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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지나간 주말. 특히 일요일은 더욱 휘리릭 지나간다. 월요병과 두통으로 울부짖는 밤. 

 

 

아침 꿈에 마린스키 극장에 갔다. 꿈이란 것이 보통 그렇듯 이 극장은 내가 실제로 알고 있는 마린스키와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나는 객석이 아니라 백스테이지에 있었다. 백스테이지는 너무나 작아서 무대로 나가는 통로도 겨우 두어명이 간신히 서 있을 정도라 과연 여기로 어떻게 무용수들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백스테이지 통로는 아주 작고 허름한 회의실로 연결되었다. 흰색 회반죽 벽으로 둘러싸이고 합판 테이블이 놓여 있는 회의실이었다. 그 회의실의 양쪽으로는 마치 무대 뒤 합창석이나, 베누아르/벨에타쥐의 칸막이처럼 조그만 방 안에 객석들이 두어 줄 놓여 있었다. 그 방 중 하나로 들어가자 객석이 있는 방으로 또 이어졌다. 마치 미로 같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없었다. 나는 불안해서 주위를 둘러보았고 이러한 미로같은 객석의 방 중 하나에서 마린스키의 금빛 램프(실제로 2야루스 정도 올라가서 칸막이 방으로 들어가면 천정에 가까운 아름답고 커다란 금빛 램프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거였음)가 보였기 때문에 아 여기가 극장 맞구나 하고 안도했다. 

 

 

그러고는 어떻게 돌아서 나와 객석들이 있는 홀로 나왔다. 발레가 아니라 오페라를 공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때가 발렌타인데이 시즌이라 커플 아닌 불쌍한 솔로를 위한 이벤트인지 모르겠지만 극장의 나이든 안내원 할머니가 혼자 온 관객에게 무슨 쿠폰과 먹을 것을 나눠주고 있었다(맨첨엔 핫윙이었는데 나중에 내가 받았을 땐 다른 거였다. 근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남. 아마 샴페인 한잔이나 초콜릿 그런 거였던 듯) 내가 손을 들자 안내원 할머니가 '너는 뭐?' 하고 물어서 내가 구구절절 '아니 그러니까 나 혼자 왔고, 어쩌고' 하고 불쌍한 설명을 했다. 그래서 먹을 것과 쿠폰을 받았는데 쿠폰은 뜬금없이 우리나라의 어느 오케스트라인지 오페라단이 뻬쩨르 어느 극장에서 하는 공연의 50% 할인티켓이었다.

 

 

그리고는 오른편을 보니 객석 옆이 바로 백스테이지였고 남자 무용수 두명이 캐릭터 댄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내 옆 좌석에는 어린 시절의 레냐가 앉아 있었다(6살 무렵의 레냐였다) 레냐는 나에게 공연에 대해 물었는데 심심하고 지루한 것이 분명했다. 무대에서는 오페라가 아니라 다시 발레 돈키호테가 공연되고 있었는데 나는 무대와 옆쪽 백스테이지의 연습 중인 무용수들을 동시에 보면서 레냐에게 줄거리와 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안내원 할머니가 공연 중에 조용히 해야 한다고 우리를 야단쳤다. 내가 입을 다물자 레냐가 못마땅해하며 칭얼거리다 내 손을 깨물었다(고양이나 강아지 같았음. 현실에서 레냐는 나한테 이런 적이 없었는데 ㅠㅠ) 그러다가 깼다. 아마 얼마 전 레냐랑 통화를 해서 그런가보다. 

 

 

이렇게 꿈을 열심히 꿔서, 그리고 꿈속에서 노어로 얘기를 해야 해서 그랬는지 많이 자긴 했지만 깨어나서도 계속 졸리고 피곤하고 머리가 아팠다(흐흑, 노어를 해서 그래)

 

 

 

 

 

 

 

늦게 일어났고 차 마시며 르 카레의 오너러블 스쿨보이를 읽고 글을 조금 쓰고 쉬었다. 이제 다시 일주일이 시작된다. 기운을 내자... 망할 넘의 붉은 군대는 역시 안 왔다. 딱 내일 나타나겠지 흑흑... 그래서 머리가 계속 아프고 몸 상태는 별로임. 우렁이가 나 대신 출근해주면 참 좋겠다. 

 

 

글을 좀 쓰다가 자야겠다. 

 

 

 

 

 

 

꽃들이 활짝 피었다. 흰색과 푸른색, 보라색 꽃들 사진 왕창 아래 접어두고 일요일 메모 끝. 다 쓰고 나서 보니 거의가 꿈 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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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