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 목요일 밤 : 두들겨맞고 들이받히는 기분, 누수까지 ㅜㅜ fragments2023. 5. 25. 19:40
오후에 다른 회사 심사를 하러 갔는데 잠깐 시간이 비어서 마셨던 페퍼민트 차. 페퍼민트 차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은 몸이 힘드니까 홍차는 주말에만 마신다.
너무 힘든 하루였다. 연달아 계속 더욱더 일이 커지고 늘어나고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다. 최고임원의 빅픽처와 엄청나게 급한 성격에 처음엔 주먹만하던 과제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금은 집채만하게 바뀌었고 곧 고층건물 크기가 될것 같다. 나는 이 일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차석임원에게 좀전에 전화가 와서 더욱더 불어난 과제에 대한 지시를 들었고 '그런데 정말 걱정이 됩니다. 누가 이 일을 할수 있을까요? 누구에게 실무를 줘야 하죠?' 하고 정말 불만 단계도 아닌, 그야말로 순수한 질문과 하소연을 했다. 이 과제에 대해서는 실무자도 가용인력도 없으니까. 심지어 예산도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이분은 모른척하셨다. 어쩌라는 말인가. 거기에 온갖 이상하고 향후 문제소지가 될 것들이 덕지덕지 붙고 있다. 이게 혹시 나의 오래된 깊디 깊은 고민, 즉 '일을 그만둬야 하는가'라는 고전적이고도 본질적인 고뇌에 '이래도 너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라며 쐐기를 박고 있는 게 아닌가 정말 절실하게 의문이 된다.
이 와중에 오후엔 얼마전 덜컥 받아버렸던 심사를 하러 택시를 타고 멀리 가야 했다. 대중교통이 애매한 곳이라 왕복 택시비를 계산하니 심사비에서 제하면 정말 얼마 되지 않음. 게다가 이 심사를 수락했던 건 임원이 내던진 이 무서운 과제가 생겨나기 전이라 대충 일정 계산해서 된다고 생각하고 받았던 건데... 지금은 ㅠㅠ 심사도 굉장히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라 끝나니 무척 지쳤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도 업무 통화. 귀가해서도...
거기에 업무 중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아랫집으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ㅠㅠ 오래된 아파트라 배관이 낡아서 세탁기 오수 배관에 문제가 있는지, 아랫집에 가보니 정말 물이 새서 비닐봉지로 묶어두고 있었다. 이것은 업자를 불러 수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일하느라 집에 없고... 아랫집 주민분도 다음주 수요일까지는 집에 없으니 그 이후부터 공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동안 나는 세탁기를 쓸수가 없다. 망할 관리사무소에서는 이런건 주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아서 내가 알아서 철물점이든 수리업체든 섭외해서 수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는데 다행히 엄마가 아는 분이 있어서 다음주에 와주시기로 했다. 보험이 제대로 될지도 잘 모르겠고.... 방금 손빨래를 해서 손목 통증이 도지는 느낌이다. 아 만사가 정말 왜 이럴까. 혼자 스스로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거 너무 힘들다 흑흑...
누수 문제 때문에 아랫집도 다녀오고, 엄마랑도 통화하고 그 이후 다시 윗분과 통화해서 임원들의 무지막지한 지시에 대해 설명해드렸다. 윗분도 너무 충격... 윗분은 길가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계속 두들겨맞고 있는 기분이라고 하셨다. 나는 '저는 더 심한데요, 전 트럭에 연속으로 들이받히는 기분이에요' 라고 했다 ㅠㅠ 말이 씨가 될지 모르니 무르자.
여행 준비는 하나도 못하고 있다. 여력이 나지 않는다. 너무너무 지쳐서. 울고 싶지만 울 기력도 안 생김. 혹시 이럴 것을 예감한 선생님이 지난주에 '정말 힘들때 한알씩만 먹어라' 하며 약을 추가 처방해주신 것인가 싶다. 그 약만은 먹고 싶지 않아서 아직은 버티고 있다. 이러다 너무 지치면 머릿속에서 뭔가 툭 끊어지면서 사직서를 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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