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일요일 밤 : 힘들게 보내온 올해 복기 중, 새로 쓰는 것도 돌아가는 것도 어려움, 산만함 fragments2023. 8. 6. 22:01
이럭저럭 여름 휴가를 거의 다 보냈고 내일 하루만 남았다. 월요병이 너무 심할 것 같아서 내일까지 냈던 건데, 자리를 비운만큼 복귀하면 일이 잔뜩 쌓여 있을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특히 사람 문제들을 놓고 왔던 터라 쉬는 내내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았다.
가만히 복기해보면 올해는 연초부터 너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코로나를 비롯해 그게 아니더라도 몸 상태가 과히 좋지 않았다. 새로 와서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최고임원, 업무 쓰나미, 여러 모로 걱정이 되는 이상한 신규과제들, 다방면으로 아주 어려운 골칫거리를 만들고 있는 전통의 금쪽이와 신흥 금쪽이, 무능한 직원들, 그리고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업무와 많이 연관되어 있는 정치, 사회적 상황 등 온갖 문제들이 쏟아졌고 이런 문제들이 겹치면서 나는 번아웃과 우울감이 심해졌다. 중간중간 그만 둘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런 마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이러한 고민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번주에도 여러가지 어려운 과제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다. 주중엔 큰 행사도 치러야 한다. 그나마 내일까지 휴가를 냈기 때문에 월요병은 덜하다만 아마 내일은 업무 연락이 올 것 같다.
휴가 동안 새 글이라도 구상했으면 기분이 나아졌을텐데. 아직 그러지 못했고 대신 몇년 전 중단했던 가브릴로프 이야기의 초반부를 다시 읽어보는 중이다. 어떻게 다시 시작만 하면 쭉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중단된 파트가 이어 쓰기 좀 까다로운 구간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 파트를 아예 들어내고 새로 쓰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그런데 지금은 너무 지쳐서 그런지 건축적인 글, 다양한 시점을 지닌 채 냉철한 이성을 견지하며 쓰는 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하긴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언제 얼마나 냉철한 스타일로 썼나 싶긴 하다.
휴가 동안 신체리듬이 많이 깨져서 어제는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잠들었다. 오늘은 그렇게 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안될텐데. 차를 마시지 말까 했지만 인생의 낙이 너무 없다는 생각에 오늘도 차를 우려 마셨다. 오늘의 목표는 한 시 전에 잠드는 것이다. 이제 메모를 마치고 책을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 메모는 뭔가 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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