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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8. 23:12

청동기사상, 네바 강 2017-19 petersburg2018. 9. 18. 23:12






첫날은 시인에게, 마지막 날은 황제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차르. 또 만나요.







날이 흐려서 네바 강물도 어두운 코발트색으로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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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8. 20:13

잘 쉬다 가요, 아스토리야 2017-19 petersburg2018. 9. 18. 20:13







새벽에 깨서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는데 회사 꿈을 복잡하게 꾸고 하늘도 좀 날고 등등 엄청 피곤하고 깊게 자다가 알람 때문에 깜놀해 일어남. 조식 먹지 말고 좀더 잘까 하다 그래도 오늘 떠나는데 밥은 먹어야지 하고 세수만 하고 내려가 밥먹음.



방에 돌아와 욕조에 몸을 좀 담가 정신을 차린 후 화장품과 세면도구 등 나머지 짐을 쌌다. 핵핵 너무 피곤해.... 가방 싸는거 너무 힘들어 엑엑헥헥...



여유 있을줄 알았으나 체크아웃 시간인 정오 딱 맞춰서야 가방 두개 끌고 나옴. 안녕, 엿새 동안 잘 쉬었어 좋은 방아.. 울집도 이랬음 좋겠다옹...



체크아웃하고 가방 맡겨놓고 청동기사상이랑 네바 강변, 궁전광장, 모이카 운하 등등 산책 후 너무 다리 아프고 어때 아파서 헉헉대며 고스찌에 런치 먹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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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번 여행에선 두군데 숙소에 머물렀다.


두번째 숙소는 내가 여기서 가장 좋아하는 아스토리야 호텔인데 여기는 로비 카페가 아름다운 푸른색과 녹색, 편안한 소파, 로모노소프 찻잔, 맛있는 디저트 등 여러가지로 내 마음에 쏙 들어서 페테르부르크 올때마다 이 카페에 자주 온다. 딴데 묵어도 들르고, 묵을땐 거의 격일에 한번은 가서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한번쯤 김릿을 마신다.




이 카페는 이렇게 피아노 연주를 해주는데 음악은 항상 같다. 올드팝, 이지 리스닝 팝 등등. 헤이 주드, 아이 저스트 콜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 플라이 미 투 더 문 등.. 몇년째 같다. 배경음악, 백색 소음에 충실하다.



이번에도 여기 카페에 자주 가서 차 마셨는데 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는 피아노랑 가깝다. 피아니스트 뒷모습과 옆모습을 보곤 했다. 늘상 저렇게 연주복을 입은 채, 조금은 뻣뻣하고 조금은 심드렁한듯, 하지만 또 조금은 어색한듯, 그리고 ‘자 오늘도 똑같은 거 쳐야 하지만 그래도 해보자’ 하는 듯한 표정(이건 사실 내 상상임. 옆얼굴까지만 보여서 ㅋㅋ)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몇곡 치고. 잠깐 자리 비웠다 돌아와 다시 치고 등등..



이번에 이 연주자를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몇년 전 쓴 글의 주요 인물이었던 트로이가 떠오르곤 했다. 트로이가 훨씬 키가 크고 머리색도 더 연하고 이따금 쓰는 안경도 훨씬 촌스러울테지만. 저 남자의 어깻짓이나 표정(그러니까 반쯤은 내가 상상한 표정), 늘상 같은 곡들을 연주하며 화려한 호텔 카페 한가운데에서 투명인간이나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인물. 어딘가 뻣뻣하면서도 살짝 부끄럼타는 듯한 느낌 때문에.



뭐 사실 다 내 상상이고 이미지다. 저분이 실제로 어떤지는 당연히 모른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여기 카페에 앉아 있을때마다 저 피아노 연주자를 보고 같은 곡들을 듣고 있자니 다시 글이 쓰고 싶고 트로이에 대해 쓰던 순간들과 그를 불러내던 과정들이 떠올라서 조금 행복했다.



...




아래는 그 글 초반부에서 트로이(본명은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에 대해 서술한 부분 일부이다. 실제로는 이 인물에 대한 구상노트였는데 그것들을 거의 그대로 소설에 옮겼기 때문에 과정이자 결과물이다.



전에 about writing 폴더에 이 부분 포함 조금 더 길게 발췌하고 그 과정에 대한 메모 남긴 적이 있다. 링크는 맨 아래. 근데 폰으로 올리고 있어서 링크가 제대로 안걸릴수도 있음.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다. 보통 그 정도로 키가 큰 사람들은 시선을 끌기 마련이지만 트로이츠키는 그렇지 않다. 아마 그의 별 특징 없는 머리색과 흐릿한 얼굴 윤곽, 언제나 앞으로 굽어 있는 어깨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197센티미터의 키에 언제나 뻣뻣하게 뒤엉키는 긴 팔다리를 늘어뜨린 나무인형 같은 사람이다. 새치가 드문드문 섞인 우중충하고 어두운 금발을 전형적인 문과 대학원생 스타일로 멋대가리 없이 짧게 깎은 데다 아무리 다림질을 해도 결국은 어딘가가 구겨지고 마는 셔츠와 소매가 접히는 재킷을 입고 다닌다. 구두 뒤축은 언제나 찌그러져 있고 바짓단에는 자주 진창 얼룩이 진다. 그는 구부정한 자세로 왼쪽 발을 살짝 끌면서 걷는다.



   
 부드러운 잿빛 눈의 뼈대가 굵고 조금 야윈 남자, 두세 명만 옆에 있어도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사람이다. 아마 당신은 네프스키 거리나 국립대학 앞 강변을 걷다가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와 수십 차례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모임이나 파티에서 당신에게 그를 소개해준다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인사를 한 후 돌아서자마자 그의 얼굴을 잊어버릴 것이다.




http://tveye.tistory.com/m/7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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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8. 04:50

역시 뻬쩨르 날씨 2017-19 petersburg2018. 9. 18. 04:50




역시 비가 주룩주룩... 이게 전형적인 뻬쩨르 가을 날씨인데 이번에 그나마 운이 좋았지.. 오늘은 하루종일 이렇게 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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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8. 04:30

극장과 아이스크림 2017-19 petersburg2018. 9. 18. 04:30




바르나바 안무의 페트루슈카 보러 갔을때. 마린스키 신관 카페. 이날 차를 많이 마시고 와서 아이스크림 먹었다. 맛있었다. 오랜 옛날 마린스키 첨 갔을때, 그때도 아이스크림 먹었다. 인생 최고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잘게 부스러진 초콜릿과 사탕가루를 뿌려준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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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쓰던 메모가 날아가서 다시 씀 ㅠㅠ 모바일 티스토리 앱 넘 안 좋음. 특히 해외에선 진짜 잘 끊김 ㅠㅠ



계속 날씨 운이 좋았었다. 비가 오더라도 금방 그쳤다. 작년 10월에 비하면 엄청 괜찮은 날씨였다. 역시 3-4월과 10월이 최악이다.



하지만 오늘은 종일 비가 대차게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고 바람도 씽씽.. 백화점 갔다가 정류장에서 버스 오래 기다렸는데 바람 때매 우산 썼는데도 바지 젖음. 돌아갈때가 되니 뻬쩨르도 슬퍼해주나보다 흑...



아직 그날이 시작 안되었다. 날짜를 좀 넘겼음. 이 망할넘 패턴 상 아무래도 뱅기 타야 하는 내일 떡하니 시작되어 ‘너 한번 아파죽어보렴~’ 할거 같다 흑흑... 붉은 군대 징크스... 졸리고 배아프고 머리아프고 온갖 징후는 다 있는데 시작은 안하고 엉엉...



하여튼 비오고 마지막 날이고 해서 남은 쇼핑 겸 버스 타고 리고프스키 거리에 있는 갈레레야 백화점 다녀옴.



뻬쩨르에서 젤 큰 백화점인데 사실 내가 리고프스키 대로와 모스크바 기차역, 봉기광장(쁠로샤지 보스따니야) 있는 이쪽 동네를 안 좋아해서 웬만하면 안가는 편이다. 너무 혼잡하고 사거리인지 오거리인지 하여튼 도시 교통의 정중앙이라 항상 엄청 밀린다. 어수선하기도 하고... 이 백화점도 크고 현대적이긴 한데 항상 숙소 돌아가는 버스를 많이 기다려야 하는 지점이고.,




그래도 리브 고쉬, 레에뚜왈 등(울나라 시코르 비슷한 곳)이 같이 있고 이것저것 매장들이 모여 있으므로 간만에(거의 3-4년만에 감) 가보기로 함.



4층 부끄보예드 서점(이 체인 여러군데 있는데 여기 매장은 작긴 하지만 진열을 보기 편하게 해놓았다)에서 소련 아이스크림들과 레시피 담긴 책 발견해 좋아하며 득템. 와아 이런 책을 발견하다니 스스로 기특!







그리고 레에뚜왈 매장에서 잘 모르는 브랜드이긴 한데 색감이 예쁘고 은은한 반짝이핑크 블러셔랑 또 다른 브랜드의 코랄핑크 립밤 크레용 득템했다 :) 난 코랄이 잘 안어울리는 편인데 의외로 이건 잘 받음. 나.. 유럽사람들이 쓰는 코랄을 찾아야 하는걸까??? (립밤 이름이 아예 ‘코랄’이었음!!)



백화점 수퍼는 페레크료스톡이란 체인으로 그리 고급브랜드도 아니고 크기도 좀 작다. 내가 선호하는곳은 도스토예프스키 지하철역에 붙어 있는 쇼핑몰의 랜드 수퍼마켓인데 거기는 꽤 걸어야 해서 료샤 차 얻어타지 않는 한 가기에 쫌 피곤하다. 식품들은 거기 질이 좋은데.. 하여튼 페레크료스톡에서 쥬인 줄 흑빵이랑 초코, 회사 사람들 줄 초코캔디 등속을 좀 샀다.


그 중간에 푸드코트 맥도날드에서 점심 먹었는데 폭망함. 웬만하면 러샤 맥도날드 맛있는데 오늘 신메뉴 골랐다 망함. 치킨 구르메 엑조틱 이란게 있었는데 이 엑조틱은.. 커리 소스가 가득 ㅠㅠ 그리고 뭔가 시큼한 소스도.. 자극적이고 맛없어서 슬펐다. 러샤 맥은 케첩도 유료인데ㅠㅠ (20루블) 절반도 넘게 남김 엉엉 그냥 실패없는 맥치킨 먹을걸.. 왜 도전을 해가지고 ㅠㅠ





(버거 사진 찍긴 했는데 맛없어 빈정상해서 안올림. 사진도 맛없게 나옴)



여기도 주문기계가 들어와 있어서 해봤는데 다 잘했으나 카드 넣는 구멍을 못찾아 버벅대는 중 주문 취소됨. 울상짓고 있는데 옆에 있던 친절한 청년이 무심한듯 시크하게 ‘브니주’ 라고 말하고 손으로 가리켜줌. 아래에 있단 얘기임. 나도 몇번 봤는데 진짜 안 보였었음 ㅠㅠ 고마워요 시크하지만 친절한 뻬쩨르 청년아.. ( 이런거에 감동하는 이유는 쥬인이 알리라.. 러샤와 친절은 좀 거리가 멀어서..)




백화점애서 나와 버스 기다리는데 너무 안왔다. 여기서 숙소 쪽으로 가는 버스는 딱 하나뿐이다. 비바람 불어서 진짜 딱 전형적인 비오는 뻬쩨르 가을 날씨였다... 쫌 추웠고 축축했다.



숙소 근처에서 내려 비오는걸 무릅쓰고 미니수퍼 가서 에스키모 아이스크림 한개 삼. 방에 돌아와 아이스크림 먹은 후 비가 계속 와서 다 포기하고 로비 카페 내려와 차 마시고 있음. 료샤랑 저녁 먹기로 했는데 걔 오기 전에 방에 가서 가방 좀 대충 싸놔야겠다



으앙앙 휴가가 끝났어 흐앙 낼 떠나야 해 앙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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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