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 일요일 밤 : 옛날 책을 다시 읽게 되는 과정, 아아 월요병 fragments2022. 7. 17. 21:40
일요일이 다 지나갔다. 주말에 정말 집에 처박혀 쉬기만 했는데 왜 피로가 다 안 풀린 느낌인지 모르겠다.
그날그날, 혹은 그 다음에 읽을 책들을 고를 때 어떤 패턴이 있을 때도 있고 즉흥적일 때도 있고 마침 나온 신간을 손에 쥘 때도 있는데, 오늘 진짜 오랜만에 집어든 책은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이다. 이런 경우는 의식의 흐름에서 나온 결과임.
1. 빌니우스 여행에서 Soma cafe 라는 간판을 봄
2. soma 때문에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떠올리다가 다시 읽고 싶어져서 그 책을 읽음 (이 유명한 소설에서 소마는 일종의 사회유지를 위한 천국의 마약 같은 것으로 나온다)
3.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 연상되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이 소설보다 시기적으로도 더 앞선데다 더욱 절망적인 자먀찐의 '우리들'과 함께 골딩의 '파리대왕'이 생각난다. 파리대왕은 멋진 신세계와는 결이 좀 다르지만, 책을 읽었던 시기가 한창 사춘기 시절이었던데다 그 책 두권이 책꽂이에 나란히 꽂혀 있었고 둘다 우울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서.
4. 그런데 파리대왕도 원체 옛날에 읽었던 책이라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음. 그리고 다시 읽을 생각도 들지 않음. 정말 너무너무너무 우울하고 끔찍한 소설이라서(훌륭하지만 우울함) 영화도 소름끼치지만 원작소설이 훨씬 소름끼침.
5. 그래서 파리대왕의 낙천적 버전이자 훨씬 먼저 나온 소년들의 표류기인 15소년 표류기가 생각남.
6. 최근 줄 베른의 대표작 선집이 출간되었는데 알라딘에서 그 목록을 볼때마다 15소년 표류기를 어릴 때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름 + 어릴 때니까 순수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사춘기 남자애 열다섯명이 저렇게 남겨진다면 책에서는 묘사하지 않은 온갖 문제들이 다 발생했을 것 같고, 현실은 파리대왕 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생각이 들면서 하여튼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짐
7. 책장을 뒤져보니 이 책이 기적적으로 남아 있었음(엄마가 이사하실 때 버리지 않고 랜덤으로 남겨놓으셨던 책들 가운데 들어 있었음)
8. (결론) 그래서 책을 다시 읽기 시작.
하여튼 다시 읽어도 재미있긴 하다 :)
쉬면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오후엔 글을 약간 쓰기도 했다. 그리고는 게으름 피우다 보니 어느새 일요일은 다 가고 월요병 앞에 무방비로 내깔겨짐 ㅠㅠ 내일은 별로 내키지 않는 다른 본부 간부들과의 점심 약속이 잡혀 있다. 아 왜 이렇게 월요일이 빨리 오는 걸까 흑흑... 글을 이어서 좀 써보다 자야겠다.
백일홍 사진 한 장. 그 나머지 티타임과 꽃 사진 몇장은 아래 접어두고 오늘 메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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