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카르멘 한 컷 + about writing2020. 1. 18. 23:04
오늘의 퀵 스케치는 오랜만에 카르멘 한 컷.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내 그림솜씨가 별로인 관계로 자꾸만 지나처럼 보이지만.... 잘 보면 둘이 좀 다르다고 우기면서... 지나가 아니라 오래전에 썼던 옴니버스 단편 시리즈 스타차일드의 주인공인 일명 펑크폭력녀 불량학생 카르멘임. 지나보다 더 구름처럼 붕 뜬 곱슬머리이고 색깔도 좀더 어두운 붉은색이다. 그리고 눈 색깔도 쫌 다르다... (근데 그거 빼면 결국 얼굴 똑같아보여 엉엉 똥손이라 그래 흑흑...)
간만에 카르멘을 그려본 이유는 지난주말에 옛날에 쓴 스타차일드 시리즈를 좀 뒤적여봤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완결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림을 그렸으니 오랜 옛날 썼던 글 아주 일부만 아래 발췌해 본다. 내용은 전혀 없고 그냥 묘사만. 8번째 에피소드에서 사고로 멈춘 엘리베이터에 갇힌 카르멘이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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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은 일어서서 거울을 보았다. 치렁치렁한 붉은 곱슬머리를 휘장처럼 늘어뜨린 채 창백하고 작은 얼굴로 마주 보는 자신이 거기 있었다. 그녀는 오래된 유리처럼 반짝이는 커다란 하늘색 눈을, 아침에 돋아난 아주 작은 여드름이 빨갛게 부풀어오른 하얗고 매끄러운 콧등을, 거의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한 립스틱을 칠한 하트 모양의 입술을, 갸름하고 우울한 턱과 목, 사이즈가 큰 검은 티셔츠와 빛 바랜 청바지와 운동화를 보았다.
그녀는 알이 빠진 고대의 반지 같았다.
..
그런데 역시나 앞발이라 스케치에서는 글에서 쓴 묘사가 제대로 구현되지는 못했다. 사실 그림은 문장들을 떠올리지 않고 그냥 그렸고 '카르멘의 외모에 대한 묘사 몇 줄이 여기저기 있었는데' 하고 다시 뒤적여보니 마침 검정 티셔츠 입고 있는 장면이 있어서 가져와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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