 있다. 좋아하는 디저트긴 한데 아스토리야에선 바질과 올리브유를 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랭과 크림 특성상 이쁘게 먹을수가 없다 ㅋ



오늘 여기로 숙소 옮기고 나서 카페 내려와 디아나 비슈뇨바 시킴. 으아 이거 비싸다.. 디저트 중 젤 비싸.., 950루블!! 만오천원 넘어! 아무리 아스토리야 호텔이라지만 여기 디저트 보통 8-9천원 내외인데.. (물론 일반 카페는 훨씬 싸다)



그런데 일단 나오자 예쁜 자태에 반하고, 또 생각보다 커서 놀라고, 이 정도 양과 다양성, 정성과 맛이라면 이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







뚜껑과 케이스도 먹을 수 있다는데 일단 맨나중으로 미룸. 너무 많아보여서 이걸 어케 다먹나 남은건 싸줄수 있나 고민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정말 선물상자 같았다. 하나하나 수수께끼같은 이쁜 것들이 먹을때마다 새로운넘이었다!



하얗고 얇게 슈가코팅한 베리들, 흰 머랭 쿠키들, 마스카르포네 치즈볼, 새콤한 과일절임이 숨겨진 방울토마토 모양 핑크볼, 견과 플로랑틴(아 이거 이름 맞나 모르겠어 헷갈리), 게다가 맨아래 숨겨진 시나몬 뿌린 사과절임까지.. 어느것 하나 과하게 달지 않은데다 뭔가 쫌 달거 같으면 새콤한 베리와 과일핑크볼이 있어 금세 입안이 정리된다.



오오 이것은 비슈뇨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근사한 디저트다! 다양한 종류의 단것들이 놀랍게도 잘 어우러진다. 어느것 하나 너무 세지 않아서 정말이지 조화로운 발레를 보는 기분! 이렇게 여러가지를 요렇게 이쁘게 플레이팅하다니... 정말 많은 정성이 들어간 걸 먹는 기분이라 좋다. (러시아에서 아름다운 다저트 플레이팅이라니 정말 놀랍구나 ㅋ)



애프터눈티세트 시키면 맨날 제대로 못먹는 나로선 이거야말로 애프터눈티세트 완벽한 대용 디저트다! (가, 가격도 ㅠㅠ)



맛은 별 기대 안했고 그저 비슈뇨바에게 헌정된 디저트니까 먹어보고픈 거였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디저트 본연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줌. 둘이 와서 이거 하나 시켜서 먹으면 가격도 그렇고 양도 그렇고 딱 좋을 거 같다.



.. 쓰고 나니 디저트 얘기가 책이나 발레 리뷰보다 더 길어!!



..



하여튼 아스토리야는 좋다. 그랜드 호텔 유럽에서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체크아웃했는데.. 오오 방도 6층의 스튜디오룸으로 업그레이드해주었다(작년처럼), 글고 디저트 디아나 비슈뇨바도 근사하다.



오늘은 여기 와서 첨으로 발레 보러 간다. 시즌이 막 시작되는 시기라 발레가 거의 없다 ㅠㅠ 마린스키는 말미에 딱 하나 끊었고(그래도 슈클랴로프님 나옴), 앞의 두개는 미하일로프스키다. 흑..



오늘은 신데렐라인데 미하일로프스키의 새 버전 궁금하긴 하다. 여기는 의상 등에 돈을 많이 쓰고 화려하니.. 문제는 빅토르 레베제프가 왕자인데 이넘 예전에 나무토막 연기로 날 넘 실망시켜서... 그치만 얘랑 아내인 아나스타시야 소볼레바 페어가 나오니 케미를 기대해보련다.



남은 차 마신 후 방에 가서 좀 쉬다가 극장에 가야겠다.


..



거의 다 먹은 후 연분홍 토슈즈 색인 케이스 귀퉁이 톡 깨서 먹었는데 화이트 초콜릿이었다. 이거 뭐야 나 화이트 초콜릿 안좋아하는데 맛있어...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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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2. 19:19

체크아웃하고 나옴 2017-19 petersburg2018. 9. 12. 19:19






숙소를 옮기는 날이라 11시쯤 체크아웃하고 트렁크 맡기고 컨시어지 데스크에 택시 예약한 후 나왔다.






잘 쉬었다 가요, 에브로빠.






3년여만에 다시 묵었는데 전보다 확실히 서비스 수준이 낮아졌다.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안 보이는것도 있다. 이 호텔의 진짜 매력은 작은 것에서 드러나던 세심함이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좀 귀족적인 느낌이 배어 있었는데 그게 사라져서 아쉽다.



그리고 이 호텔에 묵지 않을때도 카페 가려고 들르면 날 기억해주시며 인사해주던 문지기 아저씨도 이제 안 계신다. 다른 분은 있는데 그분은 없다. 하긴 이미 할아버지였으니까 은퇴하셨나보다...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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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많이 피곤했다. 뻬쩨르 와서 내내 기적적으로 비가 안와서 사흘 연빵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오늘도 비가 안왔다. 날씨가 아까웠지만 다리도 너무 아프고 피곤해서 오늘은 가까운 곳 카페와 음식점만 갔다.



원래 한정거장 거리의 돔끄니기 가서 책도 사려 했는데 귀찮아서 미뤘다. 낼 호텔을 옮기는데 사실 돔 끄니기는 지금 숙소에서 더 가깝기 때문에 합리적 행동은 오늘 가는 거였다. 심지어 오늘밤부턴 비도 온다는데.. 그러나 오늘만 사는 토끼는 피곤하단 이유로 그냥 방으로 돌아옴.



..



일곱시간 반쯤 잤다. 조식 먹고(스케치대로 보르쉬에 긴쌀밥 말아서 계란말이 대용 오믈렛이랑 연어찜 작은 토막, 올리브랑 양배추볶음 같이 먹음 ㅋ) 근처의 전망 좋기로 핫한 테라사 레스토랑에 갔다. 근데 밖에 앉기엔 이미 추워서 안에 앉았더니 그럭저럭...



테라사는 긴자프로젝트 체인에서 낸 레스토랑인데 이 체인들은 내부 인테리어가 쫌 비슷비슷하다. 넓고 밝고 좀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고 가격이 비싸다. 근데 내 취향엔 지나치게 넓고 지나치게 체인 느낌이었다. 게다가 무슨 차 한잔이 유럽호텔이나 아스토리야보다 더 비싸.. 빈정 상함.



홍차 마시려다 보랏빛이 이뻐보인다는 이유로 신메뉴란 라벤더티를 주문했는데 망함. 아니, 라벤더에 꿀인지 시럽인지 하여튼 단걸 넣다니 꾸엑.. 게다가 생각했던 이쁜 보라색이라기보단 잉크 풀어놓은 색이어서 실망 ㅠㅠ






사진으로 보면 또 이뻐보이네.. 하지만 입맛 떨어지는 보라색이었다(내 취향 보라색과 좀 다름)


하여튼 테라사에 앉아 폭망한 라벤더 티랑 메도빅(이것도 이쁘게 꾸몄으나 녹색 가루를 뿌려줘서 내 맘에 안듬 ㅠ) 먹으며 스케치를 좀 하고 쉬었다.



그리고는 나와서 십여분 거리의 수프 비노 가서 해물 파스타로 맛없고 비쌌던 테라사를 정화함. 알렉세이가 있었음 더 좋았을텐데.



..




테라사와 수프 비노는 모두 카잔스카야 거리에 있다. 카잔 성당 뒷길이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길을 거슬러올라오다 카잔 성당에 들렀다. 이 성당 안에 들어온 건 정말 오랜만임. 여기는 밖에서만 보고 안은 잘 안 들어가게 되는 편이라..



하여튼 여기는 성 게오르기 이콘 앞에 초들이 있어서 거기 초를 켰다. 나에겐 언제나 용기와 평온이 필요하니까. 러시아인들이 해석하는 호전적 성 게오르기/성 조지와는 좀 다른 식의 용기.



..




걸어서 방에 돌아왔다. 좀 쉬다가 호텔 카페에 내려갔다. 이 메조닌 카페는 예전부터 좋아하던 곳이다. 이 호텔 안 묵어도 한번은 꼭 들렀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그랜드 호텔 유럽이 그랬듯 메조닌 카페도 전같은 충만함을 주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에. (가격은 물가를 반영해 비싸졌지만)







몇년전부터 즐겨 앉던 자리에 앉아 전과 같은 찻잔에 차를 마시고 똑같은 풍경의 아름답고 인공적인 내부를 보면서 문득 뭔가 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든 느낌도 들고...



사실 페테르부르크에 오면 이런 기분이 약간 들때가 있다. 종류는 좀 다르지만... 주로 마린스키 등 극장 갔다가 밤에 버스 타고 운하변을 지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어둡고 고요한 건물들을 지나칠때 그러는 편이다. 시간이 흘러가는것에 대한 깊고 조용한 공포가 있다.



이것은 내가 시간이나 영원성을 받아들이는 시선과도 조금 통해 있다. 혹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생각 같은 것. 사랑하는 도시이지만 그 사랑만큼 어딘가 깊은 곳에는 익숙함과 무관심, 검은 운하의 물과 침묵과 쇠락에 대한 공포가 존재한다. 이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또 누군가와 소리내어 공유하고 공감하기도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 몇년 전 글을 쓸때 미샤의 입을 빌어 바닥 없는 운하, 검은 물이 지나가는 파이프에 대해 썼다. 그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마냥 아름답기만 하다면, 존재의 깊은 공포가 없다면 이 도시는 내게 이토록 유의미한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돌아오고 또 돌아오는 곳도 아니었을 것이다.



..



메조난 카페에 한시간 반쯤 앉아있자니 일을 마친 료샤가 들렀다. 나는 그날 직전이라 그런지 몸도 피곤하고 입맛도 없고 자꾸 버거나 자극적인게 먹고팠다.



그래서 호텔에서 젤 가까운 버거킹에 감. 버거킹은 2집 동네에도 있어서 맥도날드가 더 땡겼지만 거긴 거리가 애매했다. 차 세우기도 안 좋고 그렇다고 버스 타고 또 걸어서 갈만큼 먹고픈것도 아니어서. 료샤는 맥도날드보단 부르게르낑(ㅋ) 파라서 좋아했다. 얘는 부르조아인데 입맛은 안 그래서 버거킹이랑 하리보 젤리 그런거 좋아한다.



..



방에 돌아와 며칠전 수퍼에서 사온 미니사이즈 아이스와인을 따서 나눠 마시고(료샤가 술이 너무 달다고 짜증냄. 내 입맛에도 너무 달긴 했다. 대신 독하지 않으니까 ㅋ) 이야기를 좀 나눴다. 오늘따라 노어가 힘들어서 버벅댔다. 영어 섞어서 말하는데 이것도 힘들다.



료샤는 나보고 언어 문제라기보단 옛날에 첨 봤을때보다 덜 총명해진거 같다고 반쯤 놀림 + 반쯤 진담으로 말했다. 야! 두뇌노화는 어쩔수 없단 말이야 ㅠㅠ



그래도 이넘은 내가 삐칠까봐 덧붙였다.



“ 맨첨에 봤을땐 진짜 무지 똑똑했단 말이야. 하여튼 그렇게 보였어. “


“ 그래, 한때 똑똑했다고 해줘서 고맙구나 ㅠㅠ “


“ 근데 그때도 щ 발음은 잘 못했어 ㅋㅋ 우다례니예(강세)도 좀 틀리고. “


“ 야! 우리말엔 그 발음 없단 말이야 흐헝... 우다례니예도 없어어 ㅠㅜ “



료샤는 역시 립서비스로 마무리했다.


“ 근데 억양이 좋으니까 쫌 커버돼. “



고맙다 친구야 흑흑 ㅠㅠㅠㅠ



..



료샤는 집에 가고 난 내일 숙소 옮겨야 해서 가방을 대충 꾸렸다. 아직 물건들 산게 거의 없어서 괜찮았다. 집에 갈때가 문제지 ㅠㅠ



밤중부터 비온다는데 안오면 좋겠다.



오늘 메모는 무지 길구나. 노어 버벅거리곤 대신 우리말로 길게 썼나... 이번엔 노트북 안가져와서 사실 폰으로 글쓰는게 어렵다. 폰으로 쓰면 어휘도 문장도 어그러진다. 나는 글을 머리와 손을 같이 사용해서 쓰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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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1. 21:19

한국인은 밥심! 2017-19 petersburg2018. 9. 11. 21:19




와아! 러샤 다시 왔다! 호텔이다~ 남이 차려주는 조식이다 와아!!! 러시아식으로 먹자~~



(그러나 나흘째 되던 오늘...)







보르쉬 수프에 긴쌀밥 말아묵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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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1. 21:15

수프 비노에서 점심 먹음 2017-19 petersburg2018. 9. 11. 21:15






다행히 수프 비노는 영업 중이라 좋아하는 해물 루꼴라 파스타로 점심 먹음. 평일 낮이라 20% 할인도 받음. 근데 오늘도 알렉세이가 없었다 ㅠㅠ







내 꽃무늬 빨강까망 원피스랑 수프 비노의 이쁜 타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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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1. 03:27

레트니 사드는 참 좋다 2017-19 petersburg2018. 9. 11. 03:27





십여년 전에 쥬인이랑 왔을 때 삶은 계란 가져와서 크르일로프 동상 앞 벤치에서 까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여기 오면 항상 그 동상 쪽 가서 벤치에 앉아 쉰다 :) 오늘은 심지어 드러누워 쪼끔 자기도 했음~ 아이스크림도 먹고 책도 읽고 분수도 보고 좋았다.



언제 쥬인이랑 또 같이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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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6시 반 무렵의 네프스키 대로. 저녁 먹으러 가며 찍음.


..



레트니 사드 다녀옴. 칵테일 때문에 잠 설쳐서 종일 그냥 방에서 뒹굴까 했는데 날씨가 쨍해졌고 이 동네에서 화창한 날씨란 천금 같은 것이라 기어나갔다. 뻬쩨르고프 갈까 했는데 배타고 왕복해야 하고 또 선착장까지도 걸어야 해서 차선책으로 레트니 사드 감.



벤치에 드러누워 하늘도 좀 보고 산소도 마시며 쫌 졸았다. 벤치가 차갑지 않았다면 더 잤을텐데..



그리곤 책 읽으며 쉬었다. 나뭇잎들 사이로 그물처럼 일렁이는 햇살과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보며 그늘에 앉아 책 읽는 거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노동노예는 이런 행복을 누리기가 참 어렵지 ㅠㅠ



아폴로도, 백조도, 오리도 그대로 있었다. 오리들은 재작년 걔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작년엔 10월초 날씨 너무 궂을때라 여기 안 들렀다.




이후 판탄카 운하 따라 걸어 나왔는데 풍경이야 좋았지만 점점 더워졌고 이쪽은 그늘이 없어서 그냥 가까운 길(마르스 광장 통해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으로 가는 길)로 갈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치코프 다리 도착했을 때쯤 완전 녹초... 버스 타고 숙소 근처에서 내려 방으로 갔다.



컨디션이 급하락해서 점심이고 뭐고 일단 방으로 와서 씻고 여기 수퍼에서 샀던 삼양 컵라면(치킨수프 맛. 그냥 그렇다ㅠㅠ) 먹고 침대로 기어들어가 좀 쉬었다. 삼십여분 정도 눈도 붙였다. 그날이 얼마 안남았다. 오늘따라 잠도 설치고 두통이 밀려오는게 좀 당겨지려나 싶음 ㅠㅠ 흑흑 사내가 되고프다!



오늘은 료샤도 저녁 미팅이 있고 레냐도 못 나와서 혼자 보냈다. 저녁 먹으려고 기어나감. 어제 비프 스트로가노프님 때매 출혈이 커서 오늘은 점심 컵라면 저녁은 쩨레목에서 블린 먹음(뭐 블린 좋아하지 ㅋ)



저녁 먹고 고스찌에 들러 딸기 타르트 테이크아웃해서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옴. 목욕 후 타르트 먹고 이제 쉬는 중이다. 오늘은 제대로 푹 잤음 좋겠다. 햇볕 많이 쬐었는데 잠 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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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니 사드 다녀옴.






날씨 좋을땐 무조건 공원 산책가야 함. 벤치에 드러누워 좀 졸았고 책도 읽었음. 광합성은 좋았는데 여기는 차 없음 걸어가야 하는 곳이라 다리도 아프고 판탄카 운하 따라 걸어나오는 길이 더웠다.



낮 두시에 숙소 돌아와 컵라면 끓여먹고 뻗음... 눈 좀 붙이고 저녁에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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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0. 16:46

레냐의 장미 2017-19 petersburg2018. 9. 10. 16:46





그저께 레냐가 선물해준 하얀 장미. 호텔 방은 커튼 쳐놓고 볕이 안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꽃송이가 너무 컸는지 줄기가 시들어 축 처져버림 ㅠㅠ



그래서 대를 자르고 꽃송이만 살려서 유리잔에 띄워두었다. 잔에 띄우려고 사이즈 맞추느라 꽃잎 여러장 떼어낸 게 못내 아쉬워 걔들도 컵 안에 넣어둠





방에 비치된 술잔인데 나름 유용.. 나는 보통 호텔 방에 있는 유리잔들은 술 마실 때 쓰는 게 아니라 꽃 띄워놓거나 각종 섀도 /블러셔 브러쉬들 따위 꽂아두는데 쓰는 편이라...


료샤는 자고로 호텔 방에 있는 잔은 술마시라고 있는건데 이것을 화장품 수납용으로 전락시키는 내가 웃기다고 한다. 야! 호텔 방에 있는 술들은 비싸단 말이얍. 글고 술 마시지 말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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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어쩌겠누.. 하느님은 이런걸로 삐치지 않으실 거란다 하고 말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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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루빈슈테인 거리 초입에서 찍은 것. 이 도시의 힙스터들이 몰려드는 곳이지만 이땐 이른 오후라 한적했다.


..



어제 여독과 그간 노동착취로 누적된 피로 때문에 10시 안되어 잠들었다. 새벽 5시쯤 깨서 두어시간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고 앞서 남긴 메모와 같이 괴기스러우면서도 격렬하고 재밌는 꿈을 꾸었다. 이런 꿈들 다 모아서 나중에 단편들 쓰고 싶은데 쓰고픈건 넘쳐나지만 맨날 노동착취당하느라 에너지 안 생김 ㅠㅠ



조식 먹었다. 오늘은 치즈와 버​섯 든 오믈렛을 부탁해 먹었는데 유럽호텔보단 아스토리야가 오믈렛을 더 잘 만듬 ㅠㅠ



날씨가 흐리고 어제보다 선선했다. 낮에 비온다는 예보가 있어 망설이다 그래도 수도원 가고 싶어서 료샤, 레냐와 같이 갔다. 다행히 오늘도 비는 안 왔다.


수도원에 갔는데 마침 교회 종 연주 축제가 있었다! 종소리를 좋아하는 날 위한 선물인가! 한시에 도착했는데 딱 한시에 시작! 자리 없어서 저만치 떨어진 화단 귀퉁이에 레냐랑 앉아서 몇곡 들었다. 행복... 근데 난 종 연주만 계속 했음 좋겠는데 중간에 자꾸 독창, 합창이 있어 아쉬웠다. 좀 듣다가 사원에 들어갔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예배 마친지 얼마안된 시각이라 그런지 어수선했다. 원래 이곳은 경건하고 어두컴컴하고 고요해서 좋아하는 곳인데.. 초 켤 자리도 간신히 찾음...



사원 나와서 검고 축축한 흙을 밟으며 묘지 사이를 거닐었다. 네프스키 수도원 묘지는 무섭거나 괴기스럽지 않고 무척 평화롭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반지하의 소박한 수도원 티룸(진짜 소박함) 갔다. 목이 말라서 모르스를 마셨고 전에 본적 옶던 서양배 절임 든 빵을 한개 먹었다. 역시 수도원 빵이 제일 맛있다.. 근데 40루블이라 전보다 가격이 약간 오른 듯.. 하긴 올때마다 버스요금 오르는걸 보면 그럴만도 하다. 그치만 우리 돈으로 800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이런 빵을 먹을수 있는 것이다...



내가 서양배 절임 빵을 먹으며 맛있다 하자 사과빵 먹던 료샤가 내 빵 절반 쪼개갔음. 강탈자! 하고팠지만 얘가 원래 서양배 좋아하니 그러려니..



‘왜 애초부터 서양배빵 안시킨겨?’ 하고 묻자 료샤는 ‘난 네가 사과빵 먹을줄 알았단 말이야! 넌 배보다 사과 더 좋아하자낫’ 한다. 그건 서양배가 맛이 없으니 그렇지 나도 우리 나라에선 배 더 좋아하는데!!!


그동안 레냐는 버섯빵 먹음. 어른 둘은 달달한 서양배빵 사과빵 먹는데 열살 레냐는 버섯빵 먹었다 ㅋㅋ



수도원에서 나와 루빈슈테인 거리에 차 세워 놓고 골목 거닐었다. 그 사이에 도블라토프 동상이 생겨서 너무 반가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 러시아 작가이다. 루빈슈테인 거리에 이 사람이 망명 전까지 살았던 집이 있다.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도블라토프 동상의 손을 어루만지며 사랑과 존경을 담아 소원을 빌었다. 어째 수도원 촛불 앞에서 기도했을 때보다 더 경건하게.


료샤는... 이넘 누구냐고 했다 ㅠㅠ 야 해도 너무해 ㅠㅠ너 뻬쩨르 토박이자나 ㅠㅠ 이 도시가 낳은 최고 작가 중 하나인데 정말 너무해 ㅠㅠ 아무리 문학과 담쌓아도 그렇지 엉엉...


오히려 레냐는 ‘알아!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여행가방!’ 하고 외침. 여행가방은 도블라토프의 유명단편집이다. 물론 레냐도 안 읽었지만(10살짜리가 읽긴 아직 도블라토프는 무리) 그래도 누군지도 알고 책 제목도 안다! 아이고 기특해!!!



전에 bravebird님 소개로 알게 되어 종종 갔던 우크라이나 음식점 쉬녹에 가려 했는데 문닫았는지 그 자리에 딴 식당이 있었다 ㅠㅠ 흑, 음식 맛있었는데.. 하긴 갈때마다 넘 한적했어... 아님 우크라이나 음식점이라 닫았나 엉엉..



실망한 우리는 이쪽에 오면 항상 들르는 대형 수퍼마켓 랜드가 있는 쇼핑몰 감. 2년 전 6월에 지치고 괴로운 상태로 머무르던 무렵 몇번 갔던 브리티쉬 베이커리에 가서 좀 쉬면서 티백 차 마시고 까르또슈까 먹음. 그리곤 수퍼마켓 가서 먹을거 조금 샀다.


레냐는 이모 생일이라 저녁 같이 먹기로 했기 때문에 집에 먼저 가야 했다. 이모보다 쥬쥬가 더 좋다고 찡찡대는 레냐를 집에 데려다준 후 료샤랑 나는 호텔로 돌아왔다.



료샤는 레냐가 평소엔 의젓한데 나만 나타나면 어리광쟁이가 된다고 투덜투덜.. ‘근데 너야말로 애 어리광 다 받아주는 아빠임! 레냐가 의젓한건 전부 무서운 엄마 이라 때문임!’ 해주고팠지만 료샤는 여전히 전부인 이라를 무서워하므로 그 말 안함 ㅋㅋ



쉬녹 문 닫았다는 슬픔에 잠긴 나에게 료샤는 비프 스트로가노프를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거라고 꼬셨다. 그래서 유럽호텔 바에 내려가 칵테일이랑 비프 스트로가노프 시킴.



여기 비프 스트로가노프는 시그니처 메뉴이고 공작의 오리지널 레시피대로 만든다고 하는데 나도 무척 좋아하지만 꽤 비싸다. 그런데 일이년 전 마지막으로 먹었을때보다 가격도 훨씬 올랐기 때문에 칵테일 한잔, 비프 스트로가노프 한접시 합치면 무려 3천루블이 넘어서 아무리 그랜드호텔유럽이라도 너무 비싸단 생각이 들었다. 루블 쓰는 동네에서 유로 쓰는 동네 비싼 식당 가격이라니 ㅠㅠ



근데 막상 비프 스트로가노프 나오자 역시 무지 맛있어서 그냥 가격을 용서했음. 이렇게 만드는 비프 스트로가노프는 다른데선 먹을 수 없다. 진짜다...






그리고 안나 아흐마토바 이름 붙은 칵테일 마셨는데 이게 쫌 셌다. 내 칵테일 한모금 마셔본 료샤는 얼굴 찌푸리며 내게 ‘또 기절하면 어쩔겨! 이번엔 방에 안 업어다줄거야!’ 하고 투덜댔음. (몇년 전 이 바에서 낮에 복숭아 벨리니 마신후 필름 끊겨서 료샤가 방까지 업어다준 적 있는데 그후부터 칵테일 한잔만 마시려 하면 엄청 잔소리한다 ㅠㅠ 내가 너니까 그나마 같이 마시지ㅠㅠ)



다 먹고 마신 후 역시나 내가 노곤해하자 료샤는 거보라는둥, 못마시는 술 왜 마시냐는둥 잔소리하며 방까지 데려다줌. 그래도 내발로 걸어왔음!!! 단백질 가득한 비프 스트로가노프랑 먹어서 별로 안 취했음. 유럽 호텔 로비 바는 다 좋은데 김릿이 없다. 칵테일 종류가 15개 뿐이라 아쉽다.



료샤는 내가 곧 맛이 갈거라 지레짐작하고 툴툴대며 ‘에이 오늘도 윷놀이는 글렀구만. 빨랑 자, 이 알까골릭아!’ 하며 집에 감.



아니 내가 왜 알까골릭(알콜중독자)인가.. 칵테일 한잔 마셨고만 ㅠㅠ 술도 일년에 서너번 마실까말까에 회식할땐 윗분들이 줘도 안 마시는데!!!! 이럴때나 한잔 마시는데 서럽구나 엉엉 ㅠ 넌 나보다 윷놀이가 더 좋냐 흐앙... 윷놀이 괜히 가르쳐줬어 엉엉...



하여튼 목욕을 하고 소파에 앉아 방에 비치된 잡지를 좀 보고 나니 술기운도 가셨다. 료샤 이 바부팅이 왜 갔냐 나 안 취했는디.. 윷놀이 할수 있는디.. (해봤자 내가 지니까 재미없긴 함. 얘 윷놀이 너무 잘함 ㅠㅠ)



내일 날씨 좋으면 뻬쩨르고프 가고프긴 한데.. 화욜부터 비온대서 내일이 적시이긴 한데 자봐야 알겠음. 즐거운 하루였다. 회사 안가면 이렇게 좋은 것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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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고, 흐리긴 해도 비가 안 와서 겸사겸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다녀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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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9. 18:16

커피가 아닙니다 + 꿈 메모 2017-19 petersburg2018. 9. 9. 18:16





커피처럼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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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에 홍삼액 탄 것 ㅋㅋ


간밤에 마시고 잤음. 이 방에 무려 캡슐 커피머신이 있다만 난 커피 안 마심..



시차 때문에 9시 반 즈음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에 깨어 두어시간 뒤척인 후 또 잤다.



엄청 스펙터클한 꿈 이어서 꿨는데 회사 동료(지금은 휴직중인 선배), 의사의 탈을 쓴 반미치광이 과학자, 사이코패스 어린이, 엄청난 성깔의 그 아이 엄마, 다른 세계들과 차원이 왜곡되며 스며나오는 공간, 분홍색 샤워타월 조각 같지만 사실은 차원과 이세계 존재의 일부와 구토물질의 응축체, 도주, 택시, 지붕 없는 택시, 공중화장실로 도망쳤다가 잠긴 문 안에 끔찍한 뭔가가 있다는 걸 알고 뛰쳐나옴, 경찰관, 바스커빌의 개 비슷한 미친 개 등등등... 안 까먹으려고 일단 간단하게 메모 남김. 세가지 정도의 이야기가 혼재된건데 다 엮여 있음. 오늘 시간 나면 이 꿈 노트 다시 정리해놔야지.



이제 료샤랑 레냐가 올 시간이당. 오늘은 어제보단 안 덥고 흐리네.. 곧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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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피곤해서 일상 스케치는 생략. 이건 어제 비행기 안에서 그렸던 스케치 중 하나. 빨간 러시아 숄 뒤집어쓰고 마트료슈카처럼 토실토실 볼 발그레한 꼬마 알리사 :) 하지만 언제나처럼 뿌루퉁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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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의 고된 노동과 아홉시간 비행의 여파로 무지 피곤하게 잠들었다가 새벽에 시차 때문에 깨어나 뒤척거리다 간신히 다시 잠들었다.



조식 먹어보려고 끙끙대며 아홉시에 일어남. 주말은 그래도 11시까지 조식이라 머리감고 욕조에 몸 좀 담가서 근육통 풀고 나서 부스스한 몰골로 우아한 아르누보식 식당에 내려가 밥 먹음. 보르쉬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ㅠㅠ 뜨끈한 보르쉬 반접시 퍼먹으니 몸이 노곤해졌음.



방에 돌아와 짐을 조금 풀고 화장을 하고 등등, 열두시 반 정도에 나섰다. 레냐랑 료샤가 호텔 로비로 왔다.



간밤에 료샤가 공항 픽업을 나와줘서 무지 고마웠다. 전엔 비행 직후의 초췌한 몰골이 쫌 그래서 숙소에 별도픽업을 신청했는데 이제 같이 노화하는 처지에 뭐 어때. 하여튼 료샤가 와줘서 호텔 픽업은 취소하고 돈을 좀 아낌 ㅋ



어젯밤엔 너무 지친 상태라 료샤랑 얘기도 별로 못했다. 료샤는 내가 방전상태인 걸 보고 방까지 데려다 준 후 집에 갔다. 그래도 나 그 피곤한 상태에서도 트렁크 열어서 료샤를 위한 맥심모카골드 100개들이는 챙겨줬었음!




레냐 보고 깜놀놀! 진짜 나보다 더 큰 거 아닌가 했으나 키 대보니 아직 나보다 작다. 하지만 하지만 곧 커질 거야아 ㅠㅠ



근데 레냐 머리가 밤송이가 되어 있었다. 레냐는 엄마가 미용실 데려가서 짧게 잘라달라 해서 그렇다고 울상이었다 ㅋㅋ 근데 귀여웠음. 그렇게 보송보송 짧은 머리 레냐 본 적이 없어서. 금색 밤송이 ㅋㅋㅋ



같이 예술광장에 가서 푸쉬킨 동상에게 인사하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걷다가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산책하고 그늘 벤치에 앉아 좀 쉬며 얘기 나눔.



레냐는 확실히 크긴 했는데 여전히 귀염폭발. 료샤는 어젯밤엔 분명히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면도를 해서 멀끔해졌다. 레냐가 아빠 수염 안 어울린다고 돌직구 던져서 아침에 깎았다 함 ㅋㅋㅋ 그래 맞아 너 수염 안 어울려 ㅋㅋㅋ



쭉 걸어가 말라야 모르스까야 거리까지 갔다. 거기 있는 러시아 숄 가게에서 까만 숄을 샀다. 파랑과 빨강이 있으니 이제 까망 차례였음. 화려한 것이 꽤 잘 어울렸다.



그리고 고스찌에 가서 차 마시며 쉬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었음.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 방은 업그레이드 안해줘서 싱글 수페리어라 조그맣기 때문에 셋이 앉기엔 의자도 모자랐지만 나는 침대에 앉아서 어찌저찌 둘러앉아서.. 우리는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ㅋㅋ 료샤는 사랑하는 볶음너구리, 나랑 레냐는 유부유동 먹음. 레냐가 이게 일식집 우동보다 더 맛있다 함!






시차 때문에 내가 넘 피곤해해서 료샤와 레냐는 나에게 쉬라고 하고 조금 전에 돌아갔다. 오늘 비온댔다가 안와서 사실 내 컨디션 괜찮았음 뻬쩨르고프 가려 했는데 무리하지 않는게 나을거 같았음.. 오늘은 비는 안왔고 끈적하고 쫌 더운 날씨였다. 내일도 비 안오게 해주세요, 쫌만 선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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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8. 23:39

레냐의 선물 2017-19 petersburg2018. 9. 8. 23:39




같이 네프스키 대로 걷다가 지하보도 옆에서 꽃 파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내가 ‘오와 꽃 이쁘당’ 하니까 갑자기 레냐가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동전들을 꺼냈다. 돈을 하나둘셋 센 후 10루블 동전 일곱개를 모아 아주머니에게 내밀며 ‘하얀 장미 한송이 주세요!’ 라고 함.



우아앙 약혼자(10세)가 꽃 줬어 꺅 사랑해 레냐야!!!



방에 와서 생수병에 꽂아둠. 레냐야 고마워!



그런데 료샤는 옆에서 ‘야, 쥬쥬는 빨간 거 좋아하는데!’ 하고 궁시렁 ㅋㅋ 나 하얀 장미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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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8. 21:37

그리고 고스찌 2017-19 petersburg2018. 9. 8. 21:37






이 동네에서 젤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인 고스찌에 와서 레냐랑 료샤랑 티타임 중.



역시 고스찌에선 메도빅을 먹어야지~~



료샤는 카푸치노와 스메딴닉, 레냐는 초콜릿 에클레어와 과일차 :) 1인 1케익 중이라 모두 매우 행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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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8. 21:32

당당한 까마귀 2017-19 petersburg2018. 9. 8. 21:32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산책하다 잠시 앉아 쉬는데 이 까마귀가 옆에 와 앉더니 아주 위풍당당하게 까악까악 우짖어댔다 ㅎㅎ 까마귀가 비둘기보다 예쁨



료샤는 까마귀가 토끼보다 먹이사슬 위에 있기 때문에 날 보며 더욱 당당하게 우짖는 거라 한다. 근데 끄덕끄덕해버렸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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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8. 21:29

첫 인사는 시인에게 2017-19 petersburg2018. 9. 8. 21:29





호텔 바로 옆에 예술광장이 있어서 젤 먼저 푸쉬킨에게 인사하러 갔다.


다시 왔어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이번엔 젤 먼저 인사하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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