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고 있었죠, 평온과 위안을 위해 2016 petersburg2016. 10. 18. 20:41
지난 6월.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저 당시 나는 무척 피폐해져 있었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비행기를 타고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다. 도망친 것이다. 아마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으로.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대로 먹지 못했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속은 황량하고 고통스러웠다.
이날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네프스키 수도원에 갔다. 그리고 이날 료샤가 출장에서 돌아왔고 레냐와 함께 나를 보러 왔다.
이날 수도원에서 종소리를 들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 이콘을 보았고 초에 불을 켰다. 한가롭게 조는 고양이를 보았고 무덤들 사이를 걸었다. 꽃을 보았고 오래된 쇠종을 만졌다. 수도원 지하 카페에서 사과빵을 먹었다. 차를 마셨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사제 두분을 보았다.
수도원 안에서는 카메라 촬영을 하는 것이 사실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래서 꼭 찍고 싶을때만 소리 안나는 앱으로 폰 몇장만 찍었다. 아마 나는 저때 폰으로도 사진을 찍지 않았어야 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고요하고 평온한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저 평온과 고요, 적막과 부드러운 공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살짝 찍었다. 두장.
이 사진 두장은 아껴놓고 있었다. 소중한 사진이다. 평온과 위안. 고요와 적막. 부드러움. 한없는 부드러움. 저날 나는 처음으로 다시 편하게 숨을 쉴수 있었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하지만 훨씬 더 쉽고 훨씬 더 부드럽게.
고마워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페테르부르크. 그리고 이름 모를 두분의 사제들. 햇살. 바람. 파란 하늘. 녹음. 사원. 그림자. 포석.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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