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얼음의 모이카 운하. 미샤의 운하 about writing2019. 12. 14. 23:51
모이카 운하. 딱 3년 전. 2016년 12월. 이때는 아주 추웠다. 모든 운하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맑아서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 올 겨울은 페테르부르크에서도 유례없이 따뜻한 편이라 운하가 아직 이렇게 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운하는 미샤의 운하이다. 이 운하를 따라 쭉 걸어가면 트로이네 집이 있는 고로호바야 거리를 관통하고 시느이 모스트(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건너다 운하를 내려다보는 그 다리이다)와 이삭 광장을 지나고 포나르느이 모스트(거대한 가로등 램프들이 있는 다리이다, 포나리는 램프라는 뜻임)를 지나고 또 계속해서 걸어가다 크류코프 운하 쪽으로 꺾으면 키로프 극장, 지금의 마린스키 극장이 나온다. 물론 민트 블루의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구관이다. 호박색의 화려한 신관은 2005년에 생겼으니 그 당시의 미샤는 그런 신관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마린스키 신관은 엄청나게 자본주의적이고 물질적이고 또 아름답고 매끈하고 세련된 건물이니까.
예전에 썼던 소설 속에서 미샤는 발레단 신입 시절 처음에는 사도바야 거리에 있는 낡은 아파트에서 극장 동료들 세명과 함께 지내고 1년이 지난 후에는 톱스타 대접을 받아 극장 바로 근처에 있는 넓고 좋은 아파트에서 지나와 둘이 살게 된다. 사도바야 거리에 살 때는 이 운하를 따라 걸어서 극장으로 출근했다. 좋은 아파트에서 지나와 살게 된 후에도 그 집에서 자는 적은 별로 없고 걸핏하면 도시 여기저기를 쏘다니고 또 툭하면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는 트로이네 집에서 자고 나왔기 때문에 그때에도 역시 이 운하를 따라 극장에 가곤 했다. 차를 산 후에도 운전이 귀찮은데다 본시 산책을 좋아하는터라 그냥 걸어다니는 경우가 훨씬 많다.
페테르부르크, 당시 이름으로는 레닌그라드 토박이답게 미샤도 살을 에는 듯 춥지만 그래도 햇살이 비치는 한겨울에 꽁꽁 언 운하를 따라 걷는 것을 좋아했을 것이다.
그리고 저 붉은 다리(러시아어 이름은 끄라스느이 모스트)를 지나면서 다리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리들과 갈매기들에게 흑빵을 부숴서 던져주곤 했을 것이다. 새를 좋아하는 애니까.
다리 아래는 웬만하면 꽁꽁 얼지 않는다. 그래서 새들이 여기 모여 있곤 한다. 저때 나도 저 다리 난간에 기대어 새들에게 흑빵을 좀 던져주었는데 료샤가 강 오염시킨다고 투덜거렸음 -_- 빵은 유기물인데... 그리고 새들이 한순간에 다 찾아서 먹어치우는데 그런 내 말을 잘 들어주지도 않고 막 구박했다 엉엉 ㅜㅜ 그래놓고는 내 빵을 뺏아서 자기도 새들에게 먹이를 줌. 뭐야, 지도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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