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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4. 23:44

간만에 레기 교 따라 산책 2017-18 praha2019. 1. 4. 23:44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는 물론 카를 교이지만 원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복잡한 터라 웬만하면 그쪽은 피하는 편이다. 신시가지와 말라 스트라나를 이어주는 것은 레기 교, 가운데는 카를 교, 그리고 구시가지 쪽으로 통하는 다리가 마네수프 다리인데 개인적으로는 레기 교를 따라 천천히 걷는 것을 좋아한다. 다리 자체는 별로 멋이 없는데 바로 아래 캄파 공원이 있고 또 카를 교와 프라하 성을 구경하기에도 의외로 좋다.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트램 22번이 이 레기 교를 건너간다. 레기 교를 건너 말라 스트라나 쪽으로 넘어오면 카페 사보이가 있고 커브를 틀면 우예즈드와 페트르진 공원이 나온다. 



지난 12월에 갔을 때. 첫번째 숙소가 우예즈드 쪽에 있어서 도착 다음날 아침에 천천히 레기 교를 따라 걸었다. 쌀쌀했고 살짝 흐렸지만 여행 첫날의 즐거움이 살아 있어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 



그때 찍은 사진 몇 장.


 




가운데 보이는 시커먼 다리가 카를 교 :0









:
Posted by liontamer


간밤에는 11시 좀 넘어 잠이 들었다. 방이 좁은 것까지는 괜찮은데 의자가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 바닥에 앉아 나이트테이블에 노트북 놓고 써봤지만 테이블이 높아서 결국 허리와 등이 매우 아팠다 ㅠㅠ


새벽에 꺴다가 다시 자기 반복... 원래는 8시쯤 일어날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여기 조식 별로다!' 란 맘이 들어서 그냥 누워서 더 잤다. 다락방이라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6시부터 방이 밝아져서 안대를 하고 좀더 잤다.


10시쯤 뭉기적거리며 일어나 샤워를 하고 대충 화장을 하고 어제의 더위를 생각하며 민소매 미니원피스와 청바지를 끼어입었다. 머리도 올려버렸다. 여기도 여름 날씨....


..



조식 시간은 지나버렸기에 카페 사보이에 가기로 했다. 어제 트램 타고 오면서 보니 지금 숙소에서 골목 두번만 돌면 나오는 가까운 거리였다. 11시에 나왔는데 벌써부터 햇살이 쨍했다.


카페 사보이는 이미 복작거렸다. 여기는 아침 일찍 가야 그나마 한적한 것 같다. 여러가지 아침식사 메뉴가 있었는데 전에 컨티넨탈 브렉퍼스트를 먹어봤으나 이건 좀 양이 많고 맛도 그냥저냥이었고 다른 메뉴들은 햄이나 베이컨이 추가되는가 하면 제일 먹어보고픈 프렌치 브렉퍼스트는 구색은 좋으나 양이 너무너무너무 많을 것 같았다(그리고 꽤 비쌈) 그래서 브렉퍼스트 세트 메뉴 대신 프렌치 토스트와 마리아쥬 프레르의 프렌치 브렉퍼스트 티를 주문했다.






프렌치 토스트가 의외로 굉장히 맛있어서 잠이 확 달아났다. (사진은 앞에 따로 올린 포스팅 참조) 역시 아침에 다량의 당분을 투여하니 정신이 드는 것이다 ㅠㅠ



(카페 사보이의 아르누보식 아름다운 천정과 샹들리에)



(카페 사보이에 비치된 엽서들 몇장 가져옴)


..



천천히 토스트와 차로 아침을 먹은 후 사보이를 나왔다. 카페 사보이는 레기 교 입구 쪽에 있다. 레기 교를 건너면 국립극장과 나로드니 트르지다 등이 열이어 있는 신시가지로 이어진다. 나온 김에 테스코에 가서 플레이모빌이나 사야지 하고 레기 교를 지나 걸어갔다. 해가 정말 눈부셨다. 진짜 더웠다. 선크림 바르고 나오긴 했지만 살이 타는 게 느껴졌다.






(레기 교에서는 프라하 성과 카를 교가 잘 보인다)



..



레기 교를 건너온 후 국립극장 쪽에서 어떤 외국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은행이 근처에 어디 있느냐고 영어로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어,,, 글쎄요, 아마도 바츨라프 광장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했다. 남자는 자기가 이미 그쪽에 가봤는데 atm 밖에 없고 수수료가 비싸다고 한다. '어, 나도 은행이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도라도 봐드릴까요?' 라고 하자 그제야 그는 '앗, 현지인이 아닌가보군요!' 라고 놀랐다.


아니, 아무리 선글라스 끼고 있어도 그렇지!!! 내 얼굴이 어디가 현지인이오 ㅠㅠ


남자는 덴마크에서 온 사람이었고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은행에 가서 코루나를 바꿔야 한다면서 지갑을 보여주었다. 뭐라뭐라 하는데 나중에 유추해보니 이 사람은 100코루나 200코루나들 뿐이었고 1000코루나의 큰 지폐가 필요한 거였다. 나에게 1000코루나 있으면 바꿔달라 했는데 그때 나에겐 큰 지폐가 없었고 사실 길거리에서 돈 바꿔달라는 건 아무리 그 사람이 인상이 좋아보여도 만의 하나 위조지폐일 가능성이 있어서 아마 있어도 안 바꿔줬을 것 같다. 미안해요, 야박해도 어쩔수가 없어요 ㅠㅠ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고는 내 생각엔 바츨라프 광장 쪽에 은행들이 몰려 있을거 같은데 도움이 안돼서 안타깝다고 하고 헤어졌다. 남자는 연신 고맙다고 하며 사라졌다.



으음, 역시 여기서도 되풀이되고 있어, 모두가 나에게 길을 물어... 나는 현지인이 아니에요.. 나는 동양인이에요 ㅠㅠ 러시아라면 다민족 국가인데다 중국과 비슷하게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니 우리 말로 말하면 다들 알아들어야지!' 라고 하는 스타일이니 이해한다 치지만 덴마크 남자마저 왜 나를 체코인으로 생각하고 영어로 길을 물어보나요??



혹시 나는 길을 가르쳐주는 성인의 별 아래에서 태어난 토끼인가???


..



국립극장 쪽 골목으로 꺾어 뒷길로 천천히 걸어서 나로드니 트르지다까지 갔다. 큰길로 가면 편하긴 한데 너무 번잡하고 뒷골목이 슬쩍 그늘도 지고 뭔가 음습한 것이 또 걸어가며 새로운 길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누가 하얀 개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보고~)



테스코에 갔다. 플레이 모빌 사러 간거였음 ㅠㅠ 3년 반 전에 왔을때 여기서 용감한 조지를 비롯한 몇놈의 플레이 모빌을 샀고 집으로도 데려왔다. 그땐 싸게 샀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구하기도 힘들고 비싸다... 그래서 프라하 가면 테스코 가서 용감한 조지 친구들 데려와야지.. 했는데 으앵... 레고밖에 없어 전부 레고야 ㅠㅠ 플레이모빌은 큰 박스 두어개밖에 없어... 플레이모빌 철수했니? 흑, 난 레고보다 얘들이 더 좋은데...


그래서 용감한 조지의 친구는 데려오지 못하고(ㅜㅜ) 예전에 있을때 뻔질나게 드나들던 지하 수퍼에 가서 음료수와 미니 생수 따위를 샀고 나와서는 트램을 타고 우예즈드로 돌아왔다.



..



짐도 무겁고 너무 더운데다 오늘은 통굽구두를 신었더니 발이 아파서 일단 호텔로 들어갔다. 근데 오후 2시 즈음이라 아직 청소가 안되어 있었고 직원이 옆방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발을 갈아신고 무거운 카메라를 내려놓은 후 하루키 에세이를 한권 챙겨서 어제처럼 페트르진 공원에 갔다. 어제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갔다.


근데 역시 너무 한낮이라 더웠고 풀벌레가 엄청 많았다. 비둘기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바로 앞까지 다가와 둥근 눈으로 '어서 빵이나 과자를 내놓아라' 하는 시선을 마구 쏘아댔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를 찾아내 앉아서 테스코 수퍼에서 사온 사과주스와 감자칩을 먹으며 하루키 에세이를 3분의 1쯤 읽었다. 이건 예전에 여러번 읽은 거긴 한데 여행갈때 이 사람 에세이를 돌려가며 가져와 읽는다. 내게 하루키는 여행갈때 읽는 '수필' 작가라서...


1시간 20분쯤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꾸 풀벌레가 무는 것 같아서(ㅜㅜ)






주민들은 좋아하며 잔디밭에 벌렁 드러누워 일광욕 중... 그러나 일조량이 여기만큼 적은 동네가 아닌 한국 출신인 나로서는 '살 다 탄다!' + '유행성출혈열 무서워!' 란 공포심이 먼저 솟아오르니 ㅠㅠ



..



방으로 돌아와서 발을 찬물로 씻고 파자마로 갈아입은 후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햇볕을 너무 많이 쬐어서 그런가. 머리도 좀 아팠다. 에어컨 틀어놓고 누워 있으니 시원했고 졸렸다. 지금 자면 안되는데... 하고 참으며 론리플래닛 프라하편을 좀 읽었다. 3년 전에 들고 갔던 건데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엔 개정판 번역본 출간이 안됐다. 그냥 다시 들고 왔다. 그땐 지금 묵는 우예즈드 쪽은 와보지 않았고 근처의 카페 사보이나 말로스트란스케 광장, 캄파와 미셴스카 골목 쪽으로 많이 돌아서....


원래는 숙소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꽤 유명한 태국 레스토랑인 Noi에 가서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팟타이나 새우볶음밥 같은 걸로)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결국은 컵라면 먹었다. 여기에 아까 테스코 마트에서 발견한 훈제두부를 곁들여 먹었다. 예전엔 두부 구하기도 힘들고 가끔 들어오는 두부도 너무 비싸서 못 사먹었는데 한결 저렴해진 가격으로 밀봉된 그냥 두부와 훈제두부 조그만걸 팔고 있었다!!! 체코어를 못 읽으니 훈제두부는 처음엔 튀긴두부인줄 알고 샀는데 뜯어보니 훈제두부였다. 두부는 베지테리안 코너에 있는데 그래서 꼭 햄처럼 느껴지라고 훈연향 입혀 수입해 파나보다...







어! 이 두부 의외로 맛있어!!!! 기대 안했는데 ㅋㅋ

짬뽕라면에 곁들여 먹으니 불맛 국물에 훈연향 두부라 그런지 나름 잘 어울렸다. 나중에 테스코 가면 또 사와야지. 이거에 푸성귀 좀 곁들이면 그냥 샐러드로 한끼 때울수도 있을듯. (원래 두부 좋아해서 예전에 가끔 1~2킬로 빼고 싶으면 두부 위주로 다이어트했음)



..



먹고 나서는 배도 너무 부르고, 이 방이 좁아서 카페에 가서 오늘의 메모와 사진도 정리하고 글도 좀 쓰기로 맘먹고는 노트북을 챙겨서 나왔다.


그런데...


으윽, 이 동네 카페들 다 6~8시에 문 닫아 ㅠㅠ 가려고 찍어놨던 카페 두곳은 모두 문 닫았고... 말로스트란스케 스타벅스는 좀 오래 할거 같아서 거기나 갈까 하고 쭉 걸어올라가다가(은근히 멀다) 옆골목으로 빠졌더니 조그만 카페가 있었다. 그래서 거기 들어가 생강 레모네이드와 애플파이를 주문했는데... 노트북을 폈더니 점원이 '저, 우리 8시에 닫아요...' 라고 한다 ㅠㅠ (그떄가 7시 20분)


엉엉 ㅜㅜ


다른 동네 카페는 좀 더 늦게까지 하는데도 있는데 이쪽 동네는 아무래도 프라하 성과 네루도바 거리 등 관광지랑 가까워서 어두워지면 관광객들이 다 돌아가니 펍이나 레스토랑 아닌 그냥 카페는 저녁이 되면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전에는 밤에 카페에 간 적은 거의 없었지... 나도 밤에는 집에서 편하게 글을 쓰는 게 더 좋다고... 이 호텔 방이 이 모양일 줄 누가 알았겠니...





그래서 그 카페에 30분 정도 앉아 있다 일어남 -_- 에잇, 이게 뭐야.



우예즈드 거리를 한참 걸어서 도로 숙소로 돌아왔다. 아이고 다리 아파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중 맘에 들어서... 카페 사보이 샹들리에와 레기 교에서 찍은 사진 두장, 하얀 개 사진 빼고는 전부 폰으로 찍은 것이다. 카메라가 무거워서 ㅠㅠ)


..



방에 돌아오니 진짜 피곤했다. 샤워를 한 후 다시 한번 방의 구조를 잘 살폈다. 어제의 세팅보다 나은 세팅은 어려웠다... 이런저런 조합을 해보았으나 내 몸과는 안 맞았다. 그래서 결국은 '랩탑'이란 말에 걸맞게(ㅠㅠ) 침대 헤드보드에 베개 놓고 등 기대고 앉아 무릎 위에 쿠션이랑 노트북 파우치 올려놓고 이렇게 타이핑 중이다. 그나마 이게 어제보단 편하다. 근데 오래는 안되겠다...


어휴 의자도 없는 방을 주다니 ㅠㅠ 어쩐지 여기가 좀 싸더라 ㅠㅠ 하지만 의자는 당연히 있을 줄 알았지. 의자 없는 줄 알았으면 돈 좀 더 보태서 싱글룸보단 나은 방 얻었을텐데...


(주말이나 다음주쯤 료샤가 잠깐 놀러온다 했는데 이 방을 보면 짜증낼 듯 -_- 나는 부르주아가 아니니까 어쩔수 없다)


..



내일은 몸이 피곤하지 않으면 트램 타고 올라가서 로레타 성당과 프라하 성 쪽에 가볼까 싶다. 이번주까지만 날씨가 좋고 다음주에 비온대서....


근데 아무래도 주말 되기 전에 호르몬 주기가 올 거 같아 ㅠㅠ 그래서 더 피곤하고 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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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