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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에 해당되는 글 2

  1. 2024.11.18 나의 무용수 Мой Артист 1
  2. 2024.11.18 11.18 월요일 밤 : 그래도 출근해 일했다
2024. 11. 18. 21:28

나의 무용수 Мой Артист dance2024. 11. 18. 21:28

 
 
 

무대에서도 바깥에서도 항상 그는 너무나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가 웃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그 웃음을 보고 있으면 온 세상이 밝아지고 내 마음에도 불이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나는 글을 쓰면서 '그가 웃자 어두침침한 엘리베이터 안에 갑작스럽게 전등이 환하게 켜지는 것 같았다' 라는 문장을 쓴 적이 있었다(단어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 전에 쓴 글이니까) 그건 이 사람을 정말로 좋아하게 되기 전에 쓴 글이었지만 이후 이 사람의 웃음을 보면서 그 글을 쓰던 순간을 생각했다. 나는 바로 이런 웃음을 생각하며 썼다고. 그리고 이후에는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환한 빛이라고. 물론 그 밝은 빛 내부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떤 종류든 진정한 예술가들에게는 분명 그런 다른 것들이 있으니까. 마냥 밝고 빛나는 사람이라고 환상을 가질만큼 순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퍼져나오는 빛이 좋았다. 항상 매료되었다. 무대 위에서 타오르는 불꽃, 거기에 정말 환한 빛이 있어서. 어쩌면 그래서 내가 그를 그렇게도 좋아하고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무용수. 나는 마음 속으로 그를 그렇게 생각했고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나의 무용수. 




 
 
 

 
 
 
 

 
 
...
 
 

방금 전에 마린스키 계정에도 공지가 올라왔지만 실은 오늘 새벽 무렵 유리 스메칼로프가 발로쟈와의 작별인사와 장례가 21일 목요일에 있을 거라고 스토리로 알려주었고 그것을 보자 정말 이 사람이 떠나는구나, 이게 다 정말이구나 하면서 온몸이 마비되는 듯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마린스키 극장, 니콜스키 사원, 그리고 스몰렌스크 묘지. 내가 자주 지나치던 곳들이었다. 스몰렌스크 묘 근처에 옛 기숙사가 있었다. 그곳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극장과 사원은 아마 입장 제한이 있지 않겠냐고 슬퍼하고 있는데 저녁 즈음 그의 죽음을 제일 먼저 알렸던 텔레그램 채널에서 관객, 친구, 모두들 제한 없이 들어올 수 있다고, 발로쟈가 마지막으로 극장을 떠날 때 모두 박수갈채로 인사해주면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읽자 눈물이 쏟아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제는 내내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괴로웠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이게 다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이 글들을 읽자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현실감이 들면서 정말 너무나도 슬펐다. 나도 거기 가서 인사하고 싶고 온전한 무용수로서, 무대에서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은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갈 수 없어서 슬프다. 


...



11.21 일정 세부 공지(마린스키)

Прощание с Владимиром Шкляровым

21 ноября пройдет прощание с премьером балетной труппы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Владимиром Шкляровым. Гражданская панихида начнется в 11:30 в Белом фойе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историческая сцена). Вход свободный.

Церковная панихида состоится в 14:00 в Николо-Богоявленском морском соборе (Никольская пл., 1/3). Церемония захоронения — в 16:00 на Смоленском православном кладбище (Камская ул.,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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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1. 18. 21:07

11.18 월요일 밤 : 그래도 출근해 일했다 fragments2024. 11. 18. 21:07



 

새벽 5시 전에 깨어났고 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얼마 후 일어나 출근했다. 월요일이었고 당연히 일이 많고 바빴다. 하지만 마음의 아픔과 상실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깊은 슬픔으로 내내 가슴이 무겁고 아픈 채 일을 했다. 최고임원이 던져놓은 정말 큰 문제인 신규과제 때문에 윗분과 대책회의를 하며 점심을 먹었는데 역시나 잘 먹히지 않았다. '너무나 좋아하는, 저에게 정말 특별한 무용수가 세상을 떠났어요' 라고 말하고 눈물을 좀 흘렸다. 윗분은 물론 이해하지 못하셨지만 그래도 내가 슬퍼하니 위로를 해주셨다.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많이 떠났지만 이번처럼 가슴이 아프고 찢어지는 적은 처음이다.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부디 평안하기를, 떠나는 순간 아프지 않았기를, 이제 평안과 안식, 행복이 깃들기만을 기도했다. 

 

 

아빠가 오늘 항암치료 이후 시티 촬영 결과 등 예후를 듣기 위해 담당교수 진료에 다녀오셨다. 이것도 너무나 걱정되어 간밤에 기도를 하고 잤는데 점심 때 전화가 왔다. 결과가 괜찮아서 지난번 못했던(아빠가 약을 못 드셨다) 대장내시경 날짜만 2월로 잡고 항암 부작용으로 손발 저리는 증상에 대한 약만 처방받아 오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 조금 긴장이 풀리면서 다시 눈물이 났다. 정말 다행이다. 

 

 

날씨가 많이 추웠다. 내일도 추울 것이다. 따뜻한 옷을 꺼내놓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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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