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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하늘이 맑아졌고 해가 났다! 물론 추웠다. 아침에 나갈 때만 해도 하늘 반쯤은 구름으로 가려져서 꽤 추웠다. 하지만 낮에는 햇살도 따스해지고 바람도 불지 않고 하늘이 파란색이라 이뻤다.
 
 
붉은 군대로 인해 몸은 아팠다. 아침과 오후에 약을 먹으며 컨디션 조절. 오늘은 조식 먹는 데 성공했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강을 건너 여러 정거장을 지나 거대 리미에 가보기로 했다. 버스로 16분, 6개 정거장인데 앞뒤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 구시가지를 도보로 돌아다니는 것에 비하면 꽤 먼 거리였다(빌니우스는 구경하고 돌아다닐 곳이 구시가지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20번 트롤리버스를 한참 기다렸다가 탔다. 창 너머로 안가봤던 동네 구경. 그리고 거대 리미가 있는 쉬아우레스 미에스텔리스(이름 정확하지 않음 ㅜㅜ) 정류장에 내렸다. 여기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고양 스타필드 혹은 광명 이케아 가는 길 같았다. 혹은 공항 가는 길. 주택가가 드문드문, 넓고 황량한 도로와 숲 비슷한 공원, 그리고 떡하니 거대한 리미 건물. 이 리미는 무려 Hyper Rimi 라고 되어 있는데 하이퍼 맞았다. 오우, 빌니우스에서 이렇게나 큰 마트 처음 봐! 카우나스나 트라카이도 안 가고 리미 구경으로 대체하고 나머지는 빌니우스에서 마음껏 게으름피우며 카페나 다니기로 했는데 대체한 것에 별 아쉬움이 없다! 관광지보다 재밌는 마트 구경. 

 
 
리미가 생각보다 컸다. 정말 이마트만큼 컸음. 첨에 들어간 쪽이 주스 매대 쪽인데 거기 팀바크들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ㅎㅎ 그래서 사과복숭아를 열심히 찾아보니 작은 주스 쪽에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음. 사과복숭아 주스 앞면은 엘사 뒷면은 안나였다. 안나야 미안해. 큰 주스들은 일반 리미에 없는 온갖 맛이 다 있었는데 사과수박, 딸기복숭아 뭐 그런 것도 있었다. 사과수박 궁금했지만 큰 주스 사와도 못 마시는데다 버스 타고 무겁게 들고오기 싫어서 안 샀음.
 
리미 구경하는데 한 시간 쯤 걸림. 이 매대 저 매대 구경. 주류도 엄청 많았다. 술을 잘 마시면 사고 싶었는데. 조리된 음식도 많았고 하여튼 이것저것 많았다. 나는 다른 나라들에선 이렇게 외곽에 있는 거대 마트는 들른 적이 없고 보통은 시내의 좀 큰 마트 정도만 다닌 편이라 이 거대 리미 구경이 즐거웠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마트 안 간지 엄청 오래됐고 모든 걸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동네에 비교적 큰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있지만 바쁘고 피곤하고 발품 팔아 장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앱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있는데 여행을 오면 온라인 주문을 하지 않다보니 매일 슈퍼에 가게 된다. 그러니 이것도 여행의 묘미인가.
 
 
리미에는 김치가 있다고 하여 그것도 찾아보았는데 정말 있었다. 신기해서 구매해봄. 이것저것 물건이 많았지만 버스 타고 돌아올 것을 생각 + 내가 정말 먹을 수 있고 필요한 것 + 근처 리미에 없는 것으로 제한했더니 정말 몇 개 안 샀음.
 
 

 
 


 

사진은 리미 진열대 몇 장. 팀바크의 바다. 우리나라 고추장 된장도 있었는데 비쌌다. 라면은 이것 말고도 진열대 쪽으로 가니 순 라면(어쩐지 야채육수 라면 같다), 그냥 신라면이 더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산 김치가 있던 진열대 등. 초콜릿도 종류가 많았는데 사지는 않았다. 그런데 차와 커피 코너는 생각보다 좀 부실했고 물론 다른 데보다 많긴 했지만... 역시나 다즐링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러시아에서도 다즐링 내주는 카페는 별로 없었어. 프라하도 그렇고. 그래도 슈퍼에서는 팔았다만.

 
 
 

 
 
 
몇가지를 산 후 이미 녹초가 되어 리미에서 나왔더니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가는 길에 러시아 서점인 ‘호모 사피엔스’ 라는 곳이 있어 들러보았다. 책 종류는 별로 없었다. 문학 서적은 지하에 있었는데 첨엔 몰라서 ‘아니 왜 이렇게 뭐가 없어’ 하며 나가려다 계단을 발견. 그런데 책이 드문드문 꽂혀 있고 종류와 양이 많진 않아서 좀 아쉬웠다. 전에 본 적 없는 하름스 책자가 있어 사볼까 했으나 잘 보니 모두 나한테 있는 작품들이라(생각해보니 다 있긴 함) 그냥 최근 새로 단장해 나온 판본이었음.
 
 
 

 
 
 
서점에선 건진 것 없이 나와서 정류장에서 십여분 기다린 끝에 다시 트롤리버스 20번을 탔다. 돌아올 때 탄 버스는 구형 트롤리였고 엄청나게 덜컹거렸다. 그래도 구형 버스는 어딘가 정감 있으므로 내부랑 외관 사진 찍어둠.
 
 
 

 
 
 
 
 

 
 
 

사진은 중간에 방에 가다가. 파란 하늘이 반가워서 찍어둠.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고 갈까 하다가 짐이 무거워서 일단 방으로 갔다. 그런데 아직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아서 정말 짐만 풀어놓고 다시 나와 빌니아우스의 웍으로 갔다. 오전부터 거대 마트에 다녀와서 진이 빠졌으므로 밥을 먹기로 하고 지난번 맛있게 먹었던 돈부리와 미소수프를 시켜서 이번에도 맛있게 잘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좀 정신이 들었다. 붉은 군대 때문에 아침에 차도 안 마시고 버티고 있었던 터라서. 오후엔 그래도 차를 마시고 싶었고 빌니아우스와 엘스카는 5분 거리라 나는 다시 엘스카에 갔다. 흑흑 돌아가면 제일 그리울 거야, 엘스카. 엘스카 얘기는 먼저 따로 올림.
 
 
엘스카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나왔다. 아직 4시 전의 늦지 않은 오후라 날씨가 아까웠고(오늘 아침부터 거대 리미 가려고 서둘러서 일찍 시작하긴 했다) 다른 데도 들러볼까 했는데 갑자기 몸도 아프고 피곤해져서 일단 방으로 돌아왔다. 붉은 군대 때문에 너무 졸리고 피곤해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나가는 건 포기하고 씻은 후 침대에 누워 좀 졸았다. 온몸이 매트리스로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거대 리미에서 산 것들. 너구리와 떡볶이는 영원한 휴가님에게. 나는 조그만 땅콩 바닐라 할바, 팀바크 사과복숭아 주스, 의문의 김치라는 것, 그리고 이쪽 리미에선 못봤던 닛신의 새우 쇼유 컵라면. 이 중 후자 세 개는 저녁으로 먹었다.
 
 
김치는 개봉해보니 이랬다. 으음... 이건 김치인 듯 김치 아닌 뭔가... 분명 냄새는 김치 냄새, 맛도 김치 맛이 나긴 하는데, 이게 배추인가 양배추인가. 양배추 같은데 또 배추 같기도 하고. 하도 잘게 썰어놔서 모르겠다. 고려인 당근김치처럼 뭔가 닥치는대로 채치고 썰어서 버무려 놔서...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시었다. 엄청 익어서 진짜 군내와 신맛이 펄펄 났다. 나는 신김치를 좋아하는데 그런 내 입맛에도 시었다. 사워크라우트와 고려인김치, 한국 김치의 혼종... 저 새우 쇼유 컵라면이 간장 베이스라 달달해서 저 김치를 거의 풀어서 먹었더니 먹을만은 했다. 김치가 많이 남아서 일단 딴 걸 챙겨왔던 락앤락 조그만 반찬통을 비워 거기 넣고 잘 닫은 후 비닐팩으로 다시 봉해놓았다. 냉장고에 냄새 배면 우째. 하여튼 저거랑 컵라면 먹었더니 짜서 사과복숭아맛 팀바크 주스를 다시 또 엄청 맛있게 마셨음. 극도로 갈증날 때 가장 맛있는 주스라고 명명하겠음. 한 개 더 사올걸 그랬나 ㅎㅎ
 
 
밥을 먹은 후 업무메일과 vpn을 체크했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 나의 이번달 휴직을 모르는 선배들이 업무 혹은 점심 먹자고 카톡을 보내왔었다. 금요일에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예의주시하며 체크하고 메일도 한 통 보냈다. 이제 책을 마저 읽다가 자야겠다. 여행이 점점 후반부로 다가가고 있어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게 아쉽다 ㅠㅠ 오늘은 한국 시간 8시 좀 넘어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아빠 전화는 꺼져 있고 엄마는 안 받으심. 엄마는 운동과 친구들 만나는 시간이긴 한데... 아빠는 감기 때문에 힘드신가 염려가 되었다. 혹시 무슨 일 있나 싶어 동생에게 전화해보니 동생은 자다가 받았고 이넘은 아빠가 감기로 고생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음. 그나마 무슨 일 있었으면 동생은 알고 있을 테니 별일 없나보다 하며 끊었다. 시차 때문에 내일 일어나서 전화를 다시 해봐야겠다. 별일 없기를 바라면서. 아빠가 항암치료를 받고 얼마 되지 않은데다 감기에 걸리셔서 맘이 좀 쓰인다. 다 잘되기 바라며 책을 좀 읽다 자야겠다. 이제 약 먹을 시간도 됐으니 먹어야겠다, 붉은 군대 아파아파 흑흑...
 
 
오늘은 7,351보, 4.4킬로. 거대 리미는 버스로 오가서 도보 자체는 별로 안 했음. 그런데 마트 안을 돌아다니는 건 체감상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많이 걸은 느낌이라 피곤했다(내가 원체 쇼핑에 쥐약이라 그런가보다)
 
 
 

 
 
 

다시 토라진 쿠야. 분명히 햇빛 나면 엘스카에 데려다준댔는데, 인증사진 찍어준댔는데 김치랑 라면이랑 할바 사오고 엘스카엔 지 혼자 갔어... 토끼 나빠... 하며 원망의 눈빛... 할바 안겨줬더니 그것도 맘에 안 드는 표정 흑흑... 쿠야야, 한국엔 할바도 구하기 힘들단 말이야 ㅠㅠ
 
 
.. 추가) 아, 하나 빼먹었다. 이 거대 리미의 좋은 점! 워낙 커서 그런가 여기는 셀프결제 외에도 카운터에 점원들이 있었다! 그래서 줄서서 사람한테 계산했음. 흑흑... 역시 사람이 해주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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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후에 들른 엘스카. 날씨가 매우 좋았고 볕이 따스하고 빛이 환해서 엘스카랑 정말 잘 어울렸다. 제일 좋아하는 맨 안쪽 무지개테이블에 앉았다. 오늘은 처음으로 차를 주문해 보았다. 디저트가 별것 없어보여서 차도 별로겠거니 하며 여태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말차라떼, 핫초코를 마셨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홍차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얼그레이 2종을 갖추고 있었고(전자만 있는 곳도 많아서 이 정도만 돼도 만족), 게다가 포트에 잎차로 우려주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맞아맞아, 영원한 휴가님이 러브라믹스 티포트 사다주신 데도 여기였는데. 그래서 예상 외로 차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미안해 엘스카야 차 별로일 거라고 무시해서... 디저트는 역시나 저 크림케익 3종과 브라우니 외엔 없었다. 치아푸딩, 라이스푸딩은 밥이지 디저트가 아니니까. 저번에 먹은 땅콩맛 대신 이번엔 망고맛을 먹어봄. 나쁘지 않았는데 땅콩맛과 거의 비슷한 맛이었다. 비건 디저트는 비슷비슷하다. 

 

 

역시나 알록달록 무지개 색조합으로 내줌. 잔과 포트를 깔맞춤해주지 않는 것은 컨셉인지 아니면 식기들 짝이 맞춰져 있지 않아선지 궁금함. 무지개 컬러가 여기 시그니처 비슷하므로 전자라 생각하고프지만 아무래도 후자인 것만 같다 ㅎㅎ 거의 매일 가다 보니 점원이 얼굴을 알아봐서 웃으며 인사를 하게 되었다 :) 엘스카 점원 언니들은 웃는 모습이 이쁘고 친절하다. 

 

 

 

 

 

 

빛이 정말 예쁜 카페이다. 첨엔 이렇게 한적했고 잠시 후 테이블이 한둘씩 차기 시작해서 내가 나갈 때쯤엔 또 사람이 많아졌다. 오후에는 한명씩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노트북을 들고 오거나 태블릿을 들고 오거나. 외국인도 많고. 그런데 관광객 느낌은 별로 나지 않는 외국인들. 

 

 

 

 

 

 

 

 

 

 

 

 

 

 

<인연>을 가져가서 마저 읽었다. 이제 후반부 몇 편만 남았다. 

 

 

 

 

 

 

 

 

 

 

저 아래쪽 창가에도 한번 앉아봐야 하는데 저긴 보통 일행 있는 사람들이 앉는 편이다 보니, 그리고 위의 저 무지개테이블이 맘에 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항상 위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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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