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로 아기자기한 편도 아니고 상세한 정보 제공 블로그를 쓰는 성격도 아니어서 '여행 가서 여기여기여기를 다녔어요'나 '뭐뭐뭐를 사왔어요..' 하고 하나하나 올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에 갔을 땐 큰 수퍼마켓에 가서 사온 것들을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은 게 있어서 한번 올려본다.
페테르부르크 도심에는 큰 수퍼마켓이 별로 없어서 잘 뒤져야 한다. 거대한 수퍼마켓이나 마트는 좀 외곽으로 나가야 많이 있다. 최근에는 주로 네프스키 대로나 이삭 성당 근처에서 며칠만 묵다 보니 근처의 조그만 식료품 가게를 이용하는데 그치곤 했는데 이번에는 료샤네 집에 가면서 찜닭과 계란말이 해주려고 큰 수퍼에 들렀다. 블라지미르스카야 지하철역(도스토예프스키 호텔과 연결되어 있음)에 있는 커다란 수퍼마켓 'Land'라는 곳이다.
나중에 호텔 방에 돌아와서 침대 위에 우르르 쏟아놓고 뭘 샀는지 점검 중.. 별다른 건 없다. 되게 평범한 것들이다. 주로 홍차. 그리고 버터나 치즈 따위.. 국내에서는 러시아 식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다만 그렇다고 딱히 러시아 식재료라고 하기에도 마땅치 않네.
우리 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린필드 홍차. 러시아 홍차로 저렴한 편이고 질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만, 여기서 나온 것들 중에 내가 꽤 좋아하는 게 바로 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이다. 맛은 대략적으로 트와이닝의 차이 티나 voyage와 비슷하다. 향신료 냄새가 섞여 있음. 러시아에 가도 이건 진열대에서 요즘 찾기가 힘든데 수퍼에 갔더니 이게 있어서 세 팩 사왔다. 목이 간질간질할 때 마시면 좋다.
이것은 러시아산 허브 버터. 파슬리 등 허브와 마늘 등이 섞여 있다. 이건 충동구매했음. 페테르부르크에서 가끔 가는 식당에서 굉장히 맛있는 파슬리 버터를 내주는데 그거 생각이 나서. 근데 역시 버터라서.. 돌아와서 가방을 열어보니 많이 녹아 있었다 ㅠㅠ 냉장고에 넣어서 단단해지긴 했지만 선도는 확 떨어졌겠지.. 아직 안 먹어봤다.
원래는 스메타나를 좀 사오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약한 용기에 들어 있어서 도저히 운반해 올 수가 없어 포기했다.. 여기서 사워크림 사려면 구하기도 힘들고 대용량만 팔아서 비싸기만 하니 조금씩 먹는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살 수가 없어 ㅠ
이것이 바로 뜨보록!!!!
일종의 코티지 치즈이다. 리코타 치즈에는 생크림이 들어가지만 이건 그렇지 않다. 지방 함량이 매우 적고 시큼한 맛이 난다. 옛날엔 안 좋아했었지만 요즘은 러시아 가면 꼭 먹는다. 이것도 아직 안 뜯었다. 유통기한이 있어 빨리 먹어야 하는데 아까워 ㅠ
참고로 레냐의 강아지 뜨보록은 바로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다 :) 하얗고 몽글몽글해서 뜨보록이다.
뜬금없는 핀란드 크래커 :)
이 호밀 크래커를 좋아해서 옛날 페테르부르크 머물던 시절이나 프라하에 있을 때, 헬싱키 놀러갔을 때도 가끔 사다놓고 치즈나 버터, 과일 얹어서 먹었는데 우리 나라에선 구하기가 힘들다. 백화점 수입코너에 가면 있을법도 한데 우리 동네 근처에는 없어서, 반가워서 하나 사옴. 우스운 건 이거 부서질까봐 뽁뽁이로 싸옴... 크래커 주제에 로모노소프 찻잔과 유사한 대접!!
이것은 '수하리'
일종의 러시아식 빵가루이다. 우리 나라에서 파는 빵가루와는 질감부터 시작해 꽤 다르다. 이것을 사온 이유는 러시아식 디저트를 만들 때 수하리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좋아하는 까르또슈까를 만들려면 이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오긴 했는데 과연 언제 만들지... 전에 사다놓은 블린 가루도 그대로 있다.. ㅠㅠ
이건 러시아산은 아니고. 각종 고춧가루들을 배합한 것. 사실 파프리카 가루를 사고 싶었는데 아무리 향신료 코너를 찾아도 없어서 그냥 각종 고춧가루 조합을 샀다. 나중에 요리할 때 쓰려고..
다망에서 나온 퍼스트 플러쉬 다즐링 티백.
이것을 산 이유는.. 딱히 다망을 아주 좋아해서가 아니고 마린스키 극장 카페에서 내주는 차가 이 다망이라서.. 마린스키 생각하려고 :)
마가렛의 호프 다원에서 나온 다즐링 티백.
이것은 에스트렐라 감자칩.
과자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옛날에 러시아에서 지낼 때 이 에스트렐라 감자칩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서 요즘도 페테르부르크 가면 이 브랜드가 있으면 꼭 한두개씩 산다. 이것은 스메타나와 양파맛. 이 에스트렐라는 바베큐맛이 제일 맛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맛이 안 나오고.. 다른 맛들은 다들 너무 짭짤하다 ㅠ 이것도 꽤 짭짤해서 슬프다. 소금 간 좀 안하고 나오면 좋겠구먼..
하여튼 이것은 챙겨왔는데.. 한국에 돌아온 날 너무너무 배가 고프고 냉장고는 텅 비어 있어서 이걸 먹어버렸음.
이건 체리. 세르비아산이다.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미국식 검은 체리가 아니고 훨씬 조그맣고 동그랗고 새콤한 맛이다. (근데 난 검은 체리가 더 좋아 ㅠ) 이게 제일 작은 용량이었는데 양이 많아서 결국은 남겼다.
이것은 수퍼 빵 코너에서 팔던 메도빅과 까르또슈까. 유명하고 오래된 베이커리 브랜드 세베르에서 각 수퍼마다 납품하는 것이다. 모양은 저렇지만 꽤 맛있다!! 저 까르또슈까 만들어보려고 수하리 사옴. 까르또슈까는 촉촉한 초콜릿맛 경단 같은 맛이고 저 메도빅은 차갑게 식혀서 먹으면 꽤 맛있다. 물론 고스찌 같은 베이커리 카페의 근사한 메도빅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그래도 아주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맛이라 이것도 좋아한다. 이 세베르의 메도빅과 까르또슈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다.
그래서 메도빅과 체리와 까르또슈까는 새로 산 로모노소프 접시에 올려놓고 먹었다 :) 이렇게 차려놓으니 귀엽네.. 차려놓자 잠시 후 레냐가 와서 나랑 앉아서 홀랑홀랑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