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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부슬부슬 비가 오고 우중충한 날씨었다. 피곤한 월요일이었다. 간밤에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역시나 주말 내내 잠을 많이 자고 또 차를 마셔서인지 잠이 빨리 오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에는 5시에 깨어버렸다. 그래서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했다.


하루종일 바쁘게 일했다. 내일은 오전에는 간부 회의에 들어 가야 하고 오후 내내 교육을 받아야 한다.



팔꿈치가 아직도 아프고 부어 있다. 손목은 나아졌는데 주사를 맞았던 팔꿈치 안쪽은 계속 아프고 팔이 뻐근한 느낌이 계속 든다. 야간 진료를 하는 수요일에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병원에 가면 또 주사를 놓을 것 같아 괴롭다. 아직도 이 주사 때문에 아픈 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



피곤하니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그래도 꿈 메모는 해둔다. 새벽에 깨기 직전 꿈에서 급하게 지하철을 타러 갔다. 이따금 그런 패턴의 꿈을꾸는데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면 출입구를 찾을 수 없거나 계단이 아주 어지럽게 뻗어있고 지하철이 이상한 곳에서 들어와서 타기가 어렵다. 이번 꿈에서는 지하철 출입구로 들어 가자 플랫폼이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마치 이층 버스를 타는 것처럼. 간신히 위층에서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지하철 내부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이 흩어져 있는 고풍스러운 기차처럼 되어 있었다. 나에게는 동행이 두명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는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였다.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고 생긴 것이 그 작가와 실제로 똑같은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꿈속에서 나는 그가 도스토예프스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나는 그를 위대한 작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이드신분>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빨리 이 분에게 자리를 잡아 줘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동행은 누구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역시 나이가 지긋한 여자였던 것 같다. 어쨌든 세 개의 자리가 붙어 있는 곳이 없어서 간신히 도스토예프스키와 다른 동행에게 자리를 먼저 잡아 주었고 그옆에 자리가 하나 있어 나도 앉으려고 했는데 거기에는 원래 앉아 있던 사람이 가방을 올려 두어서 앉을 수가 없었다.



꿈에서 깨어나자 차례로 생각이 밀려 왔다  첫번째로는 ‘어머 꿈속에 도스토예프스키가 나오다니 엄청난 꿈이다!’ 였고, 두번째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다니 왜 그랬을까’ 라는 아쉬움 그러다 세번째는 ‘아니, 그런데 이미 돌아가신 분인데 그 지하철을 타고 계속 같이 갔으면 나도 하늘나라에 가는 게 아니었나!’ 하는 오싹함... 그래서 꿈속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건가? 그래서 목적지까지 도착 하지 않고 나는 중간에 깼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제 무슨 책을 읽을까 하며 서재 방을 계속 왔다갔다 했고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들을 힐끗거리기도 했고 몇 년 전에 출간 된 죄와 벌 삽화 양장본을주문할까 말까 고민했으므로 그런 것들이 꿈에 반영 된 것 같다. 어쨌든 도블라토프는 두어번 꿈에서 만났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처음 이었으므로 괄목할만한 꿈이라 생각해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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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