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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폭우로 출근길은 온통 낙엽 카펫이 깔려 있었고 나무들이 어느새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낙엽 치우기 전. 젖은 낙엽은 미끄러웠고 그 위로 비둘기들이 모여 있었다.

 

 



 

 




아예 푹신한 낙엽 카펫 위에 자리잡고 졸고 있던 녀석.

 


..

 



간밤에 잠을 설쳤다.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아서 결국 약도 반알 더 쪼개먹고 잤다. 이러면 아침에 힘이 든다. 깨어나서도 멍하고 입안도 마르는 느낌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피하는 편인데 간밤엔 너무 시간이 늦어서 어쩔 수 없었다. 하여튼 일요일에도 딱히 많이 못 잔 상태였으므로 오늘 매우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 그러나 엄청 바빴고 온갖 일들이 생겨났고 또 내년 업무계획 페이퍼도 추가로 작성해야 해서 정신없이 일하느라 잠깐이나마 눈을 붙일 여유는 1분도 없었다. 헉헉.

 



귀가하는 길에도 생각지 않은 업무폭탄에 한동안 윗분과 통화를 하고 오느라 무지 피곤했다. 좀전에도 그 후속조치에 대해 한참 통화를 했다. 끝없는 일의 연속... 집에 와서 자전거 20분 타고(이제 더 탈 생각도 안 함), 샤워와 머리감기, 저녁먹기를 마친 후 업무통화를 하고, 일요일까지 꾸려놓았던 트렁크에서 몇가지 아이템들을 도로 다 빼내느라 좀 정신이 없었다. (원래 생각했던 것이 어그러져서 물건을 빼야 했음)

 




오늘의 두가지 실망. 맛없는 것과 재미없는 것.

 




일하느라 점심 시간을 놓쳐서 좀 늦게 혼자 나갔고 귀찮고 입맛도 별로 없어 고*민김밥에 갔다. 그런데 이 집은 전반적으로 맛이 없다. 아마 우리 회사 동네 지점이 맛없는 곳인 것 같다. 왜냐하면 딴데서 먹었을 땐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선 라면도 실패했고, 오늘 시킨 새우김밥도 밍밍하고 매우 맛이 없었다. 본래 김밥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에 '아 이게 뭐야 차라리 버거나 덮밥집에 갈 걸' 하고 후회했다. 나는 본시 맛없는 걸 먹으면 기분이 나쁘고 포악해지는 습성이 있는데 오늘은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리고 실내자전거 타면서 몇달 동안 묵혀뒀던 에세이집을 한권 읽었는데, 내가 웬만하면 책 읽다가 포기를 잘 안하는데 이 책은 결국 읽다가 포기했다. 이게 사실 예전에 그냥 궁금해서 샀던 건데, 다수의 일본문학을 번역하신 분이 쓴 산문집이다. 나름대로 인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가벼운 에세이들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취향이 있는 편이고 특히 일본소설들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대체 이걸 왜 샀나 싶다. 아마 여성 번역자가 쓴 에세이집이라 궁금했던 것 같다. 어쨌든 필자는 우리나라 사람이고. 이분이 번역한 산문집들도 여럿 읽었는데 번역도 나쁘지 않았었다. 그러나 몇달 전 앞의 한두 편을 읽다가 '아 별로인데' 라는 맘에 그냥 미뤄뒀고 좀처럼 읽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가볍게 읽어볼까 싶어 집어들었지만 정말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변잡기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너무 밋밋했고 글맛이 너무 없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유머를 구사하고 있었지만 그리 재미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문체가 내 취향에서 많이 벗어났다. 좀 오글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번역하면서 그간의 일본문학 영향을 많이 받으신 듯 문체도 딱 그랬다. 생각해보니 아마 나는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터라 수필도 좀더 예리하거나 묵직한 한방이 있거나 확 비틀어주는 재치가 있거나, 아예 따뜻하게 가슴을 울려대는 쪽이 취향인 것 같다. 여백의 아름다움이 있거나. 간결함과 여백은 좋아하지만 하이쿠는 싫어하니 이것도 좀 그런 느낌이라 해야 할까 싶다.

 




하여튼 그래서 이 책은 중간에 포기함. 왜 돈 주고 샀을까 ㅜㅜ 그런데 여행가면서 가벼운 에세이집이나 읽어야지 하면서 사놓은 것이 여태 안 읽어봤던 두 일본작가의 산문집이라, 문득 '아 위험한데. 그냥 빼버리고 검증된 재밌는 다른 책들이나 도로 챙길까' 하고 있음 =_= 이렇게 보면 일본 작가 중에서는 요네하라 마리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게는 특이케이스이다. 하긴 요네하라 마리는 사실 어릴때 프라하에서 공부하며 러시아어를 공부한 사람이라 멘탈이나 스타일은 일본 특유의 감성과는 아주 다르고(러시아어 통역자라 아마 내게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는 소설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어서 안 좋아하지만 그가 쓴 에세이들은 그런 일본 에세이들 특유의 오글거림이 없어 좋기 때문이다. 특히 내게는 '여행갈때 비행기에서 읽기 좋은 에세이들'이다. 그리고 오늘 이 밋밋한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아 정말 무라카미 하루키가 글을 잘 쓰긴 잘 쓰는구나! 재미있게, 그리고 어딘가 언제나 조그만 한 방을 좀 근사하게 날릴 줄도 알고. (그런데 소설은 끌리지 않으니...)

 



그러고보니 오늘은 맛없는 것 재미없는 것만 있고 맛있는 것 재미있는 것은 없었네. 아쉽구나 ㅜㅜ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 꿈에서라도 맛있고 재미있는 게 나오면 좋겠다. 아이구 피곤해. 내일은 책을 바꿔 넣어야지 -_- 검증된 책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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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