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수요일 밤 :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수면 매우 부족 fragments2022. 10. 26. 19:59
이른 아침 출근길. 별다방 간판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와서 찍어보았음. 날씨가 풀린다고 했지만 아침에 추웠고 오후에는 기온은 좀 올랐지만 햇살이 나지 않아 스산했다.
간밤에 늦지 않게 누웠는데 이상하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아픈 게 나아지는 시기여야 하는데 밤중에 아파서 괴로워하며 약을 먹을까 말까 하다 안 먹었더니 계속 몸이 쑤시고 아팠다 ㅠㅠ 깜박 잠들다가도 도로 깨고 등등. 하여튼 그래서 새벽 늦게 잠들어 매우 수면 부족 상태로 출근했다 ㅜㅜ 오전에는 부서원 대부분을 모아놓고 줌 회의를 했는데 다들 이런저런 의견들을 공유하긴 했으나 과연 이 과제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나는 걱정이 많이 된다. 윗분은 아이디어로 넘쳐나지만 현실감각도 없고 실제로 뭔가를 구현하는 능력도 별로 없어서 그것들을 내가 다 처리하며 앞으로 끌고 가고 있는데 이 과제는 쉽지가 않다.
우리 부서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독립된 분야, 특수직무들이 마구 뒤섞여 있어 실제로 고유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은 적다. 그리고 맨파워 자체도 딸린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올해 벌써 두 명이나 몸이 좋지 않거나 또 다른 모종의 이유로 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출혈인데, 오늘 직원 한 명이 살짝 와서 내년에 또다른 이유로 잠시 쉬어야 하는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다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또 노동자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 나는 받아들이고 그들을 독려하고 응원해준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남은 사람들, 특히 리더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니 다 내 몫이 되는데... 문제는 이게 하필 연속적으로 우르르 발생되고 있어서 정말 해결이 어렵다. 사실 나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며 일하므로 이런 경우도 이미 예상은 해두었다. 그러나 예상을 해놓은 것과 문제 해결 가능 여부는 좀 다른 것이어서, 해결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윗분이 본인의 야망과 욕심을 절반쯤 내려놔야만 한다. 당연히 그럴 리는 없고... 이래저래 나는 머리가 너무 아프다. 다른 부서나 본부라면 좀 다른 식으로 풀어갈 여지가 충분히 있는데 내가 맡고 있는 사업은 절차도 특성도 너무 달라서 쉽지가 않다. 그리고 다른 본부와는 달리 우리는 윗분이 좀 특수 인자로 작용을 한다.
오늘 발생한 새로운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윗분께 보고를 안 했는데(오늘은 둘다 시간이 없었다), 아마 내일 이 얘기를 하면 이분은 또 충격과 공포와 히스테리 모드에 빠져드시겠지 ㅠㅠ 아이구 모르겠다. 뭐 어떻게 되겠지.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으시면 좋으련만. 아무리 뭔가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어도 그것을 실현하려면 손발이 유능해야 하는데 데리고 있는 맨파워는 허약하기 이를데 없고 그나마도 계속 빠져나가는 구멍이 생기니 이럴 땐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해야 하건만, 결국 돌아서면 리셋되고 다시 꿈과 희망의 뭉게구름을 마구마구 피워올리시니 참 걱정이다. 이래서 밤에 잠이 잘 안 오는건가 -_-
점심 때는 절친한 선배 본부장께서 서울로 출장을 와서 함께 밥을 먹었다. 이분이 자기 본부에 데리고 있는 문제의 직원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으셔서(나도 그 직원을 잘 알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잘 안다), 나도 계속해서 속을 썩이고 있는 그 문제의 히스테리 직원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결국 둘다 답이 없었다. 그저 '사람 고쳐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심지어 어느정도 이미 나이와 연차가 들어버리면 고착화되기 때문에 더더욱 고칠 수 없다. 포기해야 한다' 라는 슬픈 결론 뿐이었다. 문제는 포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게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인 건데, 해결책이 정말 없을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이 선배가 이끄는 본부의 직원이야 부서 이동이라도 시킬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것도 어려운 상황이라... 선배는 나에게 힘든 얘기를 하다가 도리어 나의 더 힘든 상황을 듣게 되었음 ㅠㅠ 웃픈 일이다 흑흑...
아니 정말, 나는 심약하고 순박한 토끼 한 마리에 지나지 않는데 왜 이렇게 일해먹는 게 힘이 드는가... 네덜란드 호떡집들 모조리 재개장 중 흑흑흑...
오후에는 반차를 내고 멀리 진료를 받고 또 머나먼 지하철 횡단을 하여 귀가했다. 너무 잠이 모자란 상태라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정말 피곤하게 졸았다. 오늘은 제발 어제처럼 고생하지 않고 빨리 잠들어서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다.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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