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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 늦게까지 잤던 탓에 밤에 잠이 잘 안와서 수면부족 상태로 출근했다. 출근할 땐 눈이 안 왔는데 오전이 되자 어느새 눈이 펄펄 내리기 시작했다. 창 너머로 눈이 굉장히 예쁘고 조용하게 내려서 구경하는 기분은 좋았지만 사실 눈이 오면 맡은 업무 범위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아서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여튼 대충 폰으로 찍은 설경 사진 한 장. 

 

 

일찍 출근했는데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8시도 되기 전에) 직원 하나가 전화를 해와서 오늘 휴가를 낸다는 얘기와 함께 업무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휴가 내는 거야 상관없고 업무 얘기도 좋은데, 막 출근해서 숨이라도 좀 돌려야 하는데 이 사람은 그 이른 아침부터 자기 성질이 급한 탓에 온갖 주저리주저리 횡설수설 주어와 서술어도 없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좀 빡쳐서 '나 패딩 좀 벗고 물 한잔만 떠오고 얘기합시다' 하고 일단 끊었다. 이 직원은 사람은 착한데 업무 능력이 좀 떨어지고 매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해 마구 우왕좌왕 더듬더듬 엉망진창이라 내가 항상 '그래서 a는 b라는 것인가? b는 c라는 것인가?' 등의 유추를 해가며 대화를 끌어가야 한다. 가뜩이나 말귀 못 알아먹고 두서도 없는 사람인데 심지어 전화로 횡설수설을 해대니 이른 아침부터 하루가 이렇게 시작되면 은근히 짜증이 치밀게 됨 ㅠㅠ

 

 

하여튼 다시 이 횡설수설 직원과 통화를 하고 유추와 추리를 병행해 무슨 일인지 알아먹은 후 그것의 일부를 좀 해결했다. 그외에는 그래도 다행히 평이하게 흘러간 하루였다. 출장과 휴가로 이틀 사무실 비웠다가 나온 것치곤 양호했다. 윗분이 또 비현실적인 아이디어에 흥분해서 호들갑떨고 나 없는 동안 자신이 물어온 아이디어를 실무자가 별로 탐탁치 않아 했다며 마구 삐치고 실망하며 툴툴댄 것 빼곤 평화로운 하루였다. 나는 일단 '좋은 아이디어네요, 이렇게저렇게 풀어보면 좋겠네요' 하고 맞장구를 쳐드린 후 '그런데 아직 구현이 안된 상태라 검증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기엔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요?' 하고 현실감을 좀 불어넣어 드렸음. 설 전에 당장 미팅을 다시 잡자고 호들갑떠시다가 그 말에 윗분은 또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렇지, 검증이 안된게 문제지... 그럼 설 지나고 상황 봐서 만납시다' 로 한발 후퇴하심. 흑흑, 연애를 이런 식으로 했으면 이미 옛날옛날에 결혼하여 고대하던 미남 네쌍둥이를 낳아 비주얼락밴드를 시켰을텐데 어째서 왜 나는 이렇게 살아가며 이런 재능을 노동에 탕진하고 있는 것인가 엉엉... 

 

 

졸려서 머리가 아파온다. 늦지 않게 자야겠다. 부디 내일 출근할 땐 이 눈이 다 녹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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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