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1

« 2024/11 »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러시아 무용수'에 해당되는 글 47

  1. 2019.09.15 파루흐 루지마토프 라 바야데르 클립
  2. 2019.08.31 오래된 발레 화보집 뒤적이며 : 바리쉬니코프에서 비슈뇨바까지 + 첫사랑 무용수
  3. 2017.08.06 블라디보스톡 공연 떠올리며, 슈클랴로프 화보와 사인으로 2집 장식 + 티타임 2
  4. 2017.07.22 슈클랴로프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사진 몇장 더(+ 샤키로바에게 꽃 바침) 4
  5. 2017.07.21 슈클랴로프 블라디보스톡 공연 커튼콜 사진 몇 장 4
  6. 2017.07.09 슈클랴로프 : 블라디보스톡 프로모, 바이에른 리허설, 다이아몬드, 잠자는 미녀 2
  7. 2017.07.08 옥사나 본다레바의 근사한 화보들 + 슈클랴로프, 비슈뇨바 2
  8. 2017.06.09 바로 이것이 아름다움이다 - 디아나 비슈뇨바 화보들 4
  9. 2017.05.22 지나이다의 회상, 보드카, 진짜 중요한 것 28
  10. 2017.05.06 세르게이 폴루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아르춈 옵차렌코 4
  11. 2017.04.23 일요일 아침 출근하면서 2
  12. 2017.03.05 모스크바에 있는 것들, 오직 불길 23
  13. 2017.03.01 나도 이 사람의 페트루슈카 보러 가고프다 2
  14. 2017.01.08 일요일 밤 발레 화보 몇 장 10
  15. 2017.01.05 다리 난간에서 춤추기, 모든 사원이 우아하고 쓸쓸하다 26
  16. 2016.11.14 로미오와 줄리엣(존 크랑코) - 슈클랴로프 & 쉬린키나 화보 몇장 2
  17. 2016.11.03 무용수들(비슈뇨바, 레베제프, 츄진, 슈클랴로프, 쉬린키나) 4
  18. 2016.10.23 생일 축하해요 울리야나 4
  19. 2016.10.20 흑해의 여름, 춤추는 아이, 달빛 아래의 레나 46
  20. 2016.10.20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지젤 화보 몇 장(with 쉬린키나) 4
  21. 2016.10.16 무용수들 : 비슈뇨바, 슈클랴로프, 바리쉬니코프, 사라파노프, 아바쇼바 4
  22. 2016.03.18 미의 결정체가 여기 있습니다! 8
  23. 2016.03.13 간만의 무용수 화보 몇 장 : 비슈뇨바, 루지마토프, 아실무라토바, 옵차렌코, 슈클랴로프, 테료쉬키나, 쉬린키나 6
  24. 2016.03.11 미하일 바리쉬니코프와 이오시프 브로드스키, 1985년 뉴욕 2
  25. 2016.01.21 오랜만의 무용수 화보 몇 장 : 누레예프, 말라호프, 비슈뇨바, 슈클랴로프
2019. 9. 15. 22:18

파루흐 루지마토프 라 바야데르 클립 dance2019. 9. 15. 22:18

 

 

월요병을 달래기 위해, 파루흐 루지마토프가 춘 라 바야데르 하이라이트 클립. 팬이 편집해서 1막 니키야와의 밀회 아주 약간, 2막 결혼식 감자티와의 2인무 아주 약간, 그리고 역시 2막 결혼식 솔로가 들어 있다. 출처는 맨앞과 맨뒤 캡션에 나옴. 화질이 좋지는 않다만 1막의 니키야는 디아나 비슈뇨바로 추정됨.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은 루지마토프보다 기량이 뛰어난 남자 무용수들도 많지만, 이 사람이 무대를 쓰는 방식과 카리스마는 정말 특별했다. 나는 여전히 이 사람의 옛 영상들에 매혹된다. 그리고 이 사람의 전성기 무대를 볼 수 있었던 것이 참 행복한 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7월에 미하일로프스키 스파르타쿠스에서 이 사람이 폼페이우스로 나왔을 때 너무 반가웠음~ 늘씬하고 멋진 이반 자이체프도 마랏 쉐미우노프도 눈에 안 들어오고 폼페이우스 나올땐 오직 이 사람만 열심히 눈으로 쫓아다녔음 :) 나중에 미하일로프스키 무대 보러 갈때 또 나와주세요, 파루흐님! 

:
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차를 마시면서 아주 옛날에 마린스키 극장 샵에서 샀던 니나 알로베르트(Nina Alovert)의 발레 화보집을 다시 뒤적여 보았다.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21세기가 되기 전에 나온 얇은 사진집이다. 그래서 제목도 저렇게 되어 있고, 이 화보집에서 말하는 today는 90년대의 마린스키이다. 6~70년대 키로프에서부터 90년대 후반까지를 아우르는 흑백 화보집인데 지질도 얄팍하고 좋지 않지만(90년대에 나온 책이니...)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이 다 담겨 있다. 속표지의 저 우아한 여인은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여왕님' 율리야 마할리나. 

 

 

 

 

이건 미래의 발레리나들, 즉 당시 한창 떠오르던 신진들이다. 파 드 카트르를 추고 있는 네명의 젊은 발레리나들인데 순서대로 소피야 구메로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마야 둠첸코, 그리고 디아나 비슈뇨바이다. 이 당시엔 로파트키나랑 비슈뇨바는 유명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풋풋하던 시절이었다.

 

 

 

 

표지는 유일무이한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망명 전에 찍은 사진.

 

 

 

당시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파루흐 루지마토프.

 

 

 

 

이건 발레리나 찻잔이 아니고, 예브게니 오네긴의 타치야나가 그려진 찻잔. 근데 의상이 쫌 발레리나 같아서 오늘은 이 찻잔에 마심.

 

그리고 나의 첫사랑, 예브게니 이반첸코. 이 당시엔 아주 젊었던 데다 막 떠오르기 시작한 신성이라 무대 사진도 아니고 연습실 사진 :) 그런데 나는 이 사진을 보고는 '아아 해골 머리띠까지 정말 너무 멋있다.... 역시 멋있다...'하고 눈에 콩깍지가 끼어 어쩔 줄 몰라 했었다. 지금 봐도 멋있음. 쥬인은 '거봐 얘는 막내라서 무대 화보도 못 얻고 우아한 극장에서 해골이나 두르고 이러고 있다' 하고 나를 놀리곤 했음.

 

 

사실 이 당시에도 이 사람은 키 크고 체격도 근사하고 딱 왕자 스타일이라 맨날 아다지오만 추고 왕자님을 춰서 발레 관람 초짜이던 나는 '잉잉 바질은 왜 안 춰주는거야, 왜 넌 맨날 졸린 아다지오만 추는 거야 엉엉' 하고 슬퍼했었다. 이제는 나이가 꽤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린스키 무대에 올라와주고 있어 너무 좋다. 아무래도 첫사랑이니까! 그래서 마린스키 갔다가 이 사람과 발로쟈 슈클랴로프가 같은 무대에 올라오는 날이면 나는 그야말로 더블로 계 타는 날이다 :)

 

 

그건 그렇고.. 다시 봐도 저 해골 머리띠 완전 내 스타일임~

:
Posted by liontamer






원체 더워서 2집 tv 곁에 있던 액자의 사진을 바꾸었다. 원래 슈클랴로프와 비슈뇨바의 신데렐라 흑백 화보였는데 더우니까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슈클랴로프의 바보 이반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 반지 찾아오는 씬으로 바꿈.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보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차 마실 땐 창가 테이블로 잠시 이동 :) 더위 쫓는 중. 이번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인받아온 프로그램도 같이.







더우니까 시원한 파란색의 비류자(터키석) 찻잔. 진짜 터키석으로 된 게 아니고 그냥 이름이...




















이건 2년 전에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신관에서 곱사등이 망아지 파이널 막 내릴 때 내가 직접 찍은 사진. 이때는 파트너가 알리나 소모바였음.









아아 일요일이 다 가 버렸다...


:
Posted by liontamer







많이 흔들리고 번져서...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사진들 중 그나마 슈클랴로프님의 얼굴을 좀 알아볼만하게 나온 사진들은 이제 이게 전부... 크흑...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 찍지 말고 그분의 미모나 그냥 집중해서 보며 박수나 더 쳐주고 브라보나 더 외쳐줄 것을 ㅠ




미녀 여왕 역의 레나타 샤키로바랑 손 잡고 인사 중. 샤키로바는 마냥 신났음 :))











자리에 앉아서 줌 당겨 찍었더니 구도가 기울어짐.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파트너인 샤키로바에게 바치려는 발로쟈.






몽땅 다 샤키로바에게 바침...



너 근데 작년인가 재작년에 라 바야데르 췄을 땐 파트너인 마트비옌코 말고 망령 중 하나로 나온 아내 쉬린키나한테 꽃다발 다 바쳤지!!!!! (파트너의 기사도보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우선하는 사랑꾼 ㅋㅋㅋ)










슈클랴로프 옆에서 빙긋 웃고 있는 스메칼로프 표정이 너무 우습다.



시종장 역의 스메칼로프는 엄청나게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이 시종장 배역을 추는 건 이고르 콜브, 이슬롬 바이무라도프 무대도 전부 직접 봤지만 역시 나는 스메칼로프 시종장이 딱 취향이다. 특히 슈클랴로프 이바누슈카랑 스메칼로프 시종장의 케미가 좋다.





아아. 볼때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발레야... 근데 맨첨에 막심 쥬진이 이바누슈카 춘 무대로 봤을 땐 이만큼 임팩트가 없었던 걸 떠올려본다면 역시 이것은 슈클랴로프의 매력 때문일지도... 이바누슈카 역에 너무 잘 어울리니...




:
Posted by liontamer







나 분명히 맨앞줄 앉아서 찍었는데 ㅠㅠ 이번 사진 다 망했다 흐흑.... 조명이 오케스트라 핏 바로 아래에서 올라오면서 다 번져버렸음. 그래서 건진 사진이 별로 없다. 너무 아깝다. 이번 곱사등이 망아지랑 이브닝 특별무대의 슈클랴로프님은 정말 미의 결정체였거늘...




하여튼.. 흔들렸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진 사진 몇 장 올려봄.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절친인 유리 스메칼로프랑 같이 :)






아름다운 여왕님 역은 레나타 샤키로바. 나는 이미 알리나 소모바의 여왕을 보아 버렸기에 솔직히 좀 비교가 많이 되긴 했다. 샤키로바는 아직 연륜이 부족하고 상체가 좀 구부정하고 뻣뻣한 편이라 생기발랄하긴 한데 아무리 봐도 여왕님이라기보단 그냥 말괄량이 아가씨 같은 느낌이었음.






꽃 받으신 발로쟈... 그러나 저 꽃다발도 역시 파트너인 샤키로바에게 넙죽 다 바쳤음 :)







이건 화요일,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브닝 공연. 세번째 레퍼토리였던 '날 버리지 마' 커튼 콜. 스메칼로프 안무의 소품인데 이 작품 꽤 좋다. 개인적으론 작년에 무대로 봤을 때보다 이번 무대가 더 좋았다. 훨씬 우아하고 원숙하고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작품 출때 이 사람의 육체의 유연함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정말 극에 달한다.






이건 이날의 하이라이트 공연인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끝나고. 파트너는 나탈리야 오시포바. 오시포바의 마르그리트는후반부가 더 좋았다. 그리고 임팩트 있긴 했지만 나에겐 작년에 본 테료쉬키나 버전 마르그리트가 더 처연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에게 오시포바는 너무 힘차고 과잉의 무용수로 느껴지나보다. 볼때마다 그런 느낌이 드니.... 어쩐지 허리가 끊어져라 기침을 하며 나뒹굴어도 맘만 먹으면 슈클랴로프든 누구든 한주먹으로 해치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돈다발 뿌리는 슈클랴로프의 박력은 장난 아니었음) 아니면 오시포바가 모스크바 스타일 무용수라 그럴지도 모르겠음. 아무래도 나는 모스크바보단 페테르부르크 스타일 무용수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하얀 타이츠와 검은 프록코트 의상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는 미의 결정체 중 결정체!!!






사인회할 때. 잘 보면 슈클랴로프가 펜을 쥔 손 아래에 황금신상 사진이 있다. 저 사진 보여주자 슈클랴로프가 '우와 이거 어디서 났어요?' 하고 물었었다.



저 록시땅 쇼핑백은 내 앞에 있던 일본 여성 팬이 주고 간 선물임 :)



..



사진들이 좀 더 있긴 한데 다들 화질이 별로임. 흐흑... 주말에 좀더 뒤져보고 건질만한 거 있음 더 올려보겠음.


:
Posted by liontamer

 

 

 

 

다음주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에서 슈클랴로프가 곱사등이 망아지 무대 주역을 추고, 그 이틀 후에는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비롯한 4개의 레퍼토리를 보여주는 특별 무대를 준비한다. 이 사람이 바이에른으로 떠난 후 무대를 직접 보지 못해서 근 일년 만이다. 일년 동안 얼마나 더 원숙해졌을지 기대가 많이 된다.

 

그래서 오랜만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프로모와 무대 영상 몇개 올려봄.

 

위의 사진은 발레 101.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레퍼토리에도 들어 있다.

 

 

먼저 이번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 공연 소개 프로모. 흑백 영상은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신관 옥상에서 찍은 것.

 

 

이 사람이 빵끗 웃으며 러시아어로 하는 말은 :

 

"친구들 안녕하세요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에서 16일에는 곱사등이 망아지, 18일에는 저의 특별공연이 있답니다. 꼭 보러 오세요~"

 

 

흑.. 낚였어 ㅠㅠ 너 때문에 그래 간다...

 

 

심장폭격 주의~

 

 

 

 

 

..

 

 

이건 바이에른에서 리허설할 때 찍은 영상. 상대역은 예카테리나 본다렌코. 독일에 가버린 후에는 그쪽 영상은 거의 볼 수가 없어 무척 아쉬웠는데 이걸로나마 약간 갈증을 달램. 두 무용수의 워밍업과 리허설 장면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초반부는 예카테리나 본다렌코 옷차림 때문에 좀 아디다스 광고 같아 ㅎㅎ

 

 

 

 

..

 

 

이건 조지 발란신의 jewels 중 다이아몬드 일부. 상대역은 옥사나 스코릭.

 

 

 

 

..

 

 

마지막은 잠자는 미녀 그랑 파 드 두.  상대역은 알리나 소모바.

 

 

 

:
Posted by liontamer

 

 

 

 

간만에 아름다운 발레리나 화보들로 심신의 정화.

 

 

마린스키 발레리나 옥사나 본다레바 화보들 몇 장.

 

 

본다레바는 원래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주역을 추다가 몇년 전 마린스키로 옮겨왔다. 세컨드 솔리스트인데 미하일로프스키에서는 꽤나 인기가 많았던 무용수였다. 미모가 뛰어나고 열정적인 스타일이라 화보들이 아름답다.

 

 

다만 내 기준으로 볼 때는 고전 발레에는 확실히 덜 어울린다. 일단 체격 조건이 맞지 않는다.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긴 한데 좀 영화배우나 모던 댄서처럼 아름답고 체형은 클래식 발레리나에는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목선이나 상체 조건 때문에 날씬한 무용수임에도 불구하고 길쭉하고 늘씬해보이지는 않는다. 근육질의 강건하고 자그마한 무용수 느낌이라서... 나탈리야 오시포바도 내겐 좀 그런 느낌인데, 본다레바가 좀 더 그런 편이다. 그래서 본다레바의 무대는 실제로 몇번 보았을때도 그다지 인상에 남지는 않았다. 마린스키 타입 발레리나는 확실히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화보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좀 고양이 같은 외모이고 광대뼈가 넓고 눈이 큰 러시아 미녀 특징도 잘 살아 있다. 그래선지 무대 화보보다는 패션 화보가 더 잘 어울리고 아름답다.

 

사진 출처는 옥사나 본다레바의 instagram : bondareva.oksana.f

 

 

야외 화보는 페테르부르크의 네바 강가와 에르미타주 쪽에서 찍은 것들인데 분위기가 근사하다.

 

 

 

 

 

 

 

 

 

 

 

 

 

 

 

 

 

 

 

 

 

 

 

 

 

 

 

 

 

..

 

 

 

 

 

그래도 안 나오면 섭섭하니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두 장 :))

 

얼마 전 마린스키 신관 옥상에서 찍은 화보 두 장.

 

너는 어쩌면 야자나무 앞머리를 해도 멋있는 거니...

 

 

 

 

 

 

마지막은 아름답고 우아한 디아나 비슈뇨바로 마무리~~

 

:
Posted by liontamer

 

 

 

 

팔로우하는 페테르부르크 잡지 사이트인 sobaka.ru에서 오늘 트윗에 디아나 비슈뇨바 스페셜을 올려줌. 시차 때문에 일찍 일어나 괴로워하다 그야말로 안구정화!~

 

거의가 비슈뇨바의 이전 패션화보들이다.

 

뭐 무슨 말이 필요한가, 디아나 비슈뇨바인데!!!

 

아름다움 주의!!!!! 화보들 좌라락!!!!

 

출처는 sobaka.ru. 근데 거기서 직접 찍었던 화보도 있고 다른데서 찍은 화보들도 섞여 있다.

 

 

그럼 디아나의 아름다움에 취해 봅시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사이 운하 교각 난간에 기대어 있는 비슈뇨바. 나도 이 난간에 무수히 기대어 봤지만.. 비슈뇨바니까 이렇게 아름답게 사진이 나오는 거야 흑흑..

 

 

 

하지만 무용수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
Posted by liontamer

 

 

 

 

오랜만에 본편을 약간 발췌해 본다. 요즘 지나와 말썽쟁이 낙서하며 노느라 정작 원래 글은 한줄도 안 썼고 다른 글도 거의 안 썼다. 노는 건 좋은데 이게 문제야. 노는 건 편하고 쉬우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거든. 그래서 서무 시리즈도 그렇게 줄줄이 썼는데...

 

전에 트로이가 지나이다와 미샤의 아파트에 보드카를 마시러 간 이야기를 조금 발췌했던 적이 있다. 미샤의 공연을 보고 나오던 트로이와 마주친 지나가 그에게 아파트로 보드카 마시러 오라고 초대를 한다. 지나의 약혼자인 마르크 카라바노프는 트로이와 같은 학교의 영문학과 부교수라서 친분이 있다. 앞 에피소드에서 공연을 마친 미샤가 돌아오고 카라바노프는 어서빨리 같이 보드카 마시자고 성화를 부린다....

 

(그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643 - 보드카를 따지 않는 건 죄악, 옷 빌려입기, 위선자)

 

 

아래 얘기는 그 에피소드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샤워를 하고 나온 미샤를 남겨두고 트로이는 거실로 나온다. 그리고 카라바노프가 염원하고 또 염원하던 보드카를 딴다. 미샤도 나온다. 지나이다는 학창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그런 이야기이다.

 

지나와 말썽쟁이 시리즈에서 놀고 있긴 하지만 이 둘의 학창시절 관계는 사실 이랬으니..

 

 

..

 

 

'스톨리츠나야'는 보드카 상표 이름이다. 러시아에선 스탄다르트와 스톨리츠나야가 유명 보드카 브랜드임.

 

마이야 필리포브나는 미샤의 오랜 후원자인 노멘클라투라 귀부인이다.

 

..

 

위의 사진은 사실 이 글과는 별 관계없지만... 최근 마린스키에서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를 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한 장. 내가 좋아하는 씬이기도 하고 이 사람은 이 의상 입고 이 포즈 취할 때 참 멋있어서.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트로이가 부엌으로 나왔을 때 카라바노프는 한 손에 여전히 보드카 병을 쥔 채 지나이다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한순간 그는 마르크 카라바노프가 되고 싶었다. 거리낌 없고 적극적이며 단순하고 모두와 쉽게 친해지고 어디를 가나 사랑받는 남자. 자신이 원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얻은 남자. 모두의 눈에 흡족하게 비쳐질 남자. 무난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남자.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게 될 남자. 모든 것이 정상인 남자.

 

 

“ 아니, 미하일은 왜 안와? ”

 

“ 공연 때문에 피곤한 것 같던데. 그냥 자라고 했어. 어차피 걔한테는 그림의 떡이잖아. ”

 

“ 불쌍한 친구 같으니, 보드카와 캐비아를 놔두고 자러 갔다고? 이건 다 발레학교가 애들을 어릴 때부터 너무 잡았기 때문이야. 맞지, 지나샤? ”

 

“ 학교가 우릴 잡아댄 건 맞는데 바보는 그런 게 별로 안 통했어. 술만 못 마시는 거지 부릴 수 있는 말썽은 다 부렸으니까 전혀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

 

 

카라바노프가 염원하던 스톨리츠나야의 마개를 땄을 때 미샤가 부엌으로 나왔다. 지나이다 옆에 앉더니 꽤 묵직해 보이는 종이 상자를 열어 빈 접시 위에 초콜릿 트러플과 조그만 커스터드 슈, 금박지로 포장된 캐러멜과 투명하게 꿀이 입혀진 아몬드 캔디를 주르르 쏟아놓았다.

 

 

“ 오, 이 끔찍한 것들은 뭐야, 어디서 가져온 거야! ”

 

 

지나이다가 비명을 질렀다. 정말 끔찍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았다. 에메랄드빛 두 눈에 반짝거리는 광채가 일었다.

 

 

“ 어제 마이야 필리포브나가 주고 갔는데 깜박 잊고 있었어. ”

 

“ 그럼 진짜 브뤼셀에서 가져온 거겠네. 지극정성이다, 그 여자. 막상 바보는 이런 거 먹지도 않는데. ”

 

“ 마이야 필리포브나가 누군데요? ”

 

“ 있어요, 바보 추종자 중 하나. 쉰 살도 넘었을걸요. 무슨 인민 영웅 미망인인데 돈도 많고 엄청 잘난 척해요. ”

 

“ 그렇게 말하면 마이야가 상처받을 거야. 마흔다섯 살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이거 너한테 주라고 한 거야, 내가 안 먹는 건 알거든. ”

 

“ 독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네. 그 아줌마가 전에 나한테 여우같은 년이라고 했는데. 바보한테 꼬리친다고. ”

 

“ 결혼 소식 듣고 아주 좋아했으니까 독 같은 건 안 들었을 거야. 정 의심되면 마르크와 트로이에게 하나씩 먼저 먹여. ”

 

“ 자기가 먹는다는 얘긴 끝까지 안하네. ”

 

 

달콤한 초콜릿과 캔디들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카라바노프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 손가락을 부딪쳐 소리를 내더니 직접 잔들을 끌어당겨 보드카를 따랐다. 지나이다의 잔에는 와인을 넘치도록 부어준 후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 미인을 위해! ”

 

 

다들 건배를 하고 술을 들이켰다. 지나이다는 한 모금 밖에 마시지 않았다. 모든 관심이 마이야의 초콜릿들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독 운운하더니 초콜릿 트러플을 두 개나 집어 조그만 입 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이미 행복해진 카라바노프가 두 번째 잔을 따랐고 상투적인 구호대로 건강을 위해 건배했다.

 

 

미샤는 첫 잔은 단숨에 비웠지만 두 번째 잔은 기침을 하면서 몇 모금으로 나눠 마셨다. 첫 잔부터 눈물이 순식간에 차올라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보니 카라바노프의 스톨리츠나야는 순도 높은 진짜 보드카가 분명했다. 카라바노프는 미샤가 잔을 다 비울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가 강의실에서 학생을 격려하듯 쾌활하게 말했다.

 

 

“ 이번 거 한 잔만 더 받아. 자기를 위한 건배는 받아야지. 미하일을 위해! 최단시간 내에 인민예술가가 되기를! ”

 

 

트로이는 미샤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기원의 말이 어쩐지 귀에 익었기 때문이다. 이콘 후광 같은 머리와 채찍 같은 몸. 루뱐카에서 그자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지.

 

 

 

그는 당이 내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어. 오전의 만남은 자기들과 나 양측에 모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했지. 가능하면 볼쇼이에서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인민예술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았어.

 

 

 

다행히 미샤는 그 끔찍했던 말을 기억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냥 웃었고 잔을 들어올렸다. 지나이다가 한 손을 그의 머리칼 사이로 집어넣어 부드럽게 헝클어뜨렸다.

 

 

“ 천천히 마시고 가서 자, 멍청이. ”

 

 

“ 이제 더 이상 신경써주지 않는구나, 멍청이로 바뀐 걸 보니. ”

 

 

“ 아직 문법이 제대로인 걸 보니 덜 취했네. ”

 

 

“ 취해도 제대로 말할 수 있어. ”

 

 

 

하지만 미샤는 세 번째 잔을 비우지 못했다. 절반 정도 마셨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나이다의 뺨에 키스를 하고 부엌을 나갔다. 심하게 비틀거리며 식탁과 벽에 부딪치는 것을 보니 이미 꽤 취한 것 같았다. 카라바노프가 재빨리 일어나 뒤따라갔다. 트로이는 희미한 질투심을 느꼈지만 지나이다와 카라바노프가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애의 팔을 끼고 침실로 데려갈 자신이 없었으므로 그게 낫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들은 한 시간 정도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기하는 쪽은 주로 카라바노프였다. 지나이다는 미샤가 가져다 준 초콜릿과 캔디들 때문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약혼자의 어깨에 기대어 가끔 대화를 거들었다. 카라바노프가 베라에 대한 화제를 꺼내자 지나이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 루빈슈테인 병원 의사? 데이트해요? ”

 

“ 그냥 친구예요. 가끔 만나요. ”

 

“ 남녀 사이에 그냥 친구가 어디 있어. 그렇게 얘기하면 베로츠카가 분명히 섭섭해 할걸. ”

 

“ 인사도 안 했으면서 벌써 베로츠카라니. 정말 넉살이 좋네. ”

 

“ 친구가 만나는 여자라면 애칭으로 불러도 괜찮아. 미하일도 여자 친구를 좀 보여주면 좋을 텐데. 자넨 만나봤지? 궁금해 죽겠네, 어떤 여잔지. 지나랑 다른 타입이라고 했잖아. ”

 

 

트로이는 제멋대로 둘러댔던 말을 카라바노프가 기억하고 있다는데 놀랐고 더듬대며 대꾸했다.

 

 

“ 아... 나도 못 봤어. 미샤는 그런 얘긴 잘 안 해. ”

 

“ 음, 분명히 눈이 새파란 금발 미녀일 거야, 좀 얼음공주 같은 스타일의... 그래야 지나랑 다른 타입이 되지. ”

 

 

지나이다가 입술을 푸르르 떨면서 카라바노프의 입에 캐비아를 얹은 흑빵을 밀어 넣었다.

 

 

“ 왜 100킬로 쯤 나가는 갈색머리 연상녀라고는 생각 못해? 온 세상에 나랑 다른 타입들이 널렸는데. ”

 

“ 그 다른 타입이란 표현에도 숨겨진 조건들이 있는 거야. 적어도 당신만큼 예뻐야 한다든가. 미하일은 일단 자기가 너무 잘났어. 그러니까 여자도 엄청 까다롭게 고를 거야. ”

 

“ 그 바보는 고르지도 않아. 지금까지 사람 마음을 제대로 받아준 적도 없을 걸. 누굴 사귄다니 믿을 수 없어. 그런 걸 할 줄 알았으면 바보라고 불렀겠어? 그 멍청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왜 질투하는지, 왜 울고 괴로워하는지 이해해본 적도 없을 거야. ”

 

“ 아니, 정말 자기 파트너를 너무 가혹하게 깎아내리는 거 아냐? 여태까지 내가 만난 젊은이들 중에 제일 괜찮은 친군데. 다 갖췄잖아, 잘나고 실력도 좋고 착하기까지 한데. 당신 말은 다 들어주고. ”

 

“ 그 중 하나라도 안 갖췄으면 훨씬 나았을 거야. ”

 

 

지나이다는 갑자기 입맛이 떨어진 듯 초콜릿 접시를 한쪽으로 밀어놓더니 트로이나 카라바노프에게 청하지도 않고 자신의 빈 와인 잔에 보드카를 약간 따라 한 입에 마셔버렸다.

 

 

“ 학교 다닐 때 여학생들 연애편지에 답장 안 해 줬다고 사람 마음을 제대로 받아준 적 없다고 판단하면 안 되지. 나도 학생 때 맘에 안 드는 여자애가 고백한 거 거절한 적이... ”

 

“ 니넬이 그런 얘기 안 해? 정신 나간 팬 하나가 학교로 찾아와서 바보 파트너를 가위로 찌르려고 했다는 얘기. ”

 

“ 기억나, 사귀는 줄 알고 그랬다고. 그 여자 이름이 뭐였더라. ”

 

“ 마루샤. ”

 

 

트로이가 니넬의 이야기를 기억해내며 끼어들었다. 지나이다는 트로이 쪽을 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 미친 여자애는 끌려 나갔고 마루샤는 살짝 긁히기만 했지만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어요. 마루샤는 학기 마치고 일반 학교로 전학 갔어요. 다들 그 사건 때문에 충격 받아서 춤을 그만둔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죠. 이건 아무도 모르는 얘기예요. 양호실로 그 바보가 문병을 갔는데 마루샤가 고백을 했어요. 무대를 하나 차려도 될 정도로 열렬하게. 가위에 찔려 죽어도 좋다고, 정말 너와 사귀다 그런 거라면 상관없다고. ”

 

아니, 오글거리는 게 진짜 무대 위에서 하는 말 같네. 사춘기라서 그런가? ”

 

“ 그럼 학교에서 매일 배우고 춤추는 게 왕자랑 공주의 로맨스에 온갖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레퍼토리들뿐인데 제정신인 애들이 얼마나 있었겠어? 여자애들만 그런 것도 아냐. 다들 꿈이랑 현실을 구분 못했어. 극장에도 아직 그런 사람들 많아. 근데 미샤는 안 그랬어. 꿈같은 로맨스 따윈 믿지도 않았고 다른 애들의 환상을 받아주지도 않았어. 그 자리에서 마루샤를 거절했는데 그 불쌍한 여자애가 너무 상심해서 걔가 보는 앞에서 창밖으로 뛰어내렸어. ”

 

“ 뛰어내려? 장난이 아닌데! 전학 갔다고 했으니 다행히 무사했나보네. ”

 

“ 겨우 2층이었는걸. 마루샤야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일단 뛰어내린 거고. 하나도 안 다쳤어. 미샤가 걜 안고 다시 양호실로 데려왔는데 그때 마루샤가 완전히 맛이 갔지. 울면서 자기가 뛰어내릴 때 안 잡아줬다고, 분명히 옥상에서 뛰어내렸어도 가만 놔뒀을 거라고 소리를 질렀어. ”

 

“ 불쌍한 미하일, 난 그 친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를 울고불고 한다고 받아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 ”

 

 

“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

 

 

트로이는 레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흑해에 함께 갔던 소녀, 작은 인어 같던 레나. 그 애도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지나이다는 한숨을 조그맣게 내쉬더니 약혼자 대신 트로이 쪽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 미샤가 달래주려고 가까이 갔는데 그때 마루샤가 베개 밑에서 재봉 가위를 꺼내서 걜 찔렀어요. 진짜로 찔렀어요, 그 팬 계집애가 슬쩍 긁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바보가 그때 조금만 늦게 피했으면 가슴에 박혔을 걸요. ”

 

 

카라바노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트로이와 자신의 잔에 보드카를 철철 따르며 중얼거렸다.

 

 

“ 아니, 그렇게 끔찍한 얘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토슈즈를 신고 드레스를 나풀거리는 귀여운 여학생이 그렇게 무서운 짓을! 전혀 낭만적이지 않잖아! ”

 

“ 왜, 아주 낭만적이지. 역시 당신은 아직 발레를 잘 몰라. 지젤만 해도 버림받으니까 미쳐서 심장도 터져 죽고... 라 바야데르도 연적을 독사를 풀어 제거하는걸. 내 무대 제대로 안 봤지? ”

 

“ 그래서, 미하일은 무사했어? ”

 

“ 뭐 안 죽었으니까 무사했다고 해야 하나. 팔로 막았는데 꽤 많이 베었지. 내가 마루샤 떼어놓지 않았으면 완전히 난도질당했을 걸. 공포 영화가 따로 없었지. ”

 

“ 당신은 어떻게? ”

 

“ 그때 몸살이 나서 양호실에 누워 있었거든. 제일 안쪽 침대에 있어서 걔네가 날 못 봤었어. 있는 줄 알았어도 똑같았겠지만. 그래서 유일한 목격자가 된 거야. 미샤가 아무한테도 얘기 못하게 했거든. ”

 

“ 왜? 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났는데도? ”

 

“ 몰라. 귀찮아서 그랬겠지. 위에 불려가는 걸 제일 싫어했으니까. ”

 

“ 마루샤가 퇴학당할까봐 그랬을지도 모르죠. ”

 

“ 글쎄요, 귀찮아서 그런 거였으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사람 마음을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걱정해주는 건 더 나쁘니까. 걘 그걸 이해 못해요. 아마 지금도 모를 걸요. ”

 

 

트로이는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아마 지나이다는 그가 이해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 그래서, 지나샤, 어떻게 됐어? 아가씨는 진정했어? ”

 

“ 절대 진정 안하지. 사춘기 여자앤데. 뭐 내가 재우긴 했어. 따귀 두어 대 갈긴 다음에 보드카를 우유컵에 가득 채워 먹였거든. 바보는 캐비닛에서 약이랑 붕대 꺼내서 자기 혼자 치료하고. ”

 

“ 그땐 둘이 같이 추기 전이었나요? ”

 

“ 그때까진 그랬죠. 며칠 후에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가 우릴 파트너로 엮었어요. ”

 

 

지나이다는 접시 위에 쌓여 있는 초콜릿과 캔디들을 바라보며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 난 걔랑 같이 추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일을 목격하고서 파트너가 되고 싶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운 나쁘면 광팬한테 습격당할 거고 더 나쁘면 나도 마루샤처럼 그 바보한테 빠졌다가 돌아버릴까 봐 겁났어요. 아니, 당신 그런 생각하지 마. 같이 해보니까 저게 완전히 바보란 걸 알게 돼서 반할 일이 눈곱만큼도 없었으니까. ”

 

“ 아니, 뭐... 내가 무슨 그런 생각을 했다고. 설사 그랬다 해도 어릴 때야 다들 짝꿍에게 반하니까 난 이해해. ”

 

 

지나이다는 약혼자의 살짝 질투어린 시선을 무시했다. 그녀는 트로이를 향해 나직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 난 걔한테 그대로 얘기했어요. ‘너랑 같이 추기 싫어, 마루샤처럼 되고 싶지 않아.’ 라고. 그러니까 그 바보가 자기는 나와 같이 추고 싶다는 거예요. 전부터 그랬다나.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어요. 지금도 그대로 기억나요. ‘여자애들 중에서 네가 가장 뛰어나. 무대를 어떻게 쓰는지 알지. 절대음감은 아니지만 음악도 잘 따라가고. 절대 겁먹지도 않잖아.’ 근데 난 그 말에 또 발끈해서 ‘절대음감이 아니라는 건 뭐야, 그럼 넌 그렇다는 거야?’ 라고 화를 냈어요. 그러니까 그 건방진 게 자기는 그렇다는 거예요! ”

 

 

카라바노프가 아는 척하면서 끼어들었다.

 

 

“ 그 절대음감이라는 게 진짜 존재하긴 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

 

“ 아, 바보가 거기 아주 가깝긴 해. 뭐든지 한번 들으면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연주할 수 있어. 악보도 그려줄 수 있고. 지금 이 잔 부딪치는 소리도 무슨 음인지 정확히 잡아줄 수 있을 걸. 근데 자기 입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 정말 재수 없잖아. 그래서 내가 그랬지, 너 갈수록 건방지고 재수 없어진다고. 우린 1학년 때부터 같이 수업 들어서 친하긴 했지만 파트너로 춰본 적은 없었거든. 걘 나보다 훨씬 빨리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 반으로 옮겼으니까. 어쨌든 걔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묻더라고, ‘나랑 추는 게 싫은 이유가 건방지고 재수 없어서야? 그게 그렇게 중요해?’ 라고. 근데 그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그렇게 출 수 있는 애는 학교에 걔 하나 밖에 없는데. 선배들도 그렇게 추진 못했어. 극장에는 너 같은 게 널렸을 테니 지금에나 실컷 잘난 척하라고 해주긴 했지만 사실 그때도 알았어. 극장에 와도 그 바보처럼 추는 사람은 없으리란 거. 그래서 그냥 같이 추기 시작한 거야. ”

 

“ 전혀 로맨스는 없었던 거야? ”

 

“ 없었다니까. 저 바보가 춤이라도 잘 춰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지금까지 멀쩡하게 걸어 다니지도 못했을걸. 주변에 마루샤 같은 추종자들이 한둘이어야지. 바보는 지금도 마루샤가 왜 자기한테 그렇게 굴었는지 이해 못 할 거야. ”

 

 

지나이다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몸이 결리는지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길게 뻗으며 유연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 이제 그만 마셔, 마르크. 벌써 한 시가 다 돼 가는데 저 가방들은 옮겨놔야지. 나 내일도 오전에 리허설 있어. ”

 

“ 그럼 얼른 자. 내가 지금 차로 옮길게. ”

 

“ 당신도 바보라고 불리고 싶어? 보드카를 그렇게 바닥내놓고 차를 몰 생각을 하다니! 운전은 내가 할 테니까 짐이나 옮겨. ”

 

 

여왕에게 복종하는 신하처럼 카라바노프가 절을 하면서 거실에 내놓았던 트렁크들을 가지러 갔다. 지나이다가 트로이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 자고 가요, 많이 늦었는데. 마르크만큼 마셨잖아요. 버스도 이제 없고. ”

 

“ 괜찮아요, 걸어가도 30분 정도 밖에 안 걸려요. ”

 

“ 미샤 옆방에도 침대 있어요. 2층 침실도.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가 돌아간 후로 그 방 비어 있거든요. ”

 

 

그녀는 거실 쪽을 힐끗 보더니 목소리를 낮춰서 속삭였다.

 

 

“ 저 바보를 혼자 두고 나가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남아주면 좋겠어요. ”

 

 

트로이는 그녀의 녹색 눈과 단정하게 다물어진 입술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 단호하고 명쾌한 여왕 같은 모습 너머로 병원 복도에 엎드려 울부짖던 고통스러운 얼굴이 겹쳐져 보였다. 자기도 모르게 그는 조용히 물었다.

 

 

“ 전에도 그런 적 있었어요? ”

 

“ 뭐가요? 마루샤? ”

 

“ 아니, 유럽 호텔. ”

 

“ 바보가 얘기 안하는 걸 내가 얘기할 필요는 없죠. ”

 

“ 당신에겐 아무 얘기 안 해요? ”

 

“ 무슨 얘기? ”

 

“ 왜 그랬다든지... ”

 

“ 절대. 바보라고 했잖아요. 난 농담한 게 아니에요, 춤이라도 잘 춰서 다행이에요. 쟤한텐 그것 하나 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자기 춤을 안 믿어요. 그냥 믿으면 되는데. 아무 것도 안 믿어요. 멍청이. 파리에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런던에라도... ”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마지막 말을 내뱉고는 창백해지면서 입을 막았다.

 

 

“ 아, 잊어버려요. 취했나봐. ”

 

“ 미샤가 로쉬 얘길 했나보죠? ”

 

 

지나이다가 웃었다. 그 매끄럽고 완벽하며 아름다운 얼굴에 갑작스럽게 주름이 지면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아뇨, 걔가 그런 말을 파트너에게 감히 어떻게 하겠어요. 우린 그런 말 절대 안 해요. 내가 디나에게 걔 방 열쇠를 줬어요. 난 디나가 걜 자기들 쪽으로 데려가길 바랐죠. 이제 지금 했던 말 다 잊어요. 편하게 자고 가세요, 내일 아침 열 시까지 바보가 안 일어나면 꼭 깨워주세요. 감독 면담에 가야 할 테니까. ”

 

 

그녀는 트로이의 어깨를 잡아당겨 고개를 낮추게 한 후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약혼자와 함께 아파트를 나갔다.

 

 

 

..

 

 

 

마루샤에 대해 미샤와 지나의 후배 니넬이 늘어놓은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842

 

 

파리의 프리마 발레리나 디나 로쉬와 미샤의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040

 

 

마루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트로이가 떠올린 레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389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최근 다큐 필름 댄서 (the dancer)와 take me to church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해져서 그런지 내 블로그에도 세르게이 폴루닌으로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자주 있다.

 

그런데 좀 미안하게도 사실 내 dance 폴더는 거의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들로 채워져 있는데다 폴루닌 사진은 몇장 없고, 그나마도 올릴 때마다 '멋있긴 한데 뭔가 화보용이나 연예인 같고 poser에 무용수 자체로서는 그렇게까진 내 취향 아님'이란 말을 써놔서 ㅠㅠ (사실 내가 폴루닌 사진들이나 영상을 이따금 모은 것은 이 사람의 외모가 어딘가 내가 옛날에 좋아했던 파루흐 루지마토프를 연상시켜서...)

 

하여튼 그래서 속죄(ㅎㅎ)하는 마음으로 세르게이 폴루닌의 최근 멋진 화보 몇 장.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잡지인 사바까.루(sobaka.ru에서 인터뷰와 함께 찍은 패션화보이다.

 

 

 

 

광대뼈에 써놓은 글자는 러시아어로 '평화'와 '세계'를 동시에 의미하는 '미르'

 

 

 

 

 

 

 

 

하지만 결국 여기는 슈클랴로프 사랑으로 가득찬 곳이므로 기승전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백스테이지, 무대 등에서 찍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몇 장. 

 

 

 

 

이건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해적 2인무 갈라 추는 중

 

 

 

 

멋있는 알리 :)

 

하지만 아무리 봐도 무대 위의 이 사람은 알리보다는 솔로르가 더 잘 어울린다. 알리도 어울리긴 한다만 알리는 연기할 게 별로 없어서 그런지 솔로르가 훨씬 몸에 잘 맞는 느낌이다.

 

 

 

 

청동기사상. 사진은 alex gouliev

 

이 무대 정말 좋았다. 작년 여름에 이 사람이 추는 이 무대 보고 눈물 쏟음 ㅠㅠ

 

 

 

 

청동기사상 한컷 더. 사진은 역시 alex gouliev

 

 

 

기승전 슈클랴로프로 끝내려 했으나 좀 찔려서... 마지막은 아르춈 옵차렌코 사진 한장. 볼쇼이 극장.

 

 

:
Posted by liontamer
2017. 4. 23. 09:39

일요일 아침 출근하면서 tasty and happy2017. 4. 23. 09:39




9시에 나오긴 했는데 잠 설쳐서 너무 졸리고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야 일을 하므로 스타벅스 들러 진하게 우린 차와 빵과 과일 먹고 있음. 얼른 먹고 사무실 가야지..


아흑 침대로 도로 들어가고파...


..


마음의 위안을 위해 귀여움과 멋짐 하나씩.





귀여움 1!!!






멋짐 1!!!

내가 귀여워라 하는 마린스키 무용수 알렉세이 티모페예프 :)

:
Posted by liontamer
2017. 3. 5. 20:01

모스크바에 있는 것들, 오직 불길 about writing2017. 3. 5. 20:01






아래 글은 체포된 후 약물 고문으로 피폐해진 미샤가 수용소 클리닉에서 절친한 사이인 스타니슬라프 일린과 면회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예전에 이 소설 일부들을 여러번 발췌해 올렸었다.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샤와 일린의 면회는 마지막 3부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모스크바 토박이이자 그 도시의 대표 극장인 볼쇼이 극장에서 무용수 노릇을 하다 안무가가 된 일린과 레닌그라드(지금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토박이이며 역시 그곳 대표 극장인 키로프(지금의 마린스키)의 간판 무용수였던 미샤의 대화이기도 하다.



벨스키와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모두 미샤를 후원하던 공산당 고위 간부이다. 전자는 미샤를 수용소에서 빼내 가브릴로프로 보내는 인물이고 후자는 오랫동안 미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




미샤와 일린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볼쇼이, 트레치야코프, 므하트, 아르바트는 모두 모스크바의 명소들이다. 볼쇼이는 다들 아는 그 볼쇼이 극장, 트레치야코프는 미술관 이름이고(여기에 브루벨의 백조공주가 있다) 므하트는 모스크바 예술극장(Московский Художественный Академический Театр)의 약자이다. 유명한 스타니슬라프스키가 창립한 극장이다. 아르바트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유명한 젊음의 거리이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그는 병을 집어 남은 물을 한 모금 마셨지만 전부 삼키지는 못했다. 바닥에 반쯤 뱉어버렸다. 에어컨을 꺼 주자 한기가 덜한 듯 목과 어깨에 둘렀던 스카프를 풀었다. 아니면 더워서 그랬던 건지도 몰랐다. 열 때문에 추웠다 더웠다 하는 것 같았다. 눈의 광채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몇 초 사이에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에 나는 소파로 가서 그 애의 머리와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 여기 의사들도 알아? ”


 
 “ 뭘? ”


 
 “ 아무 약이나 주면 안 되는 거. ”
 


 “ 아는 것 같아. ”


 
 “ 다 말해. 그 올가란 여자에게. 아픈 데 있으면 전부. 약 먹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데 있으면 무조건 얘기하고. 고집 부리지 마. 벨스키에게 들었어, 회복돼야 내보내준다고 했어. ”
 


 “ 친절한 분이시군, 조건을 하나만 걸어놓으신 것처럼 얘기하시다니. ”
 


 “ 가브릴로프 얘기도 들었어. ”
 


 “ 아. 그건 조건이 아니고 벨스키가 결정해놓은 거야. 그 사람은 가을부터 극장이 제대로 돌아가기를 바라지. 벌써 내년 행사 미션까지 줬어. 거기 가 봤어? ”
 


“  아니. 전에 이그나트가 가봤다고 했어. 좋았다고 했어, 한적하고 공기도 좋고. 온천도 있을지도 몰라. 회복하기엔 좋을 거야. 좀 쉰다고 생각해. 곧 돌아올 수 있을 거야. ”
 


 “ 어디로? ”


 
 “ 글쎄. 모스크바는 아직도 싫어? ”


 
 “ 거긴 충분히 있었어. ”


 
 “ 겨우 일 년 있었으면서. 모스크바도 좋은데. ”


 
 “ 그건 네가 거기서 태어났으니까 그렇지. ”


 
 “ 그럼 넌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서 거길 좋아하는 거야? 정말 간단한 이유네. ”


 
 “ 그럴지도. ”


 


 미샤의 창백한 얼굴에 잠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대답하지 않아도 알았다. 그 고집쟁이, 언제나 한결같고 견고한 마음을 가진 그 애가 사랑하는 도시, 돌아가고 싶은 유일한 도시가 거기 있다는 것을. 그 애를 파리에 남지 못하게 했던 유일한 이유. 물과 돌의 도시, 아무런 지지대도 없이 안개를 딛고 세워진 도시, 네바 강과 발트 해, 그림자와 습기 사이에서 부유하는 도시, 환영으로 축조된 도시.


 
 그 애가 레닌그라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벨스키가 어떤 식으로 반대파들을 요리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높은 분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을 테니까. 그는 미샤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수용소에서 풀려날 거라고, 하지만 재판 결과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레닌그라드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한동안 연금될 거라고 말했다. 그건 추방 조치나 다름없었다. 그가 미샤를 구해준 것은 맞다, 아마 다른 의원들 몇몇이 힘을 실어줬을 것이다. 그 애의 오래된 후원자들.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의 권력자들. 
 


 그러나 아무리 벨스키와 스비제르스키, 그 외의 많은 의원들이 미샤를 강력하게 후원했다 해도 해외에서 그토록 격렬한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 애를 구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자들에게 있어 일개 예술가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하잘것없는 대상일 뿐.
 


 미샤가 옳았다. 장식품, 애완견, 샴페인, 캐비아. 사실 그런 문제에 있어서 미샤는 언제나 옳았다. 그 애가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를 몸서리치게 싫어하고 증오했던 것처럼.
 




 벨스키의 전화를 받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내 마음 속을 꽉 채웠던 것은 미샤의 상태에 대한 걱정도, 그 애의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도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그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에 대한 분노였다. 스비제르스키는 그 애가 체포되어 그 불공정하고 더러운 재판을 받도록, 가혹하게 과장된 죄목들을 뒤집어쓰도록, 그 끔찍한 정신병자 수용소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자가 정말 원하기만 했다면 애초부터 그런 재판을 받지 않도록 손을 썼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자는 아직도 KGB와 사법부 쪽으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높으신 분, 정치국 위원, 무소불위의 권력자 의원께서는 고개를 돌렸고 그럼으로써 그놈들이 마음 놓고 더러운 짓을 할 수 있도록 묵인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자의 묵인이 없었다면 그 애에게 그 정도로 심한 판결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벨스키도, 다른 의원들과 간부들도, 아니, 그 애의 모든 동료들, 심지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비겁하게 행동했다. 모두가 등을 돌렸고 손을 씻었다. 우리는 뒤늦게 일어났을 뿐이었다. 벨스키가 그 애를 위해 노력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파리 시위가 없었다면, 그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해외에서 그토록 지속적이고 격렬한 소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역시 계속해서 침묵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비겁자들이었다. 그러나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사악하고 더러운 인간, 모든 비겁자들보다 더 지저분하고 더 비열한 인간이었다.




 
 한때 나는 그자가 그토록 오랫동안 미샤를 놔주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 애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랜 적이 있었다. 그 잔혹하고 더러운 학살자 역시 인간이며 내부에는 부드러운 심장이 뛰고 있어서 비밀스러운 애정을 품을 수도 있을 거라고.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심기가 불편하고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미샤는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스비제르스키와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안다는 것은 눈치 채고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 자존심 강한 애는 충분히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그 애가 스비제르스키의 호출에서 돌아온 직후 모스크바 강을 따라 뛰고 또 뛰는 것을 보았고 창가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말 한 마디 없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을, 가끔은 거울을 주먹으로 치고 또 쳐서 유리 파편이 박히고 피를 흘리는 것을, 또 언젠가는 욕조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나오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럴 때면 그 애는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춤조차 추고 싶어 하지 않았다.
 




 두 번, 나는 그 애를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내 몰래 병원으로 데려갔다. 지난 5년 동안 두 번. 한 번은 페이퍼 나이프를 썼고 다른 한 번은 스카프를 썼다. 그 애가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여러 번. 그게 스비제르스키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더러운 이름이 그 애를 떠밀고 계속해서 길을 잃게 만드는 어둠 속에 존재하는 괴물 중 하나라는 건 알았다. 그자들이 계속해서 그런 짓을 했다. 재판과 판결, 수용소와 고문이 있기 전부터 당과 국가와 체제, 영광과 명예와 의무, 복종이라는 이름으로 그 애의 심신을 산란하게 하고 고통을 가하고 자꾸만 넘어지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건 견딜 수 있을만한 압력, 그저 눈을 돌리고 넘어갈 수 있을만한 더러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라면 그랬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미샤는 그만큼 무심하고 평온한 심장을 가진 애가 아니었다. 그 침착하고 서늘한 태도, 흐트러지지 않는 또렷한 눈빛 너머로는 오직 불길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불을, 그 뜨겁고 격렬하게 타오르는 불을 단숨에 꺼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공포에 떨었다.



 
 아마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도 거기 있었을 것이다. 그 애를 넘어지게 하고 마침내 불을 꺼버리는 그 끔찍한 행렬 맨 앞에 있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자기 것으로 삼고 착취하고 더러운 짓을 하면서. 그런데도 그자는 모른 척했다. 그 애를 자기 수하의 사냥개들에게 그대로 던져주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그 음습했던 욕망이 마침내 꺼져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건 비열한 짓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혹은 그런 낭만적인 가장조차 없이 누군가를 지배하고 끊임없는 고통을 가하고 마침내 파괴하고 쓰레기처럼 내버리는 행위보다 더 사악하고 더러운 짓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내가 그자를 그토록 증오하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미샤를 고발하고 억지 혐의를 씌워 수용소로 보낸 자들보다도, 그 애를 고문하고 거의 죽일 뻔 하고 이런 상태로 만들어놓은 자들보다도 더 증오했다.
 



 
 미샤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지? 모스크바 싫다고 해서 그래? ”

 
“ 모스크바도 좀 좋아해줘. 안 그러면 섭섭할 거야. ”

 
“ 좋아할 이유를 좀 대봐. ”


 
“ 볼쇼이. ”


 
“ 그리고? ”


 
“ 트레치야코프. ”


 
“ 이제 므하트라고 할 거지? ”

 
“ 안 통하는군. 그럼 아르바트. ”


 
“ 그 동네 요즘 재미없어졌어. ”

 
“ 나. ”

 
“ 넌 안 떠날 거야? 끝까지 모스크바에 남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

 
“ 그래. ”

 
“ 그럼 모스크바도 나쁘지 않아. ”



미샤가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그리고는 내게 기댔던 몸을 떼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








맨 위의 사진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그리고 이 사진은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를 배경으로 찍은 페테르부르크 사진. 당시의 레닌그라드.



..



'장식품, 애완견, 샴페인, 캐비아'라는 표현은 앞부분에서 일린이 미샤와의 대화를 회상할때 나온 것이다. 전에 이 부분에 대해 올린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468



..



사실 이 에피소드의 뒷부분 일부는 예전에 이미 올린 적이 있다. '견딜 수 있을만한 압력, 넘어갈 수 있을만한 더러움'에 대한 문단이다. 이 소설을 쓰는 내내 나는 두어가지 주제에 사로잡혀 있었다. 쓰는 순간만 하더라도 저 부분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았다.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다 쓰고 난 후, 그리고 그 이후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내내 나는 저 부분을 떠올렸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전에 저 부분에 대해 했던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341, http://tveye.tistory.com/2508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간만에 등장하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번주에 오랜만에 마린스키 가서 청동기사상의 예브게니를 춘다. 그리고 3월 중순엔 런던의 발레 뤼스 기념공연에서 무려 페트루슈카의 모놀로그를 춘다! 새로운 안무인 모양이다.


아아... 그 페트루슈카의 모놀로그에 대해선 나도 몇년 전에 본편에서 썼는데 ㅠㅠ 그때 나는 등장하는 안무가로 하여금 페트루슈카를 재안무해 주인공에게 추게 만들었는데(심지어 그때 본편의 미샤 역시 런던의 어떤 페스티벌에서 이 춤을 췄다) 이번에 슈클랴로프가 딱 그런 식으로 런던에서 춘다니 신기하다.

(* 그 페트루슈카 관련 에피소드 일부를 발췌해 올렸던 적도 있다. 여기 : http://tveye.tistory.com/5178)



이것이 바로 현실과 허구가 만나는 지점인 것 같다. 사실 페트루슈카의 재해석이라면 안무가나 남성 무용수들이 욕심낼 수밖에 없는 캐릭터가 아닌가...



위의 사진은 물론 페트루슈카는 아니고, 발레 101 추는 슈클랴로프 사진 + 내가 그린 스케치 :) 이 사람 무대는 작년에 마린스키에서 청동기사상과 지젤 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바이에른으로 가버린 후에는 이 사람 무대를 보지 못했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잘 모르겠다... 부디 페트루슈카 모놀로그는 영상으로라도 올라왔으면 좋겠다. 최근 이 사람이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했는데 거기 공연 일정이 좀 나와 있으니 휴가 때 참고를 해보고 싶다만... 내 맘대로 되지야 않겠지 ㅜ



** 이전에 마린스키에서 포킨 오리지널 안무의 페트루슈카 보고 남긴 짧은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686, http://tveye.tistory.com/3515



:
Posted by liontamer
2017. 1. 8. 19:43

일요일 밤 발레 화보 몇 장 dance2017. 1. 8. 19:43



블라지미르 말라호프, 나디아 사이다코바. "레다와 백조"

어제인가가 말라호프 생일이었다고 함.

말라호프는 내가 좋아했던 무용수인데 춤 자체보다는 육체적 특성과 매력이 넘쳐서 좋아했다.






나의 첫사랑 무용수. 예브게니 이반첸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마린스키 최고의 파트너이자 왕자님이다. 이 사람이 언젠가 떠나면 사실 딱 그런 역할에 어울리는 '왕자 파트너'가 마린스키에서도 귀해지니 참 아쉽다.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라이몬다.

흑, 발로쟈.. 마린스키에도 자주 와주렴


송년 밤 공연과 1.2 공연으로 마린스키 호두까기 나왔는데 나도 이 사람 마린스키 무대 다시 무지 보고팠다..





소년의 꿈이 이루어짐.

바이에른. 얼마전 드디어 어린시절 꿈인 스파르타쿠스로 데뷔한 슈클랴로프. 사실 이 사람 신체조건이 별로 마초나 근육질 검투사 같지 않아서 마린스키에서도 스파르타쿠스는 못 얻었고 나 역시 '노예 반란자보단 포로 왕자 같아' 란 생각이었지만 공연을 본 관객들 평은 꽤 좋았다. 훌륭한 춤과 연기였다고 함.


아아 나도 보고파 발로쟈 흑.. 짧은 영상 클립 두어개밖에 못봄. 뮌헨 관객들이여, 제발 마린스키 팬들처럼 영상 좀 올려다오 ㅠㅠ


오히려 크라수스 역할의 폴루닌이 폼만 잡고 참 별로였다는데.. 뭐 폴루닌이야 원래 poser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기대 없었고 그냥 크라수스 스타일로 으쓱대는 건 어울릴듯. 연기랑 춤은 슈클랴로프가 다 하면 되지 뭐 ㅠㅠ


(근데 난 저 최후 사진을 봐도.. 슈클랴로프의 숨진 스파르타쿠스는 반란노예라기보단 고결하게 희생된 포로 왕자처럼 보여.. 다 외모 탓이다. 수염 안 깎고 나와도 그러네)



​​




흠잡을 데 없이 멋져보이는 이 스파르타쿠스 화보의 주인공은 안드리스 리에파. 옛날에 참 멋있었는데 확실히 무용수들도 나이들고 무대를 떠나고 감독이나 안무 쪽으로 가면 살이 붙는다. 그래서 요즘 리에파 모습이 담긴 사진 보면 세월이 좀 무상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건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라 실피드. 왼편 제임스 역은 연기는 별로지만 외모와 포즈가 뛰어난 빅토르 레베제프. 이제 연기 좀 늘었으려나 ㅠㅠ (잊을수 없어 너의 그 나무토막 같던 솔로르... ㅠㅠ)

:
Posted by liontamer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겐 오랫동안 쓰지 않고 묻어두었던 여러 소재와 인물들이 있었다. 다시 글을 쓰려고 기억을 되살려내고 노트에 메모를 시작했던 순간만 해도 내가 페테르부르크와 미샤에게 되돌아가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거의 당연한 듯, 혹은 마법처럼 그들이 나를 불렀다. 나는 이전에 구상했던 여러가지 플롯들과 소재들을 쭉 적어나가다 자신도 모르게 미샤의 간단한 연혁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왔다. 혹은, 페테르부르크가 되살아났다.


두세달 쯤 후 나는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다. 약 2년 반만에. 그리고 겨울이 아닌 페테르부르크에 다시 간 것은 5년만이었다. 그때 내가 그곳으로 간 것은 글을 다시 쓰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도시를 무척 많이 돌아다녔다. 내게 친숙했던 장소와 7~80년대 레닌그라드의 미샤가 돌아다녔을법한 장소들을 이곳저곳 쏘다녔다. 그것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후 나는 매년 그 도시로 갔다. 운이 좋을땐 일년에 두번, 아니면 최소 한번은 갔다. 다른 아름다운 도시들 대신.


아래 발췌한 글은 트로이와 미샤가 등장하는 그 장편의 후반부 에피소드이다.


이전에 이 이야기의 바로 앞 에피소드도 발췌한 적이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76년 가을. 몇가지 이유로 두달간의 휴가를 받고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어깨 치료를 받고 온 미샤가 트로이가 강의하는 학교(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 지금의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로 불쑥 찾아온다. 여기서 미샤는 학교 식당 밥을 먹으며 간만에 좀 재잘거리기도 하고, 트로이는 미샤의 멋진 옷차림을 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에피소드를 먼저 읽으려면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83 (흙탕물 색깔 재킷과 기름기 많은 수프)


위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것이 이 글이다. 둘은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교정을 나와 네바 강변을 걷고 다리를 건너간다. 이 강변의 이름은 '대학교 강변'이란 뜻으로 '우니베르시쩻스까야 나베레즈나야'라고 불린다. 이 에피소드는 둘이 강변을 걷다가 미샤가 다리 난간에서 춤을 추고 트로이가 혼비백산하는 상황에 뭔가를 조금 더한 이야기다.


맨 위 사진은 트로이츠키 사원. 그 아래 사진은 내가 찍었던 우니베르시쩻 강변의 석조 난간과 네바 강 사진.


* 고로호바야 거리는 트로이의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



작년에는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올해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나는 미샤처럼 다리 난간 위에서 춤을 추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나만의 방식으로 춤을 춰왔고 때로는 멈췄다. 올해는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숨을 쉬고 나아가는 방법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학교를 나와 강변으로 걸어가면서 트로이가 말했다.


 “ 얼굴은 훨씬 나아졌네. 모스크바에서 사람들 많이 만났어? ”



 “ 만났지, 의사랑 물리치료사. 아무 데도 못 갔어. 열흘 동안 요양소에 갇혀서 치료만 받았어. 주는 대로 먹고. 완전히 사육당했어. 머리까지 잘라주던데. 원장이 지나랑 다닐로프와 한통속이더라고. 외출 금지에 창문에는 쇠창살까지 쳐져 있었어.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어. ”



 “ 그래도 어깨는 좋아졌겠네. ”



 “ 아, 이제 다 나았어. ”



 미샤가 어깨를 유연하게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강물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갈매기를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흑빵 조각을 쪼개서 휙 던졌다. 새가 우악스럽게 달려들어 빵조각을 채갔다. 트로이는 고개를 저었다.



 “ 갈매기는 물고기를 먹어. ”



 “ 잘만 먹는데, 빵. ”



 “ 그래도 원래는 물고기를 먹어. ”



 “ 여긴 소련인데 뭘 기대해, 흑빵이라도 감지덕지해야지. 줄 안 서는 것만으로도. ”



 “ 넌 줄 안 서잖아. ”



 “ 그런가. 갈매기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는 것 같긴 하네. ”



 미샤가 석조 난간 위로 훌쩍 올라갔다. 난간 폭은 꽤 넓었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았지만 트로이는 너무 놀라서 펄쩍 뛰었다.


 “ 뭐해, 빨리 내려와! ”



 “ 왜? 설마 떨어질까봐? 이렇게 넓은데? ”



 미샤는 돌로 된 난간 위에서 몇 발짝 뛰어올랐다. 꼭 맞는 옷을 입고도 무대 위에서처럼 춤을 췄다. 빵조각을 채간 갈매기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해 추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지만 트로이는 그 재능에 놀라거나 감명을 받을 겨를도 없었다. 그는 난간에 몸을 바짝 기댄 채 두 팔로 미샤의 허리와 골반을 감아 바닥으로 홱 끌어당겨 내렸다. 아마 안드레이 트로이츠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완전히 잊은 드문 경우였을 것이다. 트로이는 균형을 잡는 데는 별 재능이 없었으므로 하마터면 미샤와 함께 돌바닥에 넘어질 뻔 했다. 미샤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히며 한 손으로 난간을 짚고 한쪽 다리로 트로이의 무릎을 떠받쳐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싸늘하고 약한 바람이 불어와 미샤의 머리칼이 검은 깃털처럼 공중으로 가볍게 나부꼈다. 



 
 “ 봐, 위보다 아래가 더 위험해. 넘어질 뻔 했잖아. ”


 “ 너 그 위에서 헛디뎠으면 강으로 떨어졌을 거야. ”


 “ 강이야 헤엄치면 되지만 이건 돌바닥이잖아. ”


 “ 괜찮아, 넌 내 위로 떨어졌을 테니까. ”


 “ 미쳤어? 제대로 넘어질 줄도 모르면서. 뻣뻣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거짓말이 아냐, 안드레이. 위보다 아래가, 강보다 바닥이 더 위험해. 넌 머리가 깨졌을 거야, 뼈가 부러졌거나. ”



 미샤는 화를 내고 있었다. 까만 눈을 뜨겁게 태우면서 입술을 떨었다. 자기는 그렇게 위험한 짓을 밥 먹듯 하는 주제에 기껏 그가 뒤로 자빠질 뻔한 것을 가지고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트로이는 그 말을 그대로 해주었다.


 미샤는 다리를 건너는 동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근처로 접어들었을 때 어떤 남녀가 그를 알아보고는 사인을 해달라고 매달렸다. 미샤는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고 그들을 물리치고 빠른 보폭으로 길을 건넜다. 평소에는 팬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었으므로 트로이는 그가 정말 화가 났거나 키로프 무용수 노릇에 넌더리가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자일 가능성이 컸다.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앞까지 왔을 때 트로이는 그를 따라잡았다. 고로호바야로 가려면 이곳에서 함께 안쪽으로 접어들어야 했다.



 “ 너 어디로 갈 거야? ”


 “ 러시아 미술관. ”


 “ 벌써 다섯 시가 넘었는데 무슨 러시아 미술관. 문 닫았잖아. ”


 “ 돔 크니기. 피의 사원. 판탄카. 블라지미르 사원. 쿠즈네츠느이 시장. 스타로 칼린킨 다리... ”


 “ 생각나는 대로 주워섬기지 마. ”


 “ 신경 꺼. 전부 갈 거니까. ”




 
 트로이는 그의 팔을 낚아채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접어들었다. 미샤가 조금 끌려가다가 완력으로 버티며 그 자리에 멈췄다.



 “ 너 정말 왜 그래? 우리 집에 가려고 학교로 온 거 아니었어? ”


 “ 넌 머리가 깨졌을 거야, 뼈가 부러졌거나. ”



 미샤는 네바 강변에서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눈 아래 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한순간 그렇게 창백해질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검은 머리가 흩어져 있는 얼굴이 루빈슈테인 병원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을 때처럼 조그맣고 하얗게 보였다.



 ‘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 그대로야. 좋아진 척 하고 있었을 뿐이야. 아스케로프 말이 맞아. 정신이 나갔어. ’



 트로이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며 미샤의 팔을 움켜잡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하지만 놔주지는 않았다. 그는 이제 미샤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 머리 좀 깨져도 안 죽어. 정말 그것 때문에 성질내고 있는 거야? 앞으로는 조심할게. 됐지? ”


 “ 나 때문에 넘어지지 마. ”



 그 말이 지나치게 낮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칼에 찔린 듯 깊은 통증을 느끼며 미샤를 내려다보았다. 아마 완전한 어둠이 내려와 그의 곁에 그림자가 돌아와 있었다면 미샤의 그 부드러운 음성은 침실에서 속삭이는 밀어처럼 들렸을 것이다.



 트로이는 헛기침을 했다. 미샤의 손에서 가방을 빼앗아 들면서 갑작스럽게 거칠어진 음성으로 대꾸했다.



 “ 연습할 때마다 넘어지는 주제에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집에 가자. ”


 “ 나는 넘어져도 일어나. 넌 안 돼. 넘어지지 마. ”


 “ 내가 뻣뻣한 건 알지만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좀 기분 나쁜데. ”


 “ 넌 교회 첨탑이라고 했잖아. 그렇게 거대하고 우아한 것들은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들어. 큰 나무와 비슷한 거야. 그러니까 넘어질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마. 꼼짝도 하지 마. ”




 
 지금껏 미샤가 그렇게 사적인 말을 거리에서, 그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속삭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게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었기 때문에 트로이는 현기증과 함께 지독하게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억지로 웃었다.



 “ 태어나서 우아하다는 표현은 처음 듣는데. ”


 “ 왜? 모든 사원은 우아하고 쓸쓸해. 교회 첨탑도 마찬가지야. ”



 미샤가 움직였다. 그의 곁을 지나쳐 빠르게 걸었다. 트로이는 거대한 회색 거미처럼 긴 다리를 뻗어 그의 뒤를 쫓아갔다. 미샤는 곧장 고로호바야 거리 쪽으로 꺾었고 아파트 건물 앞에 도달했을 때에야 멈춰 섰다. 트로이가 정문을 열자 미샤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여전히 가볍고 나는 듯한 발걸음이었다. 집까지 올라가는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아마 20년 쯤 더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하지만 트로이는 20년 더 나이를 먹은 미샤 야스민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아니, 10년조차도.


 


..



전에 이 글 쓰고 나서 미샤가 춤췄던 우니베르시쩻 강변 석조 난간과 이 이야기에 대해 짧은 메모를 쓴 적이 있다.

그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1840 (우니베르시쩻 강변의 석조 난간)



그때 올렸던 사진이긴 한데 하여튼 미샤가 춤췄던 난간 사진 한장 더.

(이 에피소드 쓰고 나서 여기 난간 사진들 많이 찍어놨는데 그 사진들은 전부 화정 집 데스크탑에 있네...)




이것이 트로이츠키 사원. 성삼위일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이즈마일로프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한 사원이다. 전에 한두번 쓴 적 있지만 트로이의 이름과 성은 여기서 따왔다. 트로이의 본명은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인데 그 트로이츠키는 무엇보다도 이 사원의 이름, 두번째는 네바 강에 있는 트로이츠키 다리에서 가져온 것이다.


트로이츠키 다리와 트로이 이름에 대해 전에 쓴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746 : 트로이의 이름 유래 중 하나 : 트로이츠키 다리


트로이츠키 사원은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이 무척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원이다. 푸른 돔에 그려진 금빛 별이 총총 빛나고 있다. 눈에 덮여 있을때도, 석양에 반사되었을때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트로이츠키 사원 사진 몇 장 더. 사진들은 내가 찍은 게 아니고 페테르부르크 사진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하지만 미샤의 말대로, 모든 사원은 우아하고 쓸쓸하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트로이는 언제나 교회 첨탑 같은 존재로 남을 것이다. 혹은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이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여기는 외곽의 다른 사원.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러시아는 곳곳에 작고 아름다운 정교 사원들이 많다.




화려한 네프스키 대로 너머로 카잔 성당의 돔이 보인다.




어쨌든 미샤는 춤추는 아이니까 무용수 사진 두 장으로 마무리.

아르춈 옵차렌코.



그리고 연습실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최근 뮌헨 바이에른 극장에서 존 크랑코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데뷔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마리야 쉬린키나. 슈클랴로프야 마린스키의 라브로프스키 로미오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지만 존 크랑코 버전은 처음 추는 거였다. 나도 그가 춘 존 크랑코 버전 로미오를 너무나도 보고프다...

 

무대와 백스테이지 화보들 몇장. 사진은 모두 alex gouliaev.

 

 

 

 

 

 

 

 

 

 

 

 

 

:
Posted by liontamer

 

오랜만에 아름다운 무용수들 화보 몇 장.

 

디아나 비슈뇨바.

 

 

빅토르 레베제프.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프린시펄.

이 사람은 아름다운 외모로 나를 매혹시켰으나.. 막상 무대를 보러 갔을땐 발연기로 나를 매우 실망시켰던 전적이 있다(흐흑...)

그래도 그때 그 무대(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야를 췄던 보론초바가 망령의 왕국에서 갑자기 부상당해 막판에 대타로 나왔던 아나스타시야 소볼레바와 러시아 방송의 '볼쇼이 발레'(big ballet)에 출연하더니만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골인함. 내가 그때 뭔가 그 계기가 된 무대를 본 건가 ㅋ

(근데 그 라 바야데르 무대는 한마디로 재앙이었음 ㅠㅠ 레베제프의 발연기 솔로르. 얼굴만 예쁘고 춤은 딸리는 보론초바-심지어 막판 부상, 엉망인 군무, 막판에 대타로 나와 휘청거리던 소볼레바 ㅠㅠ)

그래도 이 라 실피드 복장 입고 부츠 신고 포즈 취하고 있는 레베제프는 근사해보여서 (또 외모에 혹해서) 한컷.

사진 출처는 victor levedev의 instagram.

 

사진은 Jack Devant.

세묜 츄진.

 

빠질 수 없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사진 몇 장.

발레 101.

 

머리를 말끔하게 빗어넘겨도 마냥 근사하심

 

최근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바이에른 무대에 올랐던 지젤.

사진은 Jack Devant.

 

 

 

지젤 커튼콜. 역시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사진은 Jack Devant.

 

6월에 마린스키에서 이 사람의 알브레히트를 10년만에 다시 봤다. 이 사람은 정말 타고난 알브레히트였다. 로미오가 그랬듯이.

 

:
Posted by liontamer
2016. 10. 23. 23:12

생일 축하해요 울리야나 dance2016. 10. 23. 23:12

 

 

생일 축하해요, 최고의 발레리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사진들은 모두 Mark Olich.

 

 

 

 

 

 

 

 

 

 

 

 

 

:
Posted by liontamer

 

 

 

전에 미샤와 트로이, 그들의 친구들이 여름에 여럿이 모여 기차를 타고 흑해에 놀러가는 장면을 발췌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에서 그들은 기차 안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술을 마신다. (http://tveye.tistory.com/4671)

 

흑해로 놀러간 이 친구들은 이 장편의 도입부에서부터 함께 등장하는데, 모두들 비밀 문학 서클의 일원이다. 이 서클은 트로이와 그의 절친 알리사, 그리고 두어명이 주도하여 만든 것으로 금지된 외국 문학을 번역해 돌려 읽거나 반체제 작가, 지하출판물 등을 읽는 모임인데 주로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와 여타 다른 대학들의 외국어 전공 학생, 문학 전공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샤는 지인의 소개로 이 서클에 들렀다가 트로이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중 소설에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들은 트로이와 친한 친구들로 료카와 갈랴(둘은 부부이다. 주로 둘의 집에서 모임이 개최된다), 이고리(영화학교 출신. 렌필름 촬영기사), 코스챠, 스베타(미샤를 처음에 데리고 온 친구), 타냐(발레 애호가) 등이다. 그리고 미샤의 팬이라서 억지로 서클에 끼어든 레나라는 소녀가 있다. 이 친구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전에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다같이 썰매타러 가서 논다든지, 표절작가 쥬진스키에게 이고리가 시비를 걸어 싸우는 이야기라든지, 갈랴와 료카의 어린 딸이 메밀죽 먹기 싫다고 트로이에게 떠넘긴다든지...

 

여기 올리는 이야기는 전에 올렸던 흑해 가는 기차 이야기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에피소드이다. 이야기의 주역은 미샤를 짝사랑하던 소녀 레나와, 물론, 주인공인 미샤이다. 그리고 다른 여인이 하나 더 있다. 그건 이야기 속에서.

 

 

시간적 배경은 1973년 여름. 미샤는 발레학교를 막 졸업하고 키로프 발레단에 입단해 데뷔를 앞둔 시점이다. 친구들과 함께 잠깐 흑해에 헤엄치러 놀러 갔을 때이다. 흑해는 예로부터 러시아 최고의 여름 휴양지였다.

 

 

** 위의 사진은 흑해가 아니고 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강변 풍경이다. 작년 여름에 내가 찍은 것이다. 흑해는 안 가봐서 ㅠㅠ

 

 

** 이 에피소드는 아주 약간 15금 정도의 묘사가 있는데 그나마 그것도 여기 올리면서 내가 자체검열로 좀 수정했음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그들은 알리사 아버지의 인맥으로 해변 근처의 방 세 개 달린 아파트를 싸게 빌렸다. 임신한지 얼마 안 된 갈랴와 료카 부부에게 방을 하나 주고 나머지는 기차를 타고 왔을 때처럼 남녀로 나눴다. 날씨는 아주 좋았고 해변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그래도 수영을 하고 노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매일매일이 레닌그라드에서는 백야의 여름 중 운 좋은 며칠 동안만 누릴 수 있는 찬란하고 뜨거운 날씨였다.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다들 실컷 헤엄을 치고 일광욕을 했다. 알리사는 약한 피부를 보호하려고 어마어마한 양의 수입산 선크림을 발랐지만 별 소용이 없어서 사흘 째 되는 날 코끝이 홀딱 벗겨지고 어깨와 팔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물집이 잡히고 말았다. 갈랴가 속상해 하는 알리사를 욕실로 데려가 얼음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시장에서 구한 연고를 발라주었다. 미샤는 알리사만큼 피부가 흰 편이었지만 선크림 덕분인지 타고 난 것인지 조금 그을렸을 뿐 아무리 햇볕을 쬐고 다녀도 전혀 화상으로 고생하지 않아 여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긴 금발의 인형 같은 레나는 해변에서 인기가 좋았다. 또래 소년들부터 2~30대 남자들까지 다채로운 유혹이 쏟아졌다. 레나는 밀려드는 데이트 신청을 도도하게 거절하기도 하고 가끔은 보란 듯이 잘생긴 남자를 골라 팔짱을 끼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한번은 적어도 서른 살은 된 것 같은 콧수염 기른 남자의 추근거림을 받아들여 바에서 시끄러운 재즈 음악에 맞춰 춤까지 췄다.

 

 

 그 바에는 트로이 일행도 모두 와 있었다. 물론 미샤도 있었다. 레나가 왜 그러는지는 뻔했고 타냐와 갈랴는 애가 타서 미샤를 들들 볶았다. 네가 리드를 하지 않으니 레나가 저런 사기꾼 같은 남자와 춤을 추고 있지 않느냐, 분명 유부남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레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  등등 수다스러운 어미새 두 마리처럼 떠들어댔다. 트로이는 그들의 입을 막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미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처럼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적이 없는 애였지만 몹시 귀찮았는지 입술이 가느다랗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일행은 미샤가 콧수염 기른 남자로부터 레나를 데리고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곧장 연주자들 곁에 앉아 있던 거구의 여자에게 가서 춤을 청했다. 여자는 짙은 화장에 유행이 지난 얼룩덜룩하고 폭이 넓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아무리 적어도 마흔 살은 넘어 보였다.

 

 

 친구들이 어이가 없어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동안 미샤는 그 여자와 시끄러운 재즈 연주에 맞춰 키로프 무대에서는 결코 볼 일이 없을 춤을 췄다. 알고 보니 여자는 연주자들의 매니저였고 몇 년 전까지 바와 클럽을 전전하며 춤을 췄던 경력이 있었다. 자신들의 매니저가 오랜만에 젊은 파트너를 만나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연주자들은 신이 나서 모든 박자를 무시하고 씽씽 달리는 즉흥 연주를 시작했다. 그건 더 이상 재즈가 아니라 소러시아 민요와 고파크와 소련 군가를 합쳐놓은 듯한 미친 소음으로 변했고 홀은 귀를 찢는 음악과 마루를 걷어차는 발소리와 박수와 휘파람과 고함 소리로 광란과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 미샤는 90킬로는 너끈히 나갈 것 같은 거구의 여자를 발레리나 파트너를 다루듯 가볍게 빙글빙글 돌렸고 서너 차례는 공중으로 띄웠다. 감탄과 비명, 환호와 갈채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짙은 화장으로 얼굴 윤곽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든 여자는 연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소리를 지르며 미샤의 리드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췄다.

 

 

 한참 춤이 격렬해졌을 때 여자의 구두 한 짝이 벗겨져 트로이가 앉아 있는 의자 앞까지 날아왔다. 갈랴가 얼굴이 창백해져서 트로이의 어깨를 두들겼다.

 

 

 “ 그만, 그만하라고 해. 빨리 데리고 나와. ”

 

 

 트로이는 갈랴가 레나에 대해 얘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레나는 이미 테이블에 돌아와 있었고 타냐의 팔에 안긴 채 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 광란의 춤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콧수염 기른 남자는 어디론가 쫓아버린 후였다.

 

 

 “ 왜? 잘 추고 있는데. ”

 

 “ 잘 추고 있다니, 어떻게 그런 소릴 해.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저런 늙은 여자랑... 레나 때문에 저러는 거잖아. 이제 됐으니까 빨리 끌고 나와. ”

 

 “ 레나 때문이라니, 쟤는 그냥 춤을 추는 거야. 가만히 놔둬. ”

 

 

 트로이는 미샤를 끌고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취해 있었고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그는 광녀처럼 웃고 소리치며 홀에서 춤추고 있는 그 거구의 여인이 되고 싶었다. 저 여자는 자기 손목을 낚아채 회오리처럼 빙빙 돌리고 허공으로 밀어붙이는 저 낯선 상대가 누구인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그런 춤의 상대가 될 수 있다면 알량한 연주단 매니저 따위, 공동아파트의 방 몇 칸 따위, 배급표 따윈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도 아깝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까?

 

 

 알리사가 트로이의 뺨을 가볍게 찰싹 때리고 물을 한 잔 주었다.

 

 

 “ 너 완전히 취했어. 물 좀 마셔. ”

 

 

 트로이는 컵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바닥에 떨어뜨렸다. 유리컵이 소리를 내며 깨졌지만 이미 다른 테이블 손님들 몇몇도 취해서 술잔을 내던져 깨며 흥분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다.

 

 

 거구의 여자가 차오르는 숨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미샤는 여자가 자빠지지 않도록 재빨리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받치더니 공주님을 모시듯 피아노 옆 의자로 데려갔다. 연주자들이 색소폰으로 흐느끼는 듯한 신파 멜로디를 연주하는 동안 그는 여자를 의자에 앉히고 두툼한 손등에 열성적으로 키스를 했다. 휘파람과 박수와 고함 소리가 더 커졌다. 화장이 다 녹아내려 얼굴이 온통 시커멓고 새빨갛게 얼룩진 여자가 미샤를 껴안고 입술이 달아날 정도로 세게 키스를 퍼부었다. 트로이는 여자가 그 자리에서 미샤의 무릎에 올라앉아 치마를 걷어 올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신이 혼미했다. 그가 알리사가 준 물을 마셨었나? 아니, 컵을 떨어뜨려 깨버렸지.

 

 

 여자가 미샤를 놔주었다. 그녀는 욕정으로 몸을 떨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황홀하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에 겨워서. 트로이는 여자가 미샤를 다시 한 번 끌어당겨 안았을 때 귓가에 하염없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 착하기도 해라... 고마워. 정말 고마워. ”

 

 

 미샤가 녹초가 된 여자에게 정중한 인사를 하고 홀에서 걸어 나왔다. 테이블 쪽으로는 오지도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레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

 

 

 

 트로이는 그 날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마 친구들이 그를 부축해 데려온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했던 것이다.

 

 

 그는 너무 목이 말라서 새벽에 깨어났다. 트윈 침대 위에 코스챠와 료카가 신발도 벗지 않고 엎드려 자고 있었다. 카펫 위에는 담요로 몸을 둘둘 만 이고리가 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자신은 소파 위에 누운 채 바닥에 다리를 반쯤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마 그가 너무 커서 침대에 눕히기에는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미샤는 없었다.

 

 

 그는 물을 마시러 어두컴컴한 부엌으로 나갔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두통약이라도 한 알 삼키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갈랴를 깨워야 했다. 포기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주스 팩을 뜯어서 단숨에 마시고 나자 갈증과 두통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 쪽으로 나왔다가 그는 반쯤 열려 있는 안쪽 방문 사이로 울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들었다. 갈랴와 료카의 방이었다. 혹시 임신 초기의 갈랴에게 어딘가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그녀는 바에서도 안색이 좋지 않았었다. 걱정이 된 트로이는 문가로 다가갔다.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찰나 그는 료카가 자기들 방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료카는 갈랴와 함께 있지 않은 거지?

 

 

 그는 문 뒤에 멈춰 섰다. 갈랴가 아니었다. 울고 있는 건 레나였다. 작은 침실 한가운데, 카펫도 깔려 있지 않은 마루 위에 서서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커튼이 없는 방이었기 때문에 창문으로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램프를 켜놓은 듯 환했다. 침대 곁 의자에 미샤가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갈랴는 아픈 것이 아니었다. 료카와 짜고 방을 내준 것이다. 레나와 미샤를 위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는 빨리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발이 딱 붙어 버린 것처럼 꼼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어둠 속에 가려진 채 열린 문 너머로 멍하게 침실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나는 하얀색의 짧은 원피스 잠옷을 입고 긴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채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이따금 밀려나오는 울음 때문에 어깨가 들썩거렸다. 하지만 트로이는 레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미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미샤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머리는 엉망으로 뒤엉켜 검은색으로 물들인 월계관이라도 씌워놓은 것 같았다. 바에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얼굴과 목은 시커멓게 번진 마스카라와 붉은 립스틱 자국으로 온통 얼룩져 있었다. 바에서 춤췄던 여자가 남겨놓은 흔적이었다. 그 얼굴을 닦지도 않고 어디를 쏘다니다 들어왔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구겨진 얇은 셔츠 소매는 어깨 바로 아래까지 걷어 올리고 있었다.

 

 

 레나는 그를 나무라고 있었다. 화를 내다가 울다가 또 낮게 웃기도 했다. 트로이는 레나가 그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그렇게 달빛 아래 하얀 잠옷을 입고 조그맣게 속삭이고 있으면 인어처럼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도. 그 침실 마루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작은 소녀는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빨간 머리와 에메랄드 눈동자의 지나이다 세도바조차도 아무런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얇은 잠옷 사이로 날씬한 몸매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미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레나에게 뭐라고 한두 마디 했지만 언제나처럼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레나가 고개를 저으며 달려가 미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한 팔을 허리에 두르며 몸을 밀착시켰다. 다른 손을 들어 미샤의 지저분한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어쩌면 화장품 얼룩을 닦아주려고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미샤가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레나는 어깨를 세차게 튀기더니 반쯤 뛰어오르듯 발끝으로 서서 그의 턱을 감싸 쥐고 입술에 키스를 했다. 절망적이고 서툰 키스였다. 레나는 키스를 해 본 적이 별로 없는 애였다. 하지만 미인이었고 인어였다. 미샤는 레나를 떠밀지 않고 입맞춤을 받아주었다. 트로이는 그 애가 여자를 품에 안고 제대로 된 키스를 하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로미오가 아니었다. 무대 위의 순진해빠진 소년은 절대로 그런 키스를 할 수 없었다.

 

 

 입술을 뗀 후 미샤는 레나의 포옹을 풀지도 않고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뭐라고 속삭였다. 레나가 몸을 떨었다. 그녀는 팔을 풀고 미샤에게서 두 발짝 물러났다. 날카롭게 숨을 몰아쉬더니 발을 한번 굴렀다. 그리고 긴 머리채를 두 손으로 흐트러뜨리며 격하게 외쳤다.

 

 

 “ 나도, 나도 다른 애들 못지않게 해줄 수 있어! 나하고 사귀어 달라는 것도 아냐. 그래달라는 게 아니라구! ”

 

 

 레나가 숨을 쌕쌕거리면서 팔을 들어 올려 잠옷을 벗었다. 하지만 단추가 머리에 걸려 잘 벗겨지지 않았다. 흐느껴 울면서 레나는 머리에 걸린 잠옷 단추를 거칠게 잡아 뜯었고 술 취한 여자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옷을 벗어 내팽개쳤다. 달빛 때문에 작고 날씬한 레나가 은백색 조각상처럼 반짝거렸다. 트로이는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레나가 조그만 체구치고는 몸매가 좋다고 생각했다.

 

 

 레나는 다급한 나머지 부끄러움도 잊어버렸다. 그녀는 발레리나라도 된 양 두 팔을 앞으로 길게 뻗으며 미샤에게 다가가 목을 감고 매달렸다. 어깨와 가슴을 미샤의 셔츠 앞자락에 문지르며 귀 아래와 목덜미에 뜨겁게 입을 맞췄다. 트로이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왜 몸을 움직일 수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지러웠고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타들어갔다.

 

 

 그때 미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러지 마, 후회하게 될 거야. ”

 

 “ 아니야. 그렇지 않아. ”

 

 “ 크세니야. 그 여자 이름이야. 아까 홀에서 춤춘 여자. 같이 있었어. 내일도 같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러지 말자. ”

 

 

 레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갑작스럽게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

 

 

 “ 그 여자? 그 코끼리 같은 여자? 그 늙은 여자? 같이? 같이 있었다니? 그 여자랑 뭘 어쨌는데? ”

 

 “ 크세니야랑 잤어. 내일도 갈 거야, 그 여자가 원하면. ”

 

 

 레나가 미샤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두 손으로 가슴팍을 떠밀며 발로 걷어찼다.

 

 

 “ 나가! 꺼져버려! ”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찢어진 잠옷으로 몸을 가리며 비극 여배우처럼 울부짖었다.

 

 

 “ 그냥 싫다고 할 수도 있었잖아! 왜 그런 지저분한 말을 하는 거야? 넌 감정도 없어? 끔찍해! 끔찍하고 더러워! ”

 

 

 미샤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레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연민이나 미안함, 혹은 분노 따위의 감정이 전혀 떠올라 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 마스카라와 붉은 립스틱으로 온통 얼룩져 있었으므로 설령 울고 있다 해도 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는 한숨조차 쉬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미안해. ”

 

 

 그리고는 침대 위로 올라가 창문을 열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

 

 

재즈 밴드 매니저이자 옛 댄서 크세니야와 미샤의 이야기는 이 흑해 에피소드 후반부에 좀더 이어지는데 레나의 이야기와는 좀 별개라서 올리지 않았다.

 

..

 

 

(가엾은) 레나가 등장했던 이야기들은 아래 링크. 소설 속에서 아래 순서대로 전개된다.

 

http://tveye.tistory.com/4050 : 썰매를 타러 간 미샤와 트로이, 그리고 친구들

http://tveye.tistory.com/4947 미샤와 지나이다의 졸업 무대

http://tveye.tistory.com/4671 흑해로 가는 기차, 새로 온 인간, 새로 온 천사

 

 

 

..

 

 

무용수들 사진 몇장.

 

 

 

아르춈 옵차렌코

 

 

디아나 비슈뇨바

 

이반 바실리예프

 

 

아래 세장은 밴드 즉흥 연주에 맞춰 신나게 팔짝거리며 춤추는 미샤와 크세니야를 생각하며 올려봄. (하긴 크세니야는 많이 팔짝거리진 못했겠지만 ㅠㅠ)

 

 

파루흐 루지마토프.

사진은 nina alovert.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게 위 에피소드에서 잠깐 언급된 고파크.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 민속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돈키호테.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얼마 전 독일 바이에른에서 첫 시즌을 시작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그의 바이에른 무대 데뷔작은 지젤.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췄다.

 

6월에 마린스키에서 이 사람이 추는 지젤의 알브레히트를 보았다. 내가 제일 처음 봤던 이 사람 무대도 지젤이었다. (10년 전!) 이 사람의 알브레히트는 정말 매혹적이다!

 

사진은 모두 Jack Devant. 캡션에도 있음.

 

 

 

 

 

 

 

 

:
Posted by liontamer




마음의 위안을 위한 무용수들 사진 몇장
디아나 비슈뇨바. 마린스키 앞에서. 사진은 Mark Olich.

아아 나도 여기 자주 갔는데.. 역시 세계 최고 발레리나의 자태는 넘사벽... 너무 아름답구나 ㅠㅠ (난 여기서 사진 찍어도 그저 운하 앞의 토끼 한마리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황금노예. 사진은 alex gouliaev.

발로쟈, 요즘 복근 운동 열심히 하더니 보람 있구나 :)






젊은 시절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당신때문에 러시아어 전공하게 됐는데 부디 꼭 한번만 실제로 볼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해적의 알리.
어머 이 사람 이렇게 멋있게 나온 화보 드문데...





마리야 아바쇼바. 에이프만 발레단 간판 발레리나.
안나 카레니나 출때 봤는데 딱 에이프만의 페르소나 무용수였다. 늘씬하고 길고 낭창낭창하고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하다.

:
Posted by liontamer
2016. 3. 18. 22:18

미의 결정체가 여기 있습니다! dance2016. 3. 18. 22:18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발레 잠자는 미녀의 데지레 왕자 오리지널 옛 코스튬 착용 사진. 사진사는 Valentin Baranovsky

 

오늘 좀 우울하고 힘빠지는 상태였는데 슈클랴로프 팬 페이지에 올라온 이 사진 보고 기분 좋아짐. 사실 깜짝 놀람. 원체 미남인 건 알고 있었지만(꽃돌이~) 정말 이 사진은 사람 같지 않다! 인형인가 천사인가! 그야말로 미의 결정체!! 어디서 이런 미모가 나왔단 말인가!

 

역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이 맞다!!!

 

 

 

이것이 데지레 왕자의 오리지널 의상. 마린스키 신관 전시실에서 봤던 것 같긴 한데 그땐 별 감흥 없었는데 역시 미남이 입으니 옷이 사는구나 싶다..

 

 

:
Posted by liontamer

 

 

일요일 저녁. 마음의 위안을 위해 오랜만에 무용수 화보 몇 장.

디아나 비슈뇨바. 출처는 아마도 인스타그램이었던 듯.

 

 

 

이건 좀 오래된 사진. 알티나이 아실무라토바 & 파루흐 루지마토프. 코르사르.

루지마토프는 최고의 알리였다!

 

 

 

아르춈 옵차렌코.

이 사람은 볼쇼이 무용수이다. 나야 볼쇼이보다는 마린스키 쪽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력있는 무용수라 종종 관심 갖고 지켜보는 중. 외모가 상당히 누레예프를 연상시키는데 그래선지 최근 누레예프의 모델로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러시아어 이름이 꽤 어려운데 제대로 발음하면 아르쬼 옵차렌꼬 정도 되려나.. 영어식으로는 아르티옴 오프차렌코 라고 하려는지..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두 장.

사진은 svetlana bogdanova.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와 솔로르 추는 중.

테료쉬키나의 니키야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고, 슈클랴로프의 솔로르는 얼마 안되는 '용서해주고 싶은' 솔로르이다.

 

 

 

마지막은 사랑하는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춘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은 캡션에 있듯 jack devant.

최근 둘이 마린스키 무대에서 처음 로미오와 줄리엣을 췄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흑, 작년 겨울에 이 둘의 로미오와 줄리엣 보려고 도쿄에 갔었는데 슈클랴로프가 부상당하는 바람에 쉬린키나와 스쵸핀 페어로 봐서 아쉬웠다만.. 하여튼 쉬린키나를 재평가하게 되었던 무대였다. 그전까지는 영상을 봤을 때도 그렇고 실제 무대를 몇 번 봤을 때도 그렇고 난 쉬린키나를 별 재능 없는 무용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쉬린키나는 줄리엣과 쉬린 역에는 아주 잘 어울렸다. (오로라나 라이몬다 등 정교한 테크닉과 파워가 필요한 역들은 아무래도 아직 모자란다만...) 나도 이 둘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싶다 ㅠㅠ

 

:
Posted by liontamer

 

 

소련 시절 박해를 받은 후 미국으로 망명했던 시인 이오시프 브로드스키와 역시 같은 소련 레닌그라드 출신으로 망명했던 무용수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1985년 사진. 좋아하는 사진이다. 아마 영어식으로는 조셉 브로드스키라고 통용되는 듯.

 

작년에 바리쉬니코프는 리가의 극장에서 브로드스키를 소재로 한 공연에 출연하기도 했다.

 

문학과 무용, 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거장들이 빛 바랜 사진 안에 함께 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개인적으로 브로드스키의 작품은 딱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같은 망명 작가이자 그의 지인이었던 세르게이 도블라토프는 아주 좋아한다.

 

:
Posted by liontamer

 

 

전에 올린 사진도 두어 장 있다만.

마음의 위안을 위해 무용수 화보 몇 장.

 

루돌프 누레예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진이다.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한동안 이 사진을 월페이퍼에 깔아놓고 오랫동안 바라보곤 했다.

 

 

루돌프 누레예프.

 

 

 

블라지미르 말라호프.

사진사는 캡션에 나와 있듯 nina alovert

 

 

 

디아나 비슈뇨바

 

 

 

이제부터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2013년 베네피스 공연 때 파리 오페라 극장의 도로테 질베르가 니키야를 맡아서 라 바야데르의 망령의 왕국을 함께 췄다. 도로테 질베르야 괜찮은 무용수지만 확실히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는 마린스키 발레리나들이 훨씬 어울렸다. 테료쉬키나가 아쉬웠다.

질베르와 리허설 중 찍힌 사진. 허리가 아팠는지 밴드를 대고 있네..

 

 

댄스 오픈 페스티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흑조 2인무 추는 중,

사진은 jack devant

 

 

 

로미오와 줄리엣. 디아나 비슈뇨바와 함께.

얼굴은 거의 안 보이지만 몸짓만으로도 정말 간절하고 애절한 느낌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사진이라 좋아한다.

 

 

 

전에 올린 적 있다.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 화보 중 하나.

사진사는 alex gouliaev

매우 좋아하는 화보이다.

내가 이 사람을 무용수로서 다시 평가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몇년 전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가 춘 이 작품 보고 돌아오는 길 내내 공연이 너무 좋아서 몸이 떨렸다. 그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