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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 다 지나갔다. 어제 늦게 일어난데다 차를 진하게 마셔서 그런지 새벽까지 잠이 안 와서 고생했다. 두시 넘어서야 잠든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디카페인 티를 마셨다. 

 

 

금요일에 갔을 때 엄마가 직접 키워서 따온 상추와 각종 쌈채소를 많이 싸주셨다. 그래서 오늘은 가지와 당근, 버섯을 잔뜩 넣고 제육볶음을 만들어서 쌈채소랑 같이 먹었다.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실내자전거는 30분 정도 탔다. 

 

 

이제 베란다에 빨래를 널러 나가거나 실내자전거를 탈 때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이 눈은 나아질 수는 없고 악화되는 것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관리라도 잘해야지 어떻게 하나 싶다. 그런데 눈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고... 오후에 루테인 영양제 주문한 게 도착해서 그것을 한 알 먹었다. 도움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ㅠㅠ 의사는 영양제는 먹어서 나쁠 건 없다만 눈이 나아지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ㅠㅠ 핸드폰 보는 걸 줄이려고 노력 중인데 너무 어렵다. 사실 책도 많이 보면 안 좋을 것 같은데... 

 

 

내일부터 아빠가 항암치료에 들어간다. 오후 일찍 입원하신다. 첫날은 수액을 맞고 케모포트 시술을 하고 둘째날 약물을 맞을 거라고 경험해보신 엄마 친구분이 얘기해주셨다고 한다. 내가 내일 따라가고 싶은데 오지 말라고 하신다. 그나마 아빠가 그동안 잘 드시고 기력이 좀 회복되어서 다행이다. 치료 때문에 너무 힘들지 않으셔야 할텐데. 갖은 걱정이 된다. 

 

 

업무도 몰려온다. 아주 골치아픈 큰 과제가 통째로 이관되는데 이미 전임자들이 문제를 많이 일으켜놓은 일이라 이래저래 걱정이 된다. 사람 문제도 그렇고.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하는 데까지 하는 수밖에. 눈을 많이 쓰면 안되니까 일도 많이 하면 안되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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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월요병에 휩싸여 괴로운 시간인데 사실 주말 동안 마음이 많이 산란했던 터라 차라리 출근해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나을 것 같은 기분이다. 집에 혼자 있으면 불안하고 두렵고 심란해지기 때문이다. 좀 어려운 시기이다. 눈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잘 헤쳐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달여 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를 아직 마음으로 완전히 보내주지 못한 것도 이런 산란함의 이유 중 하나이다. 블로그 여기저기에 친구와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비밀댓글로 남아 있다. 우정과 마음이 각별했기에, 그리고 글쓰기에 대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기에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 친구가 힘들어하는 과정들을 어느 정도 지켜보았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아프고 허전하기도 하고, 삶과 죽음, 어둠에 대한 오랜 생각과 두려움이 때때로 되살아나서 어렵다. 아마 아빠가 항암치료를 시작하시는데다 나도 눈이 안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더 그런것 같다. 마음의 두려움과 괴로움이 사라지고 어디든 좀 기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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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4. 28. 20:57

일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4. 28. 20:57

 

 

 

일요일 오후. 오늘은 디카페인 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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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4. 28. 20:54

월량대표아적심 (등려군, 장국영) arts2024. 4. 28. 20:54

 
 
 
어제 인스타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장국영이 부른 월량대표아적심 클립이 나왔는데 이 사람이 부른 버전은 처음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인데 문득 옛 생각도 많이 나고, 또 오랜만에 들으니 노래가 역시나 좋아서 등려군과 장국영 두 버전을 올려본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아주 오랜 옛날, 러시아의 기숙사 방에서였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쥬인의 방에서 놀 때였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다른 데서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첨밀밀이 개봉한지 한참 후였으니까. 하지만 기억은 그 조그만 기숙사 방이다. 등려군의 이 달콤하고도 서글픈 노래를 들었을 때 갑자기 막 눈물이 났다. 아마 엄마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외국에 나와 살 때였고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던 시절이었으니까. 그 기숙사 방에서 듣고 갑자기 이렇게 눈물을 흘렸던 노래가 두 곡 있는데 하나는 이 노래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드라마 주제곡이었다. 둘다 여자 가수가 부르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노래였다. 
 
 
간밤에 등려군의 이 노래를 다시 들으니 세월이 너무나 빠르다는 생각도 들고, 그 오랜 옛날 아직 어리고 순진무구했던 순간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이 뭉클했고 다시 눈물이 핑 도는 느낌이었다. 
 
 
 
장국영이 부른 버전도 들을수록 좋아서 몇번 되풀이해 들어보았다. 어린 시절 홍콩영화가 한참 인기였고 친구들 중에는 장국영을 좋아하는 애들이 많았다. 장국영파 유덕화파로 나뉘었다(주윤발은 좀 다른 결이었다) 나는 이것저것 영화는 다 재밌게 봤지만 당시 톰 크루즈니 조지 마이클이니 이런 사람들을 좋아해서 장국영 오빠 유덕화 오빠 하며 책받침을 사지는 않았지만, 누가 더 멋있냐고 아우성치는 친구들에게는 '그래도 당연히 장국영이 더 잘생겼잖아' 라고 대꾸하곤 했다. 친구들은 열심히 장국영 테이프를 샀고 나에게도 녹음을 해주었지만 나는 창법이나 보컬, 언어가 별로 귀에 익지 않아서 잘 안 들었다(팝송과 락을 좋아하던 타입이었다) 그래서 내게 장국영은 가수가 아니라 배우로 남았기 때문에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영웅본색 주제가만 당시 영화음악 컴필레이션 테이프에 들어 있었는데 맨날 빨리감기로 넘겨버렸다. 그런데 어제 이 노래를 들어보니 참 좋았다. 장국영의 목소리와 차분한 노래가 참 잘 어울렸다. 등려군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흑흑, 왜 그렇게 떠나셨나요. 
 
 
 
그건 그렇고 예전에 쥬인이 나한테 '토끼는 이 노래 외우면 잘 부르겠다, 목소리 톤이 비슷해서' 라고 했었다(물론 등려군. 장국영 말고 ㅎㅎ)
 
 
 
등려군 버전과 장국영 버전 순서대로 유튜브 링크로 올려본다.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참 아름답고 슬프다. 
 
 
https://youtu.be/4WbLaEJy7Hc

 
 
 
https://youtu.be/sN9vafGli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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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