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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petersburg'에 해당되는 글 233

  1. 2016.07.17 나 사실 저기 들어가보려 했는데.. 해골이 어때서요 8
  2. 2016.07.15 길 잃고 발견한 타브리체스키 공원 6
  3. 2016.07.14 떠나던 날(6.8) 버스에서 공항, 모스크바행 첫번째 비행기까지 2
  4. 2016.07.14 레트니 사드의 우아하지 못한 백조 한 쌍 4
  5. 2016.07.12 창문 안쪽에서 4
  6. 2016.07.12 아주 많은 빛 2
  7. 2016.07.11 홍차 얘기, 러시아에서 사온 차들 : 수도원 차, 태양의 왕, 바이칼의 꿀, 뭔가의 수수께끼 등등 22
  8. 2016.07.09 백야, 밤중에 네프스키 대로에서 블라지미르스키 대로로 걸어가는 길 4
  9. 2016.07.09 체리와 창문에 비친 그림자, 프로그램과 백조와 사진들의 연결 고리는... 2
  10. 2016.07.07 빗물 웅덩이에 비친 풍경들 2
  11. 2016.07.06 버리고 간 병과 컵들 2
  12. 2016.07.06 러시아에서 도착한 소포, 우체국 때문에 짜증났지만 도블라토프 덕에 그냥 웃었음 6
  13. 2016.07.05 bravebird님의 서프라이즈 선물 6
  14. 2016.07.04 부드러운 빛 속의 루빈슈테인 거리 4
  15. 2016.07.03 백야의 네바 강
  16. 2016.07.02 하늘의 세 가지 푸른 빛 2
  17. 2016.07.01 마지막 날,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2
  18. 2016.07.01 6.29 수요일 : 떠나는 날, 아침의 짧은 만남, 마지막 산책, 레냐야 엉엉, 그리고 비행기 탐 2
  19. 2016.06.30 착륙은 했는데 2
  20. 2016.06.29 곧 공항으로.. 2
  21. 2016.06.29 6.28 화요일 밤 : 또 찻잔 삼, 블린 아점, 로툰다에서 차 한잔, 트로이츠키 사원, the repa, 내일 떠난다 2
  22. 2016.06.29 트로이츠키 사원에서, 천사와 성자 이콘 2
  23. 2016.06.29 가방 싸는 중, 난장판 7
  24. 2016.06.28 6.27 월요일 밤 : 다시 에스키모, 러시아 박물관 다녀옴, 아스토리야 카페에서 저녁 먹음, 료샤 합류, 나 때문에 돼지가 되고 기사가 된 친구, 내 체리와 모르스는 너의 노란 맥심! 2
  25. 2016.06.27 방에서 늦은 아점 4

 

6월 페테르부르크에 갔을때 처음 열흘은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다. 뒷길로 가면 바와 카페가 즐비한 루빈슈테인 거리가 있다(예술가들,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마린스키나 미하일로프스키 무용수들도 사적으로 잘 놀러오는 곳이다) 열흘 동안 저쪽에 머물면서 나도 가끔 이 거리 가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좀 쏘다니기도 했었다.

 

간지 얼마 안됐을 때 발견한 간판... 음.. 저 '가라오케'란 단어만 아니었어도 사실 무지 들어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왜냐하면 반지하 출입구에 이렇게 해골이 떡하니 그려져 있었거든요... 해골옷 입은 나는 당연히 들어가보고 싶었지요...

 

근데 여기 들어가면 어쩐지 그 불상 있는 카페에서 만났던 해골청년 만화가 고릭과 다시 마주쳤을지도..

(해골청년 고릭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16)

 

하여튼 이때 몸이 안 좋아서 반지하의 탁한 공기를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또 '가라오케'란 단어 때문에 안 가봤다. 근데 돌아오고 보니 좀 후회되네..

 

 

 

 

혼자 들어가긴 좀 뭐해서... 사실 료샤가 왔을 때 저길 가리키면서 '친구야 나랑 저기 가서 한잔만 마셔보면 안될까?' 라고 꼬드겨보았지만 료샤는 '해골 싫어!' 하며 단칼에 거절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흐흑.. 해골 멋있잖아 엉엉

 

:
Posted by liontamer

 

 

지난 6월 25일.

수도원 가려다 버스 잘못 타서 듣도보도 못한 포춈킨 거리에서 내려 발견했던 타브리체스키 공원.

 

빛이 눈부셨다. 난 빛이 많은 사진을 좋아해서.. 거닐며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나중에 료샤가 나보고 관광객처럼 길이나 잃느냐고 툴툴대며 이쪽으로 데리러 왔고... 이날 네프스키 대로에는 차가 없어서 나는 대로에 드러누워보기도 했었다 :) 그리고 레냐랑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빛이 많은 사진은 나에게 위안을 준다.

 

 

 

 

 

 

 

:
Posted by liontamer

 

 

이 메모는 내가 6월 8일에 갑자기 페테르부르크로 떠나면서 모스크바 공항에서 환승을 기다릴 때 폰에 남긴 것이다. 그날 아침부터 공항에서 아에로플롯 모스크바행 탑승해 모스크바 쉐레메티예보 공항에 내렸을 때까지. 사진도 전부 폰으로 찍은 것이다. 경유를 해서 페테르부르크엔 밤중에 도착했고 한국 시각으론 다음날 새벽이었던 터라 완전히 녹초가 되어 쓰러졌기 때문에 그날 메모는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오늘 폰으로 찍었던 사진들 보다가 이 메모를 발견했다. 그때 기분이라든지 황망함 등이 여전히 느껴진다. 그때 메모와 사진들, 추가 메모 좀 올려본다.

 

위의 사진은 동네에서 인천공항 가는 버스 타고 그 안에서 찍은 것.

 

..

 

 

6.8 수요일

 



간밤에 가방 끌고 기차로 올라와 자정 다 되어 귀가. 빨래를 하고 가방을 꾸리고 자리에 눕자 새벽 두시 반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녹초가 되어 있었다.



1시 10분 비행기였지만 아에로플롯이라 사전좌석 지정이 안돼서 할수 없이 일찍 나섰다. 멀미와 비행공포가 있다보니 가급적 앞자리를 얻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7시 40분쯤 나왔는데 리무진 정류장까진 15분쯤 걸어야 한다. 가방이 무거워서 힘들다. 여름인데, 코트도 없고 먹을것도 거의 안챙겼는데 왜 이리 무겁나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여름이니 어차피 옷이 얇고 껴입으면 되지!' 하면서 옷을 여러벌 챙기고 기분전환을 위해 극장용 꽃무늬 원피스를 세벌이나 쑤셔넣고 올 6월 뻬쩨르 춥고 비온다 해서(작년 7월에도 고생했다) 트렌치코트도 넣었다..

 

그리고 급한 업무를 처리해주기 위해(나는 영원한 노예인가..) 노트북과 외장하드도 챙겨옴 ㅠㅠ




이와 관련해 매우 화나고 기분나쁜 일들도 있었고 어제까지 각종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건 마음이 좀 정리돼야 글로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도 현지 연락처와 주소까지 내놓으라는 톡이 왔다(더 웃긴 건 어제 이미 인수인계서에 넣어달라해서 넣어줬음)




책임감이나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결국 나에게는 전부 해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여튼 가방이 무거워서 그거 끌고 오다 횡단보도 앞에서 리무진 놓침. 가방 없었으면 뛰어서 탔겠지.. (나중에 짐 부칠때 재보니 20킬로나 나옴. 이건 대체 다 어디에서 온 무게냐ㅠㅠ 딱히 버리고 갈 것도 없는데 집에 갈때 어쩌지)



30분 기다려 리무진 버스 타고 공항 갔다. 내가 너무 멍하게 앉아 있느라 하마터면 두번째 온 버스도 놓칠 뻔 했다. 다행히 내 가방을 본 기사 아저씨가 버스를 세웠고 나에게 '그렇게 넋빼고 있으면 버스 놓치지!' 하고 한 마디 들었다. 세워줘서 고마워요... ㅠㅠ

 

 4시간쯤 자고 와서 너무 피곤했다. 돌이켜보면 일주일 이상 매일 3~4시간밖에 못 잤고 그나마도 자다깨다 했다. 휴일에도 내내 일했고 며칠마다 기차로 서울과 지방을 오갔고 무엇보다 심적으로 너무 큰 괴로움과 분노를 겪었다. 나도 사실 내가 무슨 힘으로 이렇게 가방을 꾸려서 삽시간에 떠나왔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건 '진짜로' 그만두고 떠날 용기는 없고 잠깐 그런 척 하는 치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혹은 도피. 그런데 정말 너무 괴로웠다.

공항 도착했는데 여태 항상 대한항공 타다 너무 급하게 끊어 표도 없고 해서 할수 없이 아에로플롯 끊었더니 카운터 열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심지어 모스크바 경유) 너무 배도 아프고 힘들었다. 기다렸다가 체크인을 했는데 이미 앞자리는 거의 없어서 중간에서 조금 앞줄, 중간열 통로를 받았다. 비행기가 흔들리지 않기만을 빌었다.




그리고는 배아파서 고생하고.. 대체 먹은 것도 별로 없고 항생제 때문에 배 아픈 거라 해서 약도 안 먹는데 왜 계속 아픈거야 ㅠㅠ

 

 

 

하여튼 수속을 마치고. 너무 속이 빈 상태라 어지러워서 푸드코트에 가서 새우완탕면이란 게 있길래 주문을 했다. 면에서 밀가루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새우만두만 건져먹고 국물만 좀 마셨다.

 

면세에서 그만 빨간 가죽 운동화를 지르고.. 어차피 가죽 해져서 버려야 하는 구두 가져왔으니 돌아올땐 그거 버리고 이거 신으면 된다고 정당화하며...

 

 

 

아에로플롯은 셔틀트레인을 타고 신탑승동으로 가야 했다. 인터넷 면세도 콩알만한거 세개 주문했는데 그거 찾으려고 면세품 인도장에 가니 너무너무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보따리보따리로 물건을 찾아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나중엔 토할 것 같았다. 어질어질...

 

 

 

힘든 상태로 비행기 탑승.




아에로플롯은 옛날에 탔을 때 너무 고생을 해서 경유 국내선 아니면 진짜 안 타려는 편인데 어쩔수 없이 처음으로 국제선 아에로플롯을 탔다. 국제선은 유럽인 사이즈인지 좌석이 대한항공보다 넓었다. 그러나 연착이 무려 1시간 30분이나 되었다... 모스크바에서 경유를 해야 하니 좀 걱정이었고 너무 피곤하니 차라리 빨리 좀 갔으면 싶었다.

 


 

 

 

나는 언제나 비행기를 탈때 생수 한병과 읽을 책 한권, 아이패드와 아이팟 겸용 폰을 꺼내놓고 나머지는 선반에 올려버린다.

 

 

 

 

아에로플롯 담요는 역시 보풀투성이...

 

하지만 슬리퍼와 안대는 의외로 쓸만했다. 슬리퍼는 대한항공 슬리퍼보다 조금 더 두꺼웠고 안대는 나중에 페테르부르크 숙소에서 백야 때문에 잠이 안 올때 유용하게 썼다. ktx 안대도 챙겨왔는데 이게 더 편했다.

 

 

 

 

늦게 이륙한 비행기 안에서 한시간쯤 음악 들으며 잤고 이후엔 깨서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를 다시 읽었다. 다시금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짐을 줄이기 위해 이 책 그냥 기내에 놓고 내렸다 ㅠㅠ 아, 이 책 다시 사야 하나...)

 

 

 

 

연착해서 한시간 반이나 늦게 출발한데다 기류 때문에 음료와 기내식 서비스도 늦게 시작되었다. 먹은 것도 별로 없고 피곤해서 너무 어지러웠다. 사과주스를 마셨는데 러시아인 스튜어디스에게 러시아어로 '사과주스 주세요'라고 하자 반가워하더니 나중에 따로 와서 내 이름을 부르며 아에로플롯을 이용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으음, 러시아가 변했나...

 

 

 

 

원래 기내식이라면 좋아해본 역사가 없고 아에로플롯이라 기대도 안했다. 게다가 저 끔찍한 비주얼이라니... 우웩.. 했으나, 의외로 맛있게 먹었다. 이제는 저게 고기였는지 생선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만... 하여튼 토마토 소스와 감자퓨레가 들어 있는 뭔가였는데 열심히 먹었다.

 

잘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몇주째 제대로 된 식생활을 한 적이 없었다. 회사에선 항상 급하게 옆회사 구내식당에서 식판밥으로 때웠고 늦게 들어가면서 집근처 한솥 도시락으로 때웠다. 주말에 화정 집에 와도 힘드니까 햇반이나 데워먹고 말았다. 그리고는 몸이 아파서 거의 못먹고 맛밤이니 뭐니 그런 거나 먹었고 바쁘거나 스트레스로 아예 먹지 못할때도 많았다. 그러니 저 끔찍한 기내식이 심지어 맛있게 느껴졌던 것이다.

 

고백하자면 저 기내식은 내가 몇주만에 먹은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다. 놀라운 일이다.

 

 

 

두번째 기내식으로는 더 끔찍해보이는 무슨 데리야키 치킨 누들 같은 것이 나왔다. 그런데 나는 심지어 이것도 맛있게 먹었다. 참 놀랍다... (내 식성이나 기내식 안좋아하는 거 아는 지인들이라면 깜짝 놀랄 듯)

 

아에로플롯 기내식으로 오예스가 나온다는 얘긴 들었는데 정말이었다. 저건 챙겨가서 다음날 너무 힘들때 먹었다.

 

 

 

 

아에로플롯에 기내 영화가 아주 많아서 좀 놀랐다. 여태 보고 싶었지만 못본것도 많았고(하긴 영화관과 담쌓고 지낸지 오래 됐으니...) 구비된 영화 숫자도 대한항공보다 많았다.



게다가 쥬랜더 2가 있었다! 이거 개봉했었구나 ㅠㅠ 우리 나라 왜 안들어왔니.. 보려고 했는데 영어 노어만 지원이 되었다. 너무 피곤해서 내용 모르는 영화를 외국어로 들으며 볼 여력이 없어 나중에 보기로 포기하고 대신 쥬랜더 1을 다시 봤다.




쥬랜더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우울할때 이 영화 보면 맘이 풀린다. 그 누가 데릭 쥬랜더의 블루스틸+좌회전+매그넘 콤보를 거부할수 있으리오.. 그리고 여기 명장면 중 하나에 데이빗 보위가 카메오로 나오셨다. 진짜 웃기고 재밌는 장면이다.

 

 

 

보위님...

 

 

 

그리고는 한시간 반 가량 졸았고 기내 잡지를 읽었다. 그러다 문화예술면에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기사 한 단을 발견하고 기뻐함. 인증샷. 그리스에 가서 마스터클래스 진행하고 공연했다는 기사와 함께 슈클랴로프가 바가노바 시절 사사했던 선생님 이야기, 당시의 힘들었던 수업이 지금 생각하니 다 필요했던 거라는 모범적인(ㅋㅋ) 인터뷰가 짤막하게 실려 있었다.

 

 

팬심을 발휘해 잡지를 찢지는... 못하고 인증샷만 찍어놓음

 

 

잡지 맨 뒷면에는 별자리 운세가 있었다. 이 달의 나의 운세를 읽었다. 나는 전갈자리이다. 운세를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와서 이것도 찍어놨다. 정확하네... 대충대충 번역하면 이렇다.

 

<전갈자리>

 

이번 달에 당신은 자주 말문이 막히고 대신 감정이 북받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충돌 상황으로 몰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타인이 끝까지 얘기하도록 놔두고 결론을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평온 유지를 위해 명상이 도움이 될 것이다.

 

... 흠, 하지만 난 이미 충돌을 일으켰고... 타인이 끝까지 얘기하게 놔두는 것은, 이건 완전히 반대 상황으로 그 상대방이 내 말을 아예 막았고 피했고... 결론이라기보단 행동을 급하게 해버렸지. 하지만 여기에 명상은 도움이 되지 않았지. 더이상 생각하거나 명상하거나 고민했다간 아마 안과 밖이 다 퍽 터져버렸을 테니까.

 

하여튼 전갈자리 얘긴 그랬다.

 

..

 

그리고 나는 예정 시각보다 한시간 늦게 모스크바 쉐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했다.

 

 

** 모스크바에서 페테르부르크 간 얘기는 내일이나 모레쯤 이어서 쓰겠다.

 

:
Posted by liontamer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 후문에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여기엔 갈매기 비둘기 까마귀 오리들이 날아올 뿐만 아니라 백조 한쌍이 유유히 떠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엽님과 함께 레트니 사드에 갔는데.. 백조를 보여드리려 했으나..

 

저놈의 백조들이 전혀 우아하지 않게 기다란 모가지를 꼬며 저러고 있었음 ㅠㅠ 우아하고 유유히 수면을 유영하는 백조따윈 간곳 없고... 백조의 호수는 어데로...

 

 

앗, 이제 좀 헤엄쳐보려나??

 

 

하지만 다시 모가지를 쭉 빼고..

 

백조 이러기야!

 

 

그래, 난 백조보다 갈매기 오리가 더 좋앗~

갈매기가 훨씬 우아하다!!!

 

 

심지어 박테리아 온상 비둘기가 더 낫네!!! (사진발도 잘 받고 ㅋㅋ)

백조! 너희는 우리를 실망시켰어!!

 

 

:
Posted by liontamer
2016. 7. 12. 21:20

창문 안쪽에서 2016 petersburg2016. 7. 12. 21:20

 

 

이건 6월 19일. 두번째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세번째 숙소로 옮기기 전 시간이 남아서... 비오고 추운 날이었다. 아프고 추워서 헤매다 근처 어느 카페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 달콤한 뭔가를 먹어서 가슴 통증을 달랬던 날이다.

 

창 너머로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지나갔다. 비가 많이 왔다.

 

 

 

 

 

 

이건 6월 18일. 두번째 숙소에는 하루만 머물렀었다.

근처 어느 가게 안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횡단보도 건너 공연매표소가 보인다.

 

모든 창문은 각각의 액자이다.

 

 

이건 다시 6월 19일. 세번째 숙소에 들어와서...

 

..

 

한국에 돌아오니 창밖을 볼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일단 너무 더워서 커튼을 젖혀 놓을 수가 없다.

 

:
Posted by liontamer
2016. 7. 12. 00:05

아주 많은 빛 2016 petersburg2016. 7. 12. 00:05

 

 

지난 6월 24일.

세번째 숙소로 옮긴 날. 저녁에는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의 지젤을 본 날.

빛이 아주 찬란했고 뜨거웠던 날.

 

내 안에도 빛이 아주 많이 들어와서 흘러넘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라 사진들 몇 장 올려봄.

 

 

 

 

새들을 많이 봤던 날.

 

 

 

 

 

빛을 받으며 운하를 따라 걸었다. 온몸에 열기가 차올랐다. 그냥 뜨거워지는 열기였다. 땀이 나는 열기가 아니라.

 

 

 

 

여기는 전에 포스팅했던 '그' 빨간 다리 옆의 피자헛. 그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58

 

 

 

 

 

나는 언제나 보트나 배 위의 남자들에게 좀 끌리는 편이다. 이거 페티쉬인가, 흰 가운 입은 과학자에게 끌리는 것도 그렇고...

 

:
Posted by liontamer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대신 홍차를 즐기는데 이 기호는 오랜 옛날 처음 러시아에서 연수를 할때 생긴 것이다. 물론 거기서야 워낙 추우니 그 나라 사람들 하는대로 티백을 진하게 우리고 설탕을 푹푹 떠넣어 달콤하고 진하게 마셨지만 돌아와서는 아무 것도 안넣고 스트레이트로 우려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첫 경험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요즘도 몸이 좀 아프거나 춥거나 목이 부으면 러시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홍차에 레몬즙과 꿀을 넣어 마신다. 꿀을 넣으면 탄닌과 결합해 안좋은 작용을 한다는데 그깟거 무시한다.

 

나는 비교적 취향이 한결같은 편이라서 홍차 중에서도 클래식한 다즐링을 좋아하는데 이 기호는 오랫동안 변함이 없고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티백과 잎차가 다르고 같은 잎차라도 다원과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만... 출근하면 아침엔 정신차리려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백을 우려 마시곤 했는데 이건 카페인 충전용이라 별다른 브랜드를 따지지 않았다.

 

이따금 아삼이나 얼그레이, 실론, 그외 여러 차를 마시기도 하는데 사실 나는 강한 베르가못향이나 스모키한 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얼그레이 같은 경우는 엄청 느끼한 걸 먹었을 때 주로 마시려는 편이다. 그리고 마리아쥬 프레르나 포숑 등에서 나오는 수많은 가향차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밀크티도 좋아하지 않는다. 차에 우유가 들어가서 탁해지는 게 싫기도 하고 아마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스트레이트 티에 달콤한 걸 곁들이는 건 좋은데 차 자체를 달콤하게 마시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하여튼 이렇게 차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가 아쉽다. 지금이야 그래도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커피가 대세이기 때문에 차 전문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홍차 카페를 찾아내 가봐도 구색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고, 마리아쥬 프레르, 다망, 포숑 등 몇가지 브랜드 = 고급 홍차 란 인식인지 괜찮은 카페들도 대부분 이 브랜드에 한정되어 있다. 아니면 티백들. 잎차 우려주는 카페에 가면 기쁘고, 거기에 찻잎이나 티백 홀더를 주는 카페이기까지 하면 횡재 수준이다...

 

이보다 더 안 좋은 건 우리 나라에선 차 값이 비싸다. 예전에 듣기론 국내 차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가 높다고 한다. 그래서 해외보다 훨씬 비싸다. 너무하다... 외국 차에 관세를 높이든 낮추든 국내 차 산업에 뭐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짧은 식견으론 잘 모르겠다. 국내에서야 보통 차밭에서 수확한 차로는 녹차를 만들지 홍차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녹차와 홍차는 같은 찻잎에서 나와도 완전히 다르다. 덖는 방식과 과정 등등... 그러니까 관세 좀 낮춰줘요... 그래도 우리 나라 녹차 잘 마실 거라고요.. 보성 녹차도 마시고 오설록도 자주 갈게요 ㅠㅠ

 

하여튼 그래서 해외에 출장을 가든 여행을 가든 수퍼마켓을 비롯해 차 가게에 들러 홍차를 사온다. 면세점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으면 차를 산다. 러시아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공항 면세에서도 쿠스미 티를 비롯 차를 꽤 팔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경제 제재와 식품수입 금지 따위 때문인지 홍차들은 싹 사라져 좀 슬프긴 하다만... (쿠스미도 너무 가향차라 많이 즐기진 않지만 다즐링은 마실만 했음)

 

 

위의 사진은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사온 잎차들. 대부분 종이봉지에 담겨 있던 것들이라 집에 있던 예전 홍차 캔들에 옮겨담고 메모를 붙여 놓았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의 홍차전문가게, 그리고 큰 수퍼마켓 랜드에서 사왔다. 뒷줄 맨 왼쪽에 있는 것만 나갈 때 공항 면세에서 미리 주문했던 포숑 다즐링임. 이번엔 스트레이트 티 외에도 다른 재밌는 것들도 좀 사왔다.

 

 

 

 

양쪽 두개는 블라지미르스키 대로 쪽에 있는 조그만 홍차전문가게 '운찌야'라는 곳에서 산 것이다. 친절한 아가씨와 차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이것저것 다 시향해보고 골랐다.

 

내가 스트레이트 티와 다즐링을 좋아한다고 하자 권해준 것이 왼쪽의 큰 봉지. 점원 아가씨에게 이름 적어달랬는데 슬프게도 필기체로 적어주어서 난 아무리 봐도 저 이름이 다 해독이 안됨 엉엉... 노어 전공자인데도 필기체 잘 못 읽어 흐흑.. 뭔가 정확히 알아먹을 수 있는 건 중간의 '에니그마'란 단어 뿐이다. 그러니까 뭔가의 수수께끼! 이다. 이 차는 다즐링과 실론 등이 섞여 있는 비교적 클래식한 스트레이트 티인데 일반 다즐링보다는 조금 더 풀냄새가 나고 연하고 떫은 맛이 살짝 돈다. 아마 퍼스트플러쉬 쪽과 섞은 모양이다. 오늘 우려 마셔봤다. 괜찮았다. (이 차 우린 자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05)

 

맨 오른편의 차는 역시 그 운찌야에서 각종 시향 끝에 고른 것으로 이름은 '바이칼의 꿀'!! 원래 가향티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향긋한 꽃냄새와 살짝 달콤한 향이 감도는 차였는데 맘에 들었다. 아마 희미한 꿀 냄새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도 이번주 중 우려 마셔봐야겠다. 차들은 이렇게 사왔는데 돌아와선 아팠던데다 내시경 검사 이후 카페인 먹지 말래서 계속 방치하고 있었다.

 

중간의 조그만 봉지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갔을때 수도원 뒷뜰에서 열린 시장에서 산 것이다. 이름은 무려 '태양의 왕'!!! 내용물은 계피, 정향, 홍차, 생강 등등...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차이다.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티와 비슷할 것이다. 나는 이런 향의 따뜻한 차도 좋아해서... 게다가 태양왕이라는데 어떻게 안사... ㅎㅎㅎ

 

(저거 사는데 료샤가 막 쿠사리줬다... '너 이름 보고 막 고르는 거지? 그러면서... 야! 나 그 시장에 있는 차 다 시향해봤거든!!!)

 

 

 

이것이 태양의 왕.

 

 

 

 

종이봉지는 잘 찢어지는데다 향이 금방 날아갈 위험이 있어서 다쓴 포숑 다즐링 캔에 담아 보관. 캔이 좀 작아서 넘쳐난다... 이것도 이번주에 마셔봐야 하는데... 종이에 붙어 있던 스티커만 떼어 붙임. 뭐뭐 들어있는지 다 적혀 있어 좋다.

 

 

 

이것이 바이칼의 꿀.

바이칼 호수 근처에서 나는 식물들과 블랙 티를 배합한 것이다. 이것도 이번주에 시험을...

 

 

 

이건 다 마신 쿠스미 다즐링 캔에.. 125그램짜리 캔인데 이게 150그램이 넘어서 좀 넘친다.. 억지로 눌러 담았다. 눌러 담으면 안 좋은데...

 

차 전문점이나 시장에서 사면 좋은게 내가 사고 싶은 무게만큼 덜어서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험일것 같은 차는 100그램 전후로만 사고 뭐 그런거지. 안전한 다즐링은 좀 많이 사고... 그럼 보통 저울에 달아서 그 찻잎을 종이봉지에 넣어주고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손으로 이름을 써준다. (근데 필기체로 써줘서 아직도 알아먹을 수가 없는 무슨무슨 에니그마 엉엉)

 

 

 

 

 

이것이 문제의 무슨무슨 에니그마. 뭔가의 수수께끼. 첨엔 첫 단어를 '뚜르찌야'라고 생각하고는 터키의 수수께끼 어쩌고인가보다 했는데 다시 글씨를 잘보니 저 단어가 뚜르찌야가 아니다. 터키가 아니라 딴 단어 같다. 대체 뭐야 엉엉.. 사전 뒤져봐도 모르겠어. 필기체 해독 못해... 나 노어 전공자 맞아? 까막눈 ㅠㅠ

 

아무래도 료샤에게 저 사진 보내주고 인쇄체로 좀 적어달라 해야겠다. 아니면 뭔 뜻이냐 물어보거나.

 

근데 아마 얘도 읽을 줄은 알아도 저게 찻잎이나 풀 종류의 이름이라면 뭔뜻인지 모를 수 있음. 수도원 시장에서 각종 차들에 적힌 성분들(무슨 향초, 무슨 풀 어쩌고저쩌고)을 읽자 '나 하나도 모르겠어!' 하고 기가 막혀 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 무슨무슨 수수께끼는 클래식한 티라서 좀 많이 샀다. 그래서 쿠스미 125그램 캔으로는 모자라서 일부만 덜어놨다. 다른 캔 두개 씻어서 지금 말리는 중이니 내일 옮겨야지...

 

 

 

 

이것이 그 무슨무슨 수수께끼.

 

 

 

양이 많아 캔 여러개에 소분해야 하니 다른 차들처럼 오려서 붙이지도 못하고... 어찌어찌 글자 따라 그려서 써 붙여놓긴 했는데 나도 몰라... 도와다오 료슈카 나의 친구야!!!

 

(이 사진 보내고 뭐냐고 물어보면 짜증낼 거 같아 엉엉 ㅠㅠ 자기 노란색 맥심은 안사다 주고 이상한것만 물어본다고 툴툴댈거야 힝...)

 

 

 

이건 수도원 시장에서 산 차. '수도원의 차'란 이름인데 예전에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지하카페에서도 수도원 차를 샀지만 이건 성분이 다르다. 다른 수도원에서 만들었다 한다.  척 보면 알겠지만 신기한 게 많이 들어있다. 평소엔 주문하는 데 알레르기가 있지만 차 파는 아주머니에게는 열심히 물었다. '이건 무슨뜻이에요? 이 풀은 뭐에요?' 등등... 아주머니는 저 열매나 풀잎 각각을 하나하나 집어들어 이게 뭐고 이건 뭐라고 설명해주고 부숴뜨려 냄새도 맡게 해줘서 즐거웠다. 아아, 나는 홍차 소믈리에가 되고 싶구나.

 

하여튼 그러고 있는 동안 레냐는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비둘기들이랑 놀고 료샤는 뒤에서 툴툴대고 있었다. 왜냐면... 페테르부르크 가서 그날 첨 만났던 건데 내가 홍차들에 정신팔려 있고 듣도보도 못한 약초와 향초 이름에 폭 빠져 있어서... '개신교 집안이라더니 정교 수도원 들어와있고 여기서 차 사고 꿀 사고 냄새 맡고 무슨 중세시대 수녀처럼 약이 되는 차에 대해 논하고 있냐' 등등...

 

 

 

이 차도 원래 종이봉지에 들어 있었는데 반쯤 덜어서 친구에게 선물했다. 나도 성분을 하나하나 외울수가 없어 저런식으로 메모를 붙였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 찾아서 뒤에 한국말로도 적었다. 근데 한국어로 적어도 이해 안되는게 수두룩...

 

이 수도원 차에 들어간 풀들은... 노어로 보면 아는거 반 모르는 거 반...

 

블랙 티(베이스)

먀따(민트)

두쉬짜(사전 찾아보니 : 순형과 초목으로 향유를 함유하고 있다 함) : 대체 순형과 초목이 뭐여... 우리말로도 몰라..

리또브이 쯔베똑 : 리뜨 꽃... 이라고밖에 모르겠음. 이거 사전에도 안 나옴. 아마 수도원 정원에 자라는 야생화인 듯.

즈베로보이(고추나물) : 엥? 고추나물????? 오잉????

꼬르니 제뱌실라 : 들국화 뿌리

쉬뽀브닉 : 들장미

 

.. 흐음... 홍차 더하기 허브와 열매인데... 이것도 이번주에..

 

근데 이 차를 선물받은 친구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매우 경계하며... 이상한 맛일 것 같으니 남편에게 먼저 먹여보고 자기가 마셔볼지 말지 결정하겠다 함... 으앙...

 

하여튼 이거 사고 있는 나에게 료샤도 '역시 토끼! 초식동물이야! 풀 우려먹냐!' 하고 쿠사리 줬음.

 

 

 

 

여기가 그 수도원에 열린 천막시장. 오른쪽은 꿀 파는 곳. 여기 말고 다른 칸에서 꿀도 샀지 ㅠㅠ

 

 

 

그니까.. 여기서 차를 산 것이다. 각 차마다 저렇게 이름과 성분이 씌어 있고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면 시향과 동시에 각종 이파리와 열매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태양의 왕과 수도원 차가 저것들. 그리고 그 뒤의 타이가 호수는... 이름이 맘에 드는데 냄새를 맡아보니 묘하게 반쯤 좋고 반쯤 싫었다. 좋은 건 내가 좋아하는 숲과 흙, 나무 냄새가 나서 좋았는데 나쁜 건 슬쩍 스모키한 향이 났다는 것이다. 난 스모키한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며시 스파이시했다. 아주머니에게 성분을 물어봤는데 이것저것 알려주셨는데 하나도 모르는 이름이었고 아주머니도 '전부 타이가 삼림대에 자라는 허브와 열매라서 그래요'라고 말해주었다. 음, 식물도감이 없으니...

 

그래서 고민하다 수도원 차랑 태양의 왕만 샀더니 아주머니가 타이가의 호수를 좀 덜어주시면서 한번 마셔보라고 덤으로 줌. 아직 안 마셔봤는데 저것도 이번주.. 이번주는 차 하나하나 시음하는 주인가..

 

근데 저 타이가 호수 향이 장난 아니다. 저건 일회용 티백 주머니에 담아주셔서 비닐봉지 두겹으로 묶어서 가져왔는데 호텔 옷장에 넣어놨더니 옷장에 향이 다 배었고 돌아오니 여행가방에도 저 차 향이 가득 배었다. 으음... 이건 좋은걸까 나쁜걸까... 배어 있는 향 자체는 좋다만 커피도 그렇지만 차는 더더욱 향과 실제 마실 때가 좀 달라서... 하여튼 이것도 이번주에 도전을...

 

 

 

마지막은 호텔 옆의 큰 랜드 수퍼마켓에서 산 티백들.

 

왼편은 로네펠트 디카페인 홍차. 우리나라에선 로네펠트가 무척 비싸고 게다가 디카페인 티는 거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냉큼 두 팩 샀는데 페테르부르크에서 계속 아파서 카페인 없는 차 마시느라 한 팩은 뜯어마셨고 돌아와서도 며칠은 저거 마셨다. 맛은... 그냥 실론 티 맛이다... (무난하고 특색없음) 한두 팩 더 사오고팠는데 가방에 자리가 없었다...

 

오른편은 러시아 브랜드 그린필드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저가 브랜드라 차도 좀 저렴한 맛이지만 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차이 향이 은근히 나쁘지 않아서 볼때마다 사온다.

 

..

 

... 료샤에게 '무슨무슨 수수께끼' 해독해달라고 보내야겠다 ㅠㅠ

 

..

 

덧글.

이거 말고 랜드 수퍼마켓에서 하나 더 산 게 있었다. 이름하여 '곰의 힘'(메드베지야 실라)

이름이 좀 웃긴데... 녹차와 사과, 민트, 그리고 히비스커스가 섞여 있는 차였다. 쥬인이 사과 홍차가 맘에 든다 해서 이것저것 뒤진 끝에 사다 준 건데... 쥬인은 사과를 좋아하지만 히비스커스 티를 매우 경계한다는 것을 간과했다.. 히비스커스 맛 나면 어쩌지.. 빨갛게 우려지면 우짤꼬..

 

덧글 2.

저 '운찌야' 가게에서는 쥬인을 위해 커피 원두를 샀다. (커피도 판매함) 그런데 나는 커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쥬인의 평소 취향을 고려해 '신맛은 절대 안되고요, 너무 써도 안되고, 고소한 견과나 모카 냄새를 좋아해요' 라고 했고 또 여러가지 시향을 통해 '레스느이 아레흐'(숲의 호두)란 뜻의 아주아주 고소한 향을 풍기는 커피원두를 한봉지 사다주었다..

쥬인은 집에 가서 그것을 갈아서 내려마셨다... 그것은.. 헤이즐넛이었다고 한다.

앜 이게 뭐야 엉엉... 비싼 가게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결국 사다준 게 헤이즐넛 커피 원두인가!! 생각해보니 헤이즐넛이 숲에서 자라는 개암 같은 거 아닌가? 맞네 숲의 견과 ㅠㅠ 커피를 모르는 토끼 의문의 1패...

 

** 추가

수도원 차 우려 마셔봄.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36

 

** 추가

태양의 왕 우려 마셔봄.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41

 

** 추가

타이가 호수 우려 마셔봄.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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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날은 네프스키 중간쯤에 있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보리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나왔다. 알렉산드린스키 공원을 통과해 네프스키 대로로 나왔고 판탄카 운하를 건너 쭉 걸어간 후 오른쪽의 블라지미르스키 대로로 꺾어 숙소로 걸어갔다. 밤 11시 즈음이었던 것 같다.

 

천천히 걸어가며 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 해는 이미 진 후라서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백야라서 2시쯤이면 다시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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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실 별거 없다. 같은 날 점심, 저녁, 밤에 찍은 사진들이라는 것이다.

아점으로 체리랑 견과, 수도원 빵을 먹었던 날인데 저 체리가 너무너무 '체리'처럼 생겨서 찍어놨다.

두번째 사진은 마린스키까지 걸어가다 근처 건물 창문에 비친 것.

마지막 사진은 공연 보고 돌아와서. 극장에서 사온 '청동기사상' 프로그램 책자, 백조 브로치, 슈클랴로프 사진 두장(사랑의 전설과 le parc)

 

이 날 스메칼로프가 안무하고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가 춤춘 '청동기사상'을 보고 온 날이었다. 이번에 가서 본 여덟개의 공연 중 가장 마음에 남았다.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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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7. 22:54

빗물 웅덩이에 비친 풍경들 2016 petersburg2016. 7. 7. 22:54

 

 

 

어제 버려진 술병과 컵 얘기도 했지만, 난 빗물 웅덩이나 수면에 비친 풍경 보는 것도 좋아한다. 고요한 수면 위에 그대로 비춰지는 풍경도 좋지만 마구 일그러지고 변형된 모습도 좋다.

 

페테르부르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찍은 빗물 웅덩이 사진 몇장.

 

 

 

 

 

귀퉁이에 내가 좀 나왔는데... 카메라에 가려서 얼굴 안보이니 안 자름.. 저 빨간 운동화는 면세에서 지름신 강림해서 득템했었는데 나름대로 잘 신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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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6. 23:05

버리고 간 병과 컵들 2016 petersburg2016. 7. 6. 23:05

 

 

아마 사람마다 사진 찍을 때 취향이 있을텐데 나도 좋아하는 소재가 몇개 있다. 이 블로그에 여태 올린 포스팅을 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난 창문과 문양, 간판, 메뉴 찍는 걸 좋아하고 이따금 새를 찍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버려진 컵이나 술병 따위를 찍는 것도 좋아한다. 마지막 취향은 좀 웃겨서 료샤에게 항상 '너 이상해!'란 구박을 받았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며 찍었던 버려진 컵과 병들 사진 몇 장.

 

이건 네바 강변.

 

 

 

 

이건 아마 루빈슈테인 거리나 블라지미르 대로 쪽이었던 듯.

 

 

이것부터 아래는 그리보예도프와 모이카 운하변...

 

 

 

 

 

 

 

 

 

마지막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바라보는 그리보예도프 운하 돌난간의 커피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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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우체국에서 택배와 소포 배달을 왔다. 놀랍게도 2주 전 러시아에서 부쳤던 소포가 생각보다 엄청 빨리 도착했다. 선박 운송 신청했었는데...

 

하지만 상자가 빨리 도착했다고 그 망할놈의 우체국에서 열받은 게 쉽게 지워지지는 않지!!

 

(페테르부르크 중앙우체국에서 소포와 마귀할멈들 때문에 열받은 얘기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32
http://tveye.tistory.com/4834)

 

 

 

 

하여튼 1700루블(약 3만원)을 쏟아부어 보낸 책과 긴팔 옷가지들은 무사히 도착했다...

 

 

 

 

이 사진은 6월 23일에 땀 뻘뻘 흘리며 우체국 갔다가 상자 포장만 하고 마귀할멈 1이 안 받아줘서 호텔로 도로 들고 온 후 열받아서 찍어놓았던 것... (4~5장의 종이를 작성해야 함)

 

 

 

그런데... 우체국에서 열받아 씩씩대다 며칠 후... 날씨 좋은 날, 내가 좋아하는 장소인 카잔 성당 분수 앞에 앉아 잠시 책을 읽고 있었다.

 

 

 

페테르부르크에서도 두어번 올린 적 있는 책.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마르쉬 아지노끼흐' 란 단문집이다. 레닌그라드 출신의 도블라토프가 70년대말 미국으로 망명한 후 거기서 '노브이 아메리까네쯔'(뉴 어메리칸)이란 주간지를 2년 정도 펴냈는데 거기 실린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굉장히 재미있고 도블라토프 특유의 재치와 유머, 페이소스가 펑펑 넘친다.

 

그런데... 읽다가 이런 부분 발견!!

 

 

 

 

칼럼 중 '미국에 왔더니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로 시작하는 이야기였는데 첫 문장이 이랬다!

 

<미국에 왔더니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수퍼마켓들, 흑인들, 복사기들, 방긋 웃는 우체국 직원들...)

순간 너무 웃겨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어흑... 그래, 이 사람들에겐 이게 현실... 옛날이고 지금이고... 허헝...

 

 

 

 

너무 공감이 되어서 그 부분 찍어놨음. 저 말풍선이 가리키는 부분이 그 문장. ㅋㅋ

 

 

 

.. 나중에 료샤가 왔을 때 저 부분 보여주며 나의 열받았던 기억을 말해주었다. 료샤는 어깨를 으쓱했다.

 

료샤 : 우체국 아줌마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못되게 굴텐데... 그게 당연한데...

나 : 너 불쌍하다 ㅠㅠ

료샤 : 괜찮아, 난 우체국 직접 안 가. 베냐(료샤 비서) 시켜.

나 : 불쌍한 베냐.. 불쌍한 프롤레타리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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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5. 22:34

bravebird님의 서프라이즈 선물 2016 petersburg2016. 7. 5. 22:34

 

 

 

 

몇주 전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간 다음날 bravebird님과 그곳에서 조우했다. 처음으로 뵙는 거였는데 2박3일 정도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둘째날 같이 부끄보예드 서점에서 기념품을 산 후 아스토리아 로툰다 카페에 차를 마시러 갔는데 갑자기 bravebird님이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셨다 :) 그날 러시아 박물관에 다녀오시면서 내가 좋아하는 금발의 가브리엘과 박스트의 supper, 그리고 브루벨의 세라핌 천사 엽서를 사오신 것이다. 게다가 좀전에 서점에서 러시아어 알파벳 냉장고 자석들을 놓고 이거할까 저거할까 끝까지 망설이다 a를 택하느라 막판에 포기한 저 냉장고 자석도 마치 본인 기념품처럼 사는 척하더니 나에게 선물로 주심!

 

넘넘 감동했어요 >,<

 

감사해요 bravebird님!!

 

그래서 러시아 박물관 비닐봉투에 나의 입술로 감사의 뽀뽀 자국을 남겼습니다 ㅋㅋ 맨 위 사진이 대체 뭐였냐면 비닐봉투 귀퉁이의 내 뽀뽀 입술자국입니다... 근데 반만 찍혔네 ㅎㅎ

 

 

이렇게 :)

 

bravebird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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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는 3주 동안 머물렀는데 첫 열흘 동안은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에 있는 호텔에 묵었다. 길 뒤로 빠져나가 조금만 걸으면 루빈슈테인 거리가 나와서 한동안 그 거리에서 밥먹고 차마시고 지냈다. 사실 그 열흘 동안은 아직 아프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힘든 때라 바깥에 나가는 거 절반, 방안에 누워 있는 거 절반이었던 것 같다...

 

저녁 7시 무렵. 루빈슈테인 거리 사진 세장. 매우 환했다. 11시 즈음 해가 지니까... 하지만 눈부신 빛 대신 부드러운 빛에 잠긴 사진 세 장만 올려본다.

 

 

 

 

저 원피스 맘에 들어서 지나다닐때마다 열심히 구경했음. 근데 노란색 옷은 입어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 (사실 가격표도 안봤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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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3. 17:55

백야의 네바 강 2016 petersburg2016. 7. 3. 17:55

 

6월 22일.

엽님과 함께 석양이 깃든 네바 강변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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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2. 22:58

하늘의 세 가지 푸른 빛 2016 petersburg2016. 7. 2. 22:58

 

 

써놓고 나니 뭔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생각나는 제목이네...

 

루빈슈테인 거리에서 찍은 하늘.

 

 

 

여기도 루빈슈테인 거리. 그러나 좀 다른 건물, 다른 시간대.

 

 

이건 밤중. 11시 넘어 해 진 후. 이삭성당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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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오후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11시에 료샤랑 레냐랑 만나 그리보예도프 운하부터 시작해 궁전광장, 네바 강변, 그리고 청동기사상, 이삭성당 쪽으로 쭉 산책했었다. 그때 찍은 사진 몇 장. 날씨가 많이 흐렸다.

 

 

 

 

 

 

 

 

 

 

 

.. 돌아오니 정말 덥고 끈적끈적해서 못살겠다. 헥헥..

하루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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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짐을 싸고 누웠는데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였다. 아마 마지막날 밤이라 그랬나보다. 새벽에도 몇번 깼고 결국 5시간쯤 자고 일어났다.

 

전날 밤 pica님이 페테르부르크에 오셨다가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댓글을 남겨주셔서 이래저래 알게 된 결과! pica님과 친구분이 내가 머무는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계셨다! 페테르고프에는 정오쯤 가신다 해서 그러면 아침에 잠깐이라도 만나 같이 밥먹기로 했다. 마침 조식 불포함 예약이라 하심((나랑 같음!)

 

그래서 마린스키 앞에서 조우하여 함께 버스 타고 돔 끄니기 징게르 카페에 갔다. 일찍 가서 창가 자리 득템!! 카잔 성당을 바라보며 한시간 정도 함께 얘기나누고 조식 메뉴와 블린 등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pica님 너무 반가웠어요. 친구분이랑 둘이 오셔서 좋아보였어요. 남은 일정 잘 보내고 돌아가세요! 그리고날씨가 매우매우매우 좋기를!!!

 

나는 11시에 료샤와 약속이 있었기에 아쉽지만 먼저 일어나야 했다. 료샤와 레냐가 돔 끄니기 앞으로 왔다.

 

..

 

 

친구와 약혼자(ㅋㅋ)와 함께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궁전광장 쪽을 거닐었다. 섭섭하고 슬프기도 했다. 청동기사상 앞에 왔는데 좀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매우 흐린 날씨였다. 사진 색감도 그렇다.

 

 

..

 

 

산책하다 중간에... 그리보예도프 운하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 다리에서 웨딩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랑이 신부를 번쩍 안아들었다. 신부가 이뻤다.

 

 

 

잠시 구경하는데 레냐가 '나도! 나도 결혼하면 쥬쥬를 저렇게 안아줄거야!' 라고 소리쳤다. ㅋㅋ

 

그런데 레냐는 아직 나보다 작아서... 내가 레냐를 번쩍 안아주었다. (실은 번쩍 안아주려고 했으나 이 녀석이 이미 많이 컸기 때문에 팔 빠지는 줄 알았다. 앞으론 못 안아주겠다 ㅠㅠ 무거워...)


무거워서 후들거리고 레냐를 곧 내려놓자(ㅜㅜ) 료샤가 비웃었다 ㅠㅠ 그리고는 보란듯이 자기가 한팔로 레냐를 번쩍 안아주었다. 뭐냐!!! 그런 걸로 자랑이냐! 사내들이란 ㅠㅠ 토끼 한마리 앞에서 근력 자랑하면 뭐하냐!! 그 키에 그 덩치에!!

 

이 일의 유일한 낙은 레냐가 아빠한테 막 짜증내며 '아빠랑 내가 결혼할 것도 아닌데 왜 안아줘! 내가 쥬쥬를 안아줄거야!' 하고 대들었다는 것이다 ㅋㅋ

 

그리고는 레냐가 자못 점잖은 듯 나에게 '앞으로 내가 쥬쥬를 안아줄테니 좀만 기다려~ 원래 사나이가 여자를 안아주는 거야' 라고 말한 것이다. 어린 것이 벌써부터 어디서 저런 마초의식을 ㅠㅠ 이 녀석아, 여자가 안아줄수도 있는거야!!

 

..

 

 

 

이렇게 난 네바 강변에서 마지막 아이스크림을 먹고...

 

..

 

료샤가 차로 풀코보 공항까지 태워다 주었다. 짐도 무겁고 경유도 해야 해서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레냐는.. 나와 함께 한국에 가겠다고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던 거였다. 배낭을 메고 야구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고 뭔가 결연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알고보니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가겠다는 거였다 ㅠㅠ 공항에서 막 울고 떼를 써서 엄청 난감하고 섭섭했다.

 

레냐 : 아빠! 비행기 표 사와!

료샤 : 무슨 비행기 표!

레냐 : 서울 가는 거! 나도 쥬쥬랑 같이 갈 거야!

료샤 : 표 없어. 매진이야. 쥬쥬도 표 없어서 모스크바에서 갈아타고 가잖아.

레냐 : 앙앙, 아빠 돈 많으니까 표 사줘!

료샤 : 안돼!

레냐 : 앙앙, 나 쥬쥬 가방에 들어갈래!

나 : 아아, 어쩌지 ㅠㅠ 레냐야 나중에 또 올게...

 

(료샤보고 레냐 데리고 서울 놀러오라 하고 싶었지만 레냐 엄마가 반대할 게 뻔할 뻔자라 ㅠㅠ 가뜩이나 내가 놀러왔을때 레냐랑 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ㅠㅠ)

 

레냐 : 앙앙, 나도 비행기.. 앙앙, 나도 한국... 앙앙..

나 : 레냐야, 착하지. 있잖아, 레냐는 뻬쩨르 여름이랑 아이스크림 좋아하잖아. 그치? 지금 여름이지?

레냐 : 응.

나 : 한국은 여름에 되게되게 덥고 습해서 숨이 탁탁 막혀. 아이스크림도 여기처럼 맛없어. 그니까 여름엔 뻬쩨르에서 엄마아빠랑 있고 나중에 또 만나자!

 

보통 이렇게 달래면 레냐가 잘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레냐 : 앙앙, 한국 그렇게 안 좋은데 쥬쥬 왜 가! 가지 마 앙앙... 뻬쩨르 여름이 좋으니까 나랑 여기 있어, 앙앙... 쥬쥬 불쌍해, 한국 덥고 숨막히는데 아이스크림도 맛없대... 앙앙...

 

ㅠㅠ

 

그래서 레냐 달래느라 한참 땀빼고... 또 내 짐이 28킬로 가까이 나왔는데 다행히 아에로플롯이 스카이 팀 멤버라 대한항공 모닝캄인 덕분에 짐을 두개로 부치면 오버차지는 내지 않되, 짐 한개가 20킬로가 넘으면 안된다 해서 공항 바닥에 퍼질러 앉아 트렁크를 풀고 보조가방에 화장품과 책 등을 마구 쑤셔넣어 간신히 오버차지를 면하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훌쩍훌쩍 울던 레냐는 결국 포기를 하고, 갑자기 또 의젓하게 '가을에 내가 한국 갈거야! 그때 만나!' 하고는 뽀뽀를 쪽 하고 헤어졌다. 료샤는 내가 들어갈때까지 레냐랑 지켜보면서 마지막으로 '밥 좀 잘 챙겨먹어!' 라고 소리쳤다. 한국이나 러시아나 밥 먹으라는 건 똑같구먼...

 

고마워 친구야... 진짜로.

 

그리고 고마워요, 나의 마음 속 도시...

 

..

 

그래서 나는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탔고, 모스크바 공항에서 짧은 환승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모스크바에서 인천으로 오는 아에로플롯을 탔다.

 

그렇게 나의 3주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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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30. 11:47

착륙은 했는데 2016 petersburg2016. 6. 30. 11:47




착륙은 했는데 비행기가 밀려 있는지 30분째 안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너무 졸리고 온몸이 아프다. 빨리 가서 눕고 싶구나..


환승 시간이 짧아서 짐이 제대로 실려왔는지, 찻잔은 안 깨졌는지 모르겠다..


아아, 돌아오고 말았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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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29. 19:35

곧 공항으로.. 2016 petersburg2016. 6. 29. 19:35




이제 잠시 후 공항으로 떠난다..

3주 동안 잘 있었어요, 사랑해요 물과 돌과 빛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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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마지막 날.

 

어제부터 비가 오더니 오전에도 내내 그치지 않고 내렸다. 비가 오니 행동반경에 제약이 온다. 1시쯤 숙소를 나섰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왔다. 남은 달러를 다 바꿔서 마지막 탕진을 하기로 했다. 네프스키 대로에 있는 로모노소프 가게에 가서 찻잔을 두개 더 샀다. 망했음.

 

그 로모노소프 가게 위에 블린 가게인 쩨레목이 있었기 때문에 아점을 거기서 스메타나 소스와 닭가슴살 든 블린인 '알료샤 뽀뽀비치'와 블랙베리 모르스로 해결했다.

 

 

 

 

비가 계속 왔다. 버스를 타고 이삭 성당 앞에서 내렸고 아스토리야 로툰다에서 차를 한잔 마셨다. 어차피 이제 돌아가야 하니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아했던 카페 중 하나에서 차 마시고 가려고. 여기는 bravebird님과 왔었고 나 혼자서도 두번 왔었다. 이 호텔에서 못 자니 차라도 실컷 마시고 가자 ㅠㅠ

 

여기 메도빅이 매우 맛있었다! 새로운 발견! 고스찌만큼 맛있다!!! (하지만 비싸 ㅠㅠ)

 

..

 

차 마시며 앉아 있다보니 늦은 오후가 되었고 비가 그쳤다. 여전히 흐리고 쌀쌀했다. 일단 버스를 타고 마린스키 앞에서 내린 후 숙소까지 걸어갔다. 찻잔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나갔다. 그래도 비가 안 오니 트로이츠키 사원에 가려고.

 

 

 

트로이츠키 사원은 내가 머무는 림스키 코르사코프 거리에서 좀더 올라가 보즈네셴스키 대로를 따라 쭉 내려가다가 판탄카 운하를 건너 이즈마일로프 대로로 내려가야 나온다. 원래 이름은 이즈마일로프 사원이지만 성삼위일체를 모셨다고 해서 트로이츠키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이한 사원 중 하나로, 내부보다는 외부의 금별 그려진 파란색 세개의 돔이 워낙 유명하다. 2006년인가 화재가 나서 재건축을 해서 그런지 금별이 옛날보다 훨씬 번쩍번쩍거린다.

 

이 사원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두번째 부인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했다.

 

몇년 전 쓴 본편 우주에 속한 소설에서 나는 심리적 화자에게 트로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의 본명은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이다. 바로 이 성당에서 따온 성이었다. 안드레이라는 이름도 어딘가에서 따왔지만 그건 나중에... 그래서 미샤는 항상 트로이를 '사원 같은 사람', '교회 종탑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바깥에서 구경만 했지 실제로 들어가본 건 이번이 놀랍게도 처음이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휑하고 넓었다. 루블료프 풍의 삼위일체 이콘들이 가장 많았다. 나는 성 게오르기 이콘 앞으로 갔다. 가족과 나를 위해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나는 정교 신자도 아니고 제대로 된 신앙을 가져본 적도 이미 오래전인 것 같지만,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어쩌면 용기일지도 모르기에.

 

..

 

사원에서 나왔는데 술에 취한 러시아 아저씨 한명이 와서 정교 신자냐 부터 시작해 사원의 역사와 건축가에 대해 줄줄이 설명을 했다. 아마 날 데리고 다니며 열심히 가르쳐주고 싶은 모양이었는데 난 약속도 있었고 또 좀 무섭기도 해서 '고마운데 난 약속이 있어요' 라고 한 열번은 말한 후 간신히 도망쳤다. 아저씨가 악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불편하긴 했어요 ㅠㅠ

 

..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사이 크류코바 운하변에 the repa라는 레스토랑이 새로 문을 열었다. 예전엔 '자 스쩨노이'란 이름(백스테이지란 뜻)의 유명한 식당이 있었는데 극장 사람들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이번에 긴자프로젝트 체인에서 새로 인수해 유명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겨서 새로 오픈했다고 한다. 가본 적이 없었고 트위터에서만 보며 궁금해했는데 료샤가 떠나기 전날이니 같이 가서 저녁먹자고 예약을 해주었다.

 

레스토랑은 근사하고 아름다웠다. 극장 느낌이 물씬 났다. 연지 얼마 안돼서 손님은 거의 없었고 막판엔 나와 료샤만 있었다. 가게 다 우리 거라고 농담하며 좋아했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이후 료샤가 숙소까지 태워다 주었다. 오늘은 짐을 싸야 해서 료샤에게 차를 못 우려줌.

 

내일 오후 2시에 공항으로 떠난다. 가기 전에 료샤랑 레냐랑 가능하면 꼭 보기로 했다. 근데 늦잠을 안 자야 할텐데...

 

..

 

돌아와서 괴로워하며 짐을 쌌다. 찻잔이랑 차가 왜 이렇게 많지 ㅠㅠ 엉엉... 뽁뽁이를 이번에 안 가져와서 면세에서 챙긴 뽁뽁이가 너무 적다... 종이랑 옷으로 잘 싸서 열심히 포장은 했다만.. 깨지면 안되는데... 내일 가방 패킹을 부탁해야겠다. 짐싸는 거 너무 힘들다.

 

..

 

나는 3주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글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많이 누워 있었다. 잤고 숨을 쉬었고 먹었다. 걸었고 공연을 봤다. 슈클랴로프 나오는 공연도 운좋게 4편이나 봤다. 좋은 사람 몇명을 만났다.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아름다운 도시,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 와서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게 일시적인 치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좀 슬프다.

몇달 더 남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일 돌아간다.

 

나에게 용기와 평온과 힘이 생기기를!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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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즈마일로프 사원(트로이츠키 사원이란 별칭이 있다. 금빛 별이 파란 돔에 박힌 아름다운 사원이다)에 들러 기도를 하고 수호천사와 성 게오르기 조그만 이콘을 사왔다. 전자는 쓰는 글을 위해, 후자는 나에게는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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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싸기 싫어서 자꾸 포스팅을 하고 있어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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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29. 03:29

가방 싸는 중, 난장판 2016 petersburg2016. 6. 29.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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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헝, 짐 싸는 거, 짐 끄는 거, 청소하는 거, 계단 올라가는 게 제일 싫어 ㅠㅠ

내일 떠나야 해서 가방 꾸리고 있음.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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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젠 자정 되기 전에 누웠는데 새벽에 몇번 깬 후 오늘도 늦게 일어났다. 계속계속 졸렸다.

 

돌아가기 전까진 오늘만 날씨가 좋다고 해서 원래 오늘 수도원이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갈까 했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좋지 않았고 다리도 많이 아팠다. 어제 바리쉬니코프 전시를 보고 와서 그런가 오늘은 어쩐지 러시아 박물관 생각이 나서 거기 가기로 했다. 며칠 전 사다놨던 에클레어와 체리로 아점을 때우고 나와서 버스를 탔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도바야 거리에서 판탄카로 돌아나가는 길이 굉장히 밀렸다. 버스 안에서 고생한 후 내렸는데 날이 싸늘했다. 그래도 판탄카 쪽 가판대에서 아이스크림 한개 사먹었다. 이제 마로제노예 먹을 수 있는 날도 거의 없네... 한국 돌아가면 다시 아이스크림은 쳐다보지도 않는 생활이 시작되겠지. (원래 유지방 소화를 못시켜서 아이스크림을 못먹는데 페테르부르크에선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아니면 여기 아이스크림이 유지방 함량이 낮은지-맛은 안 그런데- 배가 안 아픈 편이다)

 

 

오늘 먹은 건 에스키모 크렘 브륄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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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만에 러시아 박물관에 다시 왔다. 박스트는 올해 150주년인가 뭔가여서 투어를 갔기 때문에 그림이 아예 통째로 없어 슬펐지만 니콜라이 게의 못봤던 그림이 몇점 나와 있는 등 또 나름대로의 수확이 있었다.

 

금발의 가브리엘과 브루벨의 악마를 다시 봐서 행복했다.

 

두어시간 쯤 전시를 본 후 나왔다. 날씨가 싸늘했다. 카톨릭 성당 뒤에 있는 클래식 음반가게에 가서 글리에르의 청동기사상이 있느냐 물었지만 주인 남자는 자기가 이 가게를 하는 동안 그 음반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컴퓨터로 모든 카탈로그를 검색해본 후 매우 유감스럽게도 없다고 했다. 어디서 이 음반을 구한다지... 나중에 네프스키로 나가서 다른 클래식 음반 가게에도 갔지만 없었다. 후자는 전보다 음반이 더 줄어들어 있었다. 전에는 지휘자별로 되어 있어 페도토프와 테미르카노프도 종종 득템했건만 왜 퇴행한거야...

 

자리가 있으면 징게르 카페에서 이른 저녁이나 먹을까 했지만 역시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하긴 성수기니 이른 아침 아니고서는 이 카페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포기해야 하려나싶다.

 

그냥 우리 호텔 9층 식당에서 전망이나 보며 저녁먹어야지 하고 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너무너무 많은데다 너무 피곤했다. 갑자기 너무 어지럽고 피곤해서 그냥 이삭 성당 앞에서 내렸다. 곧 집에 돌아가니까 아스토리야에 가서 밥을 먹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아스토리야 호텔에 갔다. 마침 그때 료샤가 전화를 해왔다. 일끝났다면서 박물관에 있으면 데리러 온다 해서 '배고파서 아스토리야에 가고 있었어'라고 하자 되게 신기해했다.

 

료샤 : 나 지금 아드미랄쩨이스까야 지나고 있어.

(이삭성당에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임)

나 : 엥, 너네 사무실 그쪽 아니잖아.

료샤 : 미팅이 W호텔 쪽이었어. 마치고 나가고 있었어. 도로 간다.

 

(W호텔도 이삭성당 근처에 있음)

 

나는 너무 피곤해서 먼저 아스토리야 카페에 들어갔다. 아스토리야 호텔은 얼마 전인지 재단장을 해서 로비의 카페 로툰다와 다비도프 바, 그리고 안쪽의 아스토리야 카페로 구분이 되었는데 후자는 이름이 카페인 것이지 하얀 테이블보와 초, 꽃이 깔려 있는 레스토랑이다. 나도 로툰다에만 가보고 후자엔 가본적이 없었다. 어쩐지 테이블보가 좍 깔려 있는게 좀 부담스러워서. 그런데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그냥 가봐야지 했는데 마침 료샤가 와서 덜 뻘쭘... (왜냐면... 난 오늘 박물관 가려고 빨간 운동화를 신고 왔기 때문이지... ㅠㅠ)

 

(아스토리야는 마린스키와 행사를 많이 하고 그랜드 호텔 유럽은 미하일로프스키와 행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다행히 빨간 운동화와 파랑하양 체크무늬 로브 원피스를 대충 입은 나 대신 내 친구 료샤는 무슨 미팅에 다녀오느라고 양복을 잘 빼입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번쩍번쩍 시계를 차고 있었다. (제발 그런 시계 좀 차지 마 엉엉...) 나는 보르쉬와 처음 보는 생선인 깜발라(지중해에 사는 하얀 고기라고 해서 시켜봄) 구이, 크랜베리 모르스를 주문했고 료샤는 뭘 잔뜩 먹고 왔다면서 탄산수만 주문하려고 해서 내가 눈치를 줬다.

 

나 : 야아, 뭐라도 하나 먹어야지 ㅠㅠ

료샤 : 나 배부른데... 손님들이랑 이것저것 먹었어.

나 : 나 혼자 먹는 거 뻘쭘하잖아 ㅠㅠ

료샤 : 뭐가 뻘쭘해. 아무데나 들어가서 혼자 잘 시켜먹으면서!

나 : 동행 있는데 혼자 먹는 건 싫단 말이야 ㅠㅠ 빨랑 아무거나 하나 골라. 케익이라도...

료샤 : 독재자! 그러면 나는 햄버거 먹을거얏!

나 : 엥, 배부르다며!!

료샤 : 그래도 먹고 말겠다! 여기 햄버거 맛있단 말임...

 

그리하여 나의 독재로(ㅜㅜ) 료샤는 수제버거와 탄산수를 시키고(ㅋㅋ 다 먹고 배터졌을 거야 ㅠㅠ)...

 

이곳 보르쉬도 맛있었다. 빵도 맛있었고 깜발라 구이는 감자 퓨레와 짭짤한 양송이 구이가 올라가 있어 맛있었다. 고수만 없었음 딱 좋았을텐데 왜 자꾸 고수를 넣어주나요 허헝..

 

료샤는 배부르다더니 자기 버거를 몇입에 다 해치우시고는 내 깜발라 구이도 뺏아먹고, 짠 거 먹었더니 단 게 먹고 싶다면서 내 모르스도 반이나 뺏아 마셨다. 뭐냐 너!!! 돼지!!!

 

..

 

밥을 먹고 나서 료샤가 호텔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가 좀 걷고 싶어해서 차는 아스토리야 쪽에 놔두고 운하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날이 싸늘했다. 빗방울이 곧 떨어질 것 같은 날씨였다. 체크무늬 로브 원피스는 7부 소매이긴 한데 얇은 편이라 바람 불어 좀 추웠다. 그래서 친구가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재킷을 벗어주었는데 나는 평소같으면 '됐어!' 할 것을 오늘은 추워서 냉큼 받아 입었음. '엥, 너 왜 오늘은 거절 안해!' 하고 료샤가 눈을 둥그렇게 뜸. 미안하다 친구야 나도 추워서 살고 보려고 그랬어 ㅠㅠ 그래도 너는 80킬로 넘으니까 좀 괜찮겠지??

 

그래도 재킷 빌려준게 고마워서 방에 같이 와서 친구에게 따뜻한 차 한잔 우려줌. 새로 산 로모노소프 그젤 찻잔에 ㅋㅋ 아스토리야에서 준 초콜릿 곁들여서 우려주니 좋다고 잘 마셨다. 체리를 씻어 컵에 쏟아놓으니 나보고 대체 여기 와서 체리를 얼마나 많이 먹은 거냐고 묻는다. 그래서 '몰라, 매일매일 먹고 있어. 아침저녁으로...'라고 대꾸했다.

 

 

 

밤이라서 나는 잠 안 올까봐 차 대신 근처 베이커리에서 사왔던 모르스를 마시고 있다. 냉장고에 넣어두어서 시원하다. 모르스를 꺼내는 나를 보고 료샤가 또 혀를 찼다. 모르스는 대체 얼마나 많이 마시고 있는 거냐고 한다. 그래서 '체리처럼 하루에 한번 이상씩 먹어'라고 대꾸했다. 그러고보니 나는 여기 와서 매일매일 체리랑 모르스를 먹고 있나보다... 돌아가면 못먹잖아...

 

그 얘길 했더니 료샤가 '음, 나도 한국에 가면 노란색 맥심만 맨날 마실지도 모르니 이해해주마' 라고 했다. 그래, 그거야!!

 

..

 

이제 모레 돌아간다... 자고 나면 하루 남는 거네... 근데 내일 뇌우가 치고 비 오고 바람 분다고 한다...

 

** 이번 페테르부르크 얘기들을 '2016 페테르부르크' 폴더를 만들어 거기 옮겨놨다. 중간중간 끼어 있었던 공연과 춤 얘긴 그대로 DANCE 폴더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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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27. 18:56

방에서 늦은 아점 2016 petersburg2016. 6. 27. 18:56




비가 오고 흐려서 늦잠 자고 방에서 아점 먹는 중. 이틀 전 사와서 굳어버린 에클레어, 체리, 자두 한알, 디카페인 홍차.





며칠전 산 로모노소프 그젤 문양 찻잔. 신상품인데 할인중이라 급히 득템..




오늘은 비는 안온다 하고 낼은 내내 비온다는데.. 비 안오면 원래 요새나 수도원에 가야 하지만 오늘은 웬지 러시아 박물관에 가고 싶다. 이거 먹고 머리 말린 후 나가야겠다. 운동화 신고 가야겠다. 어제 샌들 신었더니 허리가 아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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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