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저는 구식이기 때문에 시각예술 쪽에서는 회화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현대미술계에서 미디어아트는 아주 중요한 장르이고, 도저히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죠.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갔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전시가 많았습니다. 일단 무료구요
이쪽 계통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작가분들의 작품들도 꽤 있었고 외국 작가들 작품도 재미있었지요.
항상 그렇듯 서울시립미술관의 동선은 참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전시실 구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지친 몸으로 3층의 마지막 전시실을 돌다가 매혹적인 작품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러시아 미디어아트 그룹 AES 그룹의 '최후의 반란 last riot, 2007년' 이에요.
일종의 애니메이션인데, 기술과 물질문명, 그리고 이에 반란을 일으키는 어린 소년소녀들, 전쟁을 화려하고 강렬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장중하고 거창한 음악과 패션화보나 에로틱한 회화를 연상시키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 등 여기저기서 이미지의 충돌이 일어나는 작품입니다. 컴퓨터 게임 같은 측면도 있죠. 아무리 서로를 찔러도 결코 죽지 않는 아이들!
저는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사실 저를 한순간에 끌어당긴 것은 소년과 소녀들의 아름다움이었어요. 서로를 죽이고자 하는 그들의 움직임은 과장되고 단절되어 있었는데 그 모든 동작들과 주변 환경들의 기묘한 조화가 일종의 무용을 연상시켰습니다.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발레나 춤을 미디어아트로 변화시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불경스러울 정도로 노골적인 작가의 시선, 죄를 짓는 듯 에로틱한 포즈와 클로즈업, 정지화면 등등은 롤리타를 읽거나 성 세바스찬 회화를 볼 때 느껴지는 기묘한 쾌감과 연동되었습니다. 아마도 그건 학살과 죽음, 노골적인 성적 시선 등이 결합된 에로틱한 아름다움 때문이겠죠.
20여분짜리 동영상인데 끝까지 다 보고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작가 정보를 봤더니 러시아 그룹이더군요. 건축, 패션, 사진 등을 전공한 50대! 작가들의 그룹이었어요.
그리고 그 소년소녀들은 다름아닌 볼쇼이 발레학교 학생들이었어요. 역시 그랬군요.. 공연히 무용을 연상한게 아니었나봐요. 그리고 그들의 사춘기적 아름다움은 다분히 동유럽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거든요. (물론 다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긴 했습니다만)
우리 나라에서도 청담동의 어느 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졌었고, 얼마전 내한도 했었다고 합니다.
이 그룹의 홈페이지는 아래를 참조
www.aes-group.org
아래는 '최후의 반란' 이미지들입니다. (위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스크롤 압박 있습니다.)
** 이미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역시 성 세바스찬 회화들이 생각납니다. 성 세바스찬 그림들은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