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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겨울'에 해당되는 글 65

  1. 2017.04.11 레냐가 강변의 커플을 따라한 후 했던 말 2
  2. 2017.04.02 북방 도시의 빛은 창백하다
  3. 2017.03.17 겨울,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4. 2017.03.13 12월, 얼어붙은 모이카 운하 10
  5. 2017.03.02 창백한 푸른빛과 황금빛, 물과 얼음의 도시 2
  6. 2017.02.14 얼음과 빛 8
  7. 2017.02.07 12월 페테르부르크 거리 4
  8. 2017.01.14 위험 구역 6
  9. 2017.01.09 얼음과 눈의 도시, 황금빛 사원 4
  10. 2017.01.04 얼어붙은 도시의 석양 4
  11. 2017.01.03 흐린 오후, 에르미타주에서 나와 눈에 덮인 궁전광장으로 6
  12. 2016.12.30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걷는다 4
  13. 2016.12.28 차디찬 얼음 도시에서
  14. 2016.12.25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풍경 4
  15. 2016.12.22 한겨울, 도시 외곽 2
  16. 2016.12.15 잘 다녀왔습니다. 눈과 얼음의 도시, 오리와 사자 6
  17. 2016.12.14 북방 도시의 겨울 4
  18. 2016.12.14 12.13 화요일 밤 : 내일 돌아감, 충동적으로 왔지만, 책, 천사, 브로치, 아스토리아, 귀부인 코트 입었지만, 가방싸기 싫어, 료샤랑 이야기 10
  19. 2016.12.07 페테르부르크 상징 세 곳 산책, 저녁에 4
  20. 2016.12.07 12.6 화요일 밤 : 어제의 고생, 수도원과 카페, 도스토예프스키 묘에서, 해 진 후엔 8
  21. 2016.12.06 수도원 다녀오는 길 6
  22. 2016.08.06 얼음이랑 눈 사진으로 더위 좀 식혀보자 4
  23. 2016.05.13 한겨울의 찬란한 페테르부르크 하늘과 네바 강의 유빙, 새 4
  24. 2016.02.26 한겨울, 많은 빛과 함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
  25. 2016.01.29 한겨울, 눈과 얼음의 페테르부르크 2


작년 12월.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오후 3시 반 즈음 석양 보려고(ㅜㅜ 겨울엔 3시 반에서 4시면 해가 진다) 얼어붙은 네바 강변을 거닐었다. 료샤랑 레냐랑 함께였다. 그러다 저렇게 포옥 껴안고 있는 커플 발견.


이런 걸 보면 언제나 따라하고 싶어하는 레냐가 동동거리며 달려와 나를 포옥 껴안았다 :)

(료샤는 '쳇, 아빠보다 토끼를 더 좋아해. 아들 따위 다 소용없어' 운운하며 투덜투덜)



엄청 추운 날이었는데 보들보들 복슬복슬 온통 말랑말랑 조그만 레냐가 폭 안겨오니 정말 따뜻했다. 나도 마주 꼬옥 안아주었다.


포옹을 풀고 나서 레냐가 하는 말...



레냐 : 쥬쥬한테서 꿀 냄새가 나. 너무 좋아. 블린 먹고 싶어~


료샤 : 크흐흐흐흐흐 하하하하하...


나 : 야! 뭐가 그렇게 웃겨!!!!


료샤 : 꽃 냄새도 아니고 꿀 냄새래 크흐흐흐 하하하하 블린 먹고 싶대 하하하하 너무나도 토끼 같아~~~


나 : 야!!! 꿀향기 나는 향수 뿌렸단 말이얍!!!!!!



... 하여튼 우리는 블린 먹으러 갔다. 레냐는 꿀 뿌려진 블린을 먹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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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4. 2. 21:51

북방 도시의 빛은 창백하다 2016 petersburg2017. 4. 2. 21:51







지난 12월. 페테르부르크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매우 추웠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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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17. 22:11

겨울,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2016 petersburg2017. 3. 17. 22:11

 

 

 

지난 12월. 페테르부르크.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날. 복직 며칠 전.

 

춥고 흐린 날이었다. 습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전형적인 잿빛 페테르부르크 날씨였다.

 

..

 

사진의 저 기념품 가게에서 파란 망토의 목각천사 미하일을 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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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13. 21:36

12월, 얼어붙은 모이카 운하 2016 petersburg2017. 3. 13. 21:36




지난 12월. 페테르부르크. 모이카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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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얼어붙은 네바 강과 찬연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지난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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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14. 21:49

얼음과 빛 2016 petersburg2017. 2. 14. 21:49




페테르부르크. 모이카 운하. 지난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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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7. 22:05

12월 페테르부르크 거리 2016 petersburg2017. 2. 7. 22:05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해는 늦게 떠서 금방 져버리는 계절. 12월. 한겨울, 페테르부르크. 거리는 눈으로 뒤덮이고 사람들은 모자와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로 꽁꽁 싸맨채 천천히 걸어간다.


정말 춥고 거친 계절이지만 무척 아름다운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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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4. 22:45

위험 구역 2016 petersburg2017. 1. 14. 22:45

 

 

페테르부르크. 12월. 아마도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였던 듯.

 

'위험 구역'이라고 씌어 있다.

흠, 광고 전단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고드름 위험 구역일 수도 있다.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는 원체 춥기도 하고 눈비도 많이 와서 거대한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니.... 눈이 많이 온 날이면 건물들 앞 여기저기에 빨간 줄을 쳐놓고 옥상에 인부들이 올라가서 고드름을 제거하고 눈을 치우곤 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거 보고 좀 떨어져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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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9. 08:08

얼음과 눈의 도시, 황금빛 사원 2016 petersburg2017. 1. 9. 08:08

 

 

 

모스크바 쪽은 지금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져서 120년만의 성탄절(정교) 추위라고 한다. 유럽 쪽은 한파가 장난 아닌 듯. 예전에 페테르부르크 있을때 영하 30도 아래 경험해봤는데 정말 괴로웠는데...

 

페테르부르크도 지금 모스크바 정도까진 아니지만 꽤 춥다고 한다.

 

사진은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

 

새벽에 잠이 안와서 결국 좀 일찍 출근했다. 한시간 넘게 일찍 나왔는데 이제 와서 졸려온다. 이럴 거면 그냥 새벽 기차 타고 내려올걸... 어제 일찍 내려왔는데 집은 인터넷도 안되고... 푸르르...

 

오늘 할 일이 많다. 근데 몸이 벌써 무겁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진하게 우려서 카페인 충전 중... 카페인 없이 버티기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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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4. 22:16

얼어붙은 도시의 석양 2016 petersburg2017. 1. 4. 22:16


한겨울, 오후.

석양 보러 해군성 공원을 가로질러 네바 강변으로 나갔다. 

이 도시의 겨울 석양과 어스름을 렌즈에 담는 데는 아무런 필터도 필요없다. 사실 어떤 렌즈와 어떤 필터도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동기사상을 지나서..


안녕, 표트르. 안녕 황제. 환상의 도시를 세운 사람, 지나간 시대의 제왕.





서서히 몰려드는 석양과 줄지어 늘어선 기다란 가로등 램프들은 이 도시를 더욱 환상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네바 강은 얼음과 흰 눈으로 두텁게 뒤덮여 있고..


얼음과 눈과 추위, 물과 돌의 도시. 북국의 싸늘한 아름다움. 이것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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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그리 늦지 않은 오후.

이날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오랜만에 가서 전시를 본 후 궁전광장에 나왔다. 아침부터 쏟아지던 눈이 광장 전체를 얄팍하게 뒤덮고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창문들 너머로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두터운 외투 차림의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과 몇몇 관광객들이 광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걷고 있었다. 

겨울의 궁전광장은 당연하게도 관광객들보다는 토박이들이 훨씬 많다. 그러나 그 숫자조차도 여름에 비하면 무척 적다. 빛과 활기로 넘치던 광장은 어스름과 눈과 바람, 추위에 자리를 내준다. 그리고 두터운 외투 차림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검은 그림자들에게도. 

너무 춥지만 않다면,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는다면 겨울의 궁전광장을 천천히 걷는 것 역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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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이삭 성당과 내 숙소가 있는 이삭 광장으로 걸어가던 길.

이른 저녁이지만 이미 해는 오후에 져버려서 캄캄하다. 공기는 차디차고 바닥은 얼어붙어가는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걷다보면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이정표인 황금빛 이삭 성당이 보인다.

 

 

이 건물은 앙글레테르 호텔이다. 세르게이 예세닌이 자살한 채 발견된 곳이다. 이 호텔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내가 묵었던 호텔이 나온다. 그리고 오른편 저 너머로는 이삭 성당의 열주가 보인다. 어둠 속의 이삭 성당은 조명 때문에 어두운 황금빛으로 빛난다.

 

 

이삭 성당이 거대한 전체 모습을 드러낼때면 이미 수백번은 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경이에 잠겨 황금빛 돔을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천사를.

 

아쉽게도 이삭 성당은 아직 수리 중이어서 꼭대기 돔은 보호 구조물로 가려져 있었다.

 

안녕, 이삭 성당. 안녕, 성당의 천사들. 잘 자요. 백야 때는 휘황찬란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어둠 속에서 더 아름다운 북국의 사원과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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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8. 13:17

차디찬 얼음 도시에서 2016 petersburg2016. 12. 28. 13:17

 

상트 페테르부르크. 12월. 얼어붙은 운하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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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5. 21:13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풍경 2016 petersburg2016. 12. 25. 21:13

 

백야의 여름과는 반대로 겨울이 되면 오후 3~4시에 이미 해가 져버리는 페테르부르크.

저녁과 밤에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이삭 광장의 니콜라이 1세 기마상 전경.

 

 

 

모이카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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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2. 21:52

한겨울, 도시 외곽 2016 petersburg2016. 12. 22. 21:52

며칠 전. 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도자기 박물관 가려고 지하철 타고 도시 외곽으로 나갔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심을 벗어나면 여전히 소련 시절 분위기가 물씬 남아 있는 외곽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쭉 걸어서 박물관에 갔는데, 이곳 풍경을 보니 어쩐지 오래전 맨첨 페테르부르크 와서 살았던 동네 생각이 나서 그 다음날 그동네에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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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왔습니다.

약 8일 중 하늘 파랬던 날은 이틀 정도. 그 드문 날 저녁에 모이카 운하랑 네바 강변 거닐며 찍은 사진 몇장.

 

꽁꽁 얼어붙은 운하. 그래도 다리 밑은 안 얼어서 그쪽에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얘는 혼자 얼음 위에 떡하니 올라와서 폼잡고 있음.

얘 보고 내가 료샤한테 '너 닮았다!~' 라고 했음. 추워죽겠는데 얇은 비니에 청바지 입고 허세부리는 이 녀석이랑 어쩐지 허세 폼잡고 있는 것 같은 이 오리랑 닮았음.

 

그러자 내 친구(라고 쓰고 허세남이라 읽는다) 료샤는 '야! 하필 오리야! 독수리쯤은 돼야지!' 하고 다시 허세를 시전하였습니다.

 

난 청둥오리가 독수리보다 더 좋은데 :0

 

 

거의 얼어붙은 네바 강. 쿤스트카메라 박물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궁전 다리 풍경.

 

네바 강변 풍경. 청동사자상 멀리서.

 

그리고 청동사자상 가까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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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4. 05:39

북방 도시의 겨울 2016 petersburg2016. 12. 14. 05:39


내일 돌아가려니 참 아쉽다.

꽁꽁 언 운하랑 강, 눈밭 사진 몇장. 돌아다니기 힘들어서 역시 백야 때가 좋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페테르부르크에는 이때만의 엄청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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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내일 아침에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9박 10일이지만 경유와 시차 때문에 이곳에서 온전히 보낸 시간은 8일이다. 떠나기 사흘 전에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날아왔었다. 그간 쌓아둔 마일리지 덕에 항공권 값은 들지 않았지만 하여튼 먼 곳에 왔다 가므로 이래저래 또 유리지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럴 거 각오하고 온 거였으니까.


돌아가면 당분간 매우매우매우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 올해 몇달 동안 일을 쉬었고 바깥에는 세번이나 나왔으니 유리지갑은 유리먼지가 되어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번에 온 것 때문에 엄마가 굉장히 화를 내시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왔다. 그렇지만 회사에 돌아가기로 결정한 이상 마지막으로 충동적이고 자신을 위한 짓을 하나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온 것은 잘한 것 같다. 물론 다음주부터 다시 회사에 돌아가 출근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과연 어디로 발령을 받을지 모르므로 더더욱 매우매우 심란하지만 어쨌든 이곳에 잠시라도 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지 않았다면 더 우울하고 더 심란하고 아마 더 두려웠을 것이다.


이번에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 해는 더욱 짧았다. 요즘은 거의 여름 시즌에만 왔고 이런 한겨울에 왔던 건 2015년 초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그나마도 1월말이었기에 지금보다는 해가 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날씨 운이 별로 없어서 예전만큼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공연은 두개 봤고 그래도 박물관은 세곳 갔다. 새로운 카페와 식당은 거의 개척하지 않았다. 호텔 카페에 자주 갔고 날씨가 궂어서 가까이 있는 고스찌에 자주 갔다. 이번엔 수프 비노에 가지 못했다. 아쉽긴 한데 눈보라가 자주 쳐서 그 길 따라 걷기가 힘들었음 ㅠㅠ


..





어제 1시 반쯤 잠들었는데, 김릿을 마셨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았었다.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떠나온 터라 병원에 들렀다 오지 못해 약이 조금 모자라기도 하고, 또 약 먹을때 술마시면 안된다 해서 어젠 아침이랑 저녁에 약을 안 먹고 잤다. 원래 약을 먹기 전에도 술 마시면 자다가 깨버리곤 했었다.


하여튼 어제 8킬로 가까이 걸어서 내 기준으로는 엄청 걸었던 건데(무거운 어그부츠와 패딩, 짐, 그리고 눈보라를 맞았으니 체감 10킬로 이상 걸은 듯) 아주 피곤했지만 새벽에 두어번 깼고 두번째 깼을땐 잠이 안와서 한두시간 누워 있다가 조식 알람을 꺼버리고 다시 잤다. 아무래도 귀국 날짜도 다가오고, 귀국보다도 이제 복직 날짜가 코앞이라 그런 것 같다.


여기는 내 로망이었던 아스토리아 호텔이라, 비수기 요금으로 운좋게 묵긴 했지만 그래도 조식을 꼬박꼬박 먹어줘야 이득인 건데 머무는 동안 반타작했다. 반은 먹었고 반은 못먹었다 흐흑... 조식 카운터의 아름다운 여인이 아침에 내가 가면 이름 부르며 '외국에서 와주신 손님이 여러 날 머무르며 아침 드시러 오면 참 반가워요' 라고 했었는데... 그 이후 연이틀 조식 먹으러 안 감 ㅋ 내일 떠나는 날이니 시계 일찍 맞춰놓고 조식 먹으러 가려고 한다. 내일 아침 9시 40분 택시를 예약했다.


..




날씨가 흐렸다. 그래도 어제 펑펑 오던 눈은 그쳐 있었다. 기온은 영하 10도 가량이었지만 물론 이 동네는 바다와 강변, 늪지에 세워진 도시인데다 아스토리아 호텔과 이삭 성당은 네바 강에서 가깝기 때문에 바람이 씽씽 불어서 체감온도가 더 낮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몸도 많이 피곤했고(머무는 내내 그래도 줄기차게 돌아다녔음) 짐도 싸야 했고 돌아가면 이제 숨가쁜 나날들(지방 내려감, 새로운 집2 계약과 집정리, 복직, 새로운 부서 발령, 다시 일 시작, 길 위의 인생 다시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오늘은 그냥 밥먹고 기념품 가게나 잠깐 가기로 했다.


역시나 추워서 멀리 안 가고 호텔에서 걸어서 한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말라야 모르스카야의 고골에 갔다. 여기는 보르쉬가 제일 맛있지만 오늘은 항상 먹어보고팠던(그러나 좀 비싸서 안 먹었던) 생선수프 우하를 먹었다. 나는 우하를 좋아한다. 크림 넣은 핀란드식 우하보다는 맑게 끓인 러시아 우하가 더 좋다. 연어와 대구, 토마토와 감자, 양파, 셀러리가 들어 있었는데 살짝 짰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거랑 전에 맛있게 먹었던 수도원식 생선파이를 먹었다. 수프가 생선이니 메인은 딴걸 먹는게 좋았겠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거 같아서 헉헉거리며 나왔다.


..




네프스키에 있는 부크보예드 라는 서점에 갔다가 뒤늦게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라는 재미있는 책과 옛날에 좋아했던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옛 추리소설 페이퍼백 두권을 샀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 두어 곳에 들렀다. 전에 샀던 목각 천사의 친구를 사고팠는데 그 이후 올때마다 실패했었다. 천사를 파는 곳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나마 파는 곳도 천사 얼굴이 너무 이목구비가 만화같고 진하고 못돼 보였다. 나는 착하고 온순한 눈빛의 천사가 좋은데...


그런데 이번에 간 곳에서 눈이 덜 크고 온화하게 생긴 천사 딱 하나를 발견. 그걸 고르자 점원 여인이 '어머나, 그거 너무 이뻐서 사실 안 팔고 제가 그냥 할까 했었어요. 걔만 얼굴이 다르거든요' 라고 웃었다. 그래서 내가 '저를 위해 남겨두셨군요~' 라고 했고 둘이 막 웃었다.


(실내에서 찍어서 색이 노랗게 나왔다만.. 원래는 더 파란색이고 더 하얗다)


집에 있는 천사는 녹색 망토, 오늘 산 천사는 푸른 망토이다. 정교 이콘에서 녹색은 원래 가브리엘, 파랑은 미카엘이니까 그렇게 부를까 한다. 물론 노어로 불러야 하니 집에 있는 애는 가브릴라, 오늘 산 애는 미하일... (그러나 둘다 여자처럼 생겼다 ㅋㅋ 집에 있는 애랑 오늘 산 애를 비교하면 얼굴은 가브리엘이 더 이쁜데... 뭐 러시아 이콘들도 보면 미카엘보다 가브리엘이 더 이쁘니까 괜찮음. 미카엘은 싸우는 애고 가브리엘은 자비의 전령이라 그런가 ㅋㅋ)


그리고 조그만 브로치를 두개 샀다. 유리지갑 가루라서 이번엔 책이고 찻잔이고 이쁜 것들이고 거의 안 샀는데... cd도 안 샀고 마린스키에서도 샵의 할머니가 찾아준 루지마토프 젊은 시절 사진들 몇장과 슈클랴로프 사진 한장 외엔 안 샀는데 막상 돌아갈 때가 되니 '돈 조금 더 찾지 뭐' 하며 자신을 위해 작고 이쁜 걸 사기로 했다.


..





오후에 방에 돌아오니 호텔에서 컴플리멘트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테이블에 과일 접시와 아스토리아 호텔 초콜릿, 손으로 쓴 카드가 놓여 있었다. 즐겁고 기뻤지만.. 줄 거면 초장에 좀 주지... 낼 가야 하는데 이 과일이랑 초콜릿을 어떻게 다 먹니 흑흑...


예전에 그랜드 호텔 유럽에 갔을때 거기서 예상치 않은 이런 선물을 받고 무척 기뻤던 적이 있다. 거기는 도착한 날이면 웰컴 과일이 있었고 처음 갔을때는 샴페인과 케익을 주었다. (나중에 두어번 더 갔을땐 샴페인 대신 에비앙으로 바뀌어서 좀 슬펐지만 ㅋㅋ)


아스토리아도 그랜드 호텔 유럽과 비슷하게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긴 한데, 손님을 더 편안하게 해주고 뭔가 더 아늑하고 덜 어색한 건 후자인 것 같다. 비교하면, 그랜드 호텔 유럽은 내가 막 해골옷 입고 돌아다니고 카페에 편하게 내려가도 별로 위화감이 안 느껴지는데 여기는 괜히 좀더 잘 차려입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진짜로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유럽 호텔 문지기 아저씨가 더 친절해서 그런지도... 여기는 문지기 젊은이들-아저씨 아님-이 인사를 해도 잘 안 받아줌 -_-) 그래도 아스토리아는 나무바닥이라 카펫 깔린 유럽호텔보다 인테리어는 더 맘에 든다. 유럽호텔의 그 꽃무늬 커튼보다는 아스토리아의 파란 줄무늬 커튼이 좀더 내 취향이긴 하다.


하여튼 아주 오랜 옛날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읽었을때부터 로망의 호텔이었으니 여기서 며칠 묵은 것 자체로 뭔가 소녀의 꿈이 또 하나 이루어졌음. (그랜드 호텔 유럽에 묵었을때 소녀의 꿈1 이루고 이번에 꿈2 이룸 ㅋㅋ)


..


짐 싸기 전에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아스토리아에서 대각선으로 좀 걸어가 길을 건너면 포시즌스가 있다. 거기 묵을 형편이야 당연 안되고... 그래도 차는 한잔 마셔보고 싶어서 한번 가볼까 싶었다. 여기야 묵고 있는 호텔이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카페에 드나들었다만 그래도 포시즌스는 다른 호텔이니 여기 싸와서 한번밖에 못 입은 문제의 그 코트를 걸치고 나갔다(여기 오기 전날 쥬인이랑 백화점 갔다 질러버린 코트. 쥬인이 일명 '다마치까 코트'라고 부른다.


즉 귀부인 코트. ('다마'가 부인, 귀부인이고 다마치까는 지소체 애칭임) 그 이유는 이 롱코트가 로브처럼 끈을 매는 디자인에 풍성한 털이 좀 귀부인처럼 달려 있어서 ㅋ) 그러나 이 있어보이는 귀부인 코트는 복슬거리는 털이 달리긴 했지만 모자가 달려 있지 않아 머리랑 귀가 시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나의 비니를 눌러쓰자니 안 어울리고... 그래서 귀부인처럼 입기 위해 막 추위에 떨며 머리를 내놓고(ㅜㅜ) 긴 코트를 펄럭이면서 호텔을 나왔다.


근데 길을 건너려다 보니 우리 호텔 자매호텔인 앙글레테르에 붙어 있는 카페 샤스찌예의 창가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이 카페는 전에도 몇번 갔는데 음식보단 차랑 디저트가 낫다. 그리고 이삭 성당이 그대로 보인다. 저 자리 비는 적이 별로 없으므로 뭔가 하늘의 계시 같아서 '귀부인이고 포시즌스고 내 팔자에 무슨 귀부인~ 나는 여기로~' 하면서 샤스찌예로 쏙 들어갔다.






그래서 샤스찌예 창가에 앉아 어스름 속의 이삭 성당을 실컷 보면서 얼그레이를 마시고 맛있는 메도빅을 먹었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와서는 메도빅만 서너번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아까 서점에서 산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란 책을 좀 읽었는데 무지 재밌었다.


..




한시간 쯤 후 방에 돌아와 가방을 꾸렸다. 무게가 좀 간당간당한 것 같다. 모스크바로 국내선을 타고 가야 하니 이게 항상 딜레마임. 대한항공 직항이면 모닝캄이라 30킬로까지 괜찮은데.. 여름에 돌아갈떈 오래 머물러서 짐이 좀 무거웠다. 그나마 아에로플롯도 스카이팀이라 무게는 봐주는데 대신 가방 두개로 부쳐야 한다고 했다. 그때 가방 한개가 20킬로가 넘으면 안된다 해서 두개로 급하게 만들어 부쳤었다. 가방 하나만 부치면 23킬로 제한인데...


하여튼 입국할때랑 비교해서 다 쓴것, 선물한 것, 버린 것과 새로 산 것들을 따져보며 지금 가방을 얼추 계산해보면 23킬로가 좀 넘을거 같기도 하다. 겨울옷과 카메라, 렌즈, 노트북 등등이 있어서 그렇다. 풀코보 공항은 예전에 엄청 후졌던 시절엔 그래도 무게 재는 저울이 있었는데 좋아진 지금은 막상 저울이 없다 ㅠㅠ 일단 가방을 싸면서 책들을 에코백에 따로 집어넣었다. 내일 공항 가서 무게 재보고 23킬로 넘으면 그 책들을 잽싸게 빼서 보조가방에 쑤셔넣어 두개로 부쳐야겠다. 아이고 피곤해...


짐 싸는 게 제일 싫다. 여행 가기 위해 싸는 것도 싫은데 돌아가기 위한 짐은 당연히 더더욱 싸기 싫다 ㅠㅠ


..


짐을 다 쌌을때쯤 료샤가 왔다. 그냥 밖에 안 나가고 방에서 얘기 나누었다. 호텔에서 준 과일들이랑 초콜릿, 그리고 어제 세베르에서 사왔던 에클레어를 꺼내놓고 먹었다.


료샤는 여전히 내가 복직하는 것에 반대하고, 그냥 무슨 일이든 찾아서 러시아에 남으라는 마음이긴 하다. 하지만 오늘은 '나 더 이상 너한테 가지 말라고 안할게' 라고 했다.


내가 '왜? 설득하느라 지쳤어? 지겨워?' 하고 묻자 료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그만큼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돌아가는 거니까 어쨌든 뭔가가 조금은 남아 있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보려고.' 라고 했다.


나는 '뭔가가 조금 남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돌아가보는 거야.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라고 대답했고 료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눈초리로 말했다. '너 힘들게 한 사람들 아직 있잖아. 그 사람들 보기 싫잖아. 난 그거 때문에라도 네가 안 갔음 좋겠어' 라고 덧붙였다.


나는 '가지 말라고 안한다더니!' 하고 쿠사리를 준 후 '나도 그 사람들 다시 보는 게 껄끄럽고 아직 좀 두려워. 이상해, 어린애가 된 것처럼. 그렇지만 가면 또 어떻게든 지나갈거라 생각해' 라고 대답했다.


료샤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때 내가 귤을 까다가 바닥에 떨어뜨려서 나 구박하느라 화제가 다른데로 옮아갔다.


..


료샤가 돌아간 후 나는 카메라의 사진들을 노트북에 옮겼고 이제 이 메모를 쓰고 있다. 오늘 돌아다닌 것도 거의 없고 한 일도 별로 없는데 메모는 참 길구나...


오늘은 부디 편안하게 쭈욱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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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3시 반쯤 되면 해가 지고... 이 사진은 4시~4시 40분 사이에 찍은 것들임.

카잔 성당.


알렉산드르 푸쉬킨. 예술광장.

오늘은 도씨에게 먼저 가느라 좀 늦었어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 : 야! 내가 도스토예프스키보다 선밴데! 나한테 먼저 와야지!

토끼 : 맨날 당신한테 먼저 왔잖아요! 아직 표트르한텐 가지도 않았어요.

푸쉬킨 : 시인이 황제보다 우선하는 게 당연하지!

토끼 : 맞아요 사랑합니당~


(표트르 : 청동기사상 ㅋㅋ)


그리고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그리보예도프 운하는 얼어붙었고 눈이 쌓여 있었다. (추웠다.. 체감온도 영하 15도라고 나왔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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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양말 두개 신어야지... 어그부츠 신었다고 방심해 양말 하나만 신었는데 오늘 발 시려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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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굉장히 고생했다. 모스크바까진 순조롭게 왔는데 폭설이 내렸다. 페테르부르크도 마찬가지로 눈폭풍(ㅠ)이 쳤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국내선 기다리는데 비행기들이 줄줄이 결항 또는 지연되기 시작했다. 페테르부르크까지야 한시간 십여분 거리라 뜨겠거니 했는데 20:20 뱅기가 21:00 출발로 변경되었다. 이때까진 그러려니..


뱅기를 탔는데 한시간이 지나도 움직이질 않았다. 첨엔 눈 때문안가 했으나 기체 어딘가 문제가 생긴 거였다.. 10시 반쯤 모두 내리라 함. 텅빈 벌판에는 눈보라가 쳤고 버스가 와서 우리를 싣고 도로 터미널로 감.. 그러나 러시아 사람들 화도 안냄 ㅠ 딱 한명 아저씨만 항의..


그나마도 11:55 뱅기 하나를 수배해 우리를 태웠으나 실제 출발은 12시 반에나.. 페테르부르크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한시 사십분.. 원래 밤 10시 도착 예정이었다.


딴거보다 호텔에 픽업 요청해놔서 아거 때매 계속 전화하고 정신없었다. 기사를 만나 넘 미안하다 사과하자 기사가 괜찮다며 오늘 하루종일 비행기들 다 지연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눈폭풍 왔다고 한다..


호텔 도착해 체크인하니 새벽 세시가 다 되어 있었다. 옷이랑 세면도구만 꺼내고 씻고 쓰러져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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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이 10시까지여서 자다가 놓침. 근데 새벽 넘 늦게 도착해 어쩔수 없었다.


10시에 해뜨고 3시 즈음 해가 지기 때문에 밝을때 무조건 나가야 하는데 오늘은 11시에 일어나고, 씻고 화장하고 가방 푸느라 12시 반쯤에야 나섰다.


무지 추웠지만 하늘이 파랬다. 쌓인 눈이 얼어있었다. 예보를 보니 주중 맑은 날이 오늘뿐인거 같아 무조건 수도원에 갔다. 배고프고 추웠지만 일단 27번 타고 네프스키 수도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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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도착해선 정신없이 지하 카페로 갔다. 배고프고 꽁꽁 얼어서.. 추워서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여름엔 한산한데.. 다들 설탕 넣은 차와 수도원 빵을 먹는다. 나도 티백 홍차 한잔, 쌀과 버섯 든 빵, 양귀비씨빵 시켰다. 총합 110루블, 약 2천원!!


자리가 없어 합석함. 나 빼곤 다들 나이 지긋하신 분들. 기도하러 왔다 카페에서 차 마시고 맛있고 저렴한 수도원 갓 구운빵들 사가는 어르신들이 많다.


너무 추워서 오로지 러시아에서만 하는 짓.. 차에 설탕 투하. 안 그럴수가 없었음. 설탕 넣은 차랑 빵 먹었다. 빵이 정말 너무 맛있었다. 쌀과 버섯 든 빵이야 당연하고, 양귀비씨빵 이제껏 먹은것중 이게 제일 맛있었다. 가득 든 양귀비씨가 고소하게 톡톡 터지고 솔솔 뿌려진 설탕이 달콤했다.


따뜻한 빵, 설탕 녹인 달고 뜨거운 홍차.. 그리고 머릿수건 쓴 할머니들과 성호 긋는 할아버지들 사이에 앉아 투박하게 채색된 수도원 장식접시와 이콘 보는 기분, 그 따스하고 소박한 분위기는 형용할수 없다...



몸 녹이고 배 채운 후 수도원 성당에 들어가 이콘을 보고 초를 켰다. 오늘의 기도는 전보다 간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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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수도원 묘지에 갔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차이코프스키, 프티파 등의 무덤에 인사했다.


도스토예프스키 무덤 앞에 서자 눈물이 나왔다. 나이든 부인 둘이 무덤 앞에 오랫동안 서서 묵념하고 한 여인이 찬송가 같은걸 불렀다. 아마 정교에서 고인에 대해 부르는 송가 같았다. 얼어붙은 눈, 차가운 바람, 서서히 넘어가는 태양, 도씨의 어쩐지 슬픈 얼굴이 조각된 묘비. 흰 눈 위의 꽃다발들. 그리고 여인이 켠 초와 그 노래가 어우러져 순간 성스러운 곳에 있는 듯했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땅에 키스하고 무덤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홀로 남아 인사를 하고 키스자국 찍은 쪽지를 남겼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나의 도씨. 내 인생 바꿨던 사람.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에게도 오랫동안 인사했다. 불행하고 불행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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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탔다. 너무 추워서 배가 아프기까지 했다. 중간에 내려 그랜드 호텔 유럽에 들름(화장실 가려고 ㅠㅠ 그래도 전에 몇번 묵었으니 너그러이 봐줘요 카페도 자주 갔구먼)


나와선 맞은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에 갔다. 마침 이틀 후 라벨과 드뷔시 연주가 있어 남은 얼마 안되는 표 중 젤 싼 표 끊었다. 약 2만원 정도.. 하지만 내한 오면 엄청 비싸지지.. 안타깝게도 테미르카노프는 내가 떠난 후에야 지휘 일정이 잡혀 있었다 흐흑.. 그래도 드뷔시의 바다와 라벨의 볼레로를 들을 수 있다.


4시였고 이미 해는 져 있었다. 예술광장 가서 푸쉬킨에게 인사하고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쪽 갔다가 운하 따라 네프스키로 나와서 쭉 걸어내려왔다.


..




춥고 배고파서 고스찌에 갔다. 젤 먼저 가는 곳이니 젤 좋아하는 곳이겠지.. 따뜻한 보르쉬와 생선구이 먹었다. 생선은 이름 생소한 흰 생선인데 남자 점원의 추천대로 먹었는데 부드럽고 맛있었다.


먹고 나와서 호텔까지 걸어왔다. 방에 가서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로비 카페에 잠깐 내려와 차 마시고 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해 뜨는대로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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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6. 23:31

수도원 다녀오는 길 2016 petersburg2016. 12. 6. 23:31




눈은 그쳤는데 너무 추웠다. 영하 10도 체감 영하 15도라고.. 하여튼 꽁꽁 싸고 수도원 다녀옴. 왜냐하면 오늘 날씨가 맑았고.. 조만간 또 눈이 올거 같기 때문이지ㅠㅠ 날씨 좋을때 무조건 수도원이랑 강변에 가야 한다..
​​




꽁꽁!!



지금은 몸이 너무 얼어서 단골 카페/음식점인 고스찌에 옴. 따뜻한 보르쉬 한그릇 먹고 이제 생선 기다림.. 아이고 추워라. 해는 이미 세시 반에 졌음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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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우니까.. 추울때 사진으로 눈요기라도...

작년(2015년) 2월에 갔을 때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네바 강과 운하, 공원에 쌓인 눈과 얼음 등등...

전에 올린 사진들도 좀 섞여 있는데 더우니까 그냥 막 올린다. 아 더워...

다들 눈으로라도 더위 좀 식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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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태어나서 이른바 윈터 베이비라고 불리는 부류인 나는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한다. 더운 나라보다는 추운 나라가 더 좋다. 아마도 그래서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페테르부르크와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제1원인이야 수차례 말했듯 바리쉬니코프와 백야와 도씨와 죄와 벌 때문이다만... (엉엉 이 두 남자야 내 인생 책임지시오)

 

그리고 빛이 많은 사진을 좋아한다. 빛이 많고 선명한 색채를. 그런데 그것은 열대 지방의 화려하고 뜨거운 색채라기보다는 아마도 페테르부르크나 추운 나라의 얼음 위로 반사되는 눈부신 햇살이나 새파란 물결, 은백색 유빙, 빨갛게 칠한 입술이나 마가목 열매 따위의 선명함일 것이다.

 

그래서,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던 이번주의 금요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음의 위안을 위해 빛과 선명한 색채와 겨울이 혼재된 사진 몇 장 올려본다. 그리고 새. 날아가는 새 사진도 두 장.

 

전에 올린 사진도 두어개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뭔지 헷갈려서 그냥 오늘 내키는대로 몇장 올려본다. 2015년 2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갔다가 네바 강변 따라 궁전 다리로 걸어가는 길에 찍었음.

 

 

 

 

 

 

 

 

유빙이 떠다니는 새파란 수면 위로 청둥오리들이 동동 떠다니는 모습 보는 걸 좋아한다. 오리들은 나름 힘들테지만...

 

하긴 청둥오리는 언제나 좋다.

 

 

 

공원 바닥은 꽁꽁 꽝꽝 얼어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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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초. 페테르부르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매우 춥고 싸늘한 날이었지만 하늘은 파랬고 햇살이 찬란했던 날이었다.

 

힘든 일주일을 보냈으니 마무리는 역시 빛이 많은 사진들로... 페테르부르크는 벡야가 근사하긴 하지만 사실 겨울의 빛도 무척 아름답다. (추워서 나돌아다니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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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9. 21:02

한겨울, 눈과 얼음의 페테르부르크 russia2016. 1. 29. 21:02

 

 

2015년 2월. 페테르부르크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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