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의 드보르와 빨래 2022 vilnius2022. 6. 24. 21:57
역시 빌니우스 도착 첫날 구시가지 거닐다 찍은 사진. 시작점은 밥 먹었던 필리에스 거리였고 거기서 뻗어나간 여러 골목들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발견했던 어느 통로와 드보르/중정. 이날 날씨가 매우 좋았다. 내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만 해도 비가 오고 추웠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온 후에도 날씨 안좋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토끼를 가엾게 여긴 날씨 신의 가호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드보르는 그늘과 빛이 부드럽게 대비되는 것도 좋았고 색감도 마음에 들어서 들어갔었다. 벽과 문, 울타리의 색깔, 화분의 오렌지색 꽃들까지.
줄에 널어놓은 빨래 색깔마저 전체적 색감과 미감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빨래에 언더웨어 같은 게 없어서 자체검열 대상에서 제외하고 올려봄)
저 빨래를 보니 문득 베니스에 갔던 일들이 떠올랐다. 베니스 출장을 여러번 갔는데(그래봤자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어언 십년 전임), 그 동네의 가장 인상적 풍경 중 하나는 좁다란 골목들 사이사이 여기저기 빨래들이 가득 줄에 매달려 있었고 눈부시게 쨍한 햇살 아래 절로 빳빳하게 하얗게 마르고 있던 거였다. 베니스는 원체 햇살이 좋아서 잠시만 널어놔도 빨래가 순식간에 마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옷가지 색깔이 흰색이었다. 해가 잘 나는 곳에서 잘 말릴 수 있으니 흰색 빨래가 덜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산마르코 광장이니 곤돌라니 다 제쳐놓고 그 하얀 빨래가 더 인상적이었음 ㅎㅎ 갑자기 햇살에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청결하면서도 따스하고 어딘가 약간 마른풀이나 빵이 데워지는 것을 연상시키는 냄새가 떠오른다) 하여튼, 빌니우스에서 기후와는 거의 유사점이 없는 베니스 생각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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