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테이블 + 좋아하는 카페들의 특징 2017-19 vladivostok2020. 1. 3. 23:16
게으른 여행자인 나는 새로운 곳들을 연거푸 쏘다니는 것보다는 같은 곳들을 여러번 가면서 좋아하는 장소들을 만드는 쪽을 더 즐기는 타입이다. 이런 장소들의 수위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카페들이다. 페테르부르크에는 본치와 아스토리야의 로툰다, 고스찌 같은 곳들이 있고 프라하에는 카페 에벨과 카피치코, 도브라 차요브나가 있다. 블라디보스톡도 어쩌다보니 공연 보러, 혹은 연말 도피 등으로 여러번 다녀왔고 여기에도 좋아하는 카페들이 생겼다. 카페마도 그 중 한곳이다. 다행히 아직 우리 관광객은 별로 없다(그래서 사실 여기다 올릴때도 카페 이름 적는 거 고민하곤 함... ㅎㅎ) 로컬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커피 맛이 좋은데 나는 커피를 안 마시지만 여기서는 카푸치노나 라떼를 마시는 적도 있다. 홍차도 종류가 많아서 이번에 갔을때는 잎차를 좀 사왔다.
여기는 재작년 겨울에 갔을때 발굴한 곳인데 분점이 두어군데 더 있지만 가장 중심지의 이곳이 제일 분위기가 좋다. 앉아서 차나 커피를 마시고 메모를 하거나 스케치를 하기에는 창가 쪽 구석 테이블이 편하지만 내가 이 카페에서 은근히 제일 좋아하는 스팟은 바로 한가운데에 있는 알록달록 동심원의 목조 테이블이다. 파이처럼 잘 분할해 파스텔톤 알록달록 색채로 칠해진 저 동심원은 잘 보면 커피 로스팅과 각종 향에 대한 그림이다. 저 테이블 때문에 이 카페가 더욱 매력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위에서 언급했던 각 도시의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에는 이런 작고도 특별한 포인트들이 있다. 이 카페는 저 알록달록 테이블이고, 본치 카페에는 새빨간 2인용 원형 테이블이 있고 에벨에는 터키블루의 오래된 방석이 딱 하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딱 하나씩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색채가 근사하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은 대부분 아늑하고 따뜻한 스타일, 어두컴컴한 편이라 해도 창문 등으로 빛이 아주 잘 들어오는 지점이 절반 이상 확보되어 있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모자라고 거의가 저런 조그만 포인트가 있다. 물론 나한테만 킬링 포인트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인테리어의 일부일지도 모르지만 ㅎㅎ(에벨의 파란 방석은 잠깐 안 보였을 때 점원에게 물어봐도 그게 뭔지 잘 모르던 기억이 있다 ㅋㅋ)
이번에 갔을때 저 테이블이 안 보여서 '아아 아쉽다 좋아하던 테이블이었는데, 젤 이뻤는데 왜 치웠을까' 하고 섭섭했었다. 그래서 창가에 앉아 메모했던 포스팅에도 그 테이블 없어졌다고 슬퍼하는 글을 썼었다.
그 글은 여기 : (https://tveye.tistory.com/9806)
근데 커피 다 마시고 나가려다 홍차 사려고 다시 홀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다가 문득 살짝 왼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저 테이블 발견! 없어진 게 아니고 내가 눈보라에 멍해진 상태로 들어와 시야가 좁아져서 못 본 거였다! 색깔만 좀 바랬을 뿐 그대로 있었다. 무지 반가웠다 :)
그대로 있어줘서 고마워요~ 알록달록 테이블!~
** 작년 봄에 폰이 아니라 제대로 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여기 : https://tveye.tistory.com/8317 이때는 카메라 렌즈도 달랐고 또 지금만큼 목조 테이블 빛이 바래기 전이라 좀더 칼라풀하다.
** 이 카페에 앉아 그린 스케치도 두 장 있다. 첫번째 링크의 두번째 그림엔 저 알록달록 테이블도 색칠하며 그렸고(근데 내가 칠한 건 좀더 유아틱해 보임 ㅋㅋ), 두번째 링크의 역시 두번째 그림은 이 카페의 한쪽 면을 옮겨본 스케치였다(커피원두랑 찻잎봉지들과 각종 커피용품들 진열장 등등 :) 이번에 갔을땐 스케치는 안했고 그냥 글쓰기 메모만 좀 했다. 메모하거나 스케치하기 좋은 카페이다. 그래서 내 맘에 드는 곳인가보다.
https://tveye.tistory.com/7987
https://tveye.tistory.com/7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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